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속 남자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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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는 무서워요ㅠ 납치범과의 머리싸움! 처음 만나는 작가인데 궁금힌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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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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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아는 농담>은 남태평양의 보라보라 섬에서 9년간 살았던 한국여성이 쓴 에세이다. 저자 김태연은 현재 한예종에서 영화공부를 하느라 한국에 들어와 있는데 다시 심심한 세계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라고 자기소개에서 밝혔다.

 

보라보라섬!! 나는 사실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타히티섬 근처에 있다고 하는데, 타히티는 아는데 보라보라는 몰랐다. 타히티에 가본 적이 있어서 안다는 뜻은 아니다. 화가 고갱 덕분에 그림으로 분위기 정도만 알 뿐이지. 보라보라섬을 찾아봤다. 왠지 지상낙원의 분위기가 풍기는 타히티의 그림으로만 갖고 있던 이미지와는 영 딴판이었다. 하기야 고갱이 언제적 사람인가. 100년도 훨씬 전 타히티와 지금의 남태평양의 분위기가 같을 리가 있나? 액티비티를 즐기는 곳으로 유명하다는 그 곳, 파아란 하늘과 바다가 있는 보라보라섬의 사진을 뒤로하고 다시 책을 펼쳤다.

 

책을 덮으며...

리뷰? 서평?을 어떻게 써야할 지... 고민이 되었다. 거창하게도 서평이라는 단어에 들어있는 평가의 뉘앙스가 이 책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리뷰? 소설이 아니라 줄거리도 없는 이 책을 어떤 식으로 소개를 해야하는 건가? 예스24에 들어가보니 이미 리뷰가 100건 가까이 올라와 있다. ... 그렇다면 내 리뷰가 뭐 얼마나 읽힐 것이며 책 소개로서의 가치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가의 삶에서 묻어나는 생각, 단상들에서 파생된 나의 느낌, 생각들을 쓰려고 한다. 독후감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

 

p.159

매일 쓴다. 작가가 된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작가가 되는 비밀이 숨어 있다.’

 

작가 김연수의 말을 인용한 곳에서 갑자기!!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만들고 싶은 저자는 매일 카메라를 들면서 작가 김연수의 이 말을 떠올렸다고 한다. 뭐라도 되어있거나 아님 말고 내일의 일은 모르겠다고 한 저자는 쏘쿨하게 넘어갔는데 나는 아니었다. 요즘 거의 매일 책 읽고 리뷰를 쓰고 있는데, 왜 이러고 있는 건지 자꾸 뇌가 켕기는 기분이다. 김연수 작가에 의하면 매일 쓰면 작가가 될 것이고 그 사이에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을 비밀이라고 했다. 나에게는 어떤 비밀스런 일이 일어나고 있나? 작년 초 매일 글쓰기를 시작할 때 나는, 작가가 되려는 원대한 포부같은 게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쌓이고 쌓인 것을 풀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어쩌다보니 올해부터는 거의 매일 책리뷰를 쓰고 있다. 이것도 일년가까이 되니 회의감이 드는 것이다. 나 왜 이러고 있지?? 누구랑 경쟁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경쟁적으로 이러고 있다. 결정적으로 내 글이 그렇게 변화 발전했다는 생각이 안드는 거다. 작년에 쓴 리뷰나 올해 쓴 리뷰나 별 차이 없고 사용하는 어휘도 유사하고, 한마디로 톤이 비슷하다. 맘에 안든다!! 그럼 리뷰로는 글이 발전할 수 없나? 창작 글을 써야하나? 에세이나 소설 같은? 받아놓은 책들은 순서를 기다리고 있고 리뷰는 계속 써야하는데... 계속되는 켕김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뭔가 다른 방식의 글쓰기가 필요하다.

 

p.103

많은 친구들이 내가 날마다 바다에 나가 수영을 하고, 물고기를 잡아 저녁을 준비하고, 모닥불 옆에 누워 별을 보는 생활을 하는 줄 안다. 나도 그럴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섬에도 그 이상의 현실이 있었다. 일과 사람에 시달리고, 피부색으로 차별을 받고, 수입은 통장을 중간 경유지로 알고 금방 갈아타버린다. 이곳에는 시장도, 극장도, 서점도, 도서관도, 아이스 라테를 파는 카페도 없다. 그 없음을 대신하는 것이 인터넷이었다. 아마존에서 베갯솜을 사고, 드라마를 보고, 전자책으로 독서를 했다. 섬에 산지 6년 차, 이곳엔 우리보다 오래 산 친구들이 없다. 단조로운 생활과 고립감에 지쳐 모두 떠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이 인터넷이었다.

