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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먼저 건넸을 뿐인데 - 아무도 몰라주던 나를 모두가 알아주기 시작했다
이오타 다쓰나리 저자, 민혜진 역자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9월
평점 :
<한마디 먼저 건넸을 뿐인데>는 작가가 일상 속에서 직접 부딪히며 터득한 잡담 노하우를 집대성한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지 배우고 싶었다. 잠깐 마주친 사람과 어떤 질문과 답변을 하느냐에 따라서 일회성 만남으로 끝날 수도 있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요즘같이 비대면 시대에 말하기 기술은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을 할 때에도 성실하기만 한 사람보다는 성실하면서 말까지 센스 있게 하는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거 같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뻘쭘해하거나 눈치 보는 상황을 피하는 방법을 알면 조금 더 현명하고 즐겁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12문항의 '잡담력' 테스트를 통해 내가 '평범한 잡담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친한 사람과는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처음 만난 사람이나 윗사람과의 대화에는 서툴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과 대화할 때면 매번 긴장하곤 한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는 모르겠고 침묵은 어색하고 대화는 뚝뚝 끊기는 거 같고, 언제 이야기를 끝내야 할지 몰라서 상대방이 말을 마치는 타이밍을 기다리게 되고, 심지어 리액션에서 오는 피로감까지. 실수할까 봐 또는 할 말이 없어서. 그러다 보니 가급적 그러한 상황을 피하게 되고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곤 했다. 아쉽고 안타까웠다. 어떻게 하면 대화에서 겉돌지 않을 수 있을까? 늘 궁금했다. 작가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잡담을 어려워하는 이유가 '제3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대화를 무조건 즐겁거나 업무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잡담이란 '미묘한 관계의 사람과 적당히 이야기하면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매우 섬세한 대화 방식'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잡담은 평범한 대화와는 전혀 다른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잘하고 싶다면 '잡담술'을 익혀야 한다고 말하며, 잡담력을 습득하게 되면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가 줄고 거래처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고 다양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람이 되려고 상대가 지루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정보를 줄 때나 고민 상담을 해줄 때는 유익한 사람임을 어필하려고 하기보다는 감정을 주고받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평소 누군가 나에게 상담을 걸어오면 해결책을 찾아주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상대방의 마음을 위로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가장 힘들어했던 리액션 부분에서도 모든 말에 다 반응하며 리액션 해주기보다는 집중하며 듣고 있다는 표정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내가 흔히 하는 질문 중 "요즘 어때?"보다는 "지난번에 말한 일은 잘 돼요?"가 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어려운 사람들과 균형 잡힌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친구처럼 대등한 관계로 말하기보다는 선생과 학생처럼 상하관계로 말하면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가끔 너무 재미없게 대답한 건 아닌지 개그 센스 부족으로 고민한 적도 있었는데, 무례한 사람보다는 재미없는 사람이 낫다고 말하는 걸 보고 안심했다. 또한 겸손을 미덕으로 생각해서 칭찬을 받을 때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는데 '칭찬을 부정하면 상대는 곤란'하는 말을 보고 앞으로 어떻게 반응해야 잘 소통할 수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거나, 노력과는 반대로 이상하게 관계가 틀어지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억지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재미'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꼭 '결론'이 없어도 좋습니다. 오히려 결론부터 말하거나 숫자나 데이터를 이용해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면 잡담은 순식간에 끝나버립니다. 그리고 잡담이 끝나면 관계도 진전되지 않죠. (중간 생략) 인간은 로봇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미없는 이야기에도 미소를 짓고, 결론이 나지 않은 주제일지라도 계속 이야기합니다. 이로써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실감하고, 관계가 깊어졌다는 안도감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잡담에서 중요한 건 '내용'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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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