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수자와 한국사회 - 이주노동자, 화교, 혼혈인, 민주주의총서 07
박경태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2월
평점 :
1. 소수자는 사회의 주류에 해당하는 다수자와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억압받아 본 사람의 시각, 불편함을 겪어 본 사람의 시각, 아픔을 느껴 본 사람의 시각이다. (8면)
2. 또한, 소수자들 스스로도 억압적인 구조에 대항해서 끊임없이 싸워 왔는데, 최근 들어 소수자들은 자기가 속한 개별 집단뿐만 아니라 소수자 전체의 문제와 소수자라는 집단 정체성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공동 행동을 하기도 한다. (12면)
3. 어떤 사람이나 집단이 소수자로 분류되려면 다음의 네 가지 특성이 있어야 한다. 첫째는 식별 가능성이다. ... 둘째는 권력의 열세로, 여기서 말하는 권력은 정치권력만이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의 권력을 모두 포함한다. ... 셋째는 차별적 대우의 존재다. ... 마지막은 집단의식 또는 소속의식이다. 어떤 사람에게 위의 세 특징이 모두 있더라도 소수자 집단의 성원이라는 소속감이 없다면 그 사람은 그냥 차별받는 개인일 뿐이며, 스스로 개인 차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 자신이 차별받는 소수자 집단에 속한다는 것을 느낄 때에야 비로소 개인이 아닌 소수자가 된다. (14, 15면)
4. ... 이때 ‘성공한 PD’라는 캐머런의 사회적 지위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오직 중요한 것은 그가 흑인이라는 사실이다. (16면)
5. 사회적 약자인 가난한 사람 중에는 비슷한 사람들과 공감대를 가지며 ‘가난한 집단’에 속한다는 집단의식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고 대부분은 그냥 살아갈 뿐이다. 반면에 소수자는 집단으로서 차별받기 때문에 성원들이 집단의식을 가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18면)
6. ‘피 한 방울의 법칙’one drop rule (23면)
7. 그러나 범주화는 고정관념을 낳게 되고 어느 범주에 속하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속성을 갖는 것으로 과도하게 일반화하게 된다. (25면)
8. 그러나 고정관념은 부정적인 태도와 감정을 수반하는 편견이 되기 쉽고, 편견은 개인과 사회 차원에서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되는 인구 집단에 대한 배제와 차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더 나아가 그러한 배제와 차별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할 수 있다. (25면)
9. 이때 힘없는 소수자는 화풀이해도 괜찮은 매우 안전한 표적이며 적당한 희생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화풀이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적개심, 공격적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그들은 원래 나쁜 사람들이다, 당해도 싸다’는 식으로 부정적인 편견을 퍼뜨리게 된다(한규석 1995, 402). (26면)
10. 미국에서 초중 고등학교 교사 대부분은 중산층 백인이고 학교 교육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 역시 중산층 지향적이기 때문에 소수 인종 학생들이 종종 무시당하고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윤인진 2000). (29면)
11. 서구 중심의 세계화가 민족·인종차별을 낳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착취의 정당화 때문이었다. (31면)
12. 지배를 합리화할 때에는 언제나 지배당하는 사람들이 열등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론이 등장하는데, 18세기 프랑스 철학자들은 그런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볼테르는 “흑인종은 사냥개와 똥개가 다른 것처럼 우리와는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다”라고 주장했고, 몽테스키외는 “어느 누구도 지극히 지혜로운 존재인 신께서 영혼을, 그것도 선량한 영혼을 완전히 새까만 그들의 몸뚱이에 불어넣어 주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폰타나 1999, 171-172). (31면)
13. 문제는 인종적·민족적 소수자를 바라보는 서구의 시각이 보편적인 시각이 되었다는 점이다. (32면)
14. 국가에 대한 애정과 이에 대한 강조가 클수록 배타성도 증대되며 이방인에 대한 배척도 증가할 것이다. (35면)
15. 인종주의는 ‘인종에 따른 생물학적 차이가 인간의 능력을 결정한다는 믿음’이다. 이 정의는 한 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우월하다는 믿음을 내포하고 있으며, 따라서 인종간의 불평등은 어쩔 수 없거나 당연하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인종주의는 우리와 다른 사람을 구별하는 개념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며, 우월하다고 여겨지는 인간이 열등하다고 여겨지는 다른 인간을 지배하는 것을 합리화한다. (40면)
16. 지금 우리가 보고 겪는 인종주의는 백인을 정점에 둔 서구 중심의 인종주의다. 그런데 이 같은 인종주의는 백인만 가진 것이 아니라 우리도 갖고 있어서, 백인을 정점에, 그리고 흑인을 바닥에 두고 우리를 그 가운데에 놓음으로써 백인에 대한 열등감과 흑인에 대한 우월감으로 나타난다. (41면)