 

시어머니가 아들,며느리 사는 집에 와서 지내다가 비싼 인터넷을 꼭 해야겠냐는 말을 하는데 저자의 변명 아닌 변명은 위와 같았다. 여행자로, 방문객으로 섬을 방문한다면 그저 며칠 휴양하다 떠나면 되지만 생활인으로서 그곳에서의 하루하루는 몹시 심심하고 단조롭고 무미건조함에 틀림없다. 그것을 해소해주는 것은 인터넷으로 연결된 다른 세상이다. 저자와 남편은 자연속에서 직접 경험으로 얻지 못하는 것을 인터넷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간접경험할 수 밖에 없으며 비용에 비해 만족도는 아주 높다. 그 세계 경험자들에게 완전 단절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나는 20년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작년에 주택으로 이사를 왔다. 마당과 서재가 있는 집에 살면 집에 오래 머물며 주택살이를 만끽할 줄 알았다. 오롯이 나만의 공간인 서재에서 편안하게 책 읽을 줄 알았다. 1년 반째 살고 있는데 아니다. 인간은 몹시 관성적 존재라는 것을 절감하는 중이다. 집은 집이고, 일은 맨날 생기니, 집 비우고 나다니기 바쁘다. 마당에 나가서 새소리를 들으며 풀과 나무의 내음을 맡으며 조용히 앉아 있는 시간은? 거의 없다... 서재가 있으면 책 읽고 글 쓰기에 편안한 곳이 될 줄 알았으나 책 보관소에 불과한 공간이 되어버렸고 최근엔 새 고양이가 들어오는 바람에 기존에 있던 두 고양이들이 쉬고 잠자는 곳이 되었다. 책은 예전처럼 식탁에 앉아서 읽는다. 당연한듯 주택에 이사 오면 개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매일 집에 없는데 무슨 수로 개를 케어할 건가 싶어서 포기했다. 인간은 자신이 있는 공간을 적극 활용하고 만족할 것 같지만 꼭 그럴 수만은 없는 모양이다. 뭐든지 찾아다니고 배우러다니는 거 좋아하는 나 같은 성격은 보라보라섬같은 조용한 곳에서 살다간 숨 막힐 것 같다. 한편 아무 것도 안하고 아무 것에도 연결되어있지 않은 생활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고 스케줄대로 움직이고 챙겨야하는 것에 슬슬 지쳐가고 있는 중이다.

 

p.228

문득 남편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시야 바깥에 있는 희미한 사람들이 그에게는 늘 선명하다. 어쩌면 그쪽은 온기로 가득할 것도 같았는데, 그런 생각을 하자 또 졸음이 쏟아졌다. 그냥 배가 불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남편이 꼭 외국인이라서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저자의 표현대로 남편의 시야는 따뜻할 것 같다. 내가 저 남편의 행동이나 말을 본다면 저자보다 훨씬 복장 터져서 못살 것 같은데... 저자는 그런 남편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남편의 어릴 적 상처가 깃든 공간에서 그때 이야기를 들으며 남편을 위로해 준다. 남편과 시시하고 소소한 일상을 살며 행복해하고, 19시간이나 차이나는 먼 곳에 있으면서 가족을 더 알아가게 되고~~ 그런 그런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이 책에는 들어있다. 어쩌면 너무 평범한 이야기들이라 재미없다고 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에서 내 지점으로 연결되는 부분에서는 길게 머물면서 깊이 생각했다. 덕분에 보라보라섬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일면이지만 보게 되었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도 받았다. 저자가 영화감독으로 데뷔할 수 있길 응원한다.

 

, 제목 '우리만 아는 농담'이 나오는 꼭지는 풋! 할 만한 싱거운 에피소드다. 제목처럼 누구에게나 우리만 아는 농담이 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그게 뭐야?할 만한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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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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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하는데... 라고 생각만 하고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꾸물거리다가 결국 시간이 넘 늦었다며 안 간 날이 몇 번이었던가? 셀 수도 없이 많았던 사람들은 이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역시, 나랑 비슷한 사람이 있었어. 게다가 책도 썼잖아~ 운동하러 가야하는데 못간 이유가 나랑 얼추 비슷하겠는걸... 하면서 덥석 집어들 게 분명하다.

