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는 요일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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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작가의 <스노볼>을 인상 깊게 읽었고 차기작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3년여 만에 신작이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 <네가 있는 요일>을 창비의 소설Y클럽 9기 도서 서평단에 선정되어 가제본으로 읽게 되었다. <스노볼>에서 다룬 계급사회가 이번에는 더욱 촘촘하게 그려진다. <네가 있는 요일> 속 세계관은 환경파괴와 식량난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 7부제 사회가 시행되는 미래다. 사람들은 일주일 중 정해진 하루만 현실에서 생활할 수 있으며, 나머지 엿새 동안은 가상 현실 낙원에서 지낸다. 물론 이런 불편한 생을 살지 않아도 되는 이들도 있다. 짐작하겠지만 특권 계층은 365라는 이름으로 제 몸 속에서 그대로 살아간다


수요일에만 현실을 살아가는 수인현울림은 같은 몸을 쓰는 화인강지나 때문에 갑자기 죽게 된다. 울림은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려고 임시로 다른 몸을 쓰면서 한발 한발 그 비밀에 다가간다. 이 지점이 품고 있는 미스터리적 요소는 독자를 소설 속으로 확 끌어당긴다. 사라진 빌런 강지나의 실체를 어서 알아내고 싶은 마음에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질 수 밖에 없다. 종국에 강지나는 어떤 형벌을 받을지, 울림의 짜릿한 복수에 동참하고 싶은 심정이 될 것이다.


이 소설의 장르는 SF. 그러나 막바지로 갈수록 로맨스가 강하다. 전반부에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려지는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현실이 될 것 같아 두렵고 암울하지만 사랑으로 마무리되어 심장이 말랑말랑 해지는 기분이다. 물론 지금의 답답한 현실이 더욱 부정적으로 심화되는 상황들도 많다. ‘환경부담금을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온전한 신체를 가지게 되는 설정은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지금, 돈과 권력을 가진 초고위층이 누리는 세상은 결코 하위 계층에게 허락되지 않는 현실 세계와 다르지 않다.


또한 AI가 인간의 영역에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이 체감되고 있지 않나. 소설의 사회를 읽다보면 우리의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는 미래가 충분히 그려지고 AI가 되고 싶어하는 인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외모와 전혀 구분되지 않는 AI가 주인공인 영화, 스스로를 인간으로 생각하며 살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혼란스러워하는 영화는 이미 나와 있으니 그 반대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


등장인물들은 20대 초반이지만 열일곱 살 때의 일들이 서사의 큰 축이기에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다. 공부 기계처럼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이 소설을 읽으며 미래 사회를 예견해 보거나 현재를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해볼 수 있고,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어른도 재미있게 읽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할 소설이다. 학부모라면 자녀를 너무 자신이 만든 틀 안에서 키우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장면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스노볼>을 읽고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던 독자라면 아주 만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 마지막에 울림이 지나를 찾고 지나는 벌을 받게 된다. 독자에 따라 그 부분이 살짝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울림의 복수가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큼 가혹하게 펼쳐지리라 예상했다면 조금 심심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의 최후가 반전이라면 반전인데, 365인 지나가 영원한 감옥에 갇히게 된 것이므로 가혹한 형벌이 맞단 생각이다.


로맨스 부분은 현실에서 치매 환자가 사랑하는 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와 유사하게 상정했다. 몸이 다르고 이름이 달라도 혼은 그대로이기에 서로를 알아보고 기억할 것이라는 설정과 이룬의 기억이 하나 둘 사라져 울림을 알아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설정이 그러하다. 그럼에도 슬프지만은 않다. 울림의 대사가 뻔하기는 하나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에겐 사랑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것 같았다.


"너는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날 좋아할 거고, 나는 네가 기억을 잃고 어떤 식으로 변하든 너를 좋아할 거야. 그럼 된 거잖아."


"아침마다 네가 나에 대한 기억을 전부 잃은 채로 눈을 뜬다고 해도, 어차피 너는 또 나를 좋아할 거잖아."


"그러면 내가 매일 말해줄게.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위 리뷰는 창비에서 가제본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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