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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활동
이시우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9월
평점 :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땐 천재 미소녀가 왕따 꼴찌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그 과정에서 처음에는 티격태격하다 서로 좋아하게 되고 성적이 오르는 다소 뻔한 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아스팔트에 긁힌 듯 팔에서 피가 나는 소년이 피 얼룩이 묻은 옷을 입은 채 오토바이를 몰고 있는 모습이 담긴 책표지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시체가 발견되며 내가 예상했던 내용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다. <과외활동>에서의 '과외'란 학교공부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과거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해커 대회에서 우승한 전력이 있는 김세연은 전교 1등이고 예쁜 반면에 이영은 부모를 죽인 패륜아로 소문난 전교 꼴찌였다. 어느날 아침 등굣길에 죽은 여자애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 두 주인공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사건의 범인으로 의심받게 된 이영은 소문의 근원지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동호회'라는 살인마 집단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이로 인해 더 큰 위험에 처한 이영은 천재 해커 김세영의 도움으로 매번 죽을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게 된다. 평범한 지능을 가진 이영이 위기의 순간마다 천재 해커 김세영이 전달하는 복잡한 메시지를 이해하고 수행하는 모습들이 박진감 있게 표현 된다.

이영의 움직임은 수시로 CCTV관리자에 의해서 노출되고, 그로 인해 매번 '동호회' 사람들과 쫓고 쫓기는 신경전이 벌어진다. 그 과정이 항상 아슬아슬하고 스릴리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선생'의 지시에 따라 제한시간 안에 건물에 도착하기 위해 고군분토하는 이영의 모습이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이영이 느꼈을 초조함과 긴박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또한 줄어들었다 늘었다를 반복하는 시간적 압박감에, 무인자동차와 오토바이의 속도감까지 더해져 마치 책을 읽고 있음에도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평소 실수를 절대 용납하지 않고 수시로 폭력을 휘두르는 삼촌의 모습과 그럼에도 자신을 구하러 온 이영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삼촌의 모습, 그런 삼촌에게 애증을 느끼는 이영의 모습 그리고 피해자들과 이영에게는 한없이 잔인했던 반면 가족들만큼은 끔찍하게 생각한 관리자의 모습에서는 각 등장인물들의 이중성이 잘 반영되어 있어서 그들의 심리를 입체감 있게 읽어낼 수 있었다. 또한 <과외활동>의 등장인물들 각각의 감정선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동호회' 사람들의 생각까지도 상상하며 읽을 수 있었다. 천재 김세영과 도덕성을 상실한 천재 '선생'의 심리전은 사건의 흐름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는 표정, 심리, 장면들이 자세히 표현되있어서 미친 듯이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기기들과 무인자동차를 자유자제로 통제하고, CCTV로 타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다는 설정은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 되었음에도 현실에서 충분히 실현가능한 것처럼 보여서 섬뜻했다. 앞으로 CCTV나 핸드폰 카메라를 볼 때마다 이 이야기가 떠오를 거 같다. 과학기술이 우리 삶에 미칠 영향까지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골목길 사이 사이에 설치된 CCTV가 나를 노려보고 있는 괴물의 눈동자처럼 느껴진다. - P067
대답은 필요 없다. 김세연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어서 하는 거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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