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서울대 글쓰기 특강'
박주용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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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 욕구만큼 실제로 잘 쓰는 사람의 숫자는 많지 않다. 만약 학교 교육과정 속에서 체계적인 글쓰기 교육을 잘 받았다면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다. 기본적 글쓰기 방법을 잘 익히지 못했기 때문에 시중에 글쓰기 관련 서적 많이 나와 있고, 그것은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책 뿐 아니라 오프라인 수업도 많이 개설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글을 잘 쓰고 싶다고 할 때, 그 글은 갈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에세이나 소설처럼 문학일 수도 있고, 대학생은 리포트, 직장인에겐 보고서가 되겠고, 학문적 성과인 논문이 될 수도 있다. 쓰고자 하는 글의 갈래에 따라 방향성과 세부적인 부분에 차이가 있다.

 

서울대 박주용 교수는 지난 7년간 서울대에서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교재를 찾아보았으나 마음에 드는 교재가 없어서 직접 글쓰기 책을 냈다고 한다. 쌤앤파커스에서 출간된 책 <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가 그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사회과학 분야의 글쓰기 수업을 진행 하던 중 학문적 필요에 의해 글을 써야 하는 학생들, 읽거나 배운 것을 논리 정연한 글로 풀어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실용적 도움을 주고자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까지 읽고 깜짝 놀라서 이 책을 읽기를 거부하지 말기 바란다.

 

, 서울대생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면 어렵겠구나!’

사회과학이라니? 나는 그냥 에세이 같은 편안한 글을 쓰고 싶은데...’

 

라고 생각하여 자신의 방향과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까봐 미리 밝힌다. 대중서로서 그렇게 어렵다면 제목을 <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라거나 부제로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이라고 붙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중간에 가설을 세우고 논증하고 반박하는 부분은 논문쓰기에 주로 해당되는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신문 칼럼을 한 번 생각해보면, 논문쓰기 형식의 축소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잘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례를 가져와 논리에 맞는 근거로 삼아야 하며 예상 반론도 반박한 후 그래도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주장해야 하는 것이다.

 

또 여기서 흐읍! 하는 사람들이 있을 줄 안다.

 

나는 칼럼 안 쓸건데 굳이 그건 방식까지 알아야할까?’

 

하는 반박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구에는 타인의 평가가 전제되어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일기처럼 남에게 보여주지 않고 혼자 보고 만족하는 글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그 외의 모든 글은 SNS든 학교나 회사든 어딘가에 제출하여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러므로 잘 쓰고 싶은 게 아닌가. 이 책에서 저자는 초중고 12년의 교과과정이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교육보다는 시험을 위한 공부나 입시용 논술훈련만 받았기 때문에 학생들이 글쓰기를 어렵게 여긴다고 말한다. 그래서 책의 첫머리에 베이컨의 말을 인용했다.

 

독서는 지식이 많은 사람을, 토론은 준비된 사람을, 글쓰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토론과 글쓰기가 빠진 독서로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가 어려우므로 토론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비판하는 가운데 새로운 생각을 떠올릴 수 있고, 글을 써야 생각을 정리하고 정리된 생각을 담아낼 수 있다고 했다.

 

주장이 담긴 논리적인 글을 잘 쓰기 위해 목차를 아래와 같이 여덟 부분으로 구성했다.



 

 

 


 

 

목차만 봐도 머리가 지끈한다라는 사람들을 위해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글쓰기의 기본적인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기본적이라고 한 이유는 꼭 논문이 아니어도 대부분의 글쓰기에 적용가능하기 때문이다.

 

[글쓰기 습관을 위한 조언]

1.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글쓰기를 반복한다.

2. 한 번에 많이 쓰는 대신 가능하면 매일 같은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쓴다.

3. 주장이 담긴 논리적 글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쓸 때 더 성과가 좋다.

4. 자신의 생각이 담긴 글을 잘 쓰려면, 객관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텍스트보다는 글쓴이의 주장이 담겨 있는 글을 읽은 다음 그 주장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보는 것이 좋다.

5. 자신이 쓰는 글의 내용을 누군가에게 말해 본다.

