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코 델라 미란돌라 - 인간 존엄성에 관한 연설
피코 델라 미란돌라 지음, 성염 옮김 / 경세원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1. 지극히 경애하는 교부들이시여, 저는 아랍인들의 문헌에서, 사라헨 압달라가 세상의 장관 중에서도 가장 경탄할 만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서, 인간보다도 더 경탄할 만한 것은 그 무엇도 없다고 대답했다는 글을 읽은 바 있습니다. 그 말은 영웅 아스틀레피우스에게 메르쿠리우스신이 발설하는 저 유명한 구절과도 맞아떨어집니다. “오, 아스클레피우스여, 인간이란 참으로 위대한 기적이라오!” (13면)




2. 제가 이 명언들의 뜻을 새기면 새길수록, 인간 본성의 출중함에 대해 많은 석학들이 제기한 많은 논리들이 내게는 충분하지 못합니다. 인간은 피조물들의 중간자여서 상위존재들과는 친숙하고 하위존재자들에겐 왕자입니다. 인간은 감관의 명민함으로, 이성의 탐구로, 오성의 빛으로 자연에 관한 해석자가 됩니다. 인간은 고정적 영세와 유동적 시간 사이의 중간영역이고, 페르시아인들이 하는 말에 의하면 세계의 교접 아니 혼인 자체이며, 다윗이 증언하는 바에 의하면 천사보다 조금 못한 존재입니다. ... 이 모든 것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인간이 최고라고 경탄받을 특권을 누릴 만큼 주요한 것은 아닙니다. (13, 14면)




3. 인간이 위대한 기적이요, 정말 당당하게 경탄을 받을 만한 동물이라고 말하고 그렇게 여기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15면)




4. 여타의 조물들에게 있는 본성은 우리가 설정한 법칙의 테두리 안에 규제되어 있다. 너는 그 어떤 장벽으로도 규제받지 않는 만큼 너의 자유의지에 따라서 (네 자유의지의 수중에 나는 너를 맡겼노라!) 네 본성을 테두리 짓도록 하여라. 나는 너를 세상 중간존재로 자리 잡게 하여 세상에 있는 것들 가운데서 무엇이든 편한 대로 살펴보게 하였노라. (17면)




5. 오, 아버지 하느님의 지존하신 도량이여! 인간의 지고하고 놀라운 행운이여! 그에게는 그가 원하는 바를 갖도록 하셨고 그가 되고 싶은 존재가 되도록 허락하셨습니다. 짐승들은 장차 소유할 모든 것을(루