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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고래 ㅣ 단비 청소년 문학 42.195 41
박경희 지음 / 단비 / 2024년 3월
평점 :
아동 청소년 탈북문학 전문작가로 불리는 박경희 작가의 신작 <사막 고래>가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은 두물머리 언덕 위에 들어선 대안학교 ‘날개 학교’가 배경이다. 학생들에게 멋진 날개를 달아주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아들을 잃은 아픔이 있는 교장 선생님과 학생들의 길라잡이가 되고 싶은 나침반 선생님, 신입생 은우, 유주, 나은, 수호가 주축이 되어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는 대안학교라는 공간적 배경 속 각기 다른 사연과 고민을 가진 학생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청소년 독자들은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며 소설을 읽을 것이다. 또 그들이 진로를 찾기 위해 하는 활동을 간접 체험해봄으로써 막연하던 꿈이 선명해지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내가 만나는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학생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지 않는 ‘날개 학교’를 부러워 할 듯싶다.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많은 수의 남학생들이 놀고 먹으며 게임하고 싶다고 대답한다. 부모가 시키는 공부를 꾸역꾸역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뭘 잘 하는지 모르고 공부기계처럼 학교와 학원을 오간다. 이 책을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입시를 위한 공부에 매몰되지 말고 고개를 들어 시야각을 넓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 속 아이들의 상황이 좀 극적이긴 하지만 대부분 청소년의 고민은 등장인물 네 명의 그것과 유사하게 분류된다. 학부모와 교사로서 내가 유심히 바라본 지점은 부모들이었다. 허무감에 빠져 있다가 여행 작가의 꿈을 키우게 되는 유주의 경우는 아빠가 사진작가라서 딸과 함께 여행하며 경험을 많이 쌓도록 도와준다. 수호는 유주와 정반대다. 부모 없이 할머니 손에 키워졌는데 삼촌에게 학대를 받아서 비뚤어졌고 5호 처분(장기 보호 관찰)으로 날개학교에 오게 되었다. 부모가 번듯함에도 심각한 결핍을 느끼는 은우는 부모에게 버림받았다고 여긴다. 각각 재혼한 부모는 자신에게 무관심하다가 간헐적 부모 역할을 하는 그들을 이중적이라고 생각한다.
자식을 잘 키우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어떻게든 공부를 많이 시키려고 한다. 치열한 경쟁사회인 한국에서 번듯한 일자리를 가지고 잘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은 너나없이 한결같다. 그런데 자녀가 사춘기를 지나 청소년기가 되면 일방적인 강요와 간섭이 잘 먹히질 않는다. 자녀가 부모를 절대자가 아닌 평범한 개인이라는 존재로 인식하게 되는 시점이 되기 때문에 이 시기 자녀와의 소통은 아주 중요하다. 그럼에도 모든 안테나를 공부에만 집중하고 자녀의 마음 상태에는 별 관심을 쏟지 않는다.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부모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물론 부모도 완벽하지 않은 한 인간인지라 늘 자녀에게 바람직한 모습만 보일 순 없다. 이혼했다고해서 모든 자녀가 비뚤어지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이고 부모이기에 아이들의 마음이 평안하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게 선행되었을 때 공부에 관심이 생기고 자신의 미래도 꿈 꿀 여력이 생긴다.
작가는 이 책에서 여러 양상의 부모들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부모들이 꼭 읽길 추천한다. 책에 나오는 부모들의 모습에서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내 아이에게 성적만 강조하지는 않았나, 교우관계에 얼마나 신경을 썼던가, 아이들이 가장 오래 생활하는 학교에 관심을 기울였는지를 생각해보며 진정으로 내 아이를 위한다는 것이 무엇일지 돌아보자. 청소년 흡연, 학습 및 진로, 대안학교 등 책에서 다룬 것처럼 아이와 토론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럼 수호와 같이 부모가 없거나 이혼처럼 어떤 이유로든 부모가 자녀와 소통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 작가는 ‘날개 학교’의 교장선생님과 나침반 선생님 같은 어른을 그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작가는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북토크를 자주 하고 있기에 현장에서 열성적으로 지도하는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을 것이다. 학생을 사랑하는 선생님들을 믿어주고 응원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부모의 부재를 교사가 100프로 메꿀 수는 없다. 그러나 학교에서 성심으로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있어야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다.
교권 추락이라는 말이 어제 오늘 회자된 건 아니나 작년 서이초 사건 이후로 선생님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중학교에서 20년 넘게 국어교사를 했던 내 친구도 올해 명예퇴직을 했다. 점점 학생들을 지도하기 힘들어졌고 학부모들 대하기가 무서워졌다고 했다. 사회 곳곳에서 여러 직업을 AI가 대체할 것이라지만 선생님과 친구는 AI가 대신할 수 없다. 학교라는 공간에서는 공부뿐 아니라 인간관계를 배우기 때문에 그것은 인간만이 가능하다.
아이들이 푸른 바다를 유영하는 고래처럼 자유롭게 상상하고 원하는 일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