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늙는 기분
이소호 지음 / 웨일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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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많지도 적지도 않은 애매한 나이. 십 대 또는 이십 대의 눈에는 아줌마, 아저씨이고, 사십 대의 눈에는 아직을 다 세상을 모르는 어설픈 애송이. 그리고 삼십 대 당사자들에게는 불안하고 초조한 나이. 정서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불안정한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체적 피로도는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하는 나이이기도 한 거 같습니다. 정작 당사자는 신체적인 피로도를 제외하고는 과거 이십 대일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은 것 같은데도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달라져있습니다. 이 모든 변화들이 '서른다섯'을 피곤하고 불안하게 만듭니다. [서른다섯, 늙는 기분]은 이 나이대의 사람들이라면 남녀 모두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공감도가 높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삼십 대에게는 공감을, 이십 대에게는 미래를 대비하고 예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사십 대 이후부터는 향수를 느끼게 해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전에는 길을 가다가도 어디선가 우디 향이 나면 코를 찡크리고 싫은 티를 팍팍 냈다. 그러나 이젠 그렇지 않다. 다 이유가 있고 누군가는 무언가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무언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느낄 뿐이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도 존중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내가 모든것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어른이 된 것인지, 그 것도 아니라면 취향이 사라진 것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_[서른다섯, 늙는 기분], 068page

[서른다섯, 늙는 기분]는 시인이자 산문작가인 이소호님의 저서로, 시인으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어떤 것인지 굉장히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멀리서 본 작가님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미디어창작학부 졸업 및 동국대 국어국문과 석사를 수료하였고, 2014년에는 현대시를 통해 등단하였고, 제37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인재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드라마틱한 삶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혼회사 상담직원, 소개팅남 심지어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때론 존중받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시인으로서 자신의 직업을 지키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명을 지키고 나아가기 위해 글을 쓰고 또 쓰고, 스스로 마감일을 정하는 등의 노력을 했던 작가님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작가님이 있기까지 얼마나 치열하게 고군분투하였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정작 나를 쉬게 할 수 있는 출판사에는 일이 끊길까봐 비수기라고 말도 못했다. 그냥 기계처럼 쓰고 있을 뿐이다. 일이 너무 버겁다. 버겁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잠시면 된다. 잠시만, 정말 잠시만 쉬고 싶다. 쉬고 싶다... ... 이 말만 반복할 뿐이다. 조증일 때 썼던 책들이 울증일 때 출판되는 바람에 나는 글을 엄청 빨리 잘 쓰는 사람이 되었고, 나는 글 노동을 하는 사람이니까 감사하게 계속 일을 받았다. 정말 감사한 기회들이었다. 그래서 내 체력을 생각하지 못하고 제대로 쳐내지도 못했다._[서른다섯, 늙는 기분], 213page



이 책을 받고 조금 놀랐던 건 작가님의 친필 사인과 책표지를 담은 스티커였습니다. 요즘에는 작가님께서 친필 사인해 주시는 경우가 드문데 오랜만에 직접 친필로 적어주신 글이 감동이었습니다. 나이가 하나하나 먹어갈수록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날카로워질 것이고, 그 나이에 갖추어야 할 것들에 대한 평가는 냉정해질 것입니다. 계속해서 불안정한 '나'를 흔들고 주도권을 뺏어가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자리에서 하고자 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면 적어도 과거의 고생이 고생으로만 끝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반성과 깨달음을 주는 현실적인 조언이자 위로가 되는 책이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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