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 - 제시카 소설 데뷔작 샤인
제시카 정 지음, 박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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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들고, 다리 꼬고, 배에 힘주고, 어깨 펴.

그리고 온 세상 사람들이 나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듯이, 스마일. _ 006 page


이 책에 흥미를 느낀 첫 번째 이유는 표지였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한껏 발산하는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예쁜 꽃들 사이에 등을 지고 앉아있는 한 소녀. 그 소녀의 시선은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을 향해있었다. 마치 빛나는 별들을 갈망하는 것처럼 보였다. 또한 소녀가 앉은 계단은 구름 위에 계단 그것도 한 중앙. 잠시 쉬어가는 듯했고, 소녀의 뒷모습은 조금 지쳐있는 듯했다. 모든 것에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이 책에 흥미를 느끼게 된 두 번째 이유는 저자가 인기 걸그룹의 전 멤버 제시카였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그녀는 가수의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소설 작가로 돌아온 그녀가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낯섦은 곧 호기심으로 변했다. 그녀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졌다.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K-pop 스타로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그녀가 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의 삶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작가'이기에 좀 더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거 같았다. 어린 나이에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자신의 분야에서 정점을 찍었던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였기에 더욱더 궁금했고 기대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묘하게 긴장되기도 했다.



연습생들은 예외 없이 삼십 일마다 강당에 모여 이사진에게 월말 평가를 받는다. 월말 평가는 연습생 프로그램에 남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아니면 방출돼야 할지를 결정하는 시험이었다. 연습생 칠 년 차가 되자 끊임없는 평가가 일상처럼 느껴졌다. _044 page



그녀가 <샤인>을 통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자신과 같은 꿈을 꾸며 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을 지내는 한 소녀의 성장 스토리였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레이첼 김은 뉴욕에서 나고 자랐다. 그녀의 아버지는 꽤 유명한 프로 복싱 선수였고 그덕분에 은퇴후 체육관을 운영할 때도 사람들이 넘쳐났다. 그녀의 어머니는 뉴욕 대학교 영문학과에서 정교수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레이첼가 K-POP 스타를 꿈꾸며 달라졌다. 그녀의 가족은 뉴욕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녀의 아버지는 새롭게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재정생태가 좋지 않다. 그녀의 어머니 또한 뉴욕에서보다 두 배를 일하지만 정교수가 되려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녀의 동생 레아는 학교에 적용하지 못하고 겉돌게 된다. 그녀가 꿈을 위해 포기해야했고 견뎌내야 했던 건 이뿐 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꿈을 탐탁치 않아하는 어머니와 매번 대립해야 했다. 그녀는 어머니가 만들어 놓은 규칙 안에서 연습생 생활을 해야만 했다. 이러한 규칙때문에 그녀는 평일에는 학업에 열중해야했고, 주말에만 연습생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레이첼 공주님'이 된 그녀는 다른 연습생들과 섞이지 못하고 겉돌게 된다.


처음으로 미나의 피곤한 안색이 눈에 들어왔다. 반짝이던 눈빛 대신 어둡고 푸석푸석한 다크서클이 보였다. 무엇보다 미나는 계속 어깨를 주무르고 있었다. 내가 아픈 만큼 미나도 아픈 것 같았다. 미나는 ... 나 같았다. 의지가 넘쳤지만 완전히 지쳐 있었다. 나 혼자서만 살벌한 트레이닝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게 아니었따.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을 미나도 똑같이 하고 있었다. _210 page


레이첼의 나이는 어렸지만 그녀가 살고 있는 세상은 그녀에게서 어린 아이의 모습을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프로의 자세를 요구했다. 그녀의 세상은 냉정한 프로들의 세계였기에 그 속에서 그녀는 어른이어야만 했다.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다른 연습생들의 비아냥 그리고 냉철한 엔터테이먼트 관계자. 생각만 해도 숨막히는 이 상황을 레이첼은 묵묵히 견뎌내야 했다. 그러던 어느날 최고의 인기 가수 제이슨 리를 만나게 된다. 제이슨 리는 레이첼에게 호감을 보이며 자신의 매력을 발산시킨다. 그런 그의 모습에 레이첼도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된다. 하지만 DB 엔터테인먼트의 연애금지 규칙이 레이첼을 계속해서 망설이게 한다. 그녀는 제이슨 리와 가까워질수록 그 곳에서 방출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늘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나는 옳은 일을 한 것이다. (중간 생략) 내가 우리 가족을 다시 한 번 실망시키게 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과 지난 칠 년 동안 노력한 모든 것들을 내팽개칠 뻔했다는 사실을 생각했다. 너무나 부끄러웠다. 지금까지는 감정에 휩쓸려 행동했지만, 이제 정신을 차려야 했다. 몇 주만 있으면 DB 패밀리 투어 일정이 발표될 것이었다. 다시 퀘도에 올려야만 했다. 여느 때보다도 온 정신을 집중할 작정이었다. 오로지 나만 생각하기로 했다. _307 page


레이첼뿐 아니라 미나, 아카리도 무두 안스럽게 느껴졌다. 그들은 둘러쌓여진 상황 속에서 각자의 꿈을 위해 다른 사람을 끌어내리거나 외면해야 했다. 너무나도 어린나이에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했고 기회를 만들어야 했다. 그 어떤 부당함도 미소를 지으며 감내해야한다고 강요 받았다. 그들은 빛과 그림자가 너무나도 뚜렷한 세계에서 살고 있었다. 무엇보다 나를 분노하게 만든 건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사람을 대하고 그들을 상품으로밖에 보지 않는 이사진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첼은 그걸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러한 환경이 그녀를 더욱더 단단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부당한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을 지켜나가며, 삶에 최선을 다할 줄 아는 레이첼을 보며 앞으로 내가 삶을 어떠한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문뜩 제시카와 그녀의 동생이 나온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제시카가 과거를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를 띄우며 몇 마디 한 적이있었는데, 그 모습에서 그녀가 어린 시절에 느꼈을 고단함이 진하게 묻어났다. 그런 이유때문일까? 이 책을 읽고있으면 레이첼의 모습에서 제시카가 겹치는 듯했다. 그녀가 감내해야 했던 마음의 무게를 추측해 보게 했고, 엔터테이먼트의 생태 구조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모든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오직 자신을 꿈을 위해 모든 걸 감내하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았던 사람이 느꼈을 고충과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모든 건 보이는 게 다가 아닌 것처럼 이 소설 또한 다 읽기 전에는 보이는 게 다 가 아니었다. 정말 소설도 현실도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었다. 한이사의 시계처럼.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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