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해자들에게 - 학교 폭력의 기억을 안고 어른이 된 그들과의 인터뷰
씨리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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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종류의 영상이나 글을 잘 보지 못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어떤 대상이 괴롭힘 당하는, 혹은 버려지는, 배제당하는 그런... TV프로그램 동물농장같은 경우도, 특이하고 신기한 동물이 등장할 때는 재미있게 보다가 버려지거나 학대당해서 힘들어하는 동물이 나오면 채널을 돌린다. 그러니 이 책 <나의 가해자들에게>의 소개를 보고 선뜻 책을 펼치지 못했다. 미루고 미루다가 리뷰 마감일 직전에야 책을 들었다.

 

<나의 가해자들에게>는 유튜브 채널 <왕따였던 어른들, Stop bullying>을 책으로 낸 것이다. 공개된 영상은 20여분 정도이지만 사전 인터뷰까지 포함하면 8시간이 넘는 인터뷰였다고 한다. 피디 최윤제씨는 이 인터뷰를 텀블벅을 통해 독립출판물로 먼저 냈다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알에이치코리아와 재출간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학창시절 왕따 당했던 어른들 10(여자5,남자5)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목차는 여자 반과 남자 반으로 구분하였고 각 반에서는 학교 수업시간표처럼 구성해서 다른 종류의 질문을 한다. 순서는 아래와 같다.

 

 

 

 

인터뷰이들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이 답답했고 책장을 계속 넘기기가 힘들었다. 고백하자면 100%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도 없었다. 나는 왕따를 당한 적도 해본 적도 없었다. 이건 내가 학창시절을 잘 보냈다는 뜻이 아니다. 나의 학창시절엔 왕따라는 단어가 없었기 때문이고 그 뜻은 또, 현재 내 나이가 많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고 싶다. 이런 이야기들을 계속 할 수 있어야 하고, 해야 한다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상처를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한 인터뷰이 주연씨의 말을 인용한다.

 

 

왕따 당했던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내용을 인용하거나 타이핑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겼다. 내가 미성숙한건지 회피하는 인간이라 그런지... 아니 뭐라고 힐난해도 할 말은 없다. 그들은 충분히 고통 받았고 어떤 방식으로든 견뎌내고 버텨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위로해주고 싶고 옆에 있다면 가만히 한 번 안아주고 싶다.

 

가해자들 중에는 자신이 했던 행동을 아예 기억조차 못하는 사람도 있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도 있고, 경찰이 된 사람도 있다. 그들은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지 알기나 할까?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가해자들이 이 책을 보거나 유튜브를 꼭 봤으면 좋겠다. 일말의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가해자들은 떵떵 거리며 잘만 사는데 피해자들은 시간이 지나도 왜 숨어살아야 한단 말인가?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그들이 말한 왕밍아웃으로 지난 시간은 떨쳐버리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한편 가해자들을 두둔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연도 있었다. 인터뷰이 요셉씨는 필리핀에 어학연수 온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로 잠시 일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이렇게 전한다.

 

한국에서 사고 친 애들이 갈 데가 없으니까 부모님들이 외국에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그런 아이들이었죠. 거기엔 피해자도 있고 일진 애들도 있었어요. 저는 피해자였기 때문에 솔직히 피해자한테 마음이 더 갔어요. 일진 애들에게 소홀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에 걔네랑 친해져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까, 사랑을 많이 못 받고 자랐더라고요, 부모님한테조차. 그래서 마음이, 한쪽으로는 되게 미운데 한쪽으로는 뭔가 도움을 주고 싶더라구요.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 애들을 안아 주면서 사랑한다고 말해 줬어요. 그렇게 몇 개월 안했는데 애들이 바뀌는 거예요., 공부해야겠다는 목표도 세우고, 피해자 애들한테 진짜 미안하다고 하면서 눈물로 고백을 하더라고요. 지금 이 이야기를 듣고 있을 가해자 아이들이, 진짜 사과하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했음 좋겠어요.“

 

