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되, 애쓰지 말 것
김은희 지음 / 젤리판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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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읽었었던 <Woman Success Principles>가 생각났다. 두 책 모두 육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사랑하되 애쓰지 말 것>은 육아 방법을 주된 주제로 다루었다는 점과 그녀가 '육아휴가'를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또한 워킹맘이었던 이영숙 작가님과 달리 전업주부의 삶을 선택한 김은희 작가님은 육아로 보낸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들이 구체적으로 나와있었다. 결론적으로는 두 작가 모두 워킹맘을 주장하지만 서로 다른 선택을 했기에 두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두 책을 모두 읽고 내린 결론은 어느 쪽의 선택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그들의 경험과 조언들을 나의 상황에 맞게 적용해 보는 것이었다.

<사랑하되 애쓰지 말 것>의 김은희 작가 역시 처음부터 전업주부를 꿈꾸었던 건 아니었다. 그녀는 삼성동에 위치한 특급호텔에서 호텔리어로 일하는 직장인인 동시에 7살 여자아이를 둔 워킹맘이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베이비시터를 고용함으로써 호텔리어의 직업을 놓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 라는 책을 읽고 나서 그녀는 전업주부가 되겠다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 대부분의 워킹맘들이 아이와 함께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듯 작가 역시 그랬던 거 같다.

하지만 7살 된 딸아이 옆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어서 육아휴직을 냈던 처음 마음과는 달리 제한된 1년이라는 시간에 쫓겨 아이에게 자신의 삶의 방식을 강요하게 된다. 7살 아이에게 하루 계획서를 지킬 것을 강요하고 지키지 않으면 혼쭐이 난다는 각서를 쓰게 하고 서명까지 받아낸다. 또한 둘째로 인한 육아 피로와 짜증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딸아이에게 풀게 된다. 어린 시절 아픈 어머니로 인해 스스로 강해지는 법을 터득해야 했고, 오랜 시간 지시와 명령을 기반으로 한 회사 문화가 몸에 밴 그녀는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게 된다. 그녀가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엄마로 성장하기까지는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나는 3년이 걸렸다는 작가의 말을 통해 육아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아이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또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 종종 발생한 트러블들이 불가항력적인 과정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점심도 거르며 치열하게 살았던 내 인생처럼, 하늘 한번 쳐다볼 여유도 주변에 노랗게 물든 나뭇잎을 감상할 여유도 없이 메마르게 살았던 나의 과거처럼, 아이도 그저 정해진 시간 안에 해야 할 일만 능숙하게 처리하는 로봇 같은 인생을 살도록 조종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아이가 집에서 넋 놓거나 뒹글뒹글하는 모습을 보면 참지 못했다. 아이에게 시간 낭비나 한다고 구박하며 비난했다. 빈둥거리는 것을 참지 못해 무언가를 자꾸 시키며 강요했다. 게다가 내성적인 나와는 달리 친구를 너무 좋아하는 아이의 모습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늘 친구를 찾아 헤매고 혼자라도 동네 놀이터를 순회하며 노는 모습이 못마땅하기도 했다.

-049 page

치열하게 일했던 워킹맘일수록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 수 밖에 없다. 일을 잘하기 위해 키워진 능력이나 습관들은 과정이 아닌 결과에만 집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훌륭한 리더의 역량으로 여겨지는 추진력, 빠른 결단력과 판단력, 날카로운 안목 등은 아이를 기다려주고, 있는 그대로 아이를 인정해 줘야 하는 엄마의 중요한 덕목과는 상충한다. (중간 생략) 좋은 엄마가 훌륭한 워킹맘이 되기는 쉽지만, 능력 있는 워킹맘이 좋은 엄마가 되기에는 진정 몇 곱절이나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다.

-052 page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일해 왔던 그녀는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살림과 육아 속에서 허탈함과 무기력해짐을 느끼며 점차 지치게 된다. 이내 집안일을 외면하고 문화센터에서 경매 강좌를 듣거나 인근 고등학교에서 무료 중국어 강좌를 듣는 등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자신의 존재감과 안전감을 찾게 되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한다. 잦은 외출과 그로 인해 밀린 집안일을 처리하며 피곤함을 느끼게 되고, 아이들을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갖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이란 책에서 읽으며 해결책을 찾게 된다. 한없이 무료하게만 느껴졌던 집안일에 이름을 붙이고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점차 안정을 찾게 된다. 더블어 자신의 삶에 '특별함'을 부여하기 위해 책을 쓰기로 결심하게 된다.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한 어떤 일로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대만족입니다. 아이들이 어떤 일로 불행해진다 해도, 그것 역시 내가 바라는 일입니다. 그 일을 통해 아이들은 내가 결코 가르쳐줄 수 없는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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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한 아이들은 집중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것에 집중하는 거라는 작가의 말을 보고 얼마 전에 읽었던 《빛과 우주의 수사관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떠올랐다. 이 책은 어릴 적 산만하고 엉뚱했던 아인슈타인은 수학과 과학에서만큼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훗날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며 천재 과학자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사랑하되 애쓰지 말 것>의 작가는 아이를 키울 때 편견에 사로잡히기보다는 아이의 생각, 성향과 기질 그리고 그들의 욕구 등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육아서나 각종 육아 관련 콘테츠 및 육아 성공사례를 보며 '완벽한 엄마'가 되겠다는 생각에 사로 잡히면 엄마와 아이 모두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의 방법에 집중하기보다는 아이와 직접 대화함으로써 방법을 찾아나가라고 조언했다.

