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 더 힘들어하고 더 많이 포기하고 더 안 하려고 하는
김현수 지음 / 해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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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불러서 하는 소리지!"

"공부만 하면 되는데 뭐가 힘들다고?"

 

어렸을 때 어른들한테서 듣던 소리인데, 지금 내가 똑같은 말을 내뱉은 것에 대해 통렬히 반성한다! 요즘 아이들 인생에는 희망은 없고 고생뿐이라는 말을, 배불러서 하는 푸념정도로만 치부해버려 미안하다!!

그렇다!

나는 꼰대였던 것이다.

김현수씨의 책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을 읽기 전까지 나는, 꼰대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이 책은 대한민국 어른은 모두 읽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이 죽는게 낫다고 여길만큼 고통속에 살게 만든 건 다 어른들의 잘못이니까.

이 책은 우리 어른들의 잘못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다.

그 잘못을 몰랐다면? 알아야지!

이렇게 아이들을 병들게 만든 사회구조를 우리가 바꿔야한다.

피해자인 아이들에게 떠넘기면 안된다!

작가는 요즘 아이들이 잃어버린 것을 네가지로 정리했다. 희망, 자유, 공감, 체험이다.

아이들이 외치는 "이생망"은 어른들이 먼저 시작한 것이다.

[희망의 상실]

"네 싹수가 노랗다. 네 인생은 글러먹었다. 네 인생은 망한 것 같다. 아직도 그런 문제도 풀지 못하다니 도대체 뭘 한거냐? 넌 이번 생애는 안 될 것 같다."

아마도 어른들은 정신차리라는 입장에서 그런 말을 했겠지만, 아이들에게 미래가 없다고 말하고, 상처를 주고, 아이들을 포기하면서 내뱉은 이 말들을 아이들이 가져다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이들의 인생에 대한 판정은 이미 어른들이 시작해서, 이 사회가 하고, 그리고 입시제도를 포함한 여러 제도와 문화가 해왔습니다. 이 판정이 아이들에게 '망함의 감정'들을 강하게 느끼게 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p.85~86

 

 이런 망한 감정을 느끼는 아이들이 취하는 방어적 행동은 순응, 무기력, 자해, 중독, 은둔, 비행이라고 한다. 어차피 미래는 없는데 열심히 하면 뭐하고 노력하면 뭐하겠냐는 것이다.

[자유의 상실]

"내가 사는 것 같지 않아요. 이건 내 삶이 아닌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우리나라의 많은 아이들은 자기 안에 직접 부모가 들어와 앉아 있는 삶을 살아갑니다. 일본의 아동가족문제의 전문가인 의사 이소베 우시오가 말한대로 '모자일체화'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살지도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도 못합니다. 자기가 죽어버리면 부모도 함께 죽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마음의 상태를 오래 겪으며 점차 무기력해진다고 합니다.

p.111~112

 

 하나 뿐인 자식을 향한 부모(조부모 포함)의 지나친 기대와 부모에게 주고 싶지만 줄 수 없는 선물, '1등 성적표'때문에 공부기계로 전락한 아이들은 자유가 없다. 외로워도 마음을 나눌 형제가 없으니 친구와 스마트폰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공감의 상실]

"자기가 잘못해서 때려놓고, 왜 돈으로 쳐바르냐고요. 잘못했다고 한마디 들리지도 않게 해놓고 이거 사주고, 저거 사주면 내 마음의 상처가 아무냐고요. 잘못했으면 제대로 사과를 하고 다음부터 안 그럴 방법을 찾아야지, 돈이면 다냐고요. 그리고 누가 돈 달라고 했어요? 어른들이 왜 짜증나는 줄 알아요? 바보같은 어른들이 자기들이 돈으로 다 되니까 우리도 돈으로 되는 줄 알고 그러는데 그렇지 않다고요. 돈으로 안 된다고요!"

