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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이 오고 있다 ㅣ 세상을 읽는 눈
신명호 지음 / 개마고원 / 2020년 10월
평점 :
빈곤(가난) _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해서 몸과 마음이
괴로운 상태를 이르는 사전적 의미
_빈곤이 오고 있다 014 page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가난한 사람이 있었다. 하나는 자발적으로 가난한 삶을 선택한 사람들. 이들은 자신의 신념에 의해 스스로 무소유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가난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 결론은 같지만 그들의 삶의 질은 다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과는 관계없이 가난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후자의 유형에 속할 것이다. <빈곤이 오고 있다>에서는 후자에 해당하는 비자발적인 가난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고 있었다.
옛날의 가난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었다면 현재 오늘날의 가난은 상대적인 기준으로 분류된다. 저자가 들려준 영국의 차문화, 88서울올림픽 당신 열린 '아시아도시빈민 대회'를 봐도 빈곤이 상대적인 기준에 의해 구분되었음을 알 수 있다. 비단 그들뿐만 아니라 나조차도 만족스러운 일상을 지내다가도 온갖 명품을 휘두르고 백화점을 활보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며 우울해지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2019년 11월에 발생한 성북구 모녀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절대적인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일제강점기 시대를 비교하며 오늘날의 빈곤을 가볍게 여기는 것에 대해 이는 가난의 본질을 모르는 철없는 소리라고 말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가난은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와 사회가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모든 국민의 재정을 나라가 책임져 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빈곤의 기준선을 조치를 취하고자 '최저생계비'라는 정책적 비곤선을 설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정부로부터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대상과 급여 수준을 결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정책에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며 이로 인해 정작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빈곤율이 높은 나라는 미국을 비롯해서 단 네 나라뿐이라는 저자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가 나름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 더 이상 절대적인 가난에서 벗어났을 거라는 내 예상을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선진국이라 생각한 일본, 미국도 사회복지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더 이상 선진국이라 볼 수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더 이상 빈곤을 논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낙관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997년도 말에 경제 위기를 겪으며 중간계층의 일부가 무너지면서 더 이상 누구도 가난의 안정지대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헬조선이나 금수저와 흙수저와 같은 용어도 그때부터 생겨났다고 한다.
한때 어려운 집안 환경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부하면 높은 부와 지위가 보장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었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부가 세습됨과 동시에 교육의 질과 기회 또한 세습되며 더 이상 그 차이를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 사람들은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한참 지났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우한 환경에 처한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은 공부를 하는 길임은 변하지 않는다. 단지 확률이 더 낮아졌을 뿐. 이때 우리는 흔히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부러움과 존경을 표하는 반면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했음에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은 자로 간주는 우를 범한다. 하지만 저자는 'all other things being equal '이라는 전제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두가 동일한 출발선에서 시작한다는 착각은 자칫 잘못하면 가난한 이들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한다고 조언한다.
제아무리 명석한 사람도 20초간의 한 장명만을 보고 2시간 짜리 영화의 내용을 알 수는 없다. 인간들이 빚어내는 현상에도 맥락이란 게 있는 법이다. 그 맥락들을 세세히 짚고 살피지 않으면 심각한 오독에 빠질 수 있다. _132 page
가난한 사람들은 수명 또한 짧다고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아파도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병가를 쓰지 못하고 아픈 몸을 이끌고 일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가난한 환경의 아이들 또한 보호자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고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또한 질병이 발생한다 할지라도 돈이 없어서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포기하게 된다고 말하며, 공공의료체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외에도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만큼이나 실제 그들이 마주쳐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굉장히 많았다. 고용의 질은 점차 악화되고 있고 일부 고용자들은 노동자에게 돌아갈 몫을 갈취하며 소득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흐름을 끊기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가난할수록 투표율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정책들이 그들과 점점 멀어진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저자는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거나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하며,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실업자와 불안정한 취업자에 대한 사회보험을 대폭 강화함과 동시에 실질적인 실업주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빈곤층의 추업능력과 자립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다. 저자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그 이유와 원인을 알아도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모든 문제의 해결은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문제를 직시하고 대면함으로써 부조리한 현실에 눈을 뜨고 그것을 합리화하는 사람들의 말에 현혹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빈곤이 오고 있다>을 읽으며 빈곤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진진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가난에 대한 전반적 사회인식과 정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