6. 누군가가 자신이 쓴 글에 대해 피드백을 요청하면 그 요청을 최대한 받아들여라.

 

 

 

[좋은 글의 특징]

1. 제목이 중요하다!

2. 도입부에서 독자의 관심을 끌어라!

3. 개인적 일화를 포함 시키면 독자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4. 추상적인 개념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면서 설명한다.

 

 

 

 

 

 

[글쓰기 순서]

1. 개요를 먼저 구상한다.

2. 개요에 맞추어 초고를 완성도 높게 쓴다.

3. 퇴고에 비중을 높여야 한다. (글 쓰는 시간과 퇴고의 시간을 반반으로!)

4. 교차 평가한다.(학생들은 동아리에서, 성인들은 독서모임에서 꼭 할 것을 권유!)

 

 

 

 

위 정리한 내용을 읽고 다 알던 내용이라며 이 책을 스킵하지 말길 바란다. 더 자세한 내용과 실제 트레이닝해볼 텍스트와 방법들도 많으니 직접 책을 읽어보길 권유한다. 서울대생이 아니라서 저자의 글쓰기 강의를 들을 수 없는 학생들이라면 이 책을 꼭 사서 활용하면 좋겠다. 3, 4장에서 제시된 텍스트를 요약하고, 자신의 생각을 끌어내는 부분은 부록을 답지처럼 활용하여 자신의 글을 평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혼자 읽는 것보다 친구들과 함께 읽으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마지막 장 평가와 코멘트 부분을 적극 활용한다면 글쓰기 실력 향상에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평가라는 말에 두려움이 있다. 학교에서 평가는 성적으로 드러나 그것으로 줄을 세웠고, 피교육자간의 평가는 해 본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어려울 수도 있다. 이 책에서 평가하는 방법과 기준 그 중요성을 자세히 설명해주기 때문에 충분히 따라해 볼 수 있다. 평가는 단순히 글의 단점을 짚으려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쓴 글의 가치를 알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학생의 평가 능력 향상을 우리 교육의 한 지향점으로 삼자고 저자는 주장한다. 어려울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훈련하자고 한다. 앞에 요약한 [글쓰기 조언]에서처럼 모든 것은 반복이요, 훈련이다. 잘 하고 싶은 것을 계속 훈련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노력이다. 이러한 훈련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글이 되는지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논문쓰기 지침서로도 훌륭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논문 쓰는 법은 대학원 과정에서 한 학기 교과목으로 이수해야 할 만큼 어려운 내용이다. 한 권의 책 안에 글 잘 쓰는 방법에 더해 논문 쓰는 과정까지 다루고 훈련할 수 있는 텍스트까지 제공하는 책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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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 라이크 어스
크리스티나 앨저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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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해결사가 주인공이라 더 기대됩니다~~ 요즘같이 강제 집콕중에 스릴러를 맛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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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짓바람 아빠들이 온다 - 1등을 만드는 작은 관심의 차이
SBS스페셜 제작팀 지음 / 망고나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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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짓바람 아빠들이 온다>는 책 제목은 잘못 지었다고 본다. 왜냐하면 제목만으로 독자에게 바짓바람치맛바람에 조응하는 어휘로 받아들여 질것이고 그 뉘앙스 역시 부정적으로 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바짓바람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아빠들을 까발리려는 게 아니다. 자녀교육에 있어서 아빠들은 더 이상 무관심하지 않으며 오히려 아빠들이 자녀교육에 적극 가담했을 때의 순기능을 부각시켜서 바짓바람이라는 단어가 품은 성격을 긍정적인 것으로 사용하고 있다. 어찌보면 출판사가 노린 것이 아닌가 싶다. 부정적 선입견이 호기심을 자극하여 책을 선택했는데 그 반대라는 것을 알게 되는, 안도감과 기쁨을 맛보게 하려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이 책은 결국? 바짓바람 아빠들의 긍정성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그 긍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6장으로 구성했다.

