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샘터 2019.2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월간 샘터 2월호의 표지는 비단신이다. 곱디고운 색깔의 비단으로 만든 신을 보니 옛날 여염집 아낙이 당혜를 가지면 차마 신고 다니지 못하고 이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번 호의 특집 사연은 "겨울밤 군것질의 추억"이다.
대부분 가난했던 시절에 먹었던 겨울밤 간식 이야기이다. 이제는 먹지도 않는 아니, 먹을 수도 없는 것들이지만 참으로 맛나게 먹었다는 기억을 떠올리는걸 보면 아마도 돌아갈수 없는 시절에 대한 추억 때문이리라. 이 사연들을 읽다보니 나도 어릴적 아버지의 퇴근을 기다리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퇴근해 오실 때마다 뭔가를 사들고 오셨는데 겨울엔 귤이나 붕어빵같은 것이었고 우리 남매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과자였다. 지금처럼 손쉽게 사먹을 수있는 종류가 많지 않았던 시절에 아버지의 퇴근은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얼마전 꺼내보았던 일기장에도 그 내용이 쓰여진 것을 읽고 추억에 잠겼었다.
이번 호 <마을로 가는 길>은 충남 부여군 송정리의 송정마을 이야기다.

이곳은 그림책 마을이다. 외딴 시골마을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찻집이 있고 그곳엔 그림책을 쓴 할머니 작가들이 반겨준다. 바로
<송정그림책찻집>이다. 이 마을엔 문패 대신 집주인의 그림책 표지가 담긴 액자가 집집마다 걸려있다. 물맑은 송정저수지가 있고 저마다의 알록달록한 사연이 담긴 그림책이 갤러리처럼 전시된 송정마을을 눈으로 감상했더니 직접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희망나누기' 꼭지에 소개된 것은 <피치마켓>

일명 '느린 학습자'라 불리는 발달장애인을 위해 2015년부터 그들이 읽기 쉬운 글을 출판하고 있는 "피치마켓". 누구나 누려야하는 당연한 알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발달장애인을 위해 책을 만드는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훈훈한 기사였다.
이번 호에 소개된 '길모퉁이 근대건축'은 구룡포 일본인 마을이다.

포항시가 일본식 목조가옥들을 보존해서 일본관광객을 유치하려했으나 예상대로 되진 못하고 어정쩡한 관광지가 된 곳에 작가가 다시 찾아가 구룡포의 역사를 돌아본다. 그리고 구룡포에 대한 아쉬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기록되지 않은 삶은 쉽게 사라져버린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목포의 어느 마을이 겹쳐진다. 그 곳의 옛가옥들을 보존하여 문화재 마을로 만들겠다던 국회의원과 정치적인 뉴스거리로 만드는 언론플레이 때문에 공연히 몸살을 앓게 만드는건 아닌가 싶다. 이번 일로 가장 큰 피해자는 그 곳의 주민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