 

이진송 작가의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의 부제는 이렇다.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 보통 여자! 너무나~~

체력? 하찮지! 그럼 그럼~~

운동일기? 쓴 적 없지! 빡씨게 운동해 본적이 없었으므로...

 

이 책은 작가의 운동 일기라고 했지만 단순한 운동 일기만은 아니다. 온갖 종류의 할 수 있는 운동이란 다 해본 경험담에다 미디어가 여성의 몸에 씌운 가혹한 굴레가 우리의 의식 곳곳에 당연히 뿌리박혀 있는지 운동을 하다보니 확인하게 된 내용에다가 페미니즘적 시각까지 얹어져 있다. 그래서 격공하게 되고 재미도 있었다. 헌데 그 재미의 8할은 작가의 문체때문이었다. 그래서 읽다보니 점점 작가에 관심이 가는 거였다.

 

어쩐지~~ 이미 책 여러 권 낸, 상당한 필력이 검증된 작가였다. 비혼 선배인 김애순씨와의 비혼 대담집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비혼>, 여자라서 하면 되고 안 되고에 대한 생각을 문화콘텐츠로 풀어낸 <하지 않아도 나는 여자입니다>를 비롯, 공저까지 꽤 여러 권의 책이 검색되었다. 글이 재미있어서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어떻기에 그런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인용한다.

 

# 소명의식

무릎 안아주세요.”
고관절을 늘려서 풀어주라는 뜻인데 왈칵 서러워진다. 안아주라고요? 지금 선생님 때문에 저와 제 하반신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거든요? 사이가 나빠져서 오늘 밤부터 각방 쓰기로 했거든요? 이제 와서 안아주며 질척거려 봤자, 이것 좀 봐요, 내 의지랑 상관없이 널브러지는 걸... 저한테 왜 이러세요, 선생님. 이렇게 자기 잘못이 아닌 일로 지탄받으면 많은 이들이 의욕을 상실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많은 증언을 종합해본 결과 전국의 필라테스 선생님들은 고통의 강도에 비례하여 오히려 행복이 커지는 듯하다. 역시 세상의 희로애락 비율을 맞추고자 지옥에서 특별히 파견된 특수부대가 분명하다. 아니면 회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고자 더 씩씩하게 외치는 프로의식이거나, 내일 안 올까 봐 해맑게 웃으며 발목을 잡는 고객 유치 전략이거나, 정리 정돈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처럼 구부러진 몸을 펴고 늘리는 데 희열을 느끼는 성격일지도 모른다.

좀 과장했지만 사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이 있다. 찌릿찌릿 통하는 순간이 있다. 복근을 이용해서 다리를 들어 올리라는 요구에,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던 내 다리가 어느 순간 갓 태어난 송아지처럼 부들거리며 허공에 뜰 때, 거북이처럼 움츠러들었던 목이 선생님의 기합에 따라 쭈욱 뽑혀 나올 때 카다란 공을 신성하게 모시는 부족의 일원처럼 공을 들어올린 자세로 버티다가 선생님이 불시에 공을 쳐도 떨어뜨리지 않을 때, 점점 소화할 수 있는 동작의 개수가 늘어날 때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선생님의 목소리,

그으렇죠!”

나도 그만 잇몸을 드러내며 웃어버린다.

 

필라테스나 요가 다니면서 저 멘트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위 글 읽으며 놀랐을 것이다. 그 한마디를 가지고 이리도 다각도의 분석을 하다니~ 놀라워라!! 복근을 이용해 다리 들어올리는 동작 할 때의 내 모습과 같은 모습을 텍스트로 만나게 될 때 피식 삐져나오는 웃음. 이것은 역시 유경험자들만의 공감대 형성! 그것을 적확하게 노리고 써낸 글빨! 급 존경스러움 발생한 독자 많을 것이다.