아이들은 마음으로 제대로 된 사과와 또 진심어린 위로를 받고 싶다고 하는데 어른들은 그것이 어려운가 봅니다. 그러니까 사과와 위로가 아닌 돈으로 해결하려 드나 봅니다.

p.128

 

 

 

어른들은 상대를 대할 땐 진심어린 공감을 해야한다며 교과서적으로 말해와놓고 정작 아이들을 대하면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실제 사례들로 이루어진 책 내용들을 읽으며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체험의 상실]

이젠 아이들이 할 수 없는 경험들이 너무나 많고 이것도 우리가 그들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저지르는 잘못들이구나 싶어 한숨이 나왔다. 몸으로 직접 해 볼 수 있는 체험도 차단되고 자신을 탐험하는 여행(친척집에서 지내보는 것 포함)도, 독서도, 할 시간이 없다. 그놈의 입시공부에 매달려야하니 말이다. 가족과 함께 떠난 패키지 여행에까지 학습지를 들고가서 풀게 만든 사례를 보니 기가 막혔다.

 

"헐, 선생님, 낮에는 관광하고 놀다가 저녁때 숙소로 돌아오면, 호텔이 마치 우리집 공부방처럼 변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건 낮에 체험 활동, 밤에는 공부방이 되니까 쭈욱 신나게 노는 게 아니지요. 더군다나 휴가는 4박5일인데, 엄마가 치사하게 학습지를 무려 5일치를 가져가서 하루치는 비행기 안에서 했단 말이에요. 너무 억울해요."

p.159

 

아이들에게 존경하는 현실의 인물, 동네 사람들은 사라졌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닮고 싶은 타인들은 모두 텔레비전과 휴대전화 안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아이들은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의존하기도 합니다. 존경을 표할 만한 타인이 없는 유아독존, 자신만의 세상에서 결국 자신에게 집착해서 아름다운 몸매를 위해 거식증에 걸리거나, 완벽하게 상처받지 않는 숨은 덕후가 돼서 지냅니다. 은둔하면서 자신과만 지내는 것입니다. 결국 타인이 없는 세상의 다른 단면은 홀로 지내는 것입니다.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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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이 이렇게 힘들구나... 그럼 이렇게 만든 어른들이 바꿔야지,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고민하면서 읽어나갔다. 7장과 8장은 어른들과 이 사회가 해야할 일들을 조언해주고 있다. 일견 쉬워보이나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관성처럼 해오던 생각과 말투를 고쳐야 하고, 우리 사회의 구조도 뜯어고쳐야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저출산 정책이 그저 아이를 낳도록 하는데에만 골몰해서 될 일이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 많다. 앞길이 까마득하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이 조금이라도 마음고생하는 아이들을 어루만져 줄 수 있다는걸 직시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작가는 어른들이 먼저 행복한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들을 지적하지 말고 긍정성을 발견해주라고 한다.

지금은, 아이들도 어른도 사는게 힘들다. 그러나 암울한 미래를 아이들에게 넘겨주는 무책임한 어른이 되지 않으려면, 어른들 모두 이 책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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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인문적 글쓰기 아우름 37
박민영 지음 / 샘터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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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히트를 치는 독립출판물들이 나와서 그런지 일반인들도

'나도 책 한 번 내볼까?'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말이 쉽지, 책을 낸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책보단 글을 제대로 쓸 줄 아는게 먼저일 것이다.

그러면 또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글쓰기 강좌 좋은 거, 어디 없을까?'

이런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강추할 책이 있다.

샘터사의 아우름 시리즈 서른일곱번째 책으로,

박민영 작가의<글을 쓰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이다.

목차는 아래와 같다.

1장은 개인적 존재에서 사회적 존재로!

2장은 읽기는 어떻게 쓰기가 될까?

3장은 글쓰기의 안과 밖

4장은 글쓰기의 가치는 무엇일까?

목차의 제목만으로는 감이 안온다...싶다면 꼭 사서 읽어보길 추천한다!!

작가의 20년 공력을 한 권에 담았으니 그야말로 알짜배기다.

글쓰기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잡을테지만 그래도 작가는 안심이 안됐던지 속성 클래스로 부록까지 남겼다.

요즘 글쓰기 관련 책이 많이들 나오고 있지만 이 책은 장황하지 않으면서 가격도 부담없다.

