사랑이 반짝이는 정원
유태은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즈라 잭키츠상, 뉴욕 타임스 올해의 우수 그림책 작가상을 받은 유태은 작가의 신작 <사랑이 반짝이는 정원>이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작가는 이번 그림책에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담았다.



아이(작가)가 새싹만큼 작았을 때 할아버지의 정원은 아주 컸다. 그곳에서 아이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한 경험을 했고 할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생일날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모란꽃이 자라나듯 아이도 쑥쑥 자랐고, 아이가 해바라기만큼 자랐을 때 할아버지는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한다.



아이가 나무만큼 자랐을 때 먼 곳으로 이사를 했고 늘 할아버지를 그리워했다. 할아버지가 보내주신 모란꽃을 돌보며 어릴 적 할아버지의 정원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새싹만한 딸과 할아버지를 만나러 간다. 할아버지의 집은 예전보다는 작은 공간이지만 여전히 꽃과 곤충이 있다




한 아이가 나고 자라고 또 하나의 생명을 낳는 동안 할아버지와 정원은 항상 곁에 있어주었다. 비록 몸은 멀리 떠나있어도 할아버지의 정원에서 함께 했던 시간들이 아이를 건강하게 지켜주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할아버지와 정원은 가족의 사랑을 의미한다. 전 생애에서 보자면 비록 짧은 시간드이었지만 할아버지의 정원에서 함께한 추억이 얼마나 반짝이는 순간들이었는지를 작가는 이 책에서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다.


아이의 성장 과정과 할아버지의 노쇠가 대비되어 그려지는 배경으로 꽃과 개와 식물들이 함께 하고 있다. 아주 밝은 느낌의 그림들이 포근하게 다가와 저절로 미소 짓게 되었다. 유태은 작가의 그림책은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그림체가 귀엽기 그지없다. 화면 가득 전해지는 사랑에 마음 따뜻해졌다. 아이와 함께 읽는 부모나 조부모라면 애써 부연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림만으로 충분히 사랑의 느낌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이런 그림책을 읽으면 어떤 할머니가 되어야 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나 이제 늙었구나 싶은 생각에 우울감이 들긴 하지만 언젠가 데려올 손주들을 위해 사랑이 반짝이는 정원()을 만들어야겠구나 싶다. 내 아이들을 키울 때와는 달리 좀 여유롭고 편안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지음 / 래빗홀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플루엔셜 출판사의 래빗홀 클럽1기에 뽑혀 이경 작가의 소설집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의 활동을 시작했다. 포켓북 정도의 사이즈로 제작된 가제본을 받았는데 특이하게 작가의 인터뷰와 소설집에 실린 소설 1편만 실려 있었다. 작가 인터뷰를 읽다보니 출판사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신인 소설가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이 대부분일 것이므로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한 후 소설을 읽도록 위함이었다.


가제본에 실린 소설은 <한밤중 거실 한 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이고, 두 번째 소설은 1차 미션 수행자에게 이북으로 보내주었는데 표제작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였다. 소설 곳곳에 분포된 격공 포인트가 웃음을 유발했다. 두 소설 모두 빡센 육아를 소재로 AI 육아 장비가 등장한다. 육아 경험자는 물론이고 비경험자라 할지라도 그 어마무시하고 방대하면서도 디테일과 인내심을 요하는 일에 고개를 절레절레 할 것이다. 게다가 갓난쟁이라면 더더욱! 그런데 왜 웃냐고? 그게 참으로 요상하다. 분명 빡센 일을 하며 발을 동동 구르다가 머리를 쥐어뜯다가 하는 소설 속 엄마를 보며 나오는 웃음의 정체는 무어란 말인가. 남의 고통을 보며 웃다니 사이코패스인가? 웃프다는 표현이 적당한 듯하다.

다시 생각해보니 웃을 일이 아닌데 왜 웃지? 괴로움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작가의 솜씨 때문이다. 본인의 육아 경험이 오롯이 녹아들어있기도 하고! 인터뷰에서 육아를 하면서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니 아무래도 '내 이 초보 엄마 분투기를 이야기로 쓰고야 말리라!' 라고 다짐했을 것 같다. 그리고 두 소설에 등장한 육아템(젖병 소독기와 돌보미 탑재 차량)은 SF소설이 아닌 현실에서 곧 만날 수도 있겠다. AI 기술은 빠르게 발달중이고 무엇보다 수요가 폭발적일 것이니 말이다.

이 소설들은 단순히 AI장비가 육아의 고충을 해결해주리라는 것만 말하는 건 아니다. 두 장비 모두 심신이 지쳐가는 주양육자이자 초보 엄마와 조근조근 얘길 나눈다. 특별하거나 거창한 대화가 아니다. 하루종일 아기와 집에만 있는 엄마들의 심금을 울릴 포인트다.