 

 

 

# 딸의 체중이라는 문제

입시 생활을 끝내고 스무살이 되자, “뚱돼지라도 좋으니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를 입에 달고 살던 아버지가 처음으로 운동을 권했다. 여기서 운동이란 당연히 근력 중량이나 체력 향상이 아니라 체중 감량을 의미한다. 나는 이제 그들의 머릿속에서 잘 돌봐줘야 하는 아이가 아니라 잘 관리해야 하는 여자가 된 것이다. 살이 조금만 빠지면 우리 딸 날아가겠다, 빨리 몸보신 하자라고 걱정하면서도 기성복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못내 속상해하는 눈빛, 나를 부드럽게 틀어쥐는, 사랑의 악력, 나를 부술 의도가 없더라도 원하는 모양으로 휘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감추지 못한다. 이렇게 친밀한 사람이 나의 몸을 부정하거나 감시하는 감각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의 세계에 공기처럼 떠돈다.

 

나는 둘째 아이 임신했을 때 친정엄마의 한마디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첫째 때도 그랬지만 둘째 때도 입덧이 끝나면 폭풍처럼 밀려오는 식욕을 컨트롤하기가 힘들었다. 첫째 때 과식을 해서 그런지 거의 30kg이나 쪄서 둘째 때는 조절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외가댁의 행사로 친정식구들 모두 모여 식사하던 자리였다. 내가 음식 섭취를 과도하게 하는 것처럼 보였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아직 많이 먹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엄마는 내 숟가락질을 저지시키며 그만 먹어라, 살찐다, 꼴보기 싫어진다!”라고 했다. 진짜 울컥했다. 미스도 아니고 임신한 딸이 밥 먹는데 못 먹게 하다니... 작가의 분석처럼 엄마는 사랑의 악력으로 내 숟가락을 잡았을 것이다. 엄마가 걱정한 것은 딸이 뚱띵이가 되는 것이었을까? 품평하듯 쳐다보는 남들의 시선이었을까? 그 어떤 걱정도 엄마에게 각인된 생각은 미디어와 사회가 주입한 시각아니었을까? 여자의 몸매는 어때야 하고 딸을 그렇게 관리해야 하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고 등등.

 

#, , 몸들

서 있기도 힘들어서 바닥에 앉아 비누칠을 하던 회원님이 나에게 샴푸 뚜껑을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작은 손이 달달 떨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 나 같으면 집에만 잇을 것 같다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회원님은 매일 그 자리에 있었다. 속도만 좀 느릴 뿐 수영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차근차근 해내면서, 화려한 접영은 아니지만 아쿠아로빅의 동작을 자신의 속도에 맞춰 따라 하면서, 무릎 관절이 닳고 허리가 휘어도 할 수 있는 만큼 움직이면서.

그러고 보니 나는 미래의 나, 늙고 병든 나를 집안에만 가두고 있었다. 운동은 원래 힘들다. 나도 힘들어하면서 운동을 다닌다. 나는 나보다 훨씬 신체 능력이 뛰어난 사람보다 운동의 효과나 성과 면에서 뒤처진다. 누군가 그런 이유로 내게 운동을 그만두라고 하면 황소처럼 성낼 주제에, 상대가 노인이라고 비슷한 태도를 취했다. 부끄러웠다. 동시에 평생 운동을 외치는 내가 강해질 몸, 나의 나약함을 넘어서는 짜릿함만 생각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헬쓰장 춤 수업시간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한 교실에 모인다. 요즘은 요가 수업만 겨우 들어가지만 몇 년전엔 빠지지 않고 들었던 에어로빅이었는지, 줌바였는지, 그 수업에 꽤 나이든 할머니가 들어와 맨 뒷자리에서 따라하고 있었다. 수업 마치고 웅성거리는 기존 멤버의 말은 나이 들어서 따라하기도 힘든데 이런 수업 뭐하러 들어오냐?는 거였다. 그 땐 나도 비슷하게 생각했다. 작가의 위 내용을 읽으니 참 못난 생각을 했구나 싶다. 우리 모두 늙을텐데 내가 나이 들어 젊은이들에게 저런 말 들으면 어떻겠나? 내가 늙으면 운동 안 다닐건가

 

우리는 자신을 위해, 건강한 삶을 위해 오늘도 운동하러 나간다. 그 어떤 유혹들이 발목을 붙잡아 집밖을 나서길 주저하게 할 지라도 뿌리치고 나가야 한다. 운동에세이를 낸 작가를 감시하듯 독자도 스스로를 감시해야 한다!

