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캣 식당
범유진 지음 / &(앤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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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욕망을 지닌 자에게만 보인다는 '카피캣 식당', 이곳을 발견하고 들어온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 얼굴이 달리 보이는 악마 로키와 마주하게 됩니다. 그는 그곳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달콤한 유혹을 합니다. 악마 로키의 제안은 타인의 삶을 갈망해왔던 이에게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제안이지만, 아무런 잘못도 없이 자신의 인생을 빼앗기는 입장에서는 섬뜩하고 억울한 일인 듯 보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치는 방법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알아와 로키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기만 하면 되고, 불공정성 계약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식전 주문을 외우는 간략한 의식만 필요로 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혹여라도 인생이 뒤바뀐 후에 다시 바뀌기 전으로 되돌리고 싶다면 한 달 안에 자신이 훔친 삶의 원래 주인과 함께 카피캣식당에 방문하여 해당 음식을 먹이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얼핏 보면 굉장히 매력적이고 손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로키의 제안에는 큰 함정이 있었습니다.




"....인생을 빼앗기는 쪽도, 내가 '더미'라고 부르는 존재. 이건 말이지. 카피캣 쪽에서 지급하는 거야. 트랜스퍼가 일어나면 카피캣의 영혼 중 일정 부분이 유실돼. 물론 악마의 계약이 아니기에 인간의 핵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만." (중간 생략) "더미는 나무에 핀 꽃 같은 거야. 꽃이 꺾여 나가도 나무가 통째로 베이지 않는 한, 나무가 죽지는 않잖아. 하지만 꽃이 아예 피지 않으면 그 나무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지."_[카피캣 식당],. 081page

[카피캣 식당]은 총 다섯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중에는 자신의 최애와 연애설이 난 이의 삶을 갈망하는 자, 회사에서 좋은 평판과 유능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동료를 시기 질투하는 자, 한때 동경했지만 자신을 불행에 빠뜨린 이에게 복수하려는 자, 병든 육체에서 벗어나 건강한 이의 육신을 탐하는 자, 탐욕에 눈이 먼 자 등 타인의 인생을 빼앗고 싶을 정도로 강한 욕구를 지닌 다섯 명의 인물이 등장했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삶을 비관하는 반면, 타인의 멋진 인생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급기야 원망하고 갈망했습니다. 그러한 욕구가 바로 '카피캣 식당'을 발견할 수 있는는 전체 조건으로 작용했고, 그들은 악마 로키의 달콤하고도 위험한 제안을 덥석 물게 됩니다. 자신이 훔치고자 하는 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알아내는 과정 또는 훔친 인생을 사는 동안에 겉으로 보인 것과는 다른 진정한 타인의 환경을 왜곡 없이 마주하게 되고, 그들의 진짜 속사정을 알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누군가는 변화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생각지도 못한 위기 맞게 되고, 또 누군가는 복수를 선택하게 됩니다. 

빼앗은 게 아니고, 빼앗겼다. (중간 생략) 카피캣. 지금은 잘나가는 제품을 그대로 따라 하는 용어로 많이 쓰지만요. 이전에, 19세기에는 카피캣은 모방 범죄를 뜻하는 단어로 더 많이 쓰였다고 해요. 지금 제 상황에 정말 딱 맞아떨어지지 않나요?"_[카피캣 식당]., 218page



[캐피캣 식당]의 이야기들은 누구나 한 번쯤을 품었을 법한 욕망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에 판타지적인 요소가 섞여 있음에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마냥 행복할 것만 같은 사람도 저마다의 아픔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눈에는 동경과 시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편견과 오해로 타인의 모습을 왜곡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나 자신을 변화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잘나가는 사람들을 시기 질투하느라 세월을 낭비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기대 이상의 재미와 교훈을 준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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