1장은 교육당사자로서 학부모들의 사고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2, 3장은 명문대를 보낸 아빠들은 어떻게 교육에 가담했는지에 대한 내용을,

4, 5장에서는 두 가정의 사례를 통해 아빠들의 교육철학을 다루고,

마지막 6장은 대디스 토크라는 아빠들의 모임활동 사례와 교육, 심리 관련 전문가 이범, 박재원, 이승욱씨의 미니 인터뷰가 실렸고, 작년 3SBS 스페셜에서 바짓바람 시대 1등 아빠의 조건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것을 엮은 것이다.

 

자녀교육에 관심 있는, 아니 이 땅의 모든 아빠들이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혹여 일 때문에 바빠 죽겠는데 애들 교육까지 신경써야하냐며 엄마가 알아서 하면 되지!’ 라고 생각하는 아빠가 있다면 필히 읽어봐야 할 책이다. 겁먹지 않아도 된다. 이 책은 아빠들에게 학원정보를 알아보거나 학과 공부를 가르치라고 하지 않는다. 노력한 아빠들의 사례를 통해 누구든지 해 볼 수 있도록 알려주고 있다. 드라마 <SKY 캐슬> 차교수처럼 아이들 붙잡고 직접 공부가르치라는 게 아니다. 자녀교육에 있어 엄마와 아빠의 영역을 구분하고, 아빠들이 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하나씩 실천해 보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범 교육평론가의 말을 들어보자.

 

p. 261

아빠가 자녀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섰을 때 나타나는 최악의 모습은 엄마도 아빠도 모두 자녀를 옥죄는 경우입니다. 가정에서는 균형을 깨지 않는 선에서 부부가 역할을 분담해야 하는데 한쪽으로만 치우치면 결국 자녀가 부모 모두에게 심리적으로 기댈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또한 부모가 자식에게 무엇을 해주든 간에 이를 투자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투자라고 생각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손익분기점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보면 아이는 목표에 도달할 가능성보다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결과적으로 부모와 자녀의 심리적 격차와 괴리가 심해지고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성적을 떠나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떠올리고 뭐든 지원해주세요. 그게 훨씬 더 나은 방법 아닐까요.

 

그런데 이 책에 사례로 나온 아빠들의 방법이라는 것이 원론적이라서 실망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다. 부부간의 관계가 좋고 가정이 화목할 때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녀교육 관련 서적을 찾는 이들이 원하는 것은 대부분 아이의 성적 향상 비법일 것이다. 하지만 그 비법의 기본은 시험칠 때 쪽집게처럼 집어주는 게 아니라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에 임할 수 있도록 평소에 환경조성을 해주는 것이다. 자녀에게 선생님이 되려고 할 때 관계는 어그러지게 된다.

 

책에서 인터뷰에 응한 학생과 학부모는 대부분 수능만점자이거나 서울대 합격생이다. 그들에겐 뭔가 특별한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기대하지만 아니다. 교육컨설팅을 해주는 코디가 있었다거나 유명 학원을 많이 다닌 게 아니었다. 오히려 사교육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학생들이 아빠에 대해 공통적으로 답한 내용은 자신을 믿어주었다는 것이다. 그 믿음에 대한 표현이 협박이 되면 안 되게 주의해야 한다. 예컨대 공부하는 아이에게 과일을 가져다주면서 우리 아들 믿는다고 하거나 시험을 보러가는 아이에게 엄마는 널 믿어“, ”아빠는 네가 잘 될 걸 알아라고 하는 말은 정말 믿는다는 의미보다는 내 믿음을 저버리지 마라는 뜻에 더 가깝다. 또 하나는 세심한 관심이었다. 자녀의 주관심사를 구체적으로 파악하여 그에 맞는 지원을 했고, 자녀 친구들의 이름과 성격도 다 알만큼 관심을 기울였다.

 

아들은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에, 딸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시킨 배운철씨의 교육 철학 세 가지를 살펴보자.

 

1. 약속 - 부모가 먼저 약속을 지켜라.

부모와 아이의 신뢰가 깨지는 경우 아이들에게 원인이 있기보다 부모의 말과 행동 때문일 가능성이 훨씬 많다. 아이와의 약속이 빈말이더라도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하라.

2. 결정권 자기 주도권을 가진 아이는 스스로 공부한다.