이젠, 작가도 독자도 농땡이 피울 수도 없게 됐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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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발랄 하은맘의 십팔년 책육아 지랄발랄 하은맘의 육아 시리즈
김선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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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 <닥치고 군대육아>로 유명한 하은맘의 신간이 나왔다. <십팔년 책육아>라는 도발적 이름으로 출간된 이 책에서도 하은맘의 독한 멘트는 여전하다.

 

아직도 돈 버리고 삽질하고, 애 잡고 앉았냐? 그냥 속 편하게 학원 뺑뺑이 돌리고 싶지? 근데 그거 죄다 안 해도 된다니까! 지성, 감성, 인성까지 다 가진 아이로 키우는 법, 책육아(머리 독서)랑 바깥놀이(몸 독서)가 함께 가야 정답인 거야!”

 

이 땅의 엄마들은 너무나 괴롭다. 들려오는 소문과 넘쳐나는 정보들을 따라 잡기 힘들고, 가랑이 찢어질 정도로 헉헉거리며 교육시키는데 성적은 생각만큼 쑥쑥 안오르고, 엄마를 제외한 주위사람들 모두 가자미 눈으로 엄마를 흘겨본다.

아이는 왜 날 이렇게 고생시키냐며? 이럴거면 날 왜 낳았냐며?’ 원망스런 눈으로 째려보고,

남편은 그 돈 들이고도 애 성적이 이 모양이냐?’며 가자미 눈이 된다.

 

대체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건지 후회해봐도 되돌릴 수는 없다. 뒤늦게 하은맘의 책을 읽어봤자 떠난 버스를 되돌릴 수도 없다. 그래서 이 책은 초등학교 입학 전 영유아가 있는 부모들이 읽으면 제일 좋다. 초등 저학년까지도 괜찮다. 초등학교 중학년이 넘어갔다면 이미 루틴대로 매일매일 이 학원 저 학원 다니고 있을 것이므로 당장 하은맘 하라는대로 하기는 힘들 것이다.

 

아직 학원 뺑뺑이 시작 전이라면 하은맘의 지도편달을 받는 게 좋다. 디테일한 방법이랄 것은 없다. 책육아니까 책 읽히기가 전부다. 책 사는데에 돈 아끼지 말고 지쳐 쓰러질 때까지 열심히 뛰놀다가 책 읽다가~~그게 전부다!!

 

리뷰를 여기까지 읽었다면, 아직 아이가 어려도 이미 다 컸더라도 세모 눈이 될 것이다. 하은맘의 책을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독자라면 반신반의, 아니!! 말도 안 된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의 의심을 불식시킬 결과물인 하은이를 떡하니 보여주고 있다. 18년동안 해온 육아방식이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반박할 말이 없다. 그 성공이란 것이 꼭 만 16세에 연세대학교 정시 합격한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열여덟 하은이의 인생이 여기서 끝난 것도 아니요,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지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지금까지 하은맘의 책육아가 현재의 하은이를 만든 것임에 틀림없다. 지성과 감성을 갖춘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인 하은이의 미래가 기대된다. 내 아이의 교육에 갈팡질팡하지 않고 한 길로 쭈욱 가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은 하은맘의 입말체 그대로 활자화 되어있어서 눈으로 읽어도 귀로 음성지원이 되는 느낌이다. 부작용이라면 페이지마다 심장저격 당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뜨끔뜨끔하는 가슴을 부여잡으면서 내 아이에게 미안해 할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하은맘이 추천해주는 책들을 골라 집에 들여놓으면서 그 미안함을 상쇄하면 된다.

 

 

<하은이 책 고르는 7대 원칙>

1.열 살 이후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고르게 한다.

2. 무조건 재미! 독서는 재미! 재밌어야 읽는다.

3. 아이가 가장 관심 있고 좋아하는 저자의 책을 찾아 산다.

4. 학습 만화는 사지 않는다.

5. 아이가 온라인 서점에 수시로 들락거리며 읽고 싶은 책은 장바구니로! 엄마는 결제만

6. 아이의 성장이 아니라 성적만을 위한 독서는 결국 무너진다.

7. 한 분야만 들이 판다고 걱정할 것 없다. 결국 좋아하는 것 파다가 다른 분야로 가지를 뻗어나가거든.

