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철학
마틴 골딩 지음, 장영민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0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법철학은 두 종류의 문제를 다룬다. 규범적(혹은 정당화적 justificatory)인 문제와 분석적(혹은 개념적 conceptual)인 문제가 그것이다. (14면)

2. 법철학 문제들 가운데 가장 으뜸가는 문제는 아마도 법개념의 분석이라는 문제일 것이다. 법이란 무엇인가? 한 사회에 법체계(legal system)가 존재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15면)

3. 법철학이라는 것이 법의 목적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그리고 물론 법이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도) 관심을 갖는다면, 법철학은 법의 허용가능한 범위, 즉 법의 한계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법의 소관사항이 아닌' 영역이 존재하는가? (17면)

4. 소위 심신의 개념은 민/형사상의 책임의 존재와 그 정도 문제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이며, 행위라든가 부작위, 동기, 고의 등의 개념 분석은 근년에 와서 새로이 엄밀하게 추구되고 있다. (19면)

5. "법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문제이며 이에 대하여 많은 대답들이 주어져 왔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동일한 물음에 대한 여러 가지 대답이 아니라, 법의 본질에 관한 상이한 물음에 대한 대답들이다. (21면)

6. 본질주의적 접근방법과 약정주의적 접근방법 사이의 불일치 ... (25면)

7. 일찍이 법실증주의가 나타난 것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의 학설휘찬에 들어있는 고전적인 명제인 '국왕의 뜻에 따른 것이 법력을 가진다'는 명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을 좀더 현대적인 말로 바꾸어 보면, 입법기관에 의해서 제정된 것은 무엇이든 그 사회 속에서 법이 된다는 것이다. 이 명제를 현대 법실증주의자들은 일반적으로 승인한다. 그리고 이들은 "법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 법이 좋으냐 나쁘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라는 19세기 영국의 학자 존 오스틴(John Austin)의 말에도 동의한다. 이에 대해서 자연법론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 명제를 모두 거부한다. 이들은, 입법이란 그 활동의 소산으로 법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도덕적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목적적 활동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둘째로 이들은 법의 존재 문제는 그 법이 도덕적 의무를 지고 있다는 문제, 즉 법의 도덕성의 문제와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다는 견해를 취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와 같이 자연법론자들은 도덕적, 규범적 입장을 취하거나 이에 가까운 입장에 선다. (54면)

8. 현대 법철학에 있어서 가장 첨예하게 대두되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법의 강제를 허용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에 있는가에 관한 문제이다. 이것은 '도덕의 강제'(enforcement of morals) 논쟁이라는 이름을 얻었을 정도로 유명한 문제이다. 이 논쟁은 영국의 판사인 패트릭 데블린(Patrick Devlin) 경의 동명의 강연에서 발단되었다. (이 강연은 데블린의 저서 The Enforcement of Morals(London: Oxford University Press, 1965)에 "Morals and the Criminal Law"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 ...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앞 장에서 우리가 살펴본 것과 같은 개념의 문제 내지는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규범적인 문제이다. (105면)

9. 이것은 권위와 자유라는 매우 근본적인 문제이다. ... 이 문제를 다룬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법의 한계에 대한 고찰에 도달하게 된다. (106면)

10. 1957년에 발표된 윌펜던위원회의 보고서(The Wolfenden Report: Report of the Committee on Homosexual Offenses and Prostitution)가 마땅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데블린 경의 강연은 바로 이 보고서에 대한 한 반응으로 나온 것이다). 이 위원회는 '동성애죄 및 매춘'에 관한 영국법제를 연구하여 그 개정을 위한 권고안을 만드는 책임을 맡았었다. (109면)

11. "도덕상의 죄의 영역과 법적 의미의 범죄의 영역을 - 법기관의 행동을 통하여 - 같게 하려는 시도가 사회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기도되지 않는 한, 간단히 말해서 법의 소관사항이 아닌 도덕 내지 부도덕의 영역은 남아 있어야 한다. 부도덕 그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법의 의무가 아니다. ... 법의 의무는 공공질서나 공서양속을 침해하거나 일반 시민을 범죄적인 것 또는 유해한 것에 노출시키는 행위에 국한되어야 한다." (109면)

