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즐거움 - 우리시대 공부달인 30인이 공부의 즐거움을 말하다
김열규.김태길.윤구병.장영희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1. ... 병이 걸리고 나서부터 나는 내가 몰랐던 사실을 열심히 공부한다. 내 몸이 얼마나 소중하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좀더 의미있으며,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아픔을 통해 남의 아픔을 이해하는 마음을 배운 것이다. (22면)




2. 오! 정녕 놀라운지고. 내가 장작을 패네. 내가 샘물을 긷네. ... 장작을 패고 샘물을 긷는 일은 그 선사가 매일 반복하는 일상이었지만, 득도를 하고 나서야 그 일의 소중함을,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는 뜻이다. (24면)




3. 온정신을 집중하여 논문을 썼던 그때의 경험은, 훗날 내가 다시 공부하는 데 중요한 바탕이 되었다. (30면)




4. 오랜 가뭄 끝에 단비를 맞은 듯 나는 공부에 빠져들면서 새로운 열정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직 공부하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한 것이다. 그야말로 또 하나의 인생역전이었다. 그리고 나는 열심히 공부하여 교수가 되었다. 교수가 되어보니 남을 가르친다는 것이 참으로 두려운 일임을 느꼈다.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부터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31면)




5. 언젠가 한 제자는 나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겨울이면 아직도 어두운 새벽, 학교 주차장에는 교수님의 차가 언제나 어김없이 주차해 있습니다. 불이 커진 교수님의 연구실을 보면서 저는 다시 한번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39면)




6. “인간은 천길 절벽에 외줄을 잡고 있더라도 그 외줄을 놓을 줄 아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47면)




7. 내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선택한 문제들이기에 나는 항상 능동적 자세와 즐거운 마음으로 연구에 열중하고 있다. (56면)




8. 무엇보다 나를 ‘잠 못 이루게’ 한 건 그들의 문체였다. 고도의 난해한 이론과 경제학적 분석이 그토록 눈부신 수사학을 동반할 수 있다니. .... 글쓰기가 아카데미의 경직된 성채를 박차고 나오면 낯설고 역동적인 경계를 획득한다는 것을 실감한 것이다. (61면)




9. 그렇게 삐딱하게 공부하기 시작한 성서는 내 삶의 전환점을 만들어주었다. 성서를 통해 내가 발견한 예수님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분이시자 땀흘리며 일한 노동자였다. (71면)




10. 지난해부터는 노숙인들을 돕는 일을 시작했다. 벌써 20년 넘게 노동자, 빈민계층, 노숙인을 만나오고 있다. 사실 내게 있어 공부는 학교의 틀 안에서 교과서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삶과 현실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려서 배우는 것이다. 그것으로 나는 세상을 보고 해석하며 행복을 찾는 길을 알게 되었다. (72면)




11. ... 그러나 생명체의 몸 안에 간직된 시간은 비어 있는 시간, 똑같이 쪼개져 있어 그 안에 아무것이나 채워 넣을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아니다. 갯지렁이의 시간이 불가사리의 시간과 다르고, 또 질경이의 시간, 곰밤부리의 시간, 고슴도치의 시간, 다람쥐의 시간도 저마다 다르다. (80면)




12. ... 그런데 이 조그만 화석의 모습은 매우 다양하고 예뻤다. 나는 암석을 보고 그 시대에 살던 생물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지층의 나이를 알아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또한 내가 만지고 있는 화석이 과거 4억 7천만 년 전 얕은 바다 속에 살던 생물의 잔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89면)




13. “기초 없는 학문은 거짓말을 하게 할 뿐”이라는 제이콥스 교수님의 말씀이 귀에 생생하다. (91면)




14. 엘리어트의 번트 노튼Burnt Norton을 읽으며 box circle의 의미가 의아하였다. 그런데 실제로 작품의 무대가 된 고가를 방문해 보고서야 그것이 회양목box가 있는 반원형 연못임을 알았을 때 그 기쁨이라니! (99면)




15.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머리가 총명하지도 기억력이 탁월하지도 않다. 다행이 나에게는 이것을 만회할 수 있는 메모하는 버릇이 있다. 햄리트나 엘리자베스 시대 젊은이들도 수첩을 갖고 다니며 좋은 착상이 떠오르면 바로 메모하는 버릇이 있었다. 가장 좋은 공부방법은 메모해두는 것이다. 그리고 매순간 배운다는 마음으로 탐구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나를 학자scholar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언제나 지적 호기심이 많은 공부하는 사람student이라고 여겨왔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메모한다. (100면)