학원을 보낼 때는 아이가 자기 결정권을 갖게 해야하고, 자신이 선택한 학원에 열심히 나가고 숙제를 하는 일은 본인의 책임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 책임을 다하지 않을 때는 분명한 이유를 찾아 부모가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3. 기다림 아이를 100% 신뢰하라.

자녀와 신뢰를 쌓으려면 부모가 100% 손해를 본다고 느끼더라도, 또는 밑지는 걸 알면서도 아이를 전적으로 믿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부모는 아이가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며 자기 통제력이 생기도록 기다려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기억해 두자.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2014년 수능 만점자 원유석군과 동생 유찬군은 사교육 없이 대학에 갔고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부모님 덕분이라고 했다. 유석군은 서울대, 유찬군은 성균관대에 입학했다. 이들의 부모 인터뷰를 소개한다.

 

p. 219

저희 부부는 고등학교밖에 안 나왔어요. 저는 직업군인으로 전역하고 지금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인천 영종도까지 가고 있지요. 힘들어도 극복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제가 살면서 아이들에게 보여준 것은 열심히 하는 부모의 모습뿐이에요. 그런데도 이렇게 잘 커줘서 고마울 따름이죠.

 

두 아들이 부모에게 받은 영향은 이러했다.

 

1. 삶을 대하는 성실한 태도

계획한 것은 성실하게 지키는 두 분을 보며 자신도 계획을 세우면 미뤄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2. 부모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뿐 공부는 아이의 몫

부모는 자녀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스스로 모범을 보일 뿐이다. 공부는 자녀 3. 스스로 필요해서 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지는 것이다.

3. 엄마 아빠의 조화

초등학교 때 엄마가 학습관리를 한 후 중학생이후로는 자기주도적으로 하도록 둔다. 엄마가 타이트한 관리를 할 때 아빠는 놀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거나 같이 게임을 했다.

 

2015년 "OECD 삶의 질 보고서"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아빠들이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하루 평균 6분이라고 한다. OECD 평균은 47분으로 우리나라는 꼴지에 해당하는 결과다.

 

 

 

 

자녀와 눈 마주치고 같이 놀아주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자녀의 관심사와 친구의 이름을 알겠는가? 이 결과에 개탄하며 우리 시대의 자녀 양육과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아빠들이 20158대디스 토크라는 모임을 시작했다. 그들은 교육의 본질과 진짜 배움의 가치를 알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힘을 길러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 책을 읽은 아빠들이 하나 둘 모여 동네마다 또다른 "대디스 토크"가 결성되기를 희망해본다. 그런 아빠들이 긍정적인 바짓바람을 선도하면 좋겠다. 학원 정보를 교환하는 모임이 아니라 내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가화만사성을 이루기 위해 아빠들이 어떤 노력을 할지 공유하는 그런 모임이 많이많이 생기길 바란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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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의 시방상담소 - 뭣 같은 세상, 대신 욕해드립니다
김수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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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의 시방상담소>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서 작년에 방송되었던 내용을 추려 책으로 엮은 것이다. 김수미씨야 국민 욕쟁이 할매로 전국민이 다 아는 사람이라 그 유명세는 두 말할 필요도 없는데 일상 상담까지 한 줄은 이 책을 RHK 서평단으로 받고 처음 알았다. 31세에 드라마 전원일기의 일용엄니를 시작으로 무수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했고, <수미네 반찬>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프로그램으로는 요리로도 유명해졌다.

 

그런데 내가 너무 나이든 건지, 요리 프로그램은 안 봐서 그런건지 김수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일용엄니다. 책의 상담 답변을 눈으로 읽는데 일용엄니의 목소리가 내 귀에 자동으로 재생되었다. 이게 또 신기한 것이, 예전 일용엄니로 분했을 때 그의 실제 나이가 만 31세였으니 아무리 할머니 분장을 하고 걸걸한 목소리를 냈다 하더라도 젊은 목소리였을 테다. 이 책 때문에 알게 된 오디오 클립 시방상담소를 직접 들어봤더니 내 귀에 자동 재생된 목소리보다 너무 나이 든 목소리로 들렸다는 거다. 그래서 나 혼자 신기해했다. 내 귀에 저장된 김수미의 목소리는 젊은? 일용엄니 목소리였다는거~~

