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기억 - 사이코패스의 일상을 파고드는 심리스릴러 소설
김남중 지음 / 바른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문득 홀로 있는 자신을 누군가가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한다. 그게 실제이든 환영이든 상관없이 어느 순간이 되면 그 진실에 직면하게 된다. 때론 진실을 거부한 채로 묵묵히 다른 세계에서 허우적대는 자신을 내버려 두는 방관자가 되어버린다. 그리하여 마치 타인처럼 또 다른 시선을 대면하게 된다.

_[잊혀진 기억], 147 page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이코패스. 그들은 분명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지지만 범죄 사건으로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는 이상은 그들의 존재를 알아채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사이코패스의 일상을 그려낸 이 책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잊혀진 기억]은 사이코패스를 주제로 한 다른 도서와는 달리 자극적인 소재보다는 인물들의 세세한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거부감이 덜 하였고, 정신과 의사이면서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주인공 이기식의 잔인한 행동이 있긴 했으나 주로 그의 감정선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어 오히려 좋았습니다.


[잊혀진 소설]에서 나오는 이기식은 평소 뉴스를 통해 보았던 사이코패스의 모습과는 다른 유형이었습니다. 주인공 이기식은 비록 공감 능력은 떨어지지만 정신과 의사이기 때문에 어떻게 반응해야 자신에게 유리한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이를 잘 활용할 줄 아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이코패스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회적 평판도 굉장히 좋았고, 심지어 경찰사건의 자문 역할까지 수행할 정도로 능력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호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비극적인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그의 행동은 그의 잘 다듬어진 이미지와 대조되어 더욱더 소름 끼치게 느껴졌습니다.




'자신만 아는 자아의 실체는 타인이 알 수 없다.

그 안의 색깔은 어떠한 색으로도 변할 수 있고,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그리하여 때론 스스로도 그 변화를 알아차라지 못한다.'

_[잊혀진 기억], 240 page


[잊혀진 소설]의 이진석과 데이비드의 그들의 미묘한 관계는 꽤 흥미로웠고, 읽는 내내 여러 가지 가정을 생각해 보게 하는 재밌는 장치였습니다. 미국에서 도망치듯 한국으로 들어온 이진석은 손미나와 만나 연인이 되는데 어느 날 우연히 손미나의 직장 상사 이기식과 마주치게 되며 이야기의 긴장감이 더욱더 고조됩니다. 한 사건으로 인해 모든 것이 어그러진 이진석은 자신의 주변인들이 보이는 반응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모든 것을 의심합니다. 또한 그는 불안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행동도 주저하지 않고, 그의 정신적인 지주 데이비드는 그의 그릇된 행동을 부추기며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이기식과 이진석은 자신만의 공간을 중요시하고 타인이 자신에게 보이는 관심(?)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냉철하고 치밀한 이기식과 달리 이진석은 다소 조급하고 불안해 보여 이 둘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틈을 파고들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했습니다. 또한 소설 속 미묘하게 감춰져 있던 과거의 사실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극에 달합니다.

'견고하고 확고했던 신념이 무너지면 세상은 붉디붉은 불구덩이 속에 빠져든다. 허물어지는 자아를 바라보는 모습이 누구인지 자꾸만 저 뒤안길로 미루고 또 미루어 깊은 적막함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려 한다. 선도 악도 모호한 세계로 게걸스럽게 빠져든다.' _[잊혀진 기억], 240 page


[잊혀진 소설]에서는 이기식뿐만 아니라 또 한 명의 사이코패스가 등장했는데, 이는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습니다. 또한 책을 읽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충격을 먹기도 했는데 이 과정들이 개연성 높게 전개되어 있어 즐거움을 배가 시켰습니다. 꽤 두꺼운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김남중 작가님의 서술 방식이 굉장히 흡입력 있어 지루하거나 늘어지지 않았고, 이야기의 개연성이 높고 심리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 읽는 내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사이코패스의 심리를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이기식과 같이 주변에 스며있는 사이코패스의 사고를 낱낱이 들여다보기 좋았습니다. 시간 간격을 두고 한 번 더 읽어 보고 싶은 스릴러소설이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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