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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잘 쓰는 방법 ㅣ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 9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1. 그 당시 나는 우연하게도 헌책 손수레 가게에서 발견한, 1887년 발레Vallet 수사라는 사람이 쓴 별로 독창적이지 않은 소책자에서 나의 까다로운 이론적 문제를 해결해 줄 결정적인 생각을 발견했던 것이다. (7, 8면)
2. 그 당시 발레의 책을 읽고 있던 동안에(그는 다른 것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어떤 신비로운 방식을 통해 그가 말하는 것에 자극을 받은 '나에게'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는데, 그 순간 내가 밑줄을 치고 있던 텍스트에 동화되어 그 생각을 발레의 것으로 돌렸던 것이다. 그러고는 20년이 넘도록 나는 그 늙은 수사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그가 나에게 전혀 주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말이다. '마법의 열쇠'는 바로 내가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그런 생각의 업적이 정말로 나에게 있는 것일까? 만약 내가 발레의 글을 읽지 않았더라면, 그런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발레 수사는 그 생각의 아버지는 아닐지 몰라도 분명 산파 역할을 했다. 그는 나에게 아무것도 선물하지 않았지만, 나의 정신을 훈련시켰으며, 어떠한 방식으로든 내가 생각하도록 자극했다. 혹시 스승에게 요구되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을 찾도록 우리를 자극하는 것이 아닐까? (9면)
3. 그리하여 나는 발레 수사에 대한 고마움을 그대로 간직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나에게 정말로 '마법의 제공자'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 나의 몇몇 독자들은 아마 눈치챘겠지만 - 나는 그를 내 소설 '장미의 이름'에서 주요 등장인물로 소개했다. (10면)
4. 그들 모두에게 이 책은 최소한 다음 두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 크고 작은 여러가지 차이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하더라도, 권위 있는 논문을 쓸 수가 있다. - 논문의 기회를 활용하여(비록 대학의 나머지 기간이 실망스럽고 좌절을 주는 것이었을지라도), 학문 연구의 긍정적이고 진보적인 의미를 되찾을 수 있다. 즉, 학문 연구를 단순한 지식의 집합이 아닌 경험의 비판적 정교화로서, 또한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대처하고, 명확한 의사소통의 기법에 따라 설명할 수 있는 능력(미래의 삶에서 훌륭한 능력)의 습득으로서 이해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13면)
5. 무엇 때문에 그토록 많은 시간이 걸리는가? 그것은 바로 독창적인 연구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런 논문에서는 물론 동일한 테마에 대해 다른 학자들이 말했던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다른 학자들이 말하지 않은 무엇인가를 '발견'해야 한다. '발견'이라 할 떄, 특히 인문 과학 분야에서는, 원자핵분열의 발견과 같은 엄청난 것이나, 상대성 이론이나 암치료제의 발견 등 거창한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좀 더 소박한 발견이 있을 수도 있다. (23면)
6. 필자는 다양한 테마에 관하여 이미 10여 권의 책을 출판했다. 그런데 나중에 나온 아홉 권의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첫 번째 책의 경험을 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첫 번 째 책은 바로 졸업 논문을 재정리한 것이었다. 그리고 잘되었든 잘못되었든, 나머지 책들은 첫 번째 책의 영향을 여전히 드러내고 있다. (29면)
7. 결론적으로 분야를 제한할수록 작업은 더욱 잘 이루어지고 더욱 확실하게 진행된다는 기본적인 원리를 기억해야 한다. 단일 주제 논문이 파노라마식 논문보다 더 바람직하다. 논문이 전반적인 역사나 백과사전보다 평론에 가까울수록 더욱 좋다. (39, 40면)
8. 공허한 것에서 출발하여 어떤 논의를 최초로 제기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존재나 자유의 개념과 같이 모호한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기준점을 찾아내야 한다. (42면)
9. 그러므로 필자가 정말로 하고 싶은 유일한 충고는, 마치 고전 작가인 양 현대 작가에 관해 작업하고, 마치 현대 작가인 양 고전 작가에 대해 작업하라는 것이다. 아마 좀 더 흥미롭고 진지한 작업을 하게 될 것이다. (46면)
10. 3년 이상은 안 되고 6개월 이하도 안 된다. (46면)
11. 이러한 관찰에서 추론할 수 있는 것은, 6개월짜리 논문은 비롯 잘못이 아주 적다고 하더라도 절대 최고의 것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49면)
12. 그러한 6개월짜리 논문의 필요조건은 다음과 같다. 1) 테마가 한정되어야 한다. 2) 테마는 가능하다면 현대의 테마가 되어야 한다. 그것을 찾고 문헌을 찾는 데 그리스인들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기 위해서이다. 아니면 그것에 관해 쓴 것이 거의 없는 주변적인 테마가 되어야 한다. 3) 모든 종류의 자료들은 손쉽게 참조할 수 있고, 제한된 범위 안에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49, 50면)