 

 

이제 책으로 들어가보자. , , 가족, 인간관계, , 남과 여의 주제로 모두 6장으로 구성되었어 있다. 국민 욕쟁이 할머니에게 상담을 요청한 사람들 대부분은 20~30대였다. 물론 그 나이에는 고민도 많고 미래도 불안하니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을 것이다. 또 다른 사람에게 당한, 예컨대 친구나 부모에게 서운했던 일이나 직장상사의 갑질때문에 힘든 점 등을 포함하여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해 답답한 심정등을 호소는 내용이다. 그들이 원하는 공통된 답변은 욕좀 션하게 해달라는 것이었고, 이에 김수미는 통쾌하게 욕을 난사해 준다.

 

이 책의 장점은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보통 심리 상담 서적이나 팟캐스트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같은 데에서는, 욕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에선 대놓고 쌍욕을 걸게 해주니 고민 상담자도 후련했을 것이고, 불특정 다수인 나같은 독자가 읽어도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다. 각 꼭지마다 상담 내용을 짧게 간추리고 그에 대한 답변도 시원하게 혹은 진지하고 따뜻하게 해준다. 책의 구성도 재미있게 편집되었다. 중요 내용은 글자 크기를 크게 하여 강조하고 일러스트 이시우씨의 그림도 적재적소에 재미나게 표현되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김수미씨의 인생역정도 알게 된다. 평생을 연예계에 몸담으며 별의별 일을 다 겪었을 것이고 70세가 넘는 지금까지 다양한 캐릭터에 요리까지 보여주며 얼마나 희안한 일을 겪었을지 감히 예상된다. 우리는 보통 연예인의 성공한, 화려한 겉모습만 보지 가려진 곳에서의 실패와 어려움, 실생활에서의 고충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에서 김수미씨는 자신도 상담자들과 같은 나이대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얘기하다보니 그의 사생활이 자연스레 드러나게 되었다. 나에겐 상담자들 각각의 고민보다 답변 속에서 김수미씨의 삶을 보게 되어 좋았다. 연예인으로 바쁘게 살면서도 집안일을 하고, 반려동물을 챙겼으며, 젊어선 남편의 외도를 감내하며 살았고, 나이 들어선 남편의 당뇨병 케어까지 하고 있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새벽 5시에 일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어제 일기를 쓴다고 했다. 배우로서 다양한 인물들을 연기해왔기 때문에 사람들의 고민을 십분 이해하고 적절한 상담을 할 수 있었을테지만, 그보다는 70평생을 그토록 옹골차게 살아왔기에 화통한 답변이 가능했다고 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여러 질문들 중 자신에게 해당되는, 혹은 유사한 것을 읽으며 고민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김수미씨의 생활에서 묻어나는 진심어린 답변으로 위로도 받게 될 것이다. 시중에는 저명한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들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프로이트나 융같은 외국 학자들의 이론을 해설서처럼 덧붙여 출간된 책들이 많다. 이 책에는 그런 유명 학자들의 이론 같은 것은 없다. 먹먹한 가슴을 뻥 뚤어줄 핵사이다같은 욕쟁이 할매의 욕 한 방이면 고민 클리어다! 지금 뒤엉킨 머릿속 고민과 가슴 팡팡 두드릴 화딱지 날 사연이 있는 사람들에게 정신과 상담보다 저렴한, 14,800원짜리 처방전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시원한 욕 답변 몇 개를 소개한다.

 

p. 81~81

Q. 직장 상사가 제가 좋대요. 싫다는 데도 공주님~ ’ 이러면서 계속 이상한 갠톡을 보내요. 너무 소름끼치는데 어떻게 하죠?

 

A. 내가 찾아갈게. 이 새끼 진짜 가만 안 둬. 진짜 또라이야 이거. 이런 새끼는 신고해야 돼. 신고했다고 괴롭히면 얘기해. 반 죽이고 뭐 그런 거 없어. 다 죽여야 돼 나 아니더라도 주변에 이렇게 얘기해줄 언니나 동생 많을 거야. 그런 사람 붙들고 얘기를 해. 그리고 들어. 그놈이 얼마나 이상한 짓을 하는지. 지금 네가 불편하고 소름 끼치는 게 얼마나 당연한 일인지 자꾸자꾸 들어야 용기를 낼 수 있어. 당당하게 화내. 절대 움츠러들지 마.