읽기와 쓰기의 연계, 글쓰는 방법까지 알차게 제공한다.

그래서 이 책을 요약하지는 않겠다.

그러기엔 작가에게 미안하기 때문이다.

책 내용 중 내게 와닿은 몇 가지만 정리해 본다.

 

p.73

저는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이것저것 숙제를 내주는데, 그중에서 수강생들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것이 읽은 책을 컴퓨터로 정리하기입니다. 막상 해보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귀찮거든요. 그래서 잘 안 합니다. 하지만 한번 정리해 보면, '깊이 읽기'와 '자료 확보'가 동시에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읽은 책을 정리하고 메모하는 일은 틈나는 대로 계속해야 합니다. 그것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어야 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한비야씨가 생각났다. 한 때 그의 독서법과 메모법이 회자되어 많이들 따라하기도 했는데...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았더니 오늘날 이렇게 빈약하고 설득력 떨어지는 글을 쓰고 있나 싶다. 시어머님 생애구술 책을 쓰겠노라며 시댁 친척들 앞에서 큰소리 뻥뻥 쳤는데 진행을 못시키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국은 나의 필력이 워낙 일천해서이다. 작가는 책에다 줄긋고 메모도 한다는데 나는 책 귀 접어두는 거 외엔 하지 않고 자료화도 안 하니까 글이 풍성할 수가 없다. 부끄럽다.

p. 150

좋은 글을 쓰려면 '이 주제에 대해서는 이 글로 끝내 버리겠다'는 심정으로 자료를 충분히 찾아야 합니다. 이 정도면 됐다 싶은 느낌이 들 때까지 충분히 찾아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지식을 습득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너럴리스트가 됩니다.

p.152

'T자형 지식인'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방법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글의 주제를 중심으로 자료를 찾아서 읽고 분석해 나가는 행태가 정확이 이와 일치합니다.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것이 목표였는데 여기서 나왔다. 그런데 나는 수박겉핥기식 제너럴리스트를 꿈꾼 것이었다. 작가는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시야에서 사물들의 '관계'와 '맥락'을 파악하는 '르네상스적 인문주의자'가 '제너럴리스트'라고 정리했다. 제너럴리스트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관심, 혹은 전공분야를 깊이깊이 파면서 그와 연계되는 것도 놓치지 않아야 맥락파악이 되는 것이다.

 

p.169

글을 쓰는 사람은 작업의 특성 때문에 필연적으로 광범위한 지식 풀을 갖추고, 문학과 예술의 관계를 잘 이해합니다. 예술작품도 글쓰기와 똑같이 결국 인간과 세계를 다룹니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명징한 사유와 표현은 누구보다 글쟁이의 속성입니다. 글 쓰는 사람이 남다른 예술 향유 능력을 지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책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뜨끔뜨끔했는데 위 내용은 용기를 얻은 부분이다. 예술에의 관심을 지적허영이라 표현하지 않고 자연스런 일이라 해주니 반가웠다. 원래 관심이 있기도 했지만,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고 만족하며 심미안을 키우는 것이 글쓰기에도 분명 도움이 되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는 카프카의 말 "책은 도끼다"에 대해 작가가 언급한 부분으로 마무리 짓고자 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자네 말은, 책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거잖아? 맙소사, 책을 읽어 행복해질 수 있다면 책이 없어도 행복할 거야. 그리고 책이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면 아쉬운 대로 자신이 쓸 수도 있겠지. 그러나 우리가 필요한 책은 우리를 몹시 고통스럽게 하는 불행 같은,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 같은, 모든 사람을 떠나 인적 없는 숲속으로 추방당한 것 같은, 자살처럼 다가오는 책이네.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 버린 바다를 깨뜨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작가는, "책은 도끼다"를 빌어 어떤 식으로든 독자에게 지적인 충격을 안겨주고 그 충격이 깊고 오래갈수록 좋은 글이라는 것이다. 글을 쓰려면 불편한 책도 마다하지 않고 읽어야함은 물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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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 한국 현대미술
정하윤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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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현대 미술가! 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인물이 있을까? 있다면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책을 펴기 전에 딱 떠오른 이름은 이중섭과 김환기였다. 몇 년 전, 이중섭 탄생 100주년 전시회에 갔다가 환기미술관도 들렀던 기억 때문이다. 멋들어진 환기미술관에서 작품들을 감상하고 그의 유품들을 보노라니 이중섭의 생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었다.

