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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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기서 말로만 안타까워하거나 발만 동동 구르는 것이 아니라, 목마른 사람에게는 물을, 배고픈 사람에게는 빵을 가져다주는 일이 얼마나 속 시원하고 가슴 뻐근한 일인지 확실히 알았다. (11면)

 

2. 세상에는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 같은 사람이 어떤 때는 강자였다가, 다른 때에는 한없는 약자가 된다. 이렇게 얽히고설켜 있으니 서로 도와야 마땅하다는 것이 구호 세상의 법칙이었다. 멋있었다. 그리고 나도 그런 세상에 발을 들여놓고 싶어졌다. (11면)

 

3. "재미있는 세계 여행이나 계속하지 왜 힘든 긴급구호를 하세요?"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내 피를 끊게 만들기 때문이죠." (12, 13면)

 

4.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재능을 돈 버는 데만 쓰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일이 내 가슴을 몹시 뛰게 하기 때문이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온몸에 전율이 일고 머릿속이 짜릿해졌다. ... 그 의사의 다음 말도 떠오른다. 그는 구호 일은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교육을 습득하느냐보다 어떤 삶을 살기로 결정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13면)

 

5. 앗살람 알레이쿰! (당신에게 평화를 빕니다!) (18면)

 

6. 그러나 다음 순간 이런 베짱이 생겼다. 태어날 때부터 전문가인 사람이 어디 있는가. 누구든지 처음은 있는 법. 독수리도 기는 법부터 배우지 않는가. 처음이니까 모르는 것도 많고 실수도 많겠지. 저런 초자가 어떻게 이런 현장에 왔나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러니 이 일을 시작한 지 겨우 5개월 된 나와 20년 차 베테랑을 비교하지 말자.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만을 비교하자. 나아감이란 내가 남보다 앞서 가는 것이 아니고,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앞서 나가는 데 있는 거니까. 모르는 건 물어보면 되고 실수하면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면 되는 거야. (20, 21면)

 

7.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장소, 새로운 시간, 그 어떤 것이라도 처음 시작은 우리에게 좋은 관계의 습관을 짤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준다. 지금 나에게 그 기회가 왔다는 걸 잊지 말자. (29, 30면)

 

8. 문제는 전쟁이 아니라 혹독한 굶주림이었다. 한마디로 이곳 사람들은 산 입에 거미줄을 치며 서서히 굶어 죽어가고 있었다. (33면)

 

9. "일 주일 내로 식량이 오지 않으면 이 아이는 굴어 죽을 거예요." (36면)

 

10. "한 팀장님, 약속 하나 해줘요. 오늘 본 것을 잊지 않겠다고. 저 아이들을 살려주겠다고." (37면)

 

11. "벌거벗은 느낌이었어요. 사람들이 모두 나만 보는 것 같고. '아니, 감히 부르카를 벗고 다니다니!'라고 질책하는 것 같기도 하고." ... 길들여진다는 것이 이렇게 무섭다. (42면)

 

12. 살롬! (평화!) (48면)

 

13. 더욱 힘 빠지는 것은 1년에 제거되는 지뢰는 겨우 10만 개지만 새로 묻는 지뢰가 무려 2백만 개라는 사실. (49면)

 

14. 현장 근무를 하면서 정말 마땅치 않았던 점은 우리 단체를 포함해서 국제 구호 단체들은 대부분 서양의 기준에 맞춘 매뉴얼을, 문화적 차이를 무시한 채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거다. 예를 들면 우리 현장인 마드기스에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주민 위원회가 있어야 하는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그 위원회에 반드시 여성을 20퍼센트 이상 포함시켜야 한다는 건 코미디나 다름없다.  ... 극단적으로 말해 인도주의를 가장한 제국주의라고나 할까. (52면)

 

15. "남부아프리카에서 무슨 일 났어요?" 무슨 일이라니. 거기가 바로 서울시 인구보다 훨씬 많은 1천 3백만 명이 굶어 죽고 있는 초대형 긴급구호 현장이다. ...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13명만 죽는다고 해도 전 세계가 들썩거렸겠지만 남부아프리카에서는 천문학적인 숫자가 아사 직전인데도 세계 언론은 눈도 깜빡이지 않는다. (66면)

 

16. 두 번째 현장인 이곳(말라위와 잠비아)은 먼저 다녀온 아프카니스탄과는 사정이 다르다. 아프카니수탄 구호는 워낙 잘 알려져 그 자체로 뜨거운 관심과 성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 현장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마치 벽하고 얘기하듯 막막하기만 하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 했나? 생명의 반대 역시 죽음이 아니라 무관심이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외면하는 곳이라도 식량이, 깨끗한 물이, 기초 의약품이 없어서 사람이 죽어간다면 우리는 달려가야 한다. 이런 '외면당한 현장'을 구호하려면 우선은 대중매체를 통해 현장의 어려움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급선무다. (67면)

