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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가게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22년 12월
평점 :

타인의 '자살'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며, 자살하는 행위를 심지어 응원하는 이들이 운영하는 '자살가게'. 그들은 오랫동안 그곳에서 자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성공적으로 자살할 수 있는 도구들을 만들고, 판매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렇게 암울하고 어두운 미래가 가득할 것만 같았던 '자살가게'의 주인장들(뤼크레스 튀바슈와 미시마 튀바슈 부부)에게 뜻밖에 일이 일어납니다.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웃음이 가득한 셋째 알랑이 태어납니다. 그 아이는 절대 웃지 않는 튀바슈의 가문에서 유일하게 해맑은 아이로, 튀바슈 부부에겐 문제적 아이이자 골칫거리로 인식되었습니다.

[자살가게]에서는 블랙코미디 요소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어 우리가 생각하는 사고와는 전혀 다른 세계관이 펼쳐집니다. 그들은 자살을 원하는 손님들에게 자살상품들을 소개하며, 자신들은 가게를 운영해야 하므로 죽을 수 없다는 모순적인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튀바슈부부는 자살을 원하는 손님들에게 일말의 동정심도 없는 무미건조한 또는 오히려 그들의 결심을 응원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긍정적 마인드와 희망적인 태도를 가진 알랑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게 됩니다. 뤼크레스와 미시마는 알랑랑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반대로 그들의 나머지 자녀들인, 첫째 뱅상의 침울하고 기괴한 아이디어들, 둘째인 마릴린의 자존감 낮은 모습들을 사랑스러워하는 등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한가득 담겨있습니다.
"친구들은 나더러 꼭 바보 같대..."
"그건 손님이 스스로 자신감을 갖지 못해서 그런 거예요. 그러다보면 행동도 어색하고, 뜻하지 않게 어리석은 말도 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일단 이 가면에 비치는 모습과 친해지고 그걸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나면... 자, 손님 앞에 있는 이 사람을 한번 도세요. 이 젊은 아가씨를 잘 한번 보시란 말이예요. 이 여자를 부끄러워해선 안 됩니다. 어쩌다 길 거리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이 여자 분을 죽이고 싶겠어요? 도대체 뭘 그리 미움받을 짓을 했죠? 무슨 죄를 그리 지었냔 말이에요! 왜 그녀를 좋아해주지 못하는 거죠? 먼저 손님부터 나서서 이 여자 분을 친구로 사귀어보세요.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다 알아서 친구가 될 겁니다!"
_[자살가게., 173page

뱅상, 마릴린, 알랑 모두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이들의 이름으로 지어졌습니다. 알랑을 제외한 튀바슈부부와 그들의 자녀들은 암울하고 어두운 미래를 꿈꾸고, 이를 자부심으로 살아온 이들이지만, 알랑의 영향으로 그들의 암울했던 미래가 위협받기 시작합니다. [자살가게]는 퇴바슈의 가족들이 변해가는 과정과 결말 모두를 블랙코미디적 감성으로 풀어내고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튀바슈부부는 마릴린과 알랑을 애물단지 취급하면서 구박하는 듯하지만, 위험의 순간 또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며, 마지막 결과 또한 블랙코미디에 걸맞게 그려졌습니다.(오랜시간 자살을 응원하고, 동조해온 퇴바슈가족에게에게 내려진 결말이었을 것입니다) [자살가게]는 전체적으로는 어둡지만, 부분부분 웃음포인트가 내제되어 있는, 블랙코미디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