요셉씨의 말은 일견 그들을 두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가해자들도 상처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가해자들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적극 하는 것이 평생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방관자들도 보여준다. 흔히 직접 폭력을 가하지는 않고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어도 방관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직접 가해자와 피해자를 제외한 대부분은 방관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교사나 부모같은 어른들의 방관이 사태를 더 크게 악화시키는 사례가 많았다. 낌새를 눈치 챘지만 모르는 척 했던 대부분의 교사들, 자식이 집 밖에서 폭력을 당하는지 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무책임하게 살거나 집안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부모들까지... 아이들에게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할 어른들의 방관이 사건을 확장시키고 아이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물론 교내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왕따나 폭력을 지켜보면서 신고도 못하고 아예 아는 척하지 않은 친구들, 또는 피해자 근처에 다가가지 않는 아이들도 모두 방관자라 하겠다. 참견했다가 시비에 휘말릴까봐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지만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자신의 행동을 반성할 수 있다면 좋겠다.

 

피해자들은 이 인터뷰를 통해 과거를 털어내는 한바탕 씻김굿이 되었으리라고 본다. 피해자가 아닌 이들이 영상이나 책을 보았을 때는 어떤 마음일까? 내 마음이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공통된 심정인 독자들이 있으리라 기대하며 리뷰를 마친다.

 

수없이 죽음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겼던 학생들이 이제 어른이 되었다. 버티는 자가 이긴다는 말이 그들에겐 안타깝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버텨줘서, 살아있어줘서 고맙다!”

그리고 텍스트로나마 꼬옥 껴안아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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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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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경강 노을은 붉고 선명했다. 주먹밥으로 허기를 달랜 뒤 긴 밤을 지났다. 불을 피운 자리에 새순 같은 바람이 불어 다녔고, 모두의 눈빛은 별만큼이나 또렷했다.

 

- 저녁은 서둘러 밀려왔다. 구름 걷힌 겨울밤 달빛은 낮고 조용했다. 존현각 뜨락을 비출 때 달빛을 머금은 보풀이 박석 위로 떠올랐다. 보풀 속에 해금 소리가 들려왔다. 장악원 담장을 넘어온 선율은 맑고 청아했다.

 

- 해가 기울었다. 먼 능선에서 새들이 날아올랐다. 새 울음을 깔고 세상은 어둑어둑 먹물로 채워졌다. 바람부는 대숲을 빠져나와 박해무는 오래 걸었다. 어둠이 출렁거리며 밀려왔다.

 

- 며칠 사이 능선은 파랗게 물들었다. 하늘과 맞닿은 능선은 조밀하고 차분해 보였다. 산자락마다 초록 물결이 넘실거렸고, 산맥을 타고 넘어온 초여름 색채는 물빛에 가까웠다.

 

- 초저녁 새들이 높지 않은 곳에서 재재거렸다. 해 진 뒤 산마다 숨겨둔 늑골을 헤집고 새들은 날아올랐다. 새들이 능선에 둥근 무늬를 그려놓곤 별무리 속을 헤엄쳐갔다.

 

- 존현각 하늘 위로 별들이 소리 없이 지났다. 별들은 달을 중심으로 도는 듯이 보였다. 달빛 내린 앞뜰은 빛과 소리가 흔했다. 소리 속에 빛이 와글거렸고, 빛이 내린 자리마다 소리가 들끓었다.

 

 

서철원의 장편소설 <최후의 만찬>에서 시작하는 문단으로 사용된 것들 중 마치 영상처럼 확연히 보이고 잘 들리는 것을 골라봤다. 작가는 챕터의 첫 문장을 대부분 짧게 시작한다. 묘사보다는 시각과 청각적 서술이 주가 되고 동사로 술어를 마무리한다. 그래서 그림같다는 표현보다 영상같다고 한 것이다. 김훈의 단문과 서술이 얼핏 떠오르기도 하지만 이 작가만의 스타일도 분명 있다.

