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은 서로 돕는다 -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 르네상스 라이브러리 7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 지음, 김영범 옮김 / 르네상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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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의 초판이 출간된 지 12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의 핵심사상, 즉 상호부조가 진화를 낳게 하는 진보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상이 생물학자들 사이에서 인식되기 시작했다. (6면)




2. 그러나 동물들 간의 상호부조와 지원의 중요성이 오늘날의 사상가들 사이에서 비로소 인정되기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내가 주장한 테제의 두 번째 부분, 즉 인간의 역사에서도 역시 상호부조와 지원이 사회 제도의 점진적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7면)




3. 세계를 비참함과 고통으로 몰아넣은 이 전쟁의 와중에서도 인간에게는 건설적인 힘이 작동한다고 믿을 여지가 있으며, 그러한 힘이 발휘되어 인간과 인간, 나아가 민족과 민족 사이에 더 나은 이해가 증진될 것이라고 나는 진심으로 희망한다. (9면)




4. 젊은 시절 시베리아 동부와 만주 동부를 여행하는 동안 동물들의 삶에서 관찰한 두 가지 모습은 내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중 하나는 극히 혹독한 생존경쟁의 모습이었다. ... 다른 하나는 같은 종에 속하는 동물들 사이의 치열한 생존경쟁의 모습은 나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다윈주의자들(다윈 자신이 항상 이렇게 주장한 것은 아니었지만)은 동종간의 치열한 경쟁을 생존경쟁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자 진화의 주요인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나로서는 동물의 개체수가 풍부한 몇 안 되는 지역에서조차도 발견하기 어려웠다. (10면)




5. ... 따라서 그런 격렬한 경쟁의 시기에는 종의 진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12면)




6. 이에 반하여 저명한 동물학자이자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의 학장이었던 케슬러Kessler 교수가 1880년 1월 러시아 박물학자 대회에서 행한 ‘상호부조의 법칙에 관하여’라는 강연은 내게 새로운 빛을 던져주었다. 자연에는 상호투쟁의 법칙 이외에도 상호부조의 법칙이 존재하는데,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특히 종이 계속 진화하기 위해서는 상호부조의 법칙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 케슬러의 생각이었다. (13면)




7. “만일 낯선 종에게도 먹이를 베푸는 행위가 모든 자연계에 걸쳐 일반적 법칙으로까지 받아들여지는 것이 사실이라면 많은 수수께기가 풀릴 것이네.” (14면)




8. ... 하지만 동물의 사회성을 사랑이나 동정으로 환원시키면 그 일반성과 중요성은 축소되어버린다. 이는 마치 인간의 윤리를 사랑과 개인적 동정으로만 파악할 때 인간의 도덕적 감정을 총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협소한 시각을 불러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때로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이웃에 불이 났을 때 물 양동이를 들고 그 집으로 뛰어가는 이유는 이웃에 대한 사랑 때문이 아니다. 그러한 행동은 다소 막연하긴 하지만 인간이 지니는 연대성과 사회성이라는 훨씬 더 폭넓은 감정과 본능에서 우러난 것이다. (16면)




9. ... 그러나 인간 사회의 근간이 되는 것은 사랑도 심지어 동정심도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연대 의식 - 본능의 단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 이다. 이는 상호부조를 실천하면서 각 개인이 빌린 힘을 무의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며 각자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과 밀접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다. (17면)




10.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에게서 상호부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논의하고 나자, 다음으로 나는 똑같은 요인이 인간의 진화에서도 중요하다는 점을 논의해야만 했다. 진화론자 중에는 허버트 스펜서처럼 상호부조가 동물들 사이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인간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한 논의는 더욱 필요했다. 스펜서와 같은 사람들의 주장에 의하면, 원시인간 사회에서는 만인에 맞선 개개인의 투쟁이 곧 삶의 법칙이었다. 이 주장은 홉스 이래 충분한 비판이 가해지지 않은 채 너무나도 손쉽게 반복되었다. (18, 19면)




11. 다윈 자신은 이 용어(생존경쟁)를 구체적인 목적에 따라 좁은 의미로 주로 사용했는데, 그는 이 용어를 과대평가하는 오류(다윈 스스로도 한 차례 범했던 오류이다)를 범하지 말라고 추종자들에게 경고하였다. ‘인간의 유래’에서 다윈은 이 용어의 의미를 적확하면서도 광범위하게 몇 페이지에 걸쳐 분명하게 예증하였다. ... 그가 암시한 바로는, 이러한 경우에 가장 적응을 잘한 종들은 육체적으로 가장 강하거나 제일 교활한 종들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강하든 약하든 동등하게 서로 도움을 주며 합칠 줄 아는 종들이었다. 다윈은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가장 협력을 잘하는 구성원들이 가장 많은 공동체가 가장 잘 번창하고 가장 많은 수의 자손을 부양한다.” (27면)




12. 하지만 우선 이 자리에서 밝힐 수 있는 점은, 헉슬리의 자연관이 그와 정반대의 입장이었던 루소 만큼이나 과학적인 추론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루소는 인간의 손길에 의해 파괴된 사랑과 평화와 조화를 자연에서 다시 발견했다. (30면)




