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 / 까치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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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철학은 죽었다. 철학은 현대 과학의 발전, 특히 물리학의 발전을 따라잡지 못했다. (9면)

 

2. 전통적인 우주관에 따르면, 대상들은 잘 정의된 경로 위에서 움직이고 확정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매순간 대상들의 정확한 위치를 특정할 수 있다. 이 '고전적인' 우주관은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타당하다. 그러나 이 관점으로는 원자(atom)와 아원자(subatom) 규모의 존재들에서 발견된 외관상의 기이한 행동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1920년대에 밝혀졌다. 그 관점 대신에 이른바 양자물리학(quantum physics)이라는 다른 개념 틀을 채택할 필요가 있었다. (10면)

 

3. 다시 말해서 그 순박한 과거의 실재관은 현대물리학과 양립할 수 없다. 우리는 이런 역설들을 다루기 위해서 이른바 모형 의존적 실재론(model-dependent realism)을 채택하려고 한다. 모형 의존적 실재론은 우리의 뇌가 우리의 감각기관들에서 온 입력을 해석한다는 생각에 토대를 두고 있다. (11, 12면)

 

4. M이론은 통상적인 의미의 이론이 아니다. M이론은 다양한 이론들의 집합 전체를 일컫는 이름인데, 그 이론들 각각은 물리세계의 특정 범위에 한해서만 관찰들을 타당하게 서술한다. 이는 지도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지국의 표면 전체를 단일한 지도로 보여줄 수는 없다. (13면)

 

5. M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우주는 유일한 우주가 아니다. 오히려 M이론은 엄청나게 많은 우주들이 무에서 창조되었다고 예측한다. 그 우주들이 창조되기 위해서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 혹은 신의 개입은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그 다수의 우주들은 물리법칙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14면)

 

6. 우주를 가장 깊은 수준에서 이해하려면 우주의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라는 질문뿐만 아니라 '왜'라는 질문에도 대답할 필요가 있다. 왜 무가 아니라 무엇인가가 있을까? 왜 우리가 있을까? 왜 다른 법칙들이 아니라 이 특정한 법칙들이 있을까? 이 질문이야말로 생명, 우주, 만물에 관한 궁극의 질문이다. (15면)

 

7. 그러나 약 2600년 전에 밀레토스의 탈레스가 등장하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자연이 한결같은 원리들을 따르며 그 원리들을 알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등장한 것이다. 그리하여 신들이 지배한다는 생각이 물러가고, 우주가 자연법칙들에 의해서 지배되며 우리가 언젠가 해독하게 될 설계도에 따라서 창조되었다는 생각이 전면에 나서는 긴 과정이 시작되었다. (22면)

 

8. 안타깝게도 이오니아 학파의 자연관 - 자연을 일반 법칙들을 통해서 설명하고 간단한 원리들로 환원할 수 있다는 생각 -은 겨우 이삼백년 동안만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렇게 된 이유들 중의 하나는, 이오니아의 이론들이 흔히 자유의지나 목적의 개념, 혹은 신들이 세계의 운행에 개입한다는 생각을 배제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에 있었다. 그런 배제는 많은 그리스 사상가들에게 심각한 불안감을 유발할 정도로 경악스러웠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그러하다. (27, 28면)

 

9. 자연법칙들을 의도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고대인들의 관심의 초점이 자연의 작동 방식에 있지 않고 작동 이유에 있었음을 반영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런 접근법을 취하여 과학의 주요 토대가 관찰이라는 생각을 배격한 대표적인 인물의 하나였다. 정확한 측정과 수학적 계산은 고대에는 어차피 어려운 일이었다. (30면)

 

10. 그리스인들의 뒤를 이은 기독교도들은 우주가 냉담한 자연법칙에 의하여 지배된다는 생각을 거부했다. 그들은 또한 우주에서 인간의 지위가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도 거부했다. (31면)

 

11. 만약 법칙들이 자연을 지배한다면,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1. 법칙들의 기원은 무엇인가? 2. 법칙의 예외, 이를테면 기적은 존재할까? 3. 가능한 법칙들의 집합은 오직 하나뿐일까? (37면)

 

12. 신경과학의 최근 실험들은, 알려진 과학법칙들을 따르는 우리의 물리학적 뇌가 우리의 행위를 결정하는 것이지, 그 법칙들과 별개로 존재하는 어떤 행위자가 우리의 행위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힘을 실어준다. (41면)

 

13. 금붕어의 시각은 우리의 시각과 다르지만, 금붕어도 둥근 어항 바깥의 물체들의 운동을 지배하는 과학법칙들을 정식화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럼에도 금붕어는 자금 나름의 왜곡된 기준 틀(frame of reference)을 토대로 삼아 과학법칙들을 정식화할 수 있을 것이고, 그 법칙들은 항상 성립하면서 금붕어로 하여금 어항 바깥의 물체들의 미래 운동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금붕어가 세운 법칙들은 우리의 틀에서 성립하는 법칙들보다 더 복잡하겠지만, 복잡함이나 단순함은 취향의 문제이다. 만약 금붕어가 그런 복잡한 이론을 구성했다면, 우리는 그것을 타당한 실재상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49, 50면)

 

14. 그렇다면 무엇이 실재(reality)에 부합할까? 프롤레마이오스의 모형일까? 아니면 코페르니쿠스의 모형일까? (52면)

 

15. 그림이나 이론에 의존하지 않는 실재의 개념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형 의존적 실재론'이라는 입장을 채택할 것이다. (54면)

 

16. 관찰자와 관찰 대상은 둘 다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세계의 일부이며 둘 사이의 구분은 대수롭지 않다. (54면)

 

17. 우리는 비록 객관적 실재를 믿을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 믿음이 참인 것처럼 행동할 수 밖에 없다고 흄은 썼다. (57면)