12. 그러나 곧 알 수 있었던 것은 그 정신이 밀의 '자유론'(On Liberty)에서 피력한 사상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밀에게 있어서는 위에서 말한 구별 중 세 번째 것이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이것은 하트가 밀의 '유명한 문장'이라고 칭한 구절에 나타나 있다(이 문장은 하트가 그의 Law, Liberty and Morality, Standford: Stanford University Press, 1963, p.4)에 지적하고 있는 문장이다). "이 논문의 목적은 그 사용되는 수단이 법적 처벌이라는 형태의 물리적 힘이거나 여론이라고 하는 정신적인 강제이거나 간에 강제와 통제의 방법으로 사회가 개인을 다스리는 것을 절대적으로 좌우할 하나의 단순한 원리를 주장하려는 데 있다. 그 원리란 인간이 그들 동료 중 어떤 사람의 행동의 자유에 대하여 개인적 또는 집단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자기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뿐이라는 것이다. 문명사회의 어느 일원에 대해서이든 그의 의사에 반해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타인에 대한 해악의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뿐인 것이다. 그 사람 자신의 행복을 위하여라는 것은 물질적인 것이건 정신적인 것이건 정당화의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 사람의 행위 가운데에서 그가 사회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있는 부분은 오로지 다른 사람들과 관계되는 부분뿐이다. 그 자신에게만 관계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그의 독립성은 가히 절대적이다. 자기 스스로에 대해서, 그 자신의 육체와 정신에 대해서는 그는 주권자인 것이다." (John Stuart Mill, On Liberty, 초판 1859, p.13).

13. 밀은 '타인에 대한 해악'이라는 원칙에 대한 어떤 예외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즉 어린이, 정신박약자, 지진자가 그 예이다. 여기에서 그는 보호주의(paternalism)를 인정한다. 즉 이들은 타인에 대하여 해악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하여서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성숙한 성인에 있어서는 그 자신을 위한다는 것은 강제의 충분한 보증이 되지 못한다." 밀이 제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각 개인은 단연코 자신의 이익의 최선의 판단자라는 것이다. (하트와 같은 최근의 논자들은 이 점에서 밀보다는 덜 낙관적이다. 따라서 이들은 보다 높은 정도의 보호주의를 인정하게 된다.) (111, 112면)

14. 밀은 이 난점을 알고 있으며 그는 결국 이 간단한 원칙을 포기하고 만다. 따라서 그의 논문 제4장에서 밀은 많은 사람들이 이 원칙이 입각하고 있는 구별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인정하고 "개인이 스스로에게 가하는 해악은 동정과 이해 관계 때문에 그 개인과 가까운 관계에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또 전체 사회에도 약간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On Liberty, p.118)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은 개인이 '공공에 대하여 지고 있는 특정한 의무'나 '타인에 대하여 갖는 명백한 의무'를 위반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와 같은 해악은 우연적인 것에 불과하며, 인간의 자유라는 보다 큰 선을 위하여 사회가 부담해야 할 불편(inconvenience)이라고 고집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밀 자신의 원칙을 붕괴시키는 셈이 된다. (115면)

15. 최근의 논자인 허버트 패커(Herbert Packer) 교수는 그의 중요한 책 '형사제재의 한계(The Limits of the Criminal Sanction)'에서 '타인에 대한 해악'이라는 밀의 공식은 해결해 주는 것이 너무 적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유용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어떤 형태의 행위가 범죄로서 제재를 받아야 하는 것은 순전히 또는 일차적으로 그것이 부도덕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이것은 명백히 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만일 문제의 행위를 형법이 억제하지 않는다면 어떤 나쁜 결과가 초래될 우려가 있는지에 대한 상세한 고찰을 하게 해 주는 것이다." (117면)

16. 또 헹킨은 나아가 도덕의 입법화는 종교의 유물이며 헌법은 이러한 종교의 창설을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118면)

17. 근자의 많은 논자들은 밀을 넘어서서 어떤 경우에는 그 '자신'을 위하여 성인들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하트는 이것을 법적 보호주의(legal paternalism)라고 부르면서 이러한 입장을 옹호한다. 그는 법적 도덕주의(legal moralism), 즉 법은 행위가 '그 자체' 부도덕하기 때문에 금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부정한다. 보호주의를 그가 지지하는 근거는 개인이 항상 자신의 이익에 대한 최선의 판단자는 아니라는 사실에 있다. 그가 마약판매를 제한하는 법을 지지하는 것은 이와 같은 근거에 입각한 것이지, 마약 사용이 갖는 어떤 부도덕의 혐의에 입각한 것은 아니다. 오토바이 주행자가 헬멧을 써야 한다는 요구도 아마 역시 보호주의적 이유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될 것이다. 또 하트는 말하기를 "살인이나 폭행의 위법성조각(정당화)사유에서 피해자의 승낙을 배제하는 법은 그 자체 개인을 보호하도록 마련된 보호주의(paternalism)의 한 단편이라고 충분히 설명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119, 120면)

18. 하트는 보호주의의 범위에 대해서 분명하지 않다. (120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