13. 자연에서 조화와 평화만을 보게 되지는 않듯이 역시 자연에서 도살장만을 보게 되지는 않는다. 루소가 자신의 사상에서 필사적인 싸움을 도외시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면, 헉슬리는 정반대의 실수를 저질렀다. (31면)




14. 실험실이나 박물관이 아니라 숲이나 목초지에서, 혹은 스텝지대나 산악지대에서 동물을 연구하게 되면 우리는 곧바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즉, 다양한 종들, 특히 다양한 부류의 동물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엄청나게 다투고 몰살시키지만, 그와 동시에 같은 종이나 적어도 같은 집단에 속한 동물들끼리는 그러한 싸움과 몰살에 상응할 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서로를 부양하고 도와주며 보호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회성 역시 상호투쟁과 마찬가지로 자연법칙이다. (31면)




15. “나는 분명 생존경쟁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동물계 특히 인간이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데는 상호경쟁보다는 상호지원의 혜택을 훨씬 더 많이 받았다고 주장한다. ...” (33면)




16. 어떤 종의 새매는 “약탈하기에 거의 이상적인 유기적 조직”을 가지고 있는데도 사라져가는 데 반해, 상호부조를 실천하는 종들은 번성하고 있다고 스예베르초프는 언급하였다. ... (34면)




17. 동물계가 속한 아주 넓은 부문에서 상호부조는 곧 규칙이다. 상호부조는 가장 하등한 동물들 사이에서도 발견된다. (35면)




18. 공동체의 어느 구성원이든 먹이를 달라고 요청하면 나눠주는 것이 개미에게는 의무이기도 하다. (38, 39면)




19. 개미나 흰개미는 ‘홉스적인 전쟁’을 포기했는데, 그것으로 오히려 이득을 얻었다. (40면)




20. 우리가 알고 있는 바 앵무새들이 거의 인간의 지능과 감정에 필적할 정도로 높은 수준에 이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사회생활을 실천하기 때문이라는 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 (57면)




21. ... 따라서 개미나 꿀벌의 경우에서처럼 사회생활은 개체들의 생리적인 구조에 의해 강제되지 않고, 상호부조의 이점이나 상호부조의 즐거움을 위해서 장려된다. (83면)




22. ... 그러므로 최적자는 가장 사회성이 강한 동물들이다. 사회성은 직접적으로는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종의 안락한 삶을 보장해주고 간접적으로는 지능의 성장을 도움으로써 분명히 진화의 가장 중요 요인이 된다. (88면)




23. 매우 다행히도 경쟁은 동물에서도 인간에서도 철칙이 될 수 없다. 동물들 사이에서 경쟁은 예외적인 시기로 제한되고, 자연선택은 그 원리가 발현되기에 더 좋은 분야로 찾게 된다. 상호부조와 상호지지를 통해서 경쟁이 제거되면 더 좋은 조건들이 창출된다. 엄청난 생존경쟁 속에서 -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비해서 가능한 최대한도로 생의 충만함과 강렬함을 추구하기 위해서 - 자연선택은 지속적으로 가능한 한 경쟁을 피하는 방법을 추구한다. (105면)




24. “경쟁하지 말라! 경쟁은 항상 그 종에 치명적이고 경쟁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많다!” 이 말이야말로 항상 완전하게 실현되지는 않지만 자연에 항상 존재하는 경향이다. ... “그러므로 결합해서 상호부조를 실천하라! 이것이야말로 각자 그리고 모두가 최대한의 안전을 확보하고 육체적으로, 지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살아가고 진보하는 데 제일 든든하게 받쳐주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106면)




25. 비사회적인 종들은 사라져가지만 사회적인 종들은 번성한다. (108면)




26. 절제되지 않은 개인주의는 근대의 산물이지 원시인들의 특징은 아니다. (120면)




27. 이들과 마찬가지로 생존경쟁이 가장 혹독한 곳, 즉 북동 아일랜드 같은 곳에서 부족의 결속력이 가장 긴밀하다. (130면)




28. 대부분의 종족들은 이러한 분리 현상에 저항할 힘을 잃고 분열되면서 역사에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더욱 강력한 종족들은 분리되지 않았다. (157면)




29. 구 촌락 공동체의 몇 가지 특성은 언급할 만하다. 연대감으로 포용될 수 있는 사람들의 범위가 점차 확대된다는 사실이다. 부족들은 종족으로 연합될 뿐만 아니라 혈통이 다른 종족이더라도 역시 연합으로 결합된다. (174면)




30. 하지만 헨리 메인 경은 국제법이 부족 사회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연구하여, 그 결과 “전쟁을 피하려는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전쟁이라는 악을 감수할 만큼 인간은 흉포하지도 어리석지도 않았다.”는 점을 이미 충분하게 입증했으며, “전쟁을 막고 대안을 제시하려는 의도를 가지지 않는 제도들이 고대에 얼마나 많았는지” 보여주었다. (175면)




31. 카바일족은 이미 사적인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으므로 그들 사이에는 분명히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모두 존재했다. 하지만 가깝게 함께 살며 어떻게 빈곤이 시작되는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가난을 모든 사람에게 찾아올 수 있는 일종의 사고로 여긴다. (18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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