 

작가는 혼불문학상처음 제정된 이후로 5번이나 이 상에 응모했고 기어이 올해 <최후의 만찬>으로 대상을 거머쥐었다. 작가는 <혼불>의 작가 최명희 선생의 글을 통해 글의 원리나 문장을 많이 배웠다고 한다. <혼불>을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비교하지는 못하지만 서작가의 문체가 최명희 작가와 비슷한 면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혼불>을 한번 읽어봐야지 하고선 대하소설이라 시작할 엄두도 못내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나는 소설을 쓰지는 않지만 작가처럼 생동감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은 있다. <혼불>을 읽고 문장공부를 해야할까...

 

다시 <최후의 만찬>으로 돌아가보자. 책 제목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과 같고 표지에도 그 그림을 사용했다. 역사소설이라고 했는데 다빈치의 그림이 우리나라와 어떤 시대, 어떤 사건과 연결을 지어놓았을지 궁금했다. 읽다보니 유려한 문장이 눈에 들어와서 그의 문장으로 리뷰를 시작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정조시대, 천주교가 서학이란 이름으로 민간에 널리 퍼질 때 천주교인들을 박해했던 상황들을 주로 다룬다. 처음은 신해박해로 시작한다. 조선 최초로 가톨릭을 박해한 사건으로 윤지충과 권상연이 첫 순교자가 된다. 소설에서는 그들이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모사본을 가지고 있어 처형당하게 되고 그 그림이 정조의 손에 들어간다. 정조는 김홍도에게 그 그림에 대해 알아보도록 시키고 로마에까지 다녀온 김홍도는, 그곳에서 세종시대 과학자 장영실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그림의 배경이 되는 뒤쪽, 그러니까 중앙에 있는 예수의 뒤쪽에 보이는 산이 인왕산이라는 것이다.

 

, 잠깐 여기서 너무 황당무계하다고 생각하진 말자!

이건 소설이잖은가...

작가의 상상력에 놀라워하자!

 1400년대를 살았던 장영실이 로마까지 가서 다빈치랑 협업을 했다는 상상력!

대단하다!!

그리고 그 둘의 공통점을 연결한 것까지.

 

이 책에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정조, 정약용을 위시하여 당시 북학파들, 화가 김홍도등 실제 인물들과 가상의 인물들이 혼재되어 스토리를 이어간다. 가상의 인물인 도향과 정약용의 러브라인은 자못 진지하여 아니, 우리의 다산선생이?’이런 생각이 잠시 스쳤다.

허나 워워~~

이건 소설이잖은가...

소설적 재미라고 생각해 두자!

그래도 다산선생의 베드신은 참 거시기했다.

그보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압권이었다. 아무리 화성을 건축하신 우리의 다산선생이지만 1700년대(1800년대 다 돼가는 1700년대 후반)에 오늘날 카메라의 원형인 카메라 옵스큐라를 사용하시고 게다가 촬영, 인화까지 하시다니!!

넘나 놀랐지만 어쩌겠는가?

이건 소설이잖은가...

 

마지막엔 환타지 장면이 가미되는데, 그림 최후의 만찬과 유사한 느낌으로 인물들이 정렬해서 서게 된다. 중앙에 정조 임금, 좌측에 실학자들, 우측에 천주교 박해로 산화한 가상의 인물들이다. 그 장면을 우리의 다산선생이 찍는다.

여기까지 리뷰를 읽었다면 고개 갸웃거리게 될 것 같다.

 

그래서?

정조시대, 천주교 박해를 주 사건으로 하여 실존인물과 가상인물들이 세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가 큰 줄거리인 건 알겠는데, 이 소설의 주제는?

이 리뷰만으론 당최 알 수가 없는데??라고 생각할 줄 안다.

나도 그랬다. 책을 다 읽었는데 주제를 잘 모르겠는 거다. 이것이 주제를 암시하는 문장인가?싶은 것들을 찾느라 책갈피 표시해둔 것들을 다시 훑었다. 그래서 나온 성과가 이 글의 모두에 나온 인용문장들이다.

그렇다. 그것은 수확이고, 주제는 못 찾은거다.ㅠㅠ

나 독해력 딸리냐? 나 그렇게 바보는 아닌데...

 

그래서 심사평을 읽었다.

얏호~~~했다.

심사위원도 나랑 비슷했다는 거!!

특이하게도 리뷰에 심사평을 인용하며 나를 쉴드치려 한다.