13. 논문이란 정해진 도구들을 이용하여 어떤 대상을 연구하는 것이다. (85면)
14. 참고 문헌 목록을 만든다는 것은 아직 그 존재 여부를 모르는 것을 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훌륭한 연구자란, 어떤 테마에 대한 최소한의 생각도 없이 도서관에 들어가서 무엇인가 더 알고 나올 수 있는 사람이다. (98면)
15.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최초의 참고 문헌 목록은 일단 정리된 다음에 최소한 한 번은 지도 교수와 논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도교수는 분명 그 테마를 잘 알고 있을 것이므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꼭 읽어야 할지 곧바로 말해 줄 것이다. (147면)
16. 언젠가 한 철학 교수가 필자에게 말했다. 자기는 어느 독일 철학자에 대한 책을 썼는데, 그것은 자신의 연구소에서 그 철학자의 전집을 새로운 판으로 모두 구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다른 저자를 연구했을 것이다. 그것은 학문적 소명에 불타는 훌륭한 예는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다. (163면)
17. 우리가 보여 주고자 한 것은(그리고 필자는 그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테마에 대해 거의 또는 전혀 아는 것도 없이 지방의 도서관에 가서 세 번의 오후를 보낸 다음에는 충분히 명백하고 완벽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나는 지방에 살고 있고, 책들도 없고, 어디에서 시작할지도 모르고,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 (166면)
18. 도서관에서의 연구에 대한 장 및 필자가 제시한 최초 연구의 예에 의하면, 논문을 쓴다는 것은 바로 수많은 책들을 함께 연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생각이 든다. (168면)
19. 밑줄은 책을 개인의 것으로 만든다. 밑줄은 여러분의 관심의 흔적을 표시한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 책으로 다시 돌아오면, 여러분의 관심을 끌었던 것을 한눈에 재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기준을 갖고 밑줄을 그어야 한다. 모든 것에다 밑줄을 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전혀 밑줄을 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른 한편으로, 동일한 페이지 안에 여러 관점에서 여러분의 관심을 끄는 여러 가지 정보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밑줄들을 서로 구별해야 한다. 끝이 뽀쪽한 펜으로 하되, 색깔들을 이용하라. 각각의 색깔마다 하나의 테마를 부여하라. 그와 동일한 색깔들을 사용하여 작업 계획서나 여러 가드에도 기록하라. (196, 197면)
20. 수백 페이지의 복사물을 집에 가져 와서는, 그 복사된 책에 대한 간단한 수작업만으로 그 책을 소유했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복사물의 소유는 책 읽기를 방해한다. ... 일단 복사를 하자마자 읽고 곧바록 기록하라. 정말로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전의 복삼루을 소유하기(말하자면 읽고 기록하기) 이전에는 새로운 것을 복사하지 말라. (198면)
21. 책들은 그대로 놔두는 것이 아니라, 사용함으로써 존경하는 것이다. 그 책을 다시 헌책방에 판다고 하더라도 서너 푼밖에 받지 못한다. 그보다는 여러분의 소유의 흔적들을 남기는 것이 더 낫다. (199면)
22. ... 이것이 학문적 겸손이다. 누구든지 우리에게 무엇인가 가르쳐 줄 수 있다. 아마도 우리들 자신이 현명하다면, 우리보다 현명하지 못한 사람에게도 무엇인가 배울 수 있다. (218, 219면)
23. 무엇보다도 대상 학문의 규범적이고 이론의 여지가 없는 용어들이 아닌 이상, 사용되는 용어들을 정의해야 한다. (222면)
24. 필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관찰로 결론을 맺고 싶다. 즉, 논문을 쓴다는 것은 스스로 즐거움을 얻는다는 의미이며, 논문은 마치 돼지와 같아서 버릴 것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319면)
25. 모든 일은 재미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320면)
26. 만약 논문을 재미있게 썼다면, 계속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대개 논문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논문이 끝날 순간만을 생각한다. 그 다음에 올 방학을 꿈꾼다. 그러나 논문이 잘 되었을 경우에는 논문이 끝난 다음에 엄청난 연구 의욕이 솟아나는데,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소홀히 했던 모든 논점들을 깊이 연구해 보고 싶고, 머릿속에 떠오르기는 했지만 억눌렸던 생각들을 뒤쫓아 보고 싶고, 다른 책들을 읽고 또 평론을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논문이 여러분에게 지적인 신진 대사를 자극했으며, 긍정적인 경험이 되었다는 신호이다. (321면)
27. 결론적으로 눈문은 여러분이 첫 번째로 해낸 진지하고 엄격한 과학적 연구가 될 것이며, 그것은 결코 간단한 경험이 아니다. (3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