●● 초등1학년을 보내는 워킹맘의 자세

첫 번째, 아이의 모든 문제를 엄마가 대신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강박과 두려움 버리기

두 번째, 유연성 갖추기

세 번째, '내 아이를 믿을 용기'

작가는 세 번째 자세를 강조하며 아이가 잘 성장할 거라는 엄마의 믿음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성격이 급한 작가는 세월아 네월아 느릿느릿 준비하는 딸아이를 보며 아침마다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딸아이의 모습이 자신의 어린 시절과 닮았음을 알게 된다. 이후 친정엄마와 통화하며 행동이 유독 느렸던 작가를 위해 7시부터 준비해서 등원시켰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딸아이만 탓했던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게 되고 더 이상 아이를 재촉하기보다는 아이의 때를 기다리는 법을 배우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자신의 단점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변명하기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받아들이고 바꿔나가는 작가의 삶의 자세가 너무 좋았다. 또한 독서를 좋아하는 작가가 자녀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만들어 주기 위해, 책을 읽으라고 말하는 대신 아이들의 목소리를 녹음한 후 그것을 알람으로 설정함으로써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점이 좋았다.

●●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첫 번째, 칭찬하기

두 번째, 오늘 잘한 일 세가지 말하기

즉, 자기에게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일수록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또한 자기 전 침대에 누워 '오늘 잘한 일 세 가지'를 이야기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면, 아이가 자신의 장점을 생각하며 스스로 긍정적인 자아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게 되면 아이가 자신감과 만족감을 얻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 심플 육아

첫 번째 단계, 내 마음 비워내기

두 번째 단계, 지금 나에게 집중하기

세 번째 단계, 나의 한계 설정하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를 알고 그것을 육아에 적용할 방법을 찾으라고 말한다. 또한 완벽함만을 추구하게 되면 엄마도 아이도 힘들어지기 때문에 완벽함에 집착하기보다는 부족함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계를 인정하고 불필요한 요소를 최소화함으로써 자신만의 휴식을 확보해야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끔은 늘 똑같이 돌아가는 일상에 물음표를 던져보자. 뒤집어도 보고, 굴려도 보고, 던져도 보고, 열기도 하자. 그 속엔 '뜻 밖의 행운'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행운은 항상 변화 속에서 오는 법이니, 정해진 길이란 없다. 나와 내 아이가 걸어가는 발자국이 모여 길이 될 뿐이다. 자, 이제 아이의 손을 잡고 전인미답 (全人未踏)을 즐길 시간이다.

-174 page


저자는 교육을 크게 가치교육, 지식교육, 생활교육으로 분류하는데, 이 중에서 생활교육이 아이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침구를 정리하고 자신의 방을 청소하는 것과 같은 사소한 습관들이 시선의 중심을 외부로 확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누군가의 노력과 땀의 결과라는 사실을 깨닫고 감사함 느낄 수 있는 덕이 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식에만 치우치지 않고 아이의 인성까지 고려한 그녀의 세심한 육아가 참 존경스러웠다.



육아를 위해 퇴사한 그녀는 성찰을 통해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아이들과 남편과도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다. 또한 화를 다스리는 법을 알게 되고, 인내심을 갖게 되고, 반복되는 일상을 감사할 줄 알게 되고 나아가 타인을 이해하는 동시에 이해시키는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육아는 짐이 아니라 자신의 강력한 경쟁이자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하는 엄마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엄마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그리기 때문에 한때 워킹맘이었던 그녀가 전업맘으로 지내며 낸 결론은 '엄마는 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 행복한 부부관계 위한 비법

첫 번째 비법, 관조적 자세, 그 상황에 분리하여 관찰자 입장 되기

두 번째 비법, 가장 좋았던 경험 무한 재생하기

세 번째 단계, 측은지심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이가 한 말에 집중하지 말고 그 말 속에 감춰진 아이의 마음에 집중하라고.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잘 몰랐다. 아이의 말이나 행동이 아닌 숨겨진 이유를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 아이의 거짓말 뒤에 가려진 의도와 심리를 어떻게 알아채야 하는지, 송곳같이 차가운 아이의 말 뒤에 사랑 받고 싶어 하는 몸부림을 알아차렸어야 했다.

-318 page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코끝이 찡해졌던 이야기는 [비로소 보이는 것들 (친정엄마편)]이었다. 항상 몸이 아프고 낮잠을 자는 친정엄마에게 운동하라고 잔소리하던 작가가 아이를 직접 돌보며 주위 사람들로부터 친정엄마의 지난날의 고생을 듣게 된다. 매일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아이들이 하원하면 몇 시간씩 놀이터에서 놀리고, 엄마가 보고 싶다고 보채면 등에 업고 밖에 나가주었다는 것을. 그렇게 고단한 하루를 매일 같이 보냈던 친정엄마의 사정을 몰랐던 저자는 저녁 준비하는 동안 잠깐 잠든 친정엄마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것이다. 심지어 세탁소 다림질이 마음에 안 들다는 사위의 말 한마디에 직접 빨고 다림질까지 해주셨다는 이야기를 보고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나 또한 매정한 자식이었음을 깨닫고 반성하게 되었다.

※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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