 

하은맘의 코칭대로 하기! 젤 먼저는!!

온 집안을 책으로 도배하는 대신 학원은 끊는거다.

학원 안 보내서 굳은 돈은 홀라당 써버리지 말고 꼬박꼬박 세이브 해두었다가 아이가 꼭 필요로 할 때 자금으로 사용하면 된다는 부분에서는 연신 고개 끄덕일 것이다. 각 페이지마다 고개 끄덕일 내용은 수두룩하다. 결국 심지 굳은 엄마의 변하지 않는 태도가 교육의 중심이다. 아이만 성장시키려고 할 게 아니라 엄마의 성장이 먼저이며, 일생의 짧지만 아주 중요한 시기인 자녀 양육 때에 온몸을 바치는 것 쯤은 해 볼만 일일 것이다.

 

책 육아는 이 세상에서 가장 싼 육아법이야.

깨닫고 나면 가장 덜 힘든 육아법이고.

늙은 엄마도, 읍씨 사는 엄마도, 못 배운 엄마도, 내성적인 엄마도, 상처 많은 엄마도,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최고의 육아법이라고.

단 미친 듯이 책 읽고 깨닫고 실천하고 행동하고 부딪히고, 또 책 읽고 애 부둥켜 안고 물고 빨고 부비고 업고 키워야 돼.

러지 않으면 최고의 스펙과 두뇌, 중형 세단급 크리에이티브한 능력의 소유자라도 실패할 수 있어.

 애 망가질 수 있다구.

 설사 세상 시선으로 볼 때 잘 큰다 하더라도 엄마와의 뜨겁고 끈끈한 관계는 맺기 힘들어.

그러니까 엄마의 성장이 필수야.

인터넷에서, 지역 카페에서, SNS, 유튜브에서 얻어지는 정보 절대 내꺼 안 돼.

엄마가 책 읽고 내 아이 눈빛 보고 알아가는 거야.

오로지. 실수 안 하려고 몸 사리지 마.

힘든 거 안 하려면 르네상스 시대 귀족으로 태어났어야지.

18개월 모유 수유, 6개월부터 매 끼니 이유식, 이후 자연식 밥상,

새벽 2시까지 이어지는 새벽 책 육아 2, 온종일 우리 동요, 외국 동요 풀~ 재생에 애 따라 춤추다 허리 나가고,

놀이터 행군에 365일 손에서 쇠 냄새 가실 날이 없었어.

난 그게 4천만 국민이 다~하는 기본이자 필수라고 생각했었다구.

그걸 남들에게 묻는 건 똥 싸고 어떻게 닦냐구 묻는 거만큼 쪽팔린 일이라 생각해.

그런데 웬걸, 집에 국민 아이템별로 풀세팅 돼 있는데 책은 없대.

안 자려고 책 들고 오는 거 같아 10시 넘으면 울려 재운대.

아이가 책을 싫어해서 이렇게 억지로 하는 건 아닌 것 같대.

아니, 잘 안 되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봐야지.

애가 안 따라준다고 계속 물어대지 말고.

더 구슬려. 더 상냥하게, 더 감탄하고, 더 칭찬해주면서. 삽질이라도 열나게 해야 해.

남의 집 애는 엄청 빨리 크는 것 같지?

애 초딩 돼봐. 우리 집 애는 더 빨리 커.

나중에 피눈물 흘리지 않으려면 지금 미친 듯이 불살라.

다 소모해버려.

진짜 애랑 같이 뒹굴다 고꾸라져서 잠들어버리게.

부러워하질 말든가, 부러운 만큼 따라와.

욕심을 버리든가, 욕심만큼 뛰라고!

 

길게 인용한 이유는 이 부분이 이 책의 에센스이기 때문이다.

이 핑계 저 핑계 댈 시간에 닥치고 따라하자는 뜻이다.