17. 인종을 구별하는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열을 가리기 위해 인종이라는 개념을 동원하고, 차이가 있어서 차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하기 위해 차이를 만들어 낸다. (46면)
18. 예를 들어, 백인들의 미국 정착 초기인 1660 이전의 버지니아에서는 인종 편견과 계급 편견을 구별하는 것이 어려웠다. 가장 하층의 일을 하면서 멸시받았던 흑인 노예와 백인 계약 하인이 서로 동병상련의 심정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엘리트에 해당하는 백인 지배층은 흑인 노예와 백인 계약 하인이 제휴해서 반란을 일으키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 (48면)
19. 엘리트는 대중의 담론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자기의 방식대로 합의를 유도해 내기에 유리한 자리를 장악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특히 언로를 통제하는 엘리트는 이론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49면)
20. 그럼에도, 오늘날의 학문 세계는 여전히 백인 지배가 극적으로 드러나는 대표적인 분야다. 권위있는 학술지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에서 출판되고 있으며, 그것들은 바로 그 지역의 학자들에 의해서 심사되고 편집된다. ... 학문의 서구 종속성, 특히 미국 종속성은 심각하다. (51면)
21. 여기에서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는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구성원을 동질화시키려는 이데올로기와 차별화시키려는 이데올로기가 바로 그것이다(이종영 2003, 53-55) (56면)
22. 근대를 규정하는 자본주의는 원래부터 경쟁과 적자생존을 원칙으로 하는 불평등한 체제이다. 적자생존과 경쟁의 원리는 우월한 자에게는 축복을, 열등한 자와 경쟁에서 낙오한 자에게는 가차없는 배제를 초래한다. (61면)
23. 현재 일어나는 문제의 본질은 한국인의 생물학적 특성 때문이 아니라 사회구조 때문이다. 잘못된 구조가 한국인으로 하여금 잘못 행동하도록, 또는 잘못 행동해도 되도록 한다는 말이다. (68면)
24. 한국에 와서 일하고 돌아가는 것은 괜찮지만 계속 사는 것은 안 된다. 한국인이 되는 것은 안 된다. (81면)
25. 실제로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생기는 ‘비백인’ 관련 문제 대부분은 백인들이 만드는 것이고, 문제의 핵심은 백인에 의한 인종차별에서 출발한다. 사회적 갈등의 근본 원인은 그들을 차별하고 빈곤 상태에 묶어 놓고 빈민층 집단 거주 지역에 한정시켜 놓은 데에 있는 셈이다. (82면)
26. 외국인과 어울려 산 경험이 적은 한국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들에게 갖는 어색함은 배타성으로 나타났고, 노동력의 도입에만 관심을 둔 정부의 자유방임에 가까운 정책은 그들을 빈 공간에 방치해 버렸다. 바로 이 공간을 시민단체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103면)
27. 기존의 산업연수 제도는 이주노동자들을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의 자격으로 도입함으로써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으며 여러 측면에서 인권침해를 유발하는 요소가 있다. 꾸준한 입법 노력을 해 온 끝에 2003년 7월 31일에 드디어 고용허가제(외국인근로자고용 등에 관한 법률)가 통과하였지만, 이주노조는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완전히 보장하지 않는 악법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대신에 이것을 보장하는 노동허가제를 주장하고 있다. (109면)
28. 이주노조를 제외한 다른 지원 단체들은 과거에는 운동단체로서의 정체성이 강했다면, 이제는 복지기관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112면)
29. 운동적 시각과 복지적 시각 사이에 어느 것이 좋고 어느 것이 나쁘다는 결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양자의 활동은 상호보완적이며 서로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아예 단체 간의 역할 분담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113면)
30. 운동적 시각과 복지적 시각이 반드시 대립적인 것이 아니고, 양자의 결합으로 오히려 새로운 영역이 개척될 수도 있는데, 그것이 바로 ‘사회복지운동’이다. (113면)
31. 당사자 운동의 좋은 예는 최근에 있었던 장애인들의 이동권 확보 투쟁이다. 기존의 장애인 복지가 국가나 비장애인의 도움에 의존했던 것이라면, 당사자 운동으로서의 장애인 운동은 장애인이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복지를 쟁취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은 소수자 운동에서 최근 제기되기 시작한 ‘당사자주의’와 같은 맥락에 있는 개념으로, 도움을 받되 당사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받겠다는 주체적인 의지가 표현된 것이다(윤수종 2005, 22). (114면)
32. 소수자 운동은 소수자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들의 존립 공간과 자유의 공간을 만들어 나가려는 운동이다(윤수종 1999). 따라서 이주노동자 운동이 진정한 소수자 운동이 되려면 그들 자신이 스스로의 주변적인 정체성에 대해서 자각해야 하고 그것을 행동에 옮기려는 주체적인 실천 의지가 있어야 한다. (116, 117면)
33. 이러한 차이는 이 단체들의 기본적인 성격을 가르게 되는데, 민중 조직은 다분히 정치적 지향성을, 지원 조직은 경제적 또는 복지 지향적인 성격을 띤다. (134면)