정 하윤씨의 책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에는 서른명의 미술가들이 소개된다.

 

 

 시대별로 4챕터로 나누었다. 이 책을 잡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미술에 관심있을 것이고 목차에서 아는 이름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작가가 서문에서 밝혔듯 20세기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화가 위주로 알아가기에 좋은 책이다. 화가의 삶과 작품에 대해 쉽게 설명하고 있어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는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전시회에 갈 수 있을 것이다. 즉, 초심자 입장에서 한국 현대미술가들에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각 챕터별로 좋았던 부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1부 김관호편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p. 29

근현대 한국 미술 작품을 보실 때에, 서양 것을 모방했다고 너무 비난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미술이 서양의 모방이라는 콤플렉스를 혹시라도 갖고 계셨다면 거기서도 자유로워지시면 좋겠습니다. 녹록치 않았던 상황에서 화가가 나름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점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감상한다면, <해 질 녘>을 비롯한 많은 근현대 한국 미술은 기술적으로 뛰어날 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매우 창조적인 작품으로 여겨질 테니까요.

 근대 문물을 일본으로부터 전수받은 탓에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예술계는 서양에서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와서 독창성 시비가 없을 수가 없다. 작가의 이런 권유를 받았으니 우리안의 창조성을 찾아보는 감상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2부에는 아는 화가가 가장 많았는데 김환기편을 읽다보니 그에 대해 내가 오해했던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87

요즘 김환기는 너무나 유명하고, 미술사적 가치도 인정받고, 작품도 높은 값에 판매되지만, 정작 김환기의 삶은 쉽지 않았습니다. 살아생전에는 그림이 잘 팔리지 않았고, 파리와 뉴욕 미술계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성과는 미미했습니다. 탄탄해 보이는 지주의 삶을 버리고 어떤 것도 보장되어 있지 않는 화가의 길을 자신 있게 택했지만, 뜻대로 살아지지는 않았던 것이지요.

 

 서두에서도 밝혔듯 환기미술관에는 뉴욕작업실이 재현되어 있었다. 그걸 보니 김환기는 이중섭에 비해 생활고도 없었고 럭셔리하게 살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를 기리는 미술관도 있지 않은가 하면서...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그도 살아생전에는 인정을 받지못했고 생활고에 시달렸던 모양이다. 예술가에게 가난과 불인정은 필수품인가? 싶다가도 사후에 치솟는 작품금액을 보면 이 무슨 뒤늦은 로또인가?? 싶기도 하다.

  3부에서 백남준의 말이 눈에 들어왔다.

 

p.194

1984년, 조국을 떠난 지 34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백남준에게 한 기자가 물었습니다.

"백선생님은 왜 예술을 하십니까?"

백남준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인생은 싱거운 것입니다. 짭짤하고 재미있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지요."

 

 백남준다운 답이다! 얼마전 읽은 책 <미학수업>에서는 예술을 즐기는 삶에 대해 이야기 했었다. 풍요롭게, 품위있는 삶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고리타분하지 않게~~ 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며 우리도 유쾌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백남준의 답이야말로 명쾌하지 않은가.

 4부에는 여성이 세 명이나 포함되어 있어 반가웠다. 다들 생존해있으며 세계에서도 인정받는다하니 다행이고, 그들을 이 책에서 처음 만나는 것이라 미안했다.

그들의 이름은

윤석남, 최정화, 이불.

앞으로 그들의 전시가 있다면 챙겨보아야겠다.

 

 이 책은 한국 현대미술가들을 다시 불러내어 박수치고 싶게 하면서 덤으로 그들의 작품과 생에 한발짝 다가가게 만들어 준다. 작가의 조곤조곤한 설명방식도 한 몫했다.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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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9.4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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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샘터가 올해로 창간 49주년을맞았다.

