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비율 - 2023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김승연 지음 / 마시멜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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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중앙에 뚫린 구멍 사이로 빨간 꽃잎을 뒤집어 쓴 아주 작은 아기가 서있습니다. 아기가 살고 있는 곳은 우유가 강처럼 흐르고, 꽃향기가 가득한 신비한 곳이었습니다. 아기는 그곳에서 평화롭고 안락한 나날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의 시야에 작은 구멍이 하나 들어옵니다. 아기는 처음 이 구멍을 보았을 때 그 존재를 애써 외면합니다. 하지만 아기의 바람과는 달리 그 구멍을 시간이 갈수록 커져만 가고, 그로 인해 강같이 흐르던 우유는 말라버리고, 그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꽃이 말라죽게 됩니다. 아기는 구멍 밖의 세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그 구멍이 생김으로써 벌어지는 변화들에 괴로워합니다. 결국 구멍이 커지고 커져 아기의 몸을 완전히 짚어 삼킬 만큼 커졌을 즘즘, 아기는 구멍 밖으로 나갈 결심을 합니다. 


솜털같이 부드러운 것과 작지만 단단하고 고소한 것.

알록달록 볼수록 재미있는 것 혹은 쓸모없지만 귀여운 것.

'꽃씨는 더 많은 꽃이 될 테고 꽃은 더 많은 옷이 될 테야.'

아기는 상상만으로도 부자가 된 것 같았다_[마음의 비율] 중에서

우유가 강처럼 흐르고, 꽃향기가 가득한 곳의 정체를 알고 난 후에는 책에 나온 표현 하나하나가 경외롭게 느껴졌습니다. 아기에게 꽃의 의미는 무엇이었을지, 나날이 커져가는 구멍이 아기로 하여금 어떤 존재였을지, 평화롭고 안락한 공간에 생겨난 작은 구멍을 보았을 때 그리고, 구멍으로 인해 변해가는 자신의 주변 환경을 바라보며 아기 느꼈을 감정들을 떠올려보게 합니다. 외면에도 불구하고 점차 커져가는 구멍은 아기에게 불안의 존재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내 이를 극복하고 구멍 밖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정면으로 맞설 용기를 내고, 불안의 시간들을 버틴 이후 아기는 비로소 하나의 독립적인 존재로 재탄생합니다. 하나의 생명이 밖으로 나오기까지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상상해 보게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그곳의 끝자락에 선 아기의 발가락을

낯설고 가 스쳐 지나갔다. 흠칫 놀란 아기의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하지만 상관없다.

아기는 밖으로 나갈 것이다. 바로 지금._[마음의 비율] 중에

[마음의 비율]에 나온 아기는 마치 나의 모습과도 닮아 보였습니다. 우리는 성장해나감에 따라, 좋든 싫든 익숙했던 곳을 벗어나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때론 아기처럼 자신을 둘러싼 변화하는 상황들을 애써 무시할 때도 있지만, 점차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익숙해서 평안하고, 평안해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공간, 하지만 조금만 더 용기를 내 한 발짝 나아간다면 생각지도 못한 훨씬 더 멋진 삶이 펼쳐질 거라고 나에게 부드럽게 속삭여주는 듯했습니다. 잔잔한 감동과 위로를 주는 아름다운 한편의 동화책이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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