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집
래티샤 콜롱바니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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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씩씩하고 활기가 넘치던 솔렌은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한 사건으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유죄판결을 받은 자신의 의뢰인 아르튀르 생클레르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게 된 것이다. 그 사건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고 정신적으로 무너지게 된 솔렌은 로펌을 그만둘 결심을 하게 된다. 우울증 및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 솔렌은 의사로부터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뜻밖에 조언을 듣게 된다. 처음 이 제안을 받았을 때는 탐탁지 않았던 솔렌은 무료함을 달랠 겸 봉사활동을 검색하던 중 우연히 '글을 대신 써 줄 작가'를 찾는다는 자원봉사 구인광고를 보게 된다. '작가'라는 단어를 보며 어릴 적 부모님의 반대로 접어야만 했던 자신의 꿈을 떠올리게 되고 결국 솔렌은 '펜연대'라는 봉사활동을 하기로 결정한다. 그 후 몇 번의 망설임은 있었지만 '팔레 드 라 팜므(여성 궁전)'을 방문한 솔렌은 마침내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로 완전히 마음을 굳히게 된다.


의사가 한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무언가 타인을 위한 일을 해 보라는 것이었다. "봉사 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이런 제안은 의외였다. 의사가 말을 이었다. 솔렌에게 닥친 증상은 말하자면 '의미를 잃었기 때문'아라고 했다. "살아갈 이유, 일해야 할 이유, 그 모든 게 별안간 사라져서 그래요.. 그런데 그럴수록 자기 안에 갇혀서는 안 돼요.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해요. 아침에 눈을 뜬 뒤 기어이 몸을 움직여야 할 이유를 되찾아야 해요. 자신이 누군가에게 혹은 무엇인가에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 필요해요." _020 page




'여성 궁전'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피난 온 여성들을 돌보는 여성 전용 쉼터였다. 솔렌은 그 곳에서 일주일에 한 시간씩 거주자들이 문서를 작성하는 것을 도와주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자신의 우울증을 완화시키는 동시에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봉사활동을 시작한 첫날부터 솔렌은 그곳에서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되고, 이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게 된다. 솔렌은 냉랭한 태도로 자신을 무시하는 거주자들의 태도에 분노를 느끼게 되고, 이내 봉사활동을 중단하려 하지만 수메야에게 받은 젤리를 보며 다시 한 번 그곳을 방문하게 된다. 두 번째 여성 궁전에 방문한 솔렌은 잘못 계산된 물건값을 받을 수 있게 마트 관리자에게 항의하는 편지를 써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처음 그 요청을 받았을 때는 자신을 놀리는 거라 생각했지만 진실로 요청한다는 걸 알고는 자신의 생각을 반성하게 된다. 그 일을 계기로 여성 궁정 거주민들의 취약한 삶의 환경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됨으로써 비로소 그들의 삶을 공감하게 되고 그들에게 신뢰를 얻고자 노력하게 된다. 몇 번의 고비를 맞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여성 궁전 거주민들에게 진심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솔렌은 서서히 여성 궁전의 거주민들의 표현 방식을 이해하게 되면서 그들과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되고 마침내 거주민들로부터 친구로 인정받게 된다. 또한 여성 궁전의 거주민뿐 아니라 자기 주변의 궁핍한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차츰 우울증을 극복하게 되고 이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솔렌은 어쩔 수 없는 힘에 이끌리듯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빈타의 어깨에 이마를 기댄 채 자신이 느끼는 상실감, 가슴 끝까지 차올라 숨이 막히던 어떤 감정을 바깥으로 흘려보냈다. 솔렌은 타타 빈타의 품에 안긴 아이였다. 칼리두이자 수메야였다. 엄마의 품에 안긴 세상의 모든 아이였다. 처음으로 솔렌은 자신의 담을 무너뜨렸다. _137 page





이곳의 여자들은 아직도 자신을 더 놀라게 할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실망스럽기보다 재미있었다. 이곳에만 오면 게임의 규칙이 먹히지 않아 당황하는 자신이 우스웠다. 여기서는 카드를 번번이 다시 섞어야 했다. 매번 패를 새로 돌려야 했다. 솔렌에게 이곳에서의 삶이란 늘 새로 만들어 내야 할 무엇이었다. _326 page



<여자들의 집>을 읽으며 사회적으로 취약한 환경에 노출된 여성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들의 삶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처참했다. 사회적인 병패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문화로 인해서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된 채 살아가는 여성들도 많다는 걸 상기시켰다. 그런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 같았다. 아직까지도 일부 문화권에서는 여성들의 인권을 박탈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나를 더욱 슬프게 했다. '여성 궁전'의 거주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바라본 취약계층 여성들의 삶은 지금까지 무심코 지나쳤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떠올리게 하고 반성하게 만드는가 하면 블랑슈와 알뱅의 삶을 통해 들려준 이야기는 고귀한 희생과 도전이란 어떤 것인지 일깨워 주었다. 솔렌이 봉사활동을 통해 성장했던 만큼 나 또한 <여자들의 집>을 읽으며 한층 더 성숙해진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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