16. “시각디자인이란, 결국 대중에게 시각이미지를 전달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공감하느냐에 따라 성공여부가 달려 있다.” (116면)




17. “그래! 생각을 바꾸자. 그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다른 길을 가야 해. 다른 모든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분야를 건드려보는 거야.” (128면)




18. 따지면서 읽는다는 것은 저자와 토론을 한다는 말이다. 토론을 하면서 내 생각을 가다듬는다. 따지면서 읽기를 하다가 다음 단계인 쓰면서 읽기로 나아간다. (154면)




19. 많이 알면 함부로 말하지 못한다. 연구할 만한 것을 남들이 이미 다 찾아내 해결한 탓에 새로운 과제는 없다고 하게 된다. 적당하게 무식한 덕분에 아무 말이나 겁 없이 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가련하기도 하다고 한다. ... 공부가 즐겁다는 위선을 경계한다. (156면)




20. 첨단 과학일수록 축적된 학문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상력을 가지고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능력이다. ... 자기만의 엉뚱한 생각, 즉 독창적인 사고가 축적된 이론과 만났을 때 비로소 획기적인 과학적 발견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독창적인 사고는 다양한 분야를 접하면서 자기 전공과는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가운데 자연스레 싹트게 된다. (170, 171면)




21. 그리고 축적된 학문을 다 익힌 상태에서 공부(혹은 연구)는 두 가지 경로를 거쳐 비약한다. 하나는 혼자서 생각하는 것이다. 흔히 공부나 연구라고 하면 책을 읽거나 논문을 쓰는 것을 생각하지만, 그것은 공부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오히려 혼자서 끈질기게 생각하는 것이 과학에서는 가장 중요한 공부다. 가령 지하철이나 연구실에서 혼자 꼴똘히 생각할 수도 있고, 칠판에 수식을 써보면서 혼자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진정한 공부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는 비슷한 수준의 다른 연구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오늘날 미국이 세계 물리학의 중심이 된 것은, 바로 이런 여건이 잘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몰려온 다양한 연구자들은 한자리에 모여서 풍부한 학문적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이 연구자들은 이러한 만남을 계기로 자기 연구 분야에서 뜻밖의 획기적인 해답을 얻곤 한다. (171면)




22.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과학기술을 단기간에 따라갈 수 없는 것도 사실은 시설이나 자금의 부족보다는, 바로 이런 수준 높은 연구진들의 수가 많지 않고, 또 그들과 풍부한 상호작용의 효과를 누리지 못한 원인이 크다. 물론 그렇다고 축적된 학문을 익히는 체계적인 공부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직관적인 아이디어도 실은 체계적인 학문이 바탕이 되어 나온 것이다. (172면)




23. 미국인들과 공부하면서 또 감탄한 것은 틀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다. 이들은 생각과 의사표현이 매우 자유롭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현상을 설명할 때 그것과 별로 관련없는 이론과도 쉽게 연관짓는다. (172면)




24. 학문은 예술과 같아서 독창성이 가장 중요한 분야이다.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기존의 것을 따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자기만의 새로운 것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려면 틀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가 매우 중요하다. 나 자신을 포함해서 우리나라 대부분의 과학자나 대학생들은 이런 면에서 대담한 독창성이 매우 부족함을 절감하곤 한다. (173면)




25. 인간의 가치가 이처럼 황폐하게 된 이 순간보다 인문학이 절실한 적이 없지만, 대학의 인문학은 이미 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우수한 학생이 인문학을 떠난 것은 이미 옛일이 되었다. 대학의 인문학은 국가가 하사하는 연구비에 의해 관리되면서 잔명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자본이 대학의 인문학까지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190면)




26. 정년 퇴직 후에는 해외 여행이나 다니고 역사와 그리스 미술에 관한 책과 영웅전이나 읽으면서 만년을 즐겨보려고 했으나, 다시 번역작업을 시작해 요즘은 하루 6시간 정도 번역에 몰두하고 있다. 내게는 어떤 여행도 독서를 통한 지적 작업만큼 즐겁지 않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경치라도 책 속의 깊은 사상과 멋있는 표현을 곱씹어보는 것만큼 감미롭지 않기 때문이다. (226면)




27. 솔직히 나는 아직도 공부하는 학생이고 죽을 때까지 그럴 것이다. (240면)




28. 교육제도는 공부와 직결된다. 그러나 교육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방식이다. 교수나 교사가 교육방식을 바꾸면 공부도 바뀐다. (241면)




29. 공부는 나를 비우지 않고는 이룰 수 없다. 법운법사는 진리를 구하고자 하면 반드시 자신을 버려야 한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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