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괴물이 된 아이들
이옥수 외 지음 / 넥서스Friends / 2022년 4월
평점 :

요즘들어 청소년관련 범죄를 뉴스로 접하는 일이 많아진 거 같아 씁쓸합니다. 최근에는 넷플릭*에서도 청소년 범죄와 관련된 드라마가 제작되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는데요? 그만큼 학생, 어른 할 것 없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공감하고 있는 반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괴물이 된 아이들]에서는 각 에피소드를 통해 청소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자살, 가출, 폭행, 가스라이팅, 불법 촬영, 가짜뉴스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들이 청소년들의 시각에서 다뤄지고 있어 왜 그들이 그러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하였습니다. (※본 리뷰에는 스포일 요소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 자살각_이옥수 작가님
절대, 네버, 네버, 안 태어난다. 진짜 내 인생 유치원 때 빼곤 좋은 날이 한 번도 없었어.(중간생략) 지옥이야, 지옥, 지옥에 던져진 거야. 날마다 지옥이었어. 지독한. 그렇다고 진심 죽고 싶은 건 아니었어. 살기 싫었을 뿐이야. 진짜 힘들어서, 살 수가 없어서 죽으려고 했던 거야. 그 방법밖에 없잖아. 그런데 내가 그은 손목을 보고 뭐라는 줄 알아? 내가 괴물 같대. 맞아, 나 반인반수. 괴물이 맞을 수도 있어._[괴물이 된 아이들], 자살각편 082page_ 죽고 싶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현실을 살아갈 자신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심리적 변화를 섬세하게 다룬 작품이었습니다. 어느 날 무인도에 갇혀버린 아이들. 그들의 공통점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하고 교류조차 하지 않으려 했던 그들이 서서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를 걱정하고 때론 충돌하기도 하는데 각 과정에 따라 아이들의 감정선이 섬세하게 표현되었고, 아이들의 위태롭고 불안정한 심리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했습니다. 삶을 거부했던 아이가 친구를 걱정하고 간절히 살기를 바라며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의 간절함을 가슴 깊이 공감하게 되며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_나는 우두커니 서서 가없이 일렁이는 검푸른 물결과 밀려오는 흰 파도를 바라보았다. 그래, 바다의 호흡이 일렁거림이라면 지금은 저 물결과 파도처럼 일렁거려 보자.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는 것은 다 자기의 몫이 있을 것이다. 그 몫이 무엇이든, 지금은 내 몫을 오로지 내 것으로 거칠게 선택할 것이다. _[괴물이 된 아이들], 자살각편 054page_ 자살을 시도하는 아이들의 심리가 잘 표현되어 있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읽는다면 그들의 마음을 좀 더 잘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잘못-강미 작가님
잘못에서는 불법촬용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는 모범생으로 통하는 한 아이가 사실은 여자들의 다리를 몰래 촬용하는 불법촬용을 하고 있었다는 설정이었습니다. 모범생과 불법촬영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더 부각시켰습니다. 흔히들 불법촬용과 같은 범죄행위는 행실이 부적절한 아이들이, 가정환경에 결핍이 있는 아이들이 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편견을 꼬집는 듯 했습니다. 주인공은 아이들과도 잘 교류하며 선생님들의 칭찬을 받는 전형적인 모.범.생이자 인싸에 가까운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취미(?)는 평소 그의 바른 행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그의 어머니는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을 상담해 주는 나름 인지도 있는 상담사였습니다. 처음 아들의 불법촬영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혼란을 느끼며 결국 사건을 은폐하는 데 동의하게 되지만 뜻밖에 사건으로 아들의 불법촬영 영상이 아이들 사이에 퍼지게 되며 묻으려 했던 사실이 수면위에 들러나게 됩니다.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사실보다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 건 주인공의 태도였습니다._"언제부터였니?" ,"엄마, 놀라게 해 드린 건 죄송한데요. 아무 일 아니에요. 개취...", "개인 취향이라니, 너 지금 무슨 말이야? 이건 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야."_[괴물이 된 아이들], 잘못편 075page 전혀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사건의 경각심은커녕 오히려 자신의 취미생활을 방해받았다는 그의 태도는 '불법촬영'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인식되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듯해 씁쓸했습니다.