 

17. "외국 언론들이 말라위에서는 굶주림을 참다못해 쥐까지 잡아먹는다고 보도하는 것은 완전히 넌센스죠. 이건 우리들의 아주 오래된 간식이랍니다." (69면)

 

18. 아이들의 모습은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똑같았다. 누더기 옷 밖으로 비어져나온 팔다리는 꼬챙이처럼 가늘고, 갈비뼈가 다 보이는 몸통에 배만 수박처럼 잔뜩 부풀어올라 있었다. 그 중앙에는 배꼽이 수박꼭지처럼 톡 튀어나왔다. 세 살짜리가 걷기는커녕 앉지도 못한다. 까맣고 꼬불꼬불해야 할 흑인 아이의 머리카락은 먼지를 뒤집어쓴 것처럼 푸석푸석하고 회색빛이 돈다. 너무 오래 먹지 못해서 뇌 속에 있는 단백질까지 영양분으로 다 써버렸기 때문이란다. 아프카니스탄에서도 수없이 보았지만, 이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콧등이 매워지며 목에 뭔가 걸린다. ... 하지만 이 지구에는 60억 인구를 모두 먹여 살리고도 남을 충분한 식량이 있다. 10년 가뭄이 들어도 부자들은 굶어 죽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분배다. (72면)

 

19. "이 아이들에게 씨앗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예요." (76면)

 

20. 사무실에서 예약해놓은 숙소는 하루에 60달러나 하는 비싼 호텔이었다. 내가 펄쩍 뛰었다. 아니, 말라위에서는 한 가족 한 달 식량 값이 20달러인데, 하루 치 숙박비로 세 달 먹을 밀가루 값을 내라고? 그럴 수 없는 일! (78면)

 

21. '전 세계에는 남한 인구만큼인 4천 2백만 명의 에이즈 환자가 있고 매일 1만 5천 명씩 늘어난다.' (80면)

 

22. 개인의 가난과 더불어 국가의 가난도 문제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는 국가총생산액을 몽땅 외채의 이자를 갚는 데 쓰느라 1인당 1달러도 보건비로 책정할 수 없는 실정이다. 현재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도 혼자 힘으로 에이즈의 재앙을 막을 수 없다. 선진국이 하루 빨리 아프리카 최빈국의 부채를 탕감해주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87면)

 

23. 아! 티그리스 강! 그것은 회색 사막을 꿈틀거리며 가로지르는 초록색 뱀이었다. (92면)

 

24.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서 커다란 종이를 펴놓고 조목조목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어려운 일을 해결할 때면 나오는 오래된 습관이다. 종이에 칸을 나눠 해야 할 일과 일정, 예상되는 어려움 등을 표로 만들어 일의 전체를 한문에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효과 만점이다. 돌이켜보면 철들고 나서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이 방법을 쓰지 않은 적이 없는 것 같다. (103, 104면)

 

25. 내가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습관 가운데 매일매일 일기 쓰기, 수첩에 바로바로 메모하기와 더불어 이렇게 종이에 도표로 문제 적어보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다. 혹시 복잡한 문제가 있거나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면, 당장 종이와 연필을 꺼내 이 방법을 써보시라. 그 효과는 내가 보증한다. 100퍼센트! (104면)

 

26. "마이 꼬리가 뭐예요?"

"마이는 물, 꼬리는 한국인. 그러니까 '물을 가져다주는 한국인'이라는 뜻이예요. 비야 씨에게 딱이네요." (107면)

 

27. 그래, 그래. 지금 99도까지 온 거야. 이제 이 고비만 넘기면 100도가 되는 거야. 물이 끊는 100도와 그렇지 않는 99도. 단 1도 차이지만 바로 그 1도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가. (132, 133면)

 

28. "앗살람 알레이쿰. (당신에게 평화를)"

"알레이쿰 앗살람. (당신에게도 평화를)" (137면)

 

29. 그런데 한 가지 고백할 게 있다. 사실 나에게는 딸이 셋 있다. 큰 딸은 에디오피아, 작은딸은 방글라데시, 셋째는 몽골에서 살고 있다. 아주 똘똘하고 귀엽다. 올해 안으로 네팔 아들이 한 명 더 생길 예정이다. 모두 월드비전이 맺어준 아이들이다. (145면)

 

30. "꼬미야, 세상의 60억 인구 중 30억이 끼니 걱정을 하는 사람이예요. 그러면 여유 있는 30억이 한 사람씩만 맡으면 끝나는 거 아니예요?" (151면)