 

 

 

p.273~274

Q. 오늘도 마흔 번째 텀블러를 샀습니다. 흥청망청 카드 긁는 저 좀 욕해주세요.

 

A. . 시작할게요. 너는 미친년이야. 정신머리 썩은 년이야. 정신 똑바로 차려 이년아. 머리채를 잡아 가지고 그냥 양쪽으로 쌍갈래를 해가지고 불에 확 꼬질러버릴까. 대가리를 뽑아서 찬물에 헹궈야 정신 차릴래. 염병할 주둥이는 살아서 마흔 번째 뭐를 사? 씨부랄 너 혼자 돈 십 원도 없이 이백 살까지 살 거야? 흥청망청하다가 마흔도 못 넘기고 거지될래! 니미럴 늙어서 손가락 빨고 다니면 볼만 하겠다. 육십 넘어서 밍크 두르고 고급지게 살고 싶어? 품위 그거 다 돈 지랄이야. 우아하게 친구들하고 유럽 여행도 가고 해야지.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는 못해도 시벌 비즈니스 정도는 타야지 이코노미 낑겨 타가지고 유럽까지 실려 갈래? 이 미친녀나. 따라해. 내 손모가지를 자르든, 카드를 자르든 둘 중에 하나를 자른다!

오케이 여기까지. 그럼 굿나잇.

 

 

 

p.285~286

Q. 저한테는 만 원짜리 장미꽃 한 번 안 사주는 남편이 여자 BJ한테는 별풍선을 20만 원어치 쏩니다. 정말 너무한 거 아닌가요? 참다가 참다가 너무 과하다고, 2만 원정도만 하라고 얘기했더니 그렇게 조금하면 BJ가 실망해서 안 된대요. 정신 못 차리는 남편 어떡하죠?

 

A. 미친놈이다. 또라이네. 너도 참 너다. 뭘 참다가 참다가 2만원만 하라고 했대. 줘 패도 모자랄 판에. 아니 마당에서 석유가 나와요? 전 재산이 한 50억원 넘어요? 그럼 20만 원 쏘세요. 심심하면 나한테도 쏘세요. 근데 전세 월세 살면서 사방이 돈 나갈 구멍인데 우리 집 여자도 아니고 남의 집 여자한테 20만 원씩 막 쏘는 건 진짜 정신병 아니냐? 타일러도 보고 윽박도 질렀는데 말을 안 들으니까 나한테 도움을 요청한 거 아니야. 그러면 방법은 있어. 너도 다른 남자 BJ한테 한 40만 원 쏴. 그리고 여보 나 40만 원 쐈는데 BJ가 너무 좋아한다! . 그래도 정신 못 차리면 한 400만 원 쏴. 어디 누가 먼저 집안 말아먹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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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바침 - 결코 소멸되지 않을 자명한 사물에 바치는 헌사
부르크하르트 슈피넨 지음, 리네 호벤 그림,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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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을 빌리고 돌려주지 않은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의도하진 않았는데 빌려 읽곤 책장에 그대로 꽂혀 있다가 어느날 발견하곤 돌려주면 될텐데 이러저러한 이유로 돌려주지 못했다.

일부러 안 돌려준 건 아니다!

 

2. 책을 빌려준 이가 돌려달라고 말할 때 어떤 기분이었나?

나는 조금 언짢았다.

작년 연말 <트랜드 2020>을 지인에게 빌렸다가 돌려달라는 문자를 받고 보니 기분이 좀 나빴다. 책 주인이 돌려달라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거지? 생각해 봤다. 흠...내가 그 책 꿀꺽할 사람처럼 보였나? 돌려주기로 명확한 날짜를 정한 것도 아닌데 미리 연락받으니 독촉받는 기분이었다. 만나기로 한 날 책 주인은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했고, 어떤 장소의 경비아저씨에게 맡기는 것으로 돌려주기는 성공했다. 본인이 오지 못할 상황이면 다음 기회로 미룰텐데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서까지 받겠다고 하는 걸 보니 중요한 책인가 보다 싶으면서도 한편 내가 그렇게 못미덥게 보였나? 싶어 또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래도 나는, 쪼잔한 인간이다.