육아분투기가 소재이나 AI가 단순히 일을 보조한다기보다는 돌봄에 지친 엄마의 마음을 돌봐주는 일이다. 작가는, 돌보는 일을 하는 이에게도 분명 마음을 토닥여줄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넓게 보면 비단 육아에 지친 이들에게만 필요한 건 아닐 거다. 책은 읽으며 나도 육아AI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나는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한지 너무 오래 되었다. 학생의 마음을 읽어주고, 공감의 언어를 사용하고, 방긋방긋 웃어주며 아주 작은 것에도 엄지를 들어올리거나 하이파이브를 해주는 노동을 하고 있으나 가까운 이들과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대면할 시간이 없기도 하거니와 어색하기 그지 없다. 그래서 나는 소설을 읽는다.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에 끼어들기도 하고 작가에게 묻기도 한다. 텍스트 속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산다. 비정상적이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울감에 빠제 허우적댈테니까...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가 있는 요일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소영 작가의 <스노볼>을 인상 깊게 읽었고 차기작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3년여 만에 신작이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 <네가 있는 요일>을 창비의 소설Y클럽 9기 도서 서평단에 선정되어 가제본으로 읽게 되었다. <스노볼>에서 다룬 계급사회가 이번에는 더욱 촘촘하게 그려진다. <네가 있는 요일> 속 세계관은 환경파괴와 식량난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 7부제 사회가 시행되는 미래다. 사람들은 일주일 중 정해진 하루만 현실에서 생활할 수 있으며, 나머지 엿새 동안은 가상 현실 낙원에서 지낸다. 물론 이런 불편한 생을 살지 않아도 되는 이들도 있다. 짐작하겠지만 특권 계층은 365라는 이름으로 제 몸 속에서 그대로 살아간다


수요일에만 현실을 살아가는 수인현울림은 같은 몸을 쓰는 화인강지나 때문에 갑자기 죽게 된다. 울림은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려고 임시로 다른 몸을 쓰면서 한발 한발 그 비밀에 다가간다. 이 지점이 품고 있는 미스터리적 요소는 독자를 소설 속으로 확 끌어당긴다. 사라진 빌런 강지나의 실체를 어서 알아내고 싶은 마음에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질 수 밖에 없다. 종국에 강지나는 어떤 형벌을 받을지, 울림의 짜릿한 복수에 동참하고 싶은 심정이 될 것이다.


이 소설의 장르는 SF. 그러나 막바지로 갈수록 로맨스가 강하다. 전반부에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려지는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현실이 될 것 같아 두렵고 암울하지만 사랑으로 마무리되어 심장이 말랑말랑 해지는 기분이다. 물론 지금의 답답한 현실이 더욱 부정적으로 심화되는 상황들도 많다. ‘환경부담금을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온전한 신체를 가지게 되는 설정은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지금, 돈과 권력을 가진 초고위층이 누리는 세상은 결코 하위 계층에게 허락되지 않는 현실 세계와 다르지 않다.


또한 AI가 인간의 영역에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이 체감되고 있지 않나. 소설의 사회를 읽다보면 우리의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는 미래가 충분히 그려지고 AI가 되고 싶어하는 인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외모와 전혀 구분되지 않는 AI가 주인공인 영화, 스스로를 인간으로 생각하며 살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혼란스러워하는 영화는 이미 나와 있으니 그 반대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


등장인물들은 20대 초반이지만 열일곱 살 때의 일들이 서사의 큰 축이기에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다. 공부 기계처럼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이 소설을 읽으며 미래 사회를 예견해 보거나 현재를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해볼 수 있고,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어른도 재미있게 읽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할 소설이다. 학부모라면 자녀를 너무 자신이 만든 틀 안에서 키우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장면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스노볼>을 읽고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던 독자라면 아주 만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 마지막에 울림이 지나를 찾고 지나는 벌을 받게 된다. 독자에 따라 그 부분이 살짝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울림의 복수가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큼 가혹하게 펼쳐지리라 예상했다면 조금 심심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의 최후가 반전이라면 반전인데, 365인 지나가 영원한 감옥에 갇히게 된 것이므로 가혹한 형벌이 맞단 생각이다.


로맨스 부분은 현실에서 치매 환자가 사랑하는 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와 유사하게 상정했다. 몸이 다르고 이름이 달라도 혼은 그대로이기에 서로를 알아보고 기억할 것이라는 설정과 이룬의 기억이 하나 둘 사라져 울림을 알아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설정이 그러하다. 그럼에도 슬프지만은 않다. 울림의 대사가 뻔하기는 하나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에겐 사랑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것 같았다.