 

31.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세계적인 구호 단체의 발생지가 바로 한국이라는 것. 월드비전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고아와 미망인을 돕는 일로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한경직 목사님이 아이들을 돌보시고 밥 피얼스 목사님은 외국에서 필요한 자금을 모아 오셨다. 이렇게 작은 규모로 출발한 긴급 구호팀이 지금은 전 세계 100여개 국에서 약 1억 명의 사람을 돌보는 세계 최대의 기독교 구호 및 개발단체가 된 것이다. (152면)

 

32. 월드비전 내에서도 수혜국에서 완전한 지원국이 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154면)

 

33. '우리'의 범위를 조금만 넓힌다면 ... (155면)

 

34. 시에라이온과 라이베리아 ... "아주 좋은 질문. 그 보석을 팔아서 국민들을 위해 쓰면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다이아몬드 광산을 차지하기 위해 오히려 전쟁을 일으키니까 문제지요. 내전에 필요한 총과 마약을 사느라 그 다이아몬드를 다 쓰는 거예요. 게다가 서로 세를 과시하느라 사람들의 손목과 발목을 무수히 자르고 천인공노할 방법으로 사람들을 죽였기 때문에, 학자들은 이 전쟁을 인류 역사상 가장 잔인한 전쟁이라고 말하죠." (164면)

 

35. 아이들도 90도 각도로 몸을 꺾고 고인 물 안에서 하루 열 시간 이상, 수백 번씩 같은 일을 반복한다. 일한 대가로 하루 한 끼를 얻어먹는다고 한다. (166, 167면)

 

36. 현장 관리인의 말에 의하면 십대 후반의 아이들 대부분은 소년병이었다고 한다. ... "네. 다시 총을 들 거예요. 전쟁 때문에 학교도 못 다닌 내가 뭘 할 수 있겠어요. 힘 있는 곳에 기대어 살 수밖에 없잖아요." (168면)

 

37. 그렇다면 반군이 10년간 썼던 무기와 탄약과 마약은 도대체 어디서 난 것일까. 답은 다이아몬드다. (169면)

 

38. 이 나라(라이베리아)는 시에라이온의 옆 나라다. 이웃하고 있는 이 두 나라는, 같은 점도 많지만 다른 점 또한 적지 않다. 우선 같은 점부터. 둘 다 아주 예쁜 이름을 가졌다. 공히 십년 이상 내전을 치렀고, 그 내전에는 다이아몬드가 관여되어 있으며, 수많은 난민과 소년병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두 나라 모두 영어가 공용어다. 다른 점은 시에라이온은 영국의 식민지였고 이슬람교가 주요 종교인 데 반해, 라이베리아는 미국에서 해방된 노예들이 건설한 나라이면서 기독교 신자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 국기는 미국의 성조기와 비슷하다. (175면)

 

39. 벌써 10년도 지난 일이구나. 내 세계 일주의 첫 번째 나라가 다름 아닌 네팔이었다. 가장 힘이 왕성할 때 가장 힘든 곳을 먼저 가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186면)

 

40. 팔레스타인에 다녀온 후로 나는 흰 벽에 붉은색 지붕만 봐도 마음이 섬뜩하다. 유대인 정착촌 집들이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정착촌이란 전 세계에서 온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정착금을 받아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안에 모여 사는 동네이다. 이 정착촌이야말로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중동의 평화, 나아가 세계 평화를 깨뜨리는 주범 중의 주범이다. ... 그 후 5년 동안 정착촌은 4백 개로 늘어났고, 이 때문에 고향을 등져야 했던 팔레스타인 난민의 수는 공식적으로 250만명, 비공식적으로는 무려 4백만 명에 이른다. (238면)

 

41. 그 가운데 하나가 어린이 심리 치료다. 무스티파에게 동생이 떠내려간 건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눈앞에서 가족을 잃은 아이들이 마음껏 슬퍼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아픈 마음을 다독여주고. 너는 피해자가 아니라 용감한 생존자라고 알려주는 것이 이 아이가 앞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하다. (259면)

 

42. 지난 3월, 전 세계가 쓰나미 구호에 여념이 없을 때 로이터 재단의 인도주의 뉴스에서는 '극한의 삶'이라는 제목으로 '잊혀진 세계 10대 긴급구호 현장'을 발표했다. 그 1위부터 10위까지를 보면 1) 콩코내전, 2) 우간다, 3) 수단, 4) 에이즈, 5) 라이베리아와 시에라이온, 6) 콜롬비아, 7) 체첸, 8) 아이티, 9) 네팔, 10) 말라리아, 결핵의 순이다. (26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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