2019년 4월호는 창간 기념호다.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라고 물었다고 한다.

살벌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샘터"가

"착한잡지" 역할을

감당하겠느냐는 우려가 많았다고 한다.

발행인은 49번째 생일이 대답이라고 했다.

힘든 시간 헤쳐온 샘터가 50주년, 100주년 기념 창간호를낼 수 있길 기도한다.

가능한 이유는, 꿋꿋하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이 있고, 그들의 사연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호 특집 사연 주제는 "내가 쓰는 청춘 예찬"이다.

 

이번 사연들은 하나같이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며 산다면, 그게 바로 청춘인 것이다.

지난 주 종영한 드라마 <눈이 부시게>가 생각났다.

살아있다는건 살 가치가 있는 것!

우리가 가진 눈부신 순간들을 애틋하게 살아가자는 이야기~~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청춘인 걸~~

 

 

봄이라서 그럴까?

이번 "나무에게 길을 묻다"는 경북 봉화산길에서 만난 느티나무 고사목 이야기에 눈길이 멈추었다.

자신의 몸을 비운 나무는 빈 공간에 여러 생명을 키워낸다.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살아있는 동안 모든 것을 주고 껍데기만 남은 몸에 새 생명을 키웠다.

비울수록 풍요로워지는 자연에 절로 숙연해졌다.

 

 

 

이해인 수녀님이 소개하는 이기철 시인의 시<따뜻한 책>

'글자들은 신생을 꿈꾸고, 책이라는 말이 세상을 가꾼다'고 한다.

얼마나 따뜻한 시어인지...

수녀님처럼 나도 몇번을 곱씹어 맛보았다.

 

"이 여자가 사는 법"의 주인공은 바둑기사 '오정아'씨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후로바둑 기사들이 이제 그만두는 게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정말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그녀는 일곱살에 바둑을 처음 접한 후 거의 20년간 바둑과 함께 해왔고

'뼛속까지 바둑인'이란 별명까지 받았다.

AI와 다른 기사들의 기보를 연구하며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직 창창한 그녀의 앞길이 밝게 펼쳐지길 바란다.

 

 

 

이번 호 "희망 나누기" 사연은 '미스터리한 버스타고 떠나는 봉사'이다.

미국의 '두굿버스(Do Good Bus)를 벤치마킹했다.

SNS로 사람들을 모아 봉사활동을 떠나는데, 사전에 어떤 봉사활동을 할지 모른 채 떠난다고 하니 더 기대되고 즐거울 것이다.

그래서 2014년 7월, 150명으로 시작했는데 현재는 50대의 버스에 천여명의 승객들을 태우고 각각의 봉사처로 향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봉사를 하고 싶긴 한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모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올해도 '어떤 버스'는 힘차게 달릴 것이다.

샘터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웃들의 다정한 사연을 전해주는 반가운 전령사로 계속 달려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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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2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13-2018 골든아워 2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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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1>을 읽고 리뷰를 쓰면서 2권의 내용은 좀 편한 내용이길 바랐다. 그래서 2권을 읽고 밝은 내용으로 쓰고 싶다며 마무리를 했었다. 왜냐하면 1권은 2002년부터 2013년까지를, 2권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의 기록이라 2권에선 중증외상센터의 시스템이 보완되었으리라 기대를 했다. 이국종 교수팀이 더 나은 환경에서 중증환자들의 치료를 하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그것은 턱도 없는 기대였다는 것을 알아차리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방화범의 불꽃이 관료주의의 허점을 파고들어가 국가 시스템 전체를 불태워버릴 수 있는 나라다. 잿더미가 된 숭례문은 문화재이기는 해도 살아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바닷속으로 잠겨들어가고 있는 것은 산목숨들이었다.

위 글은 세월호 현장에 (늘 그렇듯 어려운 기상 상황을 뚫고)헬기를 타고 출동했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숭례문 화재 현장과 비교하여 쓴 것이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이런 나라다.

