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오피스
말러리안 지음 / 델피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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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오피스]의 주인공인 이제욱과장은 회사 밖에서는 사채업자의 독촉에 시달리고, 회사 안에서는 그의 상사 김상환 사업부장로부터 모진말을 들어가며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채무상환일을 지키지 못한 이제욱과장은 사채업자들에게 끌려가게 되고, 사채업체 정승완으로부터 출처가 불분명한 첨가물 NR19를 마이푸드에 납품시키라는 협박을 받게 됩니다. 엎친 데 덥친 격으로 난데없이 들어 닥친 팬데믹으로 인해 방독면을 보급 받지 못한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목숨을 잃습니다. 그나마 대기업 마이푸드에 다니는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방독면과 치료제를 지급받을 수 있어, 이제욱을 비롯한 마이푸드 직원들은 온갖 폭언과 학대가 난무한 지옥 같은 회사에서 생존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뭔가 업무의 방향성에 대해 만들어서 보고하면, 처음부터 잘못된 방향이라며 강한 질책과 조롱이 돌아왔다. 특히 조회장에게 보고하면 큰 방향의 지적보다는 지엽적인 부분을 문제 삼아 소위 '개박살'이 나곤 했다. 그런 경향은 조회장이 신뢰하지 않는 임직원이 보고할 때면 더 심했다. 특히 조 회장에게 박살이 나면 그다음부터는 더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다. 수많은 폭언과 질책, 폭력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_[블러드 오피스]., 131page


생각보다 높은 금액에 두 사람은 언성을 높이며 얘기를 이어 갔다. 그 실제가 뭐냐고 묻는 사람과 무조건 자기 탓이 아니라는 말만 반복하는 사람과의 대회. 대화는 하고 있었지만, 그 대화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건 대화가 아니었다. 그냥 공방전이었다. 던져보는 자와 어떤 거라도 방어하려는 자. 그 금액의 크기에 따라 두 사람의 목숨도 모래성처럼 작은 비에도 모두 허물어지기 때문이다_[블러드 오피스]., 133page 


윤덕술의 권모술수로 조회장은 눈과 귀가 멀어버리게 되며,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직원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두릅니다. 조회장과 윤덕술의 횡포는 점점 최악에 치닫게 되며, 급기야 회의 중에 사람이 죽어나가도 누구 하나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는 비극적인 상황에 이릅니다. 오직 공포와 폭력만이 난무한 곳이 되어 버린 회사. 결국 직원들은 자신들의 인권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신사원연맹라는 단체를 만드는 데, 회사는 이를 자신들의 권위에 대한 도전하는 행위로 받아 들여 온갖 부당한 대우와 잔인한 방법을 총동원하여 처참하게 짓밟힙니다. 초인적인 힘을 지닌 조회장의 무리(윤덕술,정승완, 괴물's)의 무차별한 폭력 앞에서, 목숨을 걸고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신사원연맹이 대립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습니다.


조회장의 광기도 결국 초조함, 자만감, 무지가 만든 것 같아. 앞서가는 경쟁자들에 대한 초조함.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자만감, 모른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무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만큼 무서운 게 없는데, 그런 사실조차 모르는 거지. 그런 심리가 스스로를 악마로 만들어, 윤덕술 같은 저질스러운 인간들을 끝도 없이 불러 모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조차 지키지 못하고 저렇게 망가진 거지..._[블러드 오피스]., 287page

회사라는 공동체 속에서는 늘 권력집단과 비권력집단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블러드 오피스]는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기괴한 외형과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는 무력과 같은 판타지적 요소들를 가미하여 표현하고 있어, 이야기가 더욱더 극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비극적이면서 감동적이고 한편으로는 씁쓸한 느낌도 들게 하는 오싹한 소설이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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