34. 한국의 이주노동 관련 시민단체가 이주노동자에게 더 나은 사회적 자본이 되려면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그들 스스로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할 것이다. (135면)
35. 그렇지만, 차이가 자동으로 차별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며 인종주의를 거칠 때 비로소 차별이 된다. (137면)
36. 서양의 시각에서 동양을 미개하고 열등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오리엔탈리즘이라면, 열등한 이주노동자의 이미지는 서구를 중심이나 표준, 이상으로 보고 한국이 속해 있는 아시아를 스스로 주변이나 비정상, 이탈로 봄으로써 우리와 그들을 문명-야만의 구도로 보는 ‘역전된 오리엔탈리즘’(김원 2005, 8)에서 나오며, 아시아를 비하하고 타자화하는 서구인의 시각을 그대로 복제한 우리 안의 ‘복제 오리엔탈리즘’(이옥순 2002)에서 나온다. 그들을 비하함으로써 우리는 스스로 서구와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착각하게 되며, 그들과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우리의 동질성을 위협하는 이방인들을 제어할 수 있다고 믿는다. (138면)
37. 사회의 주도권을 가진 상층계급은 하층계급을 한 수 아래로 본다. 톰슨E. P. Thompon에 따르면 18세기 말 영국의 유산계급은 하층계급의 상당수가 살인자, 도둑, 주정꾼, 창녀 등이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 노동, 절제, 절약, 종교라고 보았다. (138면)
38. 노동자라고 다 같은 노동자가 아니다. 그레이Kevin Gray는 이런 상태에 놓인 이주노동자들을 ‘계급 이하의 계급’이라는 점에서 ‘저층계급’Underclass으로 규정한다(그레이 2004). (140면)
39. “한국인에게는 다른 민족의 피가 40퍼센트 정도는 섞여 있다.” 학계에서 존경받는 원로 학자인 재외동포재단의 이광규 당시 이사장이 언론과의 2006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198면)
40. 좀 더 포괄적이고 중립적인 의미의 표현으로는 ‘이중 문화 가정 자녀’ 또는 ‘다문화 가정 자녀’가 있다. 이런 표현은 특히 국제결혼 가정이 이중의 문화 배경을 갖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본인의 정체성이 한쪽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양쪽에 걸쳐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202면)
41. ... 기지촌은 미군을 대상으로 한국 여자들이 술과 몸을 파는 동네였고, 서양 남자들의 남성성이 활개를 치는 곳인 동시에 한국 남자들의 무기력함이 증명되던 곳이었다. 거세당한 한국 남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그 여자들’을 상대화하고 손가락질하는 것밖에 없었다. (212면)
42. 원본에 가까워지려는 복사본의 노력은 결코 극복될 수 없는 열등감을 확인시켜 준다. ‘미8군’에 대한 그런 열등감은 그 주변에 기생하는 기지촌에 대한 멸시로 나타났다. (213면)
43. 아이들과 관련해서는 정체성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너는 한국 사람도 아니고 미국 사람도 아니다. 혼혈인이다. 그러나 (양쪽의) 좋은 점만 가지려고 노력하는 혼혈인이다”는 식의 자신감으로 정체성을 주려고 해요. 그래서 혼혈인 모임에 꼭 아이들을 데리고 가요. 아이들도 미국인 사회나 한국인 사회에서 느끼는 것과 다른 편안함을 느낀다고 해요. (251면)
44. 자녀들이 스스로 한국적인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은 각 민족, 인종 집단 간의 ‘정체성의 정치’가 작동하는 미국 사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252면)
45. 그러다가 ‘소수자를 차별할 수 없다’는 소극적인 수준에서 ‘소수자를 얼마나 채용했는가’라는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적극적인 수준으로 발전했다(Farley 2000, 491). 적극적 조치는 교육, 고용, 기업 경영의 세 분야에서 소수자에게 특혜를 주거나 지원을 하는 것이다. (261면)
46.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던 ‘사소한’ 차이가 특정한 상황에서 결정적인 차이로 인식되는 순간, 그 사람은 소수자가 된다. 그 차이가 차별의 정당한 원인으로 여겨질 때, 그 사람이 누리던 인권은 유보된다. 차이는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305면)
47. 소수자는 소외당한 객체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처한 현실과 문제를 해결하려고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을 지닌 주체이기 때문이다. 운동의 주체로서 소수자는 표준화를 거부하는 사람이다. ... 표준적인 인간상에 대항하는 소수적인 인간상이 다양하게 표출되는 것은 차이를 강조하는 탈근대에 접어들면서 새롭게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윤수종) (308면)
48. 사회의 다양성은 이제 사회운동의 다양성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사회운동이 ‘노동중심의 중심성’과 같은 하나의 가치를 추구하며 삭발, 단식, 점거, 투옥 등의 엄숙하고 심각한 운동이었다면 탈근대 시대의 사회운동은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다양한 방식의 운동을 낳고 있다. (308면)
49. 소수자는 하나의 특징을 갖는 사람들이 아니다. 소수자는 단순히 다수자에게 적대적이기 때문에 소수자인 것이 아니라 다수자의 작용 방식과는 다른 작용 방식을 지니기 때문에 소수자다(윤수종). 따라서 소수자운동은 다수자화하지 않는, 즉 지배장치화하지 않는 방식으로 작동되어야 하며, 그럴 때에 비로소 거부와 부정이 아니라 긍정과 구성으로 나아가는 운동이 될 수 있다. (30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