부러워만 하지 말고 직접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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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 무너뜨리기 - 세상을 지배하는 가부장제의 교묘한 작동 원리를 파악하고 해체하는 법
캐럴 길리건.나오미 스나이더 지음, 이경미 옮김 / 심플라이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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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 무너뜨리기>는 페미니스트이자 심리학계의 거장 캐럴 길리건과 인권 변호사이자 뉴욕대학교 연구원인 나오미 스나이더의 공저로 심플라이프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은 가부장제에 관한 기존의 논의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으로 태어나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는 사랑, 이별, 상실, 배신의 순간 우리가 어떻게 가부장제 안으로 편입되는지, 견디기 힘든 고통에 시달릴 때 가부장제가 우리의 심리를 어떻게 통제, 보호하는지 파헤친다. 기존의 논의가 가부장제가 가져다주는 사회적, 경제적 이득 같은 외적인 동인에 주목했다면 <가부장 무너뜨리기>는 불안의 감소, 고통의 경감 같은 내적인 동인에 초점을 맞춘다.

 

파트 1에서는 가부장제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파트 2에서는 가부장제와 결별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밝히고 있다.

 

저자는 가부장제가 젠더 이분법에 기초한 문화라고 보고 있으며 일종의 프레임 혹은 렌즈라고 아래 세 가지로 정의한다.인간의 능력을 남성적또는 여성적이라고 보고 남성적인 것을 우월하다고 규정한다.일부 남성이 다른 남성들보다 우위에 있지만 모든 남성은 모든 여성보다 우위에 있다고 본다.남성은 자아를 갖춘 반면 여성은 자아가 없고 대신 남성의 욕구를 은밀하게 보살피는 관계에 속한다고 강요하며 자아와 관계를 분리시킨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서로의 감정을 나누고 어떤 분열이 생기려하면 이를 복원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데 그것을 방해하는 것이 가부장제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가부장제는 권력과 지위로 이루어진 위계질서를 공고하게 해야 하고 이를 유지하려면 관례를 희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부장제의 작동방식이 지속가능하게 하는 이유이다.

 

다음 대화를 한 번 보자.

 

여자 : 우리 관계에 뭔가 문제가 있어요. 지난주에는 만나지도 못했잖아요.

남자 :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여자 : 만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당신은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도 없는 것 같아요.

남자 : 당신 입에는 늘 불만이 걸려 있어.

여자 : 정말, 내가 말하려는 건 그러니까...

남자 : 이봐, 당신이 하라는 대로 하고 있잖아. 모든 걸 다 당신 말대로 할 수는 없다고.

(침묵)

남자 : 원하는 게 있어?

여자 : 신경 쓰지 말아요.

 

관계를 복원시키려고 하는 여자의 태도를 모르는 척 하다가 얼버무리려하는 남자의 태도에 여자는 포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이거나 직접 경험한 유사한 예도 있을 것이다. 보통 이런 류의 대화를 그저 남녀의 차이, 대화기술의 차이의 예로 사용하거나 까탈스런 여자 vs 단순,무심한 남자라는 유머코드로 사용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가부장제의 압력에 못 이겨관계 복원 능력을 포기함과 동시에 거리 두기로 접어든다는 뜻이라고 했다.이처럼 관계의 상실을 강요하고 그 상실을 회복 불능인 양 몰아가는 과정을 통해 가부장제가 지속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가부장제는 어디서부터 그 근원을 찾아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뿌리 깊고 공고하다. 의식 깊이 파고들어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방식에 개입하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히 알아채기 어렵다. 설령 알아챈다 하더라도 올바른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파트1에서는 젠더 이분법과 위계질서를 기반으로 한 가부장제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 어떤 피해를 입혀왔는지,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떤 이득을 얻으며 어떻게 가부장제의 조력자로 살아왔는지 명확하게 알려준다. 다양한 예시를 통해 유령처럼 존재하는 가부장제의 실체를 목도할 수 있게 돕는다.

 

p. 58~59

사랑의 희생, 사랑의 포기는 가부장제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특징입니다. 그것은 위계질서를 세우고 유지하도록 길을 닦습니다. 가부장제는 다른 남성보다 일부 남성이 더 큰 특혜를 받으며 사는 질서이자 모든 남성이 여성보다 더 큰 혜택을 받는 구조입니다. 가부장제 정치학은 지배의 정치학이지요. 민주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불평등을 합리화하고 억압으로 보이는 것에 눈감게 하는 정치학입니다. 가령 밑바닥 계층이 납작 엎드리는 것,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것, 상위 계층이 내리는 처분에 고분고분 따르는 것 같은 상황을 외면하지요. 제도로서의 가부장제와 그것의 가치가 지속되는 원리는 가부장제의 정치적 힘 외에도 심리적 힘의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p. 68