 

도대체 이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신해박해라는 천주교의 순교......? 변화하는 시대, 지나간 시간 속에 잃어버렸던 대동 사회의 꿈......? 정약용과 도향 두 천재 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달콤한 로맨스......? 아니면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실존적인 갈등......? 어쩌면 그 모든 것이거나 그 모두가 아니거나 일 것이다. 그것은 작가가 말하고 독자가 대답해야 할 문제로서 심사위원들 영역이 아니다. 다만 우리 문학에서 오래간만에 만나는 품격 높은 새로운 역사소설이 탄생했다는 사실에 모두 주목했다. 이 작가가 오랜 절차탁마를 거친, 깊은 내공의 소유자라는 것은 이런 고도로 절제된 시적 문장에서도 잘 드러난다.

(중략) 이 작가의 감성은 무지갯살처럼 아름답다. 난해하고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문장은 시적이고 환상적이다. 같은 작가로서 시샘이 날 정도이다.

 

 

... 얼마나 다행이게요~~^^ 그 짱짱한 심사위원들도 잘 모르겠다는 주제의식을 일개 독자인 내가 아는게 더 이상한 거~~

, 좀 걸리는 것은 위에 줄친 부분!

... 이거 너무 책임 회피인 듯... 주제파악은 심사위원이 할 일이 아니고, 품격높은 역사소설의 탄생은 알렸으니 나머지는 알아서들 하세요! 라니...

 

그래서 나는 또 작가의 뉴스 기사를 검색했다.(, 저 꽤 집요하다고요? 꼭 그렇진 않아요~~ 단지 리뷰를 쓰는데 주제를 언급하지 못하고 글을 마무리한다는 건 마치 변을 보고 뒤를 처리하지 않아 변이 발생할 수 있으니 그걸 막으려는 것일뿐~)

오호~ 찾았다.

 

뉴스원 108일자 기사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 시대의 자유, 평등이 이 시대에도 유효한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최후의 만찬>의 배경인 예수의 시대와 조선에서 천주교가 탄압된 시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 말했다. 작가는 지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랐었다며,

정치적 내용을 떠나 소설을 쓰며 든 마음이 국민 대다수가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싶었다. 이 소설에 울분이 많이 들어있고, 소설 속 억압받는 인물들의 삶이 저와 다르지 않다.”

고 했다.

 

...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유와 평등을 갈망하던 조선후기 민중들과 민본사상으로 통치하겠다던 정조와 그 주역이라할 수 있는 정약용을 포함한 기득권 집단간의 괴리감. 이 구도는 필연적으로 갈등을 유발한다. 그 갈등을 대화로 풀어내기에는 그 시대가, 당시의 통치세력의 역량이 부족했다. 종교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기보다 당시 민중들이 꿈꾸던 자유와 평등사상에 더 방점을 두고 읽으면 조금은 쉽게 다가올 것이다.

 

그래도 이 책은 읽기가 그리 녹록치 않다. 나 같은 경우, 앞에도 밝혔지만 너무 잘 아는 실존인물과 가상인물간의 지어낸 이야기에 몰입이 잘 안되었다. 왜냐하면 역사적 인물이다보니 내가 아는 지식한도 내에서 자꾸 비교 검증하려는 심리가 불뚝불뚝 솟아나서 방해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반부 즈음부터는 해탈해지기로 꿋꿋이 마음을 먹고 작전을 바꿨다. 아름다운 문장 찾기에 몰두하면 방해공작에서 좀 벗어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많이 건져서 글 서두에 써먹었다!! 심사평에서 심사위원이 고른 문장은 옮겨적지 않았다. 내가 고른 문장(마치 동영상 같은)이 따로 있어서 그 문장을 끝으로 이 리뷰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부디 이 책이 난해하다고 중도포기하지 말길 바란다. 끝까지 읽어내면 분명 어떤 선물을 받게 될 것이다. 퀘스트를 깼을 때 레벨업 되거나 양질의 아이템을 득템하게 될 것임을, 우린 잘 알고 있다!!

