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환 전 시집 -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탄생 100주년 · 서거 70주년 기념 시집
박인환 지음 / 스타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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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위 문장을 읽으며 자연스레 흥얼흥얼 불렀다면! 당신은 연식이 좀 된 사람~


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1연이다.

 

나는 감수성 넘치던 십대 때 이 시를 처음 접했다. 사랑도 이별도 해본 적 없는데도 어찌나 가슴에 콕콕 와닿던지, 노래는 한 번 듣고 대번에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시도 노래도 점점 멀어지니 일상은 스산할 뿐이었다. 박인환! 하면, ‘세월이 가면과 목마와 숙녀라는 시를 쓴 시인이지...’ 외엔 기억나는 게 없어서 <박인환 전 시집> 서평단에 신청했다.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출간된 이 책은 박인환 시인이 생전에 신문과 잡지에 발표했으나 기존 시집들에 수록되지 못했던 작품들을 오랜 시간에 걸쳐 발굴·정리해 함께 묶은 기념판 전집 성격의 시집이다. 이번 기회에 시인의 시와 에세이를 접할 수 있어 반가웠고 한편 놀랐다. 그동안 문단에서 그를 어떤 식으로 평가해왔는지를 알게 되었고, 시인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책은 나 같은 문외한에게 짧디 짧았던 시인의 삶을 톺아볼 기회를 주었고, 그의 시와 글에 한발짝 더 다가가는 길라잡이가 되어주었다. 박인환 시인과 만나려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얼굴이라는 시를 읽다가 아, 중학교 때 이 시를 읽으며 내가 꽂혔던 구절에서 한참 눈길이 머물렀다.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르는데...

 

누군가를 좋아해서 기다리다 지쳐 울었던 것도 아닌데 왜 그리 끌렸는지... 떠올려봐도 기억은 나지 않는다. 나이 들어 다시 읽으니, 사람들과의 거리가 너무 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시인의 마음이 느껴졌다.

 

흔히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을 커서 다시 읽으면 느낌이 영 다르다고들 하는데 시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그럼에도 세월이 가면은 그때나 지금이나 어떤 시구 하나 빠짐없이 다 좋았다. 아는 맛에 기반한 친밀감인가~~ㅎㅎ

 

에세이 회상/우리의 약혼 시절-환경에의 유혹을 읽어보니 시인은 참말로 로맨티시스트였구나 싶다. 하기야 친구 이상 시인을 추모하는 모임 후 사흘간 술을 마시다 죽었으니 말 다했지... 이 글에서는 책을 읽고 아내와 이야기 나누고 시를 읽어주고, 그렇게 서로에게 스며드는 약혼의 시간을 가졌다는 내용인데 70여 년 전에 살았던 남자에게 반할 뻔했다. “마리서사라는 요즘으로 치자면 북살롱을 운영한 것도, 이름을 그렇게 지은 이유도, 모두 내겐 반할 요소였다.

 

박인환 시인에 대해 잘 몰랐거나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 여겨 볼만한 내용(부록에 실린 글 마지막 부분)을 인용한다.

 

박인환시인이 죽은 지 60년이 지났는데도, 오랜 세월동안 우리는 오로지 [목마와 숙녀][세월이 가면]만으로 그를 기억한다. 그 작품은 노래를 위해 지은 가사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이제부터 박인환의 시가 제 평가를 받을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는 결코 [목마와 숙녀]의 시인이라거나 명동의 샹송 [세월이 가면]의 작사가 정도로 폄훼해도 좋을 시인이 아니다. 기교가 서툴고 목소리가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분명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를 하려고 했고 시대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시인이다. 김기림에게서 시작한 모더니즘을 승계하고 이를 확대하려고 하다가 미처 성공하지 못하고 남긴 많은 숙제는 후배들이 풀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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