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이방원
이도형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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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과 이방원의 매칭이라 참 신선하게 느껴졌고, 한편으로는 이방원 같은 국회의원이 있다면 어떨까?하는 궁금증이 생겨났습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궁금했는데 [국회의원 이방원]을 저술한 저자 이도형 작가의 프로필을 보고 이해가 갔습니다. 역사학과 정치학을 전공하였기에 이방원을 국회의원으로 연결한 참신한 발상이 가능했던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조선의 태종 이방원과 국회의원의 매칭이 이질적인 듯 보였지만, 읽다 보니 정말 찰떡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종 이방원은 과거시험에 합격할 정도로 명석했고 전술과 처세술도 뛰어난 인물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또한 그의 아들 세종에게 안정된 왕권을 만들어주기 위해 강력한 왕권강화 정치를 하며 그 과정에서 손에 많은 피를 묻힌 냉혹한 인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그런 인물이 혼란의 도가니인 국회에서 어떻게 그의 정치를 펼칠지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때론는, 큰 거짓말을 위해 작은 거짓말은 버려야 할 때가 있는 법이지. 특히 대간을 상대로 할 때는 말이야. 권력을 취할 때는 특히 대간을 잘 사용해야 하네. 대간이 가지는 힘, 그들의 논리, 그들의 욕심과 욕망을 잘 이용해야지. 그게 정치일세."_[국회의원 이방원]., 109page


괴물이 되지 않으면 괴물한테 잡아먹히는 이 빌어먹을 여의도 판에 몸답고 있으면서 내가 느낀 건 정말로 정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거였지. 오늘과 내일의 공기가 달라지듯, 오늘과 내일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달라지는 거야. 생각지 못한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데 그 사이를 조심스레 건너가야해. 내 안에서는 끓어오르는 욕심, 타인에 대한 시기와 질투, 세상을 나아지게 하겠다는 결의와 내가 돋보여야 한다는 야망이 혼재되어 끓어오르고, 선거 때는 그런 자신에 대한 모멸감과 상대에 대한 적대감이 번갈아가며 내 마음을 직격하지_[국회의원 이방원]., 263page

한때 잘 나갔지만 어느 순간 정세에 밀려 찬밥신세가 되어버린 한 이동진 의원. 그는 정치철학을 가지고 정치에 임하지만 권력과 처세술로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있는 국회에서 그의 뜻을 펼치지 못하고, 시간이 갈수록 영향력을 읽어갑니다. 그러던 중 종묘행사에 참여하다 종묘위폐에 부딪쳐 태종 이방원의 영혼에 빙의됩니다. 황당무계한 일을 경험한 이동진의 보좌관들은 결국 이동진 의원의 영혼이 돌아오기 전까지 이방원을 이동진 의원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도록 보좌합니다. 처음에는 현대에 적응하지 못한 태종 이방원으로 인해 여러 고충을 당하지만, 이내 그의 명찰한 두뇌와 오랜 시간 왕도정치를 했던 그의 놀라운 통찰력으로 빠르게 적응하게 됩니다. 과거 자신이 경험했던 일들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사람의 심리과 욕망을 활용한 정치를 펼쳐나갑니다. 그의 활약으로 인해 이동진의원은 정치계에서도 국민들에게서도 영향력을 가지는 정치인으로 우뚝 서게 됩니다.


'과인이 왜 대간을 뒀는지 아나? 과인도 귀찮고 피곤했지. 매일 과인에게 이래라저래라 쓴소리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 하지만 그게 나라를 위해서는 다행한 일이네. 비판하고 욕하는 관직을 상설화하여 더 큰 권한을 쥐여주니, 그들은 그들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과인뿐 아니라 대신들도 견제하고 비판했지. 결과적으로 나라를 운영하는 큰 동력이 되었지_[국회의원 이방원]., 318page

[국회의원 이방원]은 태종 이방원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처세술은 삶을 살아갈 때 필요한 기질뿐만 아니라, 이동진 의원이 보여준 때론 답답한 듯 보이는 하지만 우직한 그의 고집스러운 정치철학도 삶에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태종 이성계로 바뀌지 않았다면 그는 자신만의 철학만을 고집하다 정치생명이 끝났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해타산적인 행동만으로 자신의 위치를 견고하여 출세하고자 하는 인혁의 모습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현명한 처세술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선호와 그의 동료들을 보면 궁극적으로 믿음과 신뢰가 없는 관계는 모래성과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국회의원 이방원]는 민첩한 두뇌와 통찰력 그리고 신의 이것들의 조합이야말로 시대를 막론하고 꼭 필요한 자질이라는 깨달음을 준 재미난 소설이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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