 

변음이 울릴 때 도몽의 칼은 하얀 꽃잎이 되는 것 같았다. 김순의 칼에서 젖은 물기가 보였다. 김혁수의 칼 속으로 마른 바람이 불어갔다. 배손학의 칼에서 시경은 보이지 않았다. 이하임의 칼에서 살수는 사라져 있었다. 박해무의 비선무 위로 세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세자의 눈과 임금의 눈은 몹시 닮아 있었다. 저마다 칼은 다른 세계에 갓 피어난 꽃잎 같았다. 시간이 멎어 있었고, 오래전 세자 이선이 꾸었던 꿈속 같았다. 칼날 위에 꽃잎이 내렸다. 곷잎 위로 칼이 지나갔다. 꽃잎은 칼에 닿으면서 형체를 지웠다. - 변음과 함께 수천수만 마리 검은 나비 떼가 카메라 옵스큐라 안으로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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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선재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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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하나!

회사가 당신을 평생 책임져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질문 둘!

당신이 퇴근 후에 하는 가장 재미있는 일은 무엇인가?”

 

질문 셋!

당신이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회사를 그만둘 것인가?”

 

 

당신은 직딩이다. 당신의 일주일은 집회사집회사집……이다. 퇴근하면 TV 리모콘 붙잡고 이리저리 돌리다 잠이 든다. 남들은 퇴근 후 운동이나 악기 연주 같은 취미생활을 한다는데 부럽지만 귀찮다. 어떤 이들은 6시까지는 일하고 6시 이후부터는 딴 짓을 하며 재미있게 논다는데 어떻게? 무얼? 재미있게 하는지 궁금하기는 하다.

 

이런 직딩이라면 필독해야할 책이 나왔다. <딱 여섯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책이다. 책의 저자 이선재씨는 회사를 바꾸거나 그만둔다고 해도 끝나지 않을 고민들에 대해 우리가 좀 더 자주, 진지하게 얘기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일의 중심을 로 바꾸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렇게 활동하는 9인을 인터뷰했다. 저자는 현재 독서모임기반 커뮤니티 서비스 트레바리에서 서비스 기획, 개선 업무를 맡고 있다.

 

앞서 했던 질문에 대한 당신의 대답은 어떠한가?

첫 번째 질문의 답은 모두 아니오라고 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더 이상 평생직장의 개념은 없으며, 10년 후? 아니 5년 후에도 현재 회사를 다니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다양할 것이나 몇 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 재미를 추구한다는 건 내 현실에선 어불성설이라며 아니오라고 답할 부류, 취미생활을 하는 부류, 친구 만나 술 마시며 놀거나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부류 정도가 될 것이다.

세 번째 질문의 답은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두지 않겠다고 답할 것이다. 실제로 1등 당첨자 대상 설문조사에서 90%넘는 사람들이 계속 다닐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로또에 당첨되어도 회사는 다닐 것이란 대답은, 일의 필요성과 만족감이 인간에게는 꼭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그 일을 할 회사가 나를 계속 책임져 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불안감을 안고 살면서 이직을 꿈꾼다. 당신은 스트레스 만땅이었던 회사에서 퇴근하면 푹 쉬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퇴근 후에 뭔가 다른 일을 한다는 건 언감생심 꿈도 꿔본 적 없다.

 

, 그럼 위와 유사한 상황의 직딩! 당신은 푹 쉰 다음 날, 회사에 가는 것이 너무나 즐거운가? 일이 당신을 설레게 하는가?

아닐 것이다. 보통 회사라는 건 스트레스 유발물질이 그득그득 들어있어 들어갔다 나오면 온 몸과 정신에 스트레스가 묻어 그 후유증이 상당하다.

그런데 여기 프로 딴짓러들이 있다. 6시 칼퇴후 자기 하고 싶은 일하며 아주 만족도 높은 삶을 살고 있다. 놀랍고도 궁금하지 않은가? 여기서 자기 하고 싶은 일이란 대체 뭘까? 투잡을 말하는 건가? 이직을 위한 준비란 말인가?