 

18. 모형 의존적 실재론(model-dependent realism)은 실재론과 반실재론이 벌여온 이 모든 논쟁과 토론을 우회한다. 모형 의존적 실재론에 따르면, 모형이 실재에 부합하느냐는 질문은 무의미하고, 오직 모형이 관찰에 부합하느냐는 질문만 유의미하다. (57면)

 

19. 우리의 감각과 생각과 추론을 통해서 창조된 위리의 세계 지각에서 관찰자 -우리-를 떼어낼 길은 없다. 우리의 지각은 -따라서 우리의 이론은 토대로 삼는 관찰도- 직접적이지 않고 오히려 일종의 렌즈에 의해서, 인간 뇌의 해석 구조에 의해서 형성된다. (58면) 

 

20. 좋은 모형은 다음 조건들을 갖춰야 한다. 1. 우아할 것 2. 자의적이거나 조정 가능한 요소들을 거의 포함하지 않을 것 3. 기존의 모든 관찰들에 부합하고 그것들을 설명할 것 4. 만약 틀렸을 경우에 모형을 반증할(모형이 틀렸음을 증명할) 수 있는, 미래 관찰에 관한 상세한 예측들을 내놓을 것 (64, 65면)

 

21. 특히 '대안 역사들'이라는 양자이론 접근법에 관심을 기울여보자. 이 접근법을 채택하면, 우주는 단일한 존재 혹은 역사만을 지닌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주의 모든 가능한 버전 각각이 이른바 양자 중첩 상태로 동시에 존재한다. (74면)

 

22. 양자물리학에 의하면, 우리가 아무리 많은 정보를 소유하고 우리의 계산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물리적 과정들의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정확하게 결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연은, 어떤 시스템의 초기 상태가 주어졌을 때, 그 시스템의 미래 상태를 근본적으로 불확정적인 과정을 통해서 결정한다. 바꿔 말하면, 자연은, 심지어 가장 단순한 상황들에서도, 과정이나 실험의 결과를 명령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은 제각각 실현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는 다양한 경우들을 허용한다. (90면)

 

23. 오히려 양자물리학은 새로운 형태의 결정론을 향해서 우리를 이끈다. 그 결정론에 따르면, 어떤 시스템의 특정 시점에서의 상태가 주어지면, 자연법칙들은 그 시스템의 미래와 과거를 정확하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미래들과 과거들의 확률을 결정한다. (91면)

 

24.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안심하고 말해도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양자물리학은 관찰에 부합한다. (93면)

 

25.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무엇인가를 "관찰하기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꿔 말해서 양자물리학은, 관찰을 하려면 관찰자가 관찰 대상과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101면)

 

26.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현재에 대한 우리의 관찰이 아무리 철저하더라도, (관찰되지 않는) 과거는 미래와 마찬가지로 불확정적이며 다만 가능성들의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 우주는 과거 혹은 역사는 단일하지 않다. 시스템의 과거가 확정적이지 않다는 것은 당신의 현재 관찰이 시스템의 과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103, 104면)

 

27. 아인슈타인의 논문은 정지와 운동이 절대적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도 절대적이지 않음을, 뉴턴이 생각한 절대시간은 있을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124면)

 

28. 아인슈타인의 논문은 물리학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일깨어주었다. 광속이 모든 기준 틀에서 동일하다고 전제할 경우, 맥스웰의 전자기이론은 시간을 공간의 세 차원과 별개로 취급할 수 없게 만든다. 오히려 시간과 공간은 얽혀 있다. 그렇다면 평범한 세 차원인 좌/우, 앞/뒤, 위/아래에 네 번째 차원으로 과거/미래를 추가해서 한꺼번에 다루어야 한다. 물리학자들은 그렇게 결합된 시간과 공간을 '시공(space-time)'이라고 부른다. 시공의 네 번째 차원인 시간은 공간의 세 차원과 별개가 아니다. 대략적으로 말해서, 좌/우, 앞/뒤, 위/아래가 관찰자의 방향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방향도 관찰자의 속도에 따라서 달라진다. 다양한 속도로 운동하는 관찰자들은 시공에서 시간의 방향을 다르게 선택할 것이다. 이처럼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절대시간과 절대 정지(고정된 에테르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의 정지)의 개념을 제거한 새로운 모형이었다. (125, 126면)

 

29.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이후 11년 동안 아인슈타인은 새로운 상대성이론을 개발했다. 그는 그 이론을 일반상대성이론이라고 명명했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중력의 개념은 뉴턴의 중력 개념과 전혀 다르며, 기존의 생각과 달리 시공이 평평하지 않고 질량과 에너지에 의해서 휘어진다는 혁명적인 생각을 기초로 삼는다. (126면)

 

30. 그러나 시간이 공간처럼 해동한다는 깨달음에서 새로운 대안을 얻을 수 있다. 그 깨달음은 우주의 시작이 있다는 생각에 대한 해묵은 반발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우주의 시작이 과학법칙들에 의해서 지배되며 어떤 신의 손길도 필요로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171면)

 

31. 요컨대 제각각 다른 자연법칙들의 지배를 받는 다수의 우주들이 존재한다. (172면)

 

32. 우주가 관찰자에 대해서 독립적이고 유일한 역사를 가지지 않았다는 생각은 ... (177면)

 

33. 모형에 의존하지 않고 우엇인가의 실재 여부를 판단할 길은 없다. 요컨대 잘 구성된 모형은 그 나름의 실재를 창조한다. (217면)

 

34. 자발적 창조야말로 무가 아니라 무엇인가가 있는 이유, 우주가 존재하는 이유,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자발적 창조이다.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우주의 운행을 시작하기 위해서 신에게 호소할 필요는 없다. (2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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