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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선재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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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하나!
“회사가 당신을 평생 책임져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질문 둘!
“당신이 퇴근 후에 하는 가장 재미있는 일은 무엇인가?”
질문 셋!
“당신이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회사를 그만둘 것인가?”
당신은 직딩이다. 당신의 일주일은 집회사집회사집……이다. 퇴근하면 TV 리모콘 붙잡고 이리저리 돌리다 잠이 든다. 남들은 퇴근 후 운동이나 악기 연주 같은 취미생활을 한다는데 부럽지만 귀찮다. 어떤 이들은 6시까지는 일하고 6시 이후부터는 딴 짓을 하며 재미있게 논다는데 어떻게? 무얼? 재미있게 하는지 궁금하기는 하다.
이런 직딩이라면 필독해야할 책이 나왔다. <딱 여섯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책이다. 책의 저자 이선재씨는 “회사를 바꾸거나 그만둔다고 해도 끝나지 않을 고민들에 대해 우리가 좀 더 자주, 진지하게 얘기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일의 중심을 ‘나’로 바꾸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렇게 활동하는 9인을 인터뷰했다. 저자는 현재 독서모임기반 커뮤니티 서비스 ‘트레바리’에서 서비스 기획, 개선 업무를 맡고 있다.
앞서 했던 질문에 대한 당신의 대답은 어떠한가?
첫 번째 질문의 답은 모두 ‘아니오’라고 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더 이상 평생직장의 개념은 없으며, 10년 후? 아니 5년 후에도 현재 회사를 다니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다양할 것이나 몇 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 재미를 추구한다는 건 내 현실에선 어불성설이라며 ‘아니오’라고 답할 부류, 취미생활을 하는 부류, 친구 만나 술 마시며 놀거나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부류 정도가 될 것이다.
세 번째 질문의 답은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두지 않겠다고 답할 것이다. 실제로 1등 당첨자 대상 설문조사에서 90%넘는 사람들이 계속 다닐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로또에 당첨되어도 회사는 다닐 것이란 대답은, 일의 필요성과 만족감이 인간에게는 꼭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그 일을 할 회사가 나를 계속 책임져 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불안감을 안고 살면서 이직을 꿈꾼다. 당신은 스트레스 만땅이었던 회사에서 퇴근하면 푹 쉬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퇴근 후에 뭔가 다른 일을 한다는 건 언감생심 꿈도 꿔본 적 없다.
자, 그럼 위와 유사한 상황의 직딩! 당신은 푹 쉰 다음 날, 회사에 가는 것이 너무나 즐거운가? 일이 당신을 설레게 하는가?
아닐 것이다. 보통 회사라는 건 스트레스 유발물질이 그득그득 들어있어 들어갔다 나오면 온 몸과 정신에 스트레스가 묻어 그 후유증이 상당하다.
그런데 여기 프로 딴짓러들이 있다. 6시 칼퇴후 자기 하고 싶은 일하며 아주 만족도 높은 삶을 살고 있다. 놀랍고도 궁금하지 않은가? 여기서 자기 하고 싶은 일이란 대체 뭘까? 투잡을 말하는 건가? 이직을 위한 준비란 말인가?
아니다!! 그냥 저 좋아서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딴짓 혹은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그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들이란, 제목처럼 딱 여섯시까지만 일한 후 6시 이후에는 펍 운영하는 사람, 유튜브 하는 사람, 소설 쓰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 독서모임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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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고 또 질문이 생길 것이다.
“그 일이라는 게 돈 버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퇴근 후에 저런 활동을 하면 그 다음날 회사 생활에 지장있는 게 아닌가?”라고 말이다.
인터뷰이들은 아니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몸이 피곤했지만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서 적응하면 두 가지를 병행하는데 무리가 없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미있게 열정적으로 한다고 말한다. 당장에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누적된 활동들이 다른 일로 옮아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굳이 하위징어의 ‘호모 루덴스’라는 말을 언급하지 않아도 느낌 올 것이다. 생계를 위해, 삶의 밸런스를 위해 일하고, 그 이후의 시간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놀다보면 뭐가 되도 된다.
이 책의 인터뷰이 두 명의 말을 들어보자. 아래는 소설가 신원섭씨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난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라는 걸 느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자의식에 상처받기도 하고 내 존재 이유를 깊게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럴 때 꾸준히 시간을 들여 해왔던 사이드 프로젝트, 저 같은 경우에는 글이 도피처가 되어주더라고요.”
또 다른 이는 ‘직장인 브이로그 맛집’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한시연씨다.
“삶의 활력이 돼요. 피곤할 거라고 많이들 생각하시는데 아니에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사실 제일 피곤해요. 무미건조하고 반복된 일상을 살아가는 게 제일 지치고 피곤하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잠이 좀 부족하고 그런 건, 전 오히려 괜찮아요. 재미있어요.”
우리는 그동안 딴짓 좀 하지 말라는 퉁박을 많이 듣고 살아왔다.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금지당한 딴짓은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폭 빠졌던 것들이다. 그것은 게임일 수도, 환타지 소설일 수도 있다. 그런 것 좀 한다고 해서 인생 어떻게 되는 것 아닌데 우리는 너무 금지당하고 살았다. 이제 어른이 되어 직장생활을 하면서 보니 또 누군가가 정해좋은 규정속에서 살고 있다. 일주일에 5일 동안 주 52시간 일하라는 규준에 따라야 한다. 한 곳에 소속되어 눈치보며 일해야 한다. 그런 규정에 묵묵히 따를 것인지 과감하게 자신이 정해서 회사와 딜을 할 것인지, 급여를 받는 일 외에 퇴근 후 내가 좋아하는 재미난 일을 하며 살 것인지, 집에서 TV 리모콘을 들고 소파에 누워있을 것인지는 당신이 정하면 된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지금 당장 하라고!!
인터뷰이들도 10년 간 고민하다가 시작했다는 사람이 많았다. 10년 전에 시도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해보았을 것이라고 한다.
아, 여기서 또 물음표가 생겼을 줄 안다.
“그럼 난 뭘 좋아하지? 뭘 할 때 가장 즐겁지?”
그럼 이 책을 먼저 읽어 보고 자신의 관심사를 깊이 고민해보자!
이 땅의 모든 직딩들이 프로딴짓러가 되면 좋겠다.
그러면 슬기로운 직장생활도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이거야말로 딴짓의 순기능이다.
커뮤니티 ‘낯선 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백영선씨의 말로 마무리한다.
“회사 눈치, 주변 사람 눈치 같은 방지턱 때문에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어도 주저하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요. 물론 그런 압박은 이겨내야 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회사가 늘 옳지도, 나를 책임져줄 수는 없음을 생각했을 때, 지금 내가 하고 싶고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현실에서 가능한 만큼 그걸 시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