가난한 자들은 스스로를 챙기기에 힘이 모자라고 국가는 그들을 돌보지 않는다. 골든 아워 내에 필요한 조치를 받지 않으면 사망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을 위해 선진국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이리 뛰고 저리 뛰어봐도 관계부처 공무원이 바뀌면 늘 원점으로 돌아가 버린다. 그럴 때마다 이국종 교수는, 똑같은 내용을 서너시간씩 브리핑해야 했다. "관료주의의 허점"정도로 표현했지만 우리나라 관료들은 사람 목숨 구하는데는 별 관심 없는 자들이다. 그들은 상위층이니 응급사고가 발생해도 목숨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피해는 입지 않으니까.

그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사회 최하위층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는, 우리나라는 이런 나라다.

우리는 석해균 선장, 북한 군인 치료로 그의 활약이 보도 될때마다 알려지는 시스템의 문제점이 개선되리라 여겼지만 아니었다. 그는 얼마나 기막혔을까? 책을 읽는 나도 이렇게 화딱지가 나는데 그 오랜 시간 변함없이 반복되는 상황에 얼마나 진절머리가 나겠는가 말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다!!

중증외상센터를 위한 예산책정이 되었다는 호들갑스런 보도의 이면을 우리는 알지 못했다. 세월호 이후 안전교육을 위해 체험장을 지었다는 어느 지자체에 쓰인 돈이면 닥터헬기를 몇 대나 구입할 수 있는지 우리는 관심도 없었고 그저 헬기 소리가 시끄럽다며 민원을 제기하기 바빴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람을 구하려고 목숨걸고 운전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시끄럽다고 말하는 사람이 우리다. 피 튀기는 수술실에서 목숨을 구하는 이들이 어떤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개인의 희생을 볼모로 겨우겨우 유지되는 그 곳에서 겪는 그들의 고통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세상은 '워라밸'이라는 듣기 좋은 말로 삶의 질을 얘기했으나 그들에겐 전혀 해당되지 않는 단어였다. 우리에게 중증외상센터 같은 곳에 실려갈 일은 일어나지 않을거라 생각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이렇다.

이 책이 작년 10월에 출간되었고 바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한 달만에 13만부나 팔려나갔다고 했다. 그렇게 많이들 책을 사보았는데 그가 생각한 시스템의 변화는 요원한 것 같아서 안타깝다. 1월 말 즈음, 지인이 독서모임에서 <골든아워1>으로 토론을 했다고 하면서 출판사를 비판했다. 그 바쁜 사람에게 글을 쓰게 하여 이렇게 편집할 수 밖에 없었냐고 했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으나 아무리 시간 순이라고는 하지만 가독성이 떨어지고 글을 정리했단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이국종교수의 징징거림이 계속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것 역시 편집의 문제가 아니겠는가 라는 주장이었다. 그 소리를 듣는데 난 화가 났다. 어쩌다보니 내가 출판사를 옹호하고 있었다. '현장의 심각한 상황을 가감없이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을까? 이국종 교수가 그동안 혼자 얼마나 바위에 계란 던지는 심정이었겠나? 이런 답답한 현실을 직면하게 만드는 내용이 가독성이 좋을 순 없다.'고 말했다. 결정적으로 징징거린다는 표현은 모욕적이었다. 마치 내가 그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생각해본다.

그간 이국종교수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변함없는 현실속에서 오늘도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직업인으로서의 할 일을 해내고 있는 그에게 우리는 무얼 할 수 있나?

책을 사보는 것? 현실을 알게 되는 것?

그래서 바뀌는 건 무엇인가??

책을 읽고 독자의 삶과 행동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들 한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나?

이 답답한 현실을 변화시킬 아무런 능력이 없음에 자괴감이 든다.

오늘도 누군가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헬기에 오르고 수술실에 서 있을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 외에는...

그리고 한 쪽 눈의 시력도 잃고 어깨와 다리도 성치 않은 이국종교수가 윤한덕씨처럼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또한 정경원 선생의 앞길이 지금보단 나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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