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답사 여행 - 역사의 물길을 바꾼 결정적 장면들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14
정명섭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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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역사 관련 서적들이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스토리 답사 여행>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던 '길'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었다. 작가와 나란히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거리의 모습과 그에 관련된 역사적 사건들이 생생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부분은 간략하게 그려진 지도와 구체적인 이동경로 가이드였다. 각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제시된 지도들은 중요한 길목 중심으로 요약돼있어서 길의 흐름을 빠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또한 '어떻게 돌아봐야 할까?'에서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던 곳을 직접 따라가며 걸을 수 있도록 경로가 이어져있어서 좋았다. 책에 제시된 경로를 따라 이야기를 복기하면서 역사 속 인물들의 감정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았다. 다소 복잡하거나 낯선 길에 대한 설명은 '어떻게 돌아봐야 할까?'의 하단에 제시된 이동경로를 참고하며 읽으니 보다 이해가 수월해졌다.

<스토리 답사 여행>은 크게는 '외세 침략 사건' '권력 쟁탈전' '개혁'으로 나뉘었고, 각 주제에 관련된 사건들이 나와있었다. 외세 침략 사건에서는 아관파천, 신미양요, 칠천량해전, 명량해전이 나와 있었고, 권력 쟁탈전에서는 제1 차 왕자의 난, 계유정난, 인조반정 그리고 개혁과 관련해서는 갑신정변과 서울진공작전이 있었다. 목차를 쭉 훑어보니, 각 사건들이 순차적으로 나열돼있지는 않아서 가장 흥미롭게 느껴졌던 '제1 차 왕자의 난'부터 읽어 나갔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나온 책이라서 그런지 눈에 띄는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제1 차 왕자의 난'에 나온 대화를 살펴보면 [송현방에 삼봉과 측근들이 모두 모여있다고 합니다]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일반적으로는 '삼봉 정도전' 또는 '정도전'이라고 많이 쓰는 반면 이 책에서는 정도전이라는 이름 대신에 그의 호 '삼봉'으로 표기하고, 하단에 별도로 주석을 달아 놓음으로써 '삼봉'이 '정도전의 호'임을 설명해 주는 형식을 취했다. 또한 [이방원의 옆에 있던 이숙번이 동개에서 활을 커내어 명적을 끼웠다]에서도 '활과 화살을 꽂아서 어깨에 두르는 도구'나 '소리가 나는 호신용 화살'과 같은 설명보다는 '동개'와 '명적'으로 표기되어 있어서 어린이 책과는 확연히 다른 난도를 느낄 수 있었다. 읽을 때는 주석을 꼼꼼히 봐야 한다는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어휘를 풍부해지는 거 같아서 좋았다. 또한 각 이야기들이 예상했던 거보다 훨씬 더 깊이 있게 다루어져있었고,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설명되어 있었다. 덕분에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더 많이 그리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간간이 나오는 사자성어 또한 상식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칠천량해전을 읽기 전에는 선조가 왜 원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앉혔는지, 왜 이순신 장군은 출진하라는 선조의 명을 따르지 않았는지, 왜 조선 수군의 출진을 고집했는지는 의문이었는데 각 상황을 이해하고 나니 명쾌해졌다.



칠천량해전, 계유정난, 명량해전, 서울진공작전 등에는 사료도 실려있어서 그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특히 서울진공작전에 나왔던 여성 독립운동가 윤희순의 <안사람 의병가>를 통해 그녀의 절박함이 고스란히 느껴져 슬펐다. 고종이 창덕궁에서 탈출해 러시아 공사관으로 향하는 과정 또한 그랬다. 춘생문사건으로 인해 더욱더 삼엄해진 일본군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궁녀 뒤에 바짝 붙어 사인교를 타고 몰래 빠져나가야 했던 고종과 어린 세자의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 그리고 수치스러웠을 그 마음이 이야기를 통해 전달되어 나를 더 슬프게 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길에 역사가 처연한 흔적을 남긴 채 묵묵히 세월을 견뎌 내고 있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나 또한 문화유적지를 방문하며 아무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다. 또한 눈으로만 쫓다 보니 그것들이 과거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 채 지나친 곤했다. 하지만 <스토리 답사 여행 >을 통해 지금껏 무심히 지나쳤던 표지판 이름을 다시 보게 되었고 유래가 궁금해졌다. 이번 코로나19가 완벽히 물러가면 책에 나온 거리들을 걸어보고 싶어졌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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