 

3. 그렇다면 나는 책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적이 있나?

물론 있었다.

돌려주지 않은 책보다 더 많은 것 같은데 서로 까먹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 무슨 책이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아 어영부영 넘어가기도 했다. 작년 12, 독서모임 회원이 내 책 3권을 빌려갔는데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 물론 계속 만날 사이니 돌려받지 못할 건 아니다.

이번 달 모임에서 만났을 때, 빌려간 책 안 가져오셨나요?” 라고 물으려다 말았다.

내가 이렇게 소심했나?

 

<책에 바침>이라는 책의 빌린 책꼭지를 읽다가 내 경우가 생각나서 위 내용을 써보았다.

 

<책에 바침>은 제목에서 이미 책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데 부제 결코 소멸되지 않을 자명한 사물에 바치는 헌사 라는 문구는 이 책의 내용이 어떠할지 자연스레 연상케 된다. 책을 찬양하는 이야기야 어디에서든 들리고, 한국 작가들에게도 충분히 들을 수 있을 텐데 굳이 생소한 이름의 독일 작가가 쓴 책에 대한 찬가까지 읽어야 하나? 의구심을 가지는 이가 있을듯하여 책날개의 작가소개를 굳이 옮겨 본다.

 

부르크하르트 슈피넨

1956년 독일 묀헨글라트바흐에서 태어났다. 뮌스터 대학교에서 독일어문학과 사회학, 저널리즘을 공부한 뒤 1989년 같은 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부터 라이프치히 대학의 독일 문학 연구소에서 글쓰기를 가르쳤고,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에서 열리는 잉게보르크바흐만 상 시상식 수석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1991<바다에 떠 있는 뚱뚱한 남자>로 독일 최고의 데뷔 소설에 주어지는 아스펙테 문학상을 수상한 뒤 소설가로 활동하며 잉게보르크바흐만 상, 카롤리네 슐레겔 상 등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긴 토요일>, <다종목 경기>, <자카리아의 고양이>, 에세이 <즐거운 휴일>, <하루의 끝에서>등이 있다.

 

 

작가는 서문에서 책 얘기에 앞서 말()을 먼저 언급한다. 인류에게 최고의 운송수단이자 무기로 쓰였던 말이 어떻게 자동차와 트랙터, 탱크등에게 그 자리를 내주게 되었는지를 짚으며 전자책으로 넘어간다. 종이책은 전자책에게 그 자리를 내어줄 것인가? 작가 인생에서 책은 동반자이자 동거인이었고 조력자이면서 친구였다면서 책이 언젠가 곁을 떠나게 되면, 자신이 잃어버리게 될 것들을 이 책에서 열거해보겠다고 한다. 우리가 그동안 아주 당연시 여기는 책을 둘러싼 문화현상 전반에 대해, 책이 없어진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될 그 모든 것에 대해 말한다.

 

이 책은 책에 대한 이야기들이므로 어느 나라 사람이 읽든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내용이 수두룩하다. 당연히 보편성이 있긴 하지만 독일 작가가 독일이나 유럽 책 위주로 이야기하므로 바로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 때문에 가독성이 떨어지는 단점도 없지 않다. 책이 얇음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철학박사 출신이라 그런지 글이 참 진지하다. 책에 바치는 헌사라는 소개에 끌렸지만 읽어보니 나는, 작가의 문체에 그리 끌리지 않았다. 어쩌면 나랑 코드가 안 맞는 것일 수도~~ 하지만 책을 사랑하는 공통점은 분명!