# 우리 학교에 괴물이 있다_정명섭 작가님
그 누구에게도 오늘 들은 얘기를 하시면 안 됩니다.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서 여러분의 존재 자체가 사라질 수 있거든요. 제게 관련 정보를 제보한 사람들 중에 연락이 안 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접수조차 안 되더군요. 렙틸리언은 우리 곁에 있습니다. 특히 학교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두려워하십시오. 공포감을 가지셔야 합니다. 그래야 진실을 알고 이겨 낼 수 있습니다. 여러분._[괴물이 된 아이들], 우리 학교에 괴물이 있다편 075page_ 종종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진실보다 더 진짜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심지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잘못된 정보에 현혹돼 사기를 당하기도 합니다. '우리 학교에 괴물이 있다'는 거짓 정보를 퍼트려 불안감을 조성하고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 한 불법 유튜버와 그로 인해 발생하게 된 사건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평소 '공포탐정' 유튜브를 즐겨 보던 주인공은 파충류 외계인 렙틸리언이 자신의 주변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며 주변인들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공포탐정'이 사용한 사기행각은 너무나도 단순하고 의심스러운 일차적인 방법이었지만 아이는 그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공포탐정'이 판매하는 제품 랩터-까지 구매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미치는 유튜버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강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사태의 심각성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야기의 끝에 실제 외계인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등장하기는 하였으나 거짓 정보를 너무나도 쉽게 믿고 너무나도 쉽게 속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작품이었습니다.
# 목격자_주원규 작가님
'목격자'는 굉장히 마음을 무겁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목격자'에는 가출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사건의 배경과 각종 범죄에 쉽게 노출되어 있음에도 어른들의 보호는커녕 사회적 편견으로 철저히 고립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사실 가출청소년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을 좋지 않습니다. '목격자'에서는 가출 청소년을 돕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튜버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자신이 돌봐주었던 가출 청소년들에 의해 죽게 됩니다. 호의를 베풀었음에도 폭력을 당한 권의진을 보며 형사와 대중들은 가출 청소년들에게 분노를 느끼게됩니다. 하지만, 이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며 권의진의 실체가 밝혀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가출 청소년들이 겪는 실제적인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첫째는 언론과 대중은 그들을 색안경을 끼고 판단한다는 것과 둘째는 가출 청소년들의 말에는 힘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_지금 조은유가 고민하는 건 김다미의 이야기가 진실인지 아닌지의 문제가 아니다. 이 사건이 드러났을 때 믿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의 여론 몰이에 어떻게 하면 진실을 알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학교와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초라해지고 싶지 않아서 욕을 달고 사는 길 위의 아이들 말을 믿어 줄 사람은 없으니까._[괴물이 된 아이들], 목겨자편 171page

# 타승자박_천지윤 작가님
'뽀얀 피부에 쌍꺼풀이 없다고 믿기 힘들 만큼 커다란 눈,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얼굴의 소유자! 거기다 공부까지 잘해서 전교 회장 적임자라는 말이 전교에 파다했다. 진아는 시우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_[괴물이 된 아이들, 타승자박편 185page_ 잘생긴 외모와 똑똑한 머리 그리고 다른 이에게 인정받는 아이인 시우를 좋아하게 된 주인공은 그에게 용기를 내어 고백하게 되고 사귀게 됩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들은 관계는 미묘하게 어긋나게 됩니다. 처음에는 착하고 친절했던 시우가 순간순간마다 보이는 차갑고 싸늘한 반응에 주인공은 주눅 들게 되고, 시우의 요구에 맞춰 행동하게 됩니다. 카톡이 오면 10분 이내에 답장을 해야 하고, 선물 받은 분홍립스틱을 칠해야하고, 다른 남자아이들과는 웃으며 이야기하지 말아야 하고, 검은색 옷이 잘 어울린다는 그에 말 때문에 취향까지 바꿔야 했습니다. 또한 시우에 의해 자신의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해야 했고,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는 노래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_분명 맞는 말이지만 진아는 시우의 계획을 따라가는 것이 버거웠다. 암기를 잘해서 시우의 차가운 눈빛을 그만 보고 싶은데, 멍청한 뇌가 따라 주지 않아. 왜 난 항상 이렇게 부족할까? 진아는 매번 시우의 눈치를 보는 이 상황이 힘겨웠다. 이젠 주말이 오는 게 두렵기까지 했다. 차라리 학교에 있을 때가 좋았다._[괴물이 된 아이들], 타승자박편 209page_시우와의 만남이 뭔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느낀 주인공은 이내 이별을 통보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시우의 집요한 집착이 시작됩니다. '타승자박'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가스라이팅'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어린 나이임에도 삐뚤어진 표현이 얼마나 광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 알게 해주었습니다. _부재중 전화 20통(최시우)_220 page. 부재중 전화 90통(..)_229page_ 이야기의 끝에서 시우의 행동 또한 누군가의 영향으로 생겨난 잘못된 정서적 표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는데, 정서적으로 예민한 아이들이 얼마나 어른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