 

아니다!! 그냥 저 좋아서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딴짓 혹은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그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들이란, 제목처럼 딱 여섯시까지만 일한 후 6시 이후에는 펍 운영하는 사람, 유튜브 하는 사람, 소설 쓰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 독서모임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여기까지 읽고 또 질문이 생길 것이다.

그 일이라는 게 돈 버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퇴근 후에 저런 활동을 하면 그 다음날 회사 생활에 지장있는 게 아닌가?”라고 말이다.

인터뷰이들은 아니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몸이 피곤했지만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서 적응하면 두 가지를 병행하는데 무리가 없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미있게 열정적으로 한다고 말한다. 당장에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누적된 활동들이 다른 일로 옮아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굳이 하위징어의 호모 루덴스라는 말을 언급하지 않아도 느낌 올 것이다. 생계를 위해, 삶의 밸런스를 위해 일하고, 그 이후의 시간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놀다보면 뭐가 되도 된다.

 

이 책의 인터뷰이 두 명의 말을 들어보자. 아래는 소설가 신원섭씨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난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라는 걸 느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자의식에 상처받기도 하고 내 존재 이유를 깊게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럴 때 꾸준히 시간을 들여 해왔던 사이드 프로젝트, 저 같은 경우에는 글이 도피처가 되어주더라고요.”

 

또 다른 이는 직장인 브이로그 맛집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한시연씨다.

삶의 활력이 돼요. 피곤할 거라고 많이들 생각하시는데 아니에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사실 제일 피곤해요. 무미건조하고 반복된 일상을 살아가는 게 제일 지치고 피곤하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잠이 좀 부족하고 그런 건, 전 오히려 괜찮아요. 재미있어요.”

 

우리는 그동안 딴짓 좀 하지 말라는 퉁박을 많이 듣고 살아왔다.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금지당한 딴짓은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폭 빠졌던 것들이다. 그것은 게임일 수도, 환타지 소설일 수도 있다. 그런 것 좀 한다고 해서 인생 어떻게 되는 것 아닌데 우리는 너무 금지당하고 살았다. 이제 어른이 되어 직장생활을 하면서 보니 또 누군가가 정해좋은 규정속에서 살고 있다. 일주일에 5일 동안 주 52시간 일하라는 규준에 따라야 한다. 한 곳에 소속되어 눈치보며 일해야 한다. 그런 규정에 묵묵히 따를 것인지 과감하게 자신이 정해서 회사와 딜을 할 것인지, 급여를 받는 일 외에 퇴근 후 내가 좋아하는 재미난 일을 하며 살 것인지, 집에서 TV 리모콘을 들고 소파에 누워있을 것인지는 당신이 정하면 된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지금 당장 하라고!!

인터뷰이들도 10년 간 고민하다가 시작했다는 사람이 많았다. 10년 전에 시도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해보았을 것이라고 한다.

, 여기서 또 물음표가 생겼을 줄 안다.

그럼 난 뭘 좋아하지? 뭘 할 때 가장 즐겁지?”

그럼 이 책을 먼저 읽어 보고 자신의 관심사를 깊이 고민해보자!

이 땅의 모든 직딩들이 프로딴짓러가 되면 좋겠다.

그러면 슬기로운 직장생활도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이거야말로 딴짓의 순기능이다.

 

커뮤니티 낯선 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백영선씨의 말로 마무리한다.

회사 눈치, 주변 사람 눈치 같은 방지턱 때문에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어도 주저하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요. 물론 그런 압박은 이겨내야 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회사가 늘 옳지도, 나를 책임져줄 수는 없음을 생각했을 때, 지금 내가 하고 싶고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현실에서 가능한 만큼 그걸 시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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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이야, 네가 옆에 있잖아 - 내 편을 기다리는 당신께
이규영 지음 / 넥서스BOOKS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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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 옆에 있는 사람 덕분에 도 좋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겠네요!! 책 일러스트와 그림이 넘 어울리고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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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발랄 하은맘의 십팔년 책육아 지랄발랄 하은맘의 육아 시리즈
김선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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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고 대단하고!!
근데 또 책 냈다니 또또 부럽고~~ㅎ 궁금합니다!! 십팔년씩이나 됐다는게 더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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