 

헌 책방을 돌며 책을 발견하고 수집한 이야기, 어렸을 때 비싸게 산 책이 지금은 종이값보다 못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사인해주는 작가의 입장에서 사인본에 대한 이야기, 금지되거나 학대당한 책 이야기 등등 흥미로운 내용들도 많다. 그러나 이 책을 재미있으려면 작가가 어떠어떠한 책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과 독자 자신의 유사한 경험을 떠올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지 않고 페이지를 슬슬 넘기다보면 어느새 끝에 도달해있고 머리는 터~엉해서 이건 뭥미? 하게 된다. 책이 문제인가? 내 독해력이 문제인가? 도리질하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찬찬히 한 번 더 읽으며 내 경험과 연결해 보았다.

 

그래서 이 리뷰 서두에 빌린 책에 대해 내 경험을 썼고, “모여있는 책들보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작가는 읽힌 책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p. 163

읽힌 책은 그것을 읽은 독자가 살아온 삶의 일부이다. 심지어는 아주 중요한 장의 특별한 한 단락이 삶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독자가 가장 머물러 있고 싶어 했던 부분, 가장 편안함을 느낀 부분이었다면 언제나 그렇다. 모든 텍스트는 언어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이와 동시에 독자에게는 그 세계를 여행한 기록이다. 그러므로 이따금씩 그 여행을 회상하기 위해서라도 읽힌 책은 여행 기록처럼 보관될 필요가 있다. 여행 기록들이 다 그렇듯이 기억을 생생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이처럼 개인 도서관은 자신만의 독서생활을 위한 기록 보관소이다. 아니, 어쩌면 그 어느 곳보다도 활기차고 웅장한 묘소일지도.

 

예전에 나는 책을 대부분 빌려서 봤지만 2000년 초반부터 책을 사서 보기 시작했고, 지금은 도서관에서 빌리기도 하지만 스스로 북호더라고 부르면서 그러모으고 있다. 책은 사기 시작하니까 점점 더 많이, 자주 사게 되었고, 재작년부터는 출판사 서평단 활동을 하게 되어 책이 쌓여가는 중이다. 알라딘과 예스24의 중고서점이 활발하게 운영되면서 어떤 이는 읽은 책을 보관하지 않고 바로 중고서점에 판다고 한다. 집에 보관하기 힘들다며.

 

나는 팔지 않는다. 작가가 비유한 여행 기록들처럼 보관해야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나마 서평단 활동으로 받은 책들은 지인이나 활동하고 있는 북카페, 블로그 이웃들에게 나눔해서 쌓여가는 숫자를 줄이고 있다. 그런데도 북호더의 수집 중독증은 가속도가 붙는지 선호도나 장르의 기준도 없이 모으기만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책들은 책장에 이중으로 꽂히게 되고 이젠 거의 모두 이중으로 올라가고 있다. 작가처럼 개인도서관까지는 아니지만 벽 한쪽은 이제 책장 자리가 되었다. 나만의 독서생활 보관소가 된 것이다. 보고 있으면 제법 뿌듯하다. 

 

처음엔 장르별로 꽂았지만, 최근엔 책표지의 색깔별로 정리하다가, 읽은 책과 안 읽은 책, 읽다가 만 책으로 분류하다가, 나 혼자 아주 난리 부르스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사장 윤성근씨는 저작 <책이 좀 많습니다>에서 애서가들의 서재를 찾아가 그들의 책장을 엿보고 이야기 나누었다. 나는 부러웠다. 우리집에 온 그 누구도 내 책장을 보며 나와 책 이야기를 나누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윤성근씨를 우리집으로 초대하면 할 얘기가 있을라나...

 

<책에 바침>을 읽으며 종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과 책에 대해 시시콜콜, 두런두런, 이 얘기 저얘기 하는 기분을 맛보았다. 사람과 직접 대화 한다면 좋으련만 내 주위에 그럴 사람이 없음을 한탄하며 오늘도 책 속의 사람을 만난다. 기분에 따라 끌리는 색깔의 책을 집어 색감을 느끼고, 표지를 어루만지다, 단번에 촤르륵 펼칠 때 책장 넘어가는 소리와 거기서 풍기는 종이와 잉크 냄새를 음미한 후 텍스트 속으로 들어간다. 그 곳에서 만나는 사람과 반갑게 인사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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