소년에게는 앎을, 소녀에게는 돌봄을 배당하는 젠더 이분법을 내면화하면 일부 소녀들은 자신이 아는 것을 실로 알지 못하게 되고 일부 소년들은 진심으로 자신이 염려하고 돌보려는 사람이나 상황에도 관심을 두지 않게 됩니다. 관계 맺음에서 침묵이라는 여성스러움으로 혹은 거리 두기라는 남성스러움으로 전환하는 것이 위계질서를 세우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보니 상위 계층에 있는 이들은 공감 능력을 잃어야 하고 하위 계층에 있는 이들은 자기주장 능력을 상실해야 합니다. 앎과 돌봄은 정치적 저항에 반드시 필요한 덕목입니다. 이 두가지 덕목은, 특히 지성()과 감정(돌봄)을 분리함으로써 남성이든 여성이든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하지 못하도록 유도하고 성별에 따라 제한적인 행동지침을 강요하는 가부장제에 대항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가치입니다.

 

파트2에서는 가부장제와 결별하는 사람들의 행보를 조명한다. 2017년 갈등, 폭력, 전쟁을 끝내기로 결심한 여성들이 모여 유대 사막을 행진한 평화로 가는 여정을 좇아가며 분열을 조장하는 적대를 넘어 우리가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증명한다.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사건 이후 시작된 미투 운동을 재조명하며 우리가 서로서로 공명해야 하는 이유, 가부장제의 압력에 의해 숨겨왔던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드러내야 하는 이유, 끊어진 관계를 다시 이으며 가부장제에 맞서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전개한다.

 

p.193

역설적이게도 갈등이 없고 서로의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그것이 가부장제의 특징입니다. 가부장제에서 아버지의 목소리에 문제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전체주의 정권은 어떤 반대의 목소리도 응답하지 않으므로 재빨리 침묵 속으로 들어가지요. 반면 민주주의는 갈등과 의견 충돌에 열려 있어야 꽃이 핍니다.

 

우리는 그동안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갈등을 불편해하며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무마하려고 했다. 이러한 행동들이 바로 가부장제가 내면화된 것이었다. 위 인용처럼 의견이 충돌할 수 있도록 열려있는 사회가 민주주의이고 가부장제와 결별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에 저자 캐럴 길리건은 이렇게 말한다.

 

가부장제를 굳건하게 지키는 기제가 얼마나 정교한지를 깨달은 것이 성과입니다. 시계가 작동하는 듯합니다. 민주주의와 사랑이 가는 길에 분열이 생기고 그 상처를 회복하려는 어떤 움직임이 보일 때마다 가부장제는 정확하게 수치심을 건드립니다. 가부장제는 회복을 가능케 하는 능력의 심장을 공격합니다. 그 능력은 우리가 경험한 것을 말할 수 있는 능력이고 관계를 잃었을 때 발생하는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능력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민주주의와 가부장제가 엇갈리는 위험한 교차로에서 어느 쪽 길로 갈 것인지를 묻는다.

 

책의 원제를 직역하면, ‘왜 가부장제가 지속되는가?’이다. 내용은 제목에 대한 고찰로 맞다고 생각하지만 의역한 제목 <가부장 무너뜨리기>로는 조금 부족하다고 본다. 어떻게 가부장제가 지속되어오고 있는지 책 내용을 인용하며 공감했다. 남자들도 남성다움을 의식하지 못한 채 학습했고, 여자들은 여성다움이 생존에 적합한 것으로 길들여져왔다. 세상이 급변하고 한국사회에서도 페미니즘을 큰소리로 드러내는 사회가 되었지만 가부장제가 우리의 사고와 행동양식속에 숨겨져 있고 지배당하고 있는 것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의식하지 못했던 것까지 확인하게 된 것이 독자로서 수확이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은 <가부장 무너뜨리기>라는 제목에 어울릴만한 해법이 속시원하게 제시되지 못한 점이다. 제목에 낚인 느낌이다. 우리 안에 숨어있는 가부장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방법은 뭘까? 책과 연결하자면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약자가 홀대받지 않는 사회, 평준화와 일반화가 아닌 개개인의 개성대로 살 수 있는 사회, 자신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개진할 수 있는 사회, 갈등을 모른 척하거나 무마하려하지 않고 드러내 싸울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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