"너는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날 좋아할 거고, 나는 네가 기억을 잃고 어떤 식으로 변하든 너를 좋아할 거야. 그럼 된 거잖아."


"아침마다 네가 나에 대한 기억을 전부 잃은 채로 눈을 뜬다고 해도, 어차피 너는 또 나를 좋아할 거잖아."


"그러면 내가 매일 말해줄게.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위 리뷰는 창비에서 가제본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보다 향기로운 날들 - K-플라워 시대를 여는 김영미의 화원 성공백서
김영미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꽃을 예쁜 쓰레기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일견 맞는 말 같지만 나는 인정하기 어렵다.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며 엄지척하고 먹는 한우는 하루 이틀이 지나면 똥으로 나온다. 그건 쓰레기 아닌가? 소고기를 보면서 입맛을 다시지만 예쁘다고 하지는 않는다. 꽃을 보면 해사한 미소가 절로 지어지고 주위도 아름다워진다. 먹는 것과 보는 것의 차이지만 우리가 소비하는 많은 것들이 언젠가는 쓰레기가 되어 버려진다. 유효기간의 차이 정도만 있을 뿐이다.


나는 꽃에 대해 무지했고 관심도 없었다. 재작년 화훼기능사 자격증반에서 공부를 하면서부터 꽃을 알게 되었고. 꽃과 함께 하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꽃 한 다발은 금액에 비해 훨씬 더 큰 충만감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무슨 날이 되면 주위 사람들에게 꽃을 선물하게 되었고, 나를 위해서도 집에 꽃을 꽂아두게 되었다. 아름다운 꽃을 조화롭게 꽂아 한 바구니를 만들어내는 행위는 큰 만족감을 주었다. 내게 꽃꽂이는 한우를 먹는 것보다, 비싼 커피와 조각 케이크를 먹는 것보다 더 가치롭다. 경제적 효용으로 따져봐도 내겐 꽃의 효용성이 가장 크다.


열혈 간호사, 플로리스트로 다른 세상을 열다라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와서 서평단에 신청한 책이 <꽃보다 향기로운 날들>이다. 저자 김영미씨는 사람꽃 농원이라는 화원을 운영하면서 꽃만큼이나 아름답게 자신의 삶을 가꿔나가는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간호사를 천직으로 생각했으나 남편이 화원을 시작하면서 같이 일하게 되었고, 갑자기 찾아온 암과 치료, 종양의 재발, 그리고 남편의 사망까지. 한 사람이 짧은 삶 속에 이렇게 시련이 연거푸 닥치다니... 견뎌내기 몹시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좋은 일이든, 좋지 않은 일이든 큰 인생길에 지나가는 과정이라 여기게 되어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고 했다.


p. 78


나는 행복의 비밀을 깨달았다. 행복의 비밀은 감사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깨닫다라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 깨달음은 무언가를 깨닫고서 그 깨달은 것을 삶 속에 녹여내느냐에 달려 있다. 깨닫기 전후의 삶이 같다면, 그것은 깨달은 것이 아니다. 깨달았지만, 체화되지 않는 것들은 여전히 내 것이 아니므로 그저 흘러가는 정보일 뿐이다. 삶에 적용되어 나타났을 때, 개달음은 지식이 되고 지혜가 된다.



기독교인인 그녀는 늘 감사 기도를 하고 기록한다. 감사노트에 빼곡히 채운 글들이 자신을 웃음 짓고 행복하게 해준다고 말한다. 아마 그 감사노트 덕분에 이렇게 책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오래전부터 책을 쓰고 싶었다. ‘한국책쓰기강사양성협회를 운영하는 김태광 대표를 만나 그의 모토, “성공해서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책을 써야 성공한다!”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김태광 대표의 도움으로 그녀는 자신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이렇게 이 책은 단순히 플로리스트의 꽃 이야기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가 들어있다


4장 마음이 행복해지는 꽃집 에는 화원을 운영하며 만나는 사람들과 소소한 일상을 담았고, 꽃 다루는 방법, 꽃도 소개한다. 꽃을 선물 받긴 했는데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에게 유용한 팁들이 있어서 아래 첨부한다.




저자는 이 장에서 영화 <어바웃 타임>의 마지막 대사를 인용했다




지금을 소중하게 여기며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임을 알려주는 이 영화를 나도 인상 깊게 봤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하곤 한다.


이 책에는 꽃 정보가 많지 않다. 그러나 꽃만큼 향기로운 나날을 사는 저자의 모습을 보며 문득 꽃 한 송이 사서 꽂아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도 향기로운 사람이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통과 소통에 대한 통찰, 자신의 고통을 온전히 표현 가능한지 성찰, 그리고 인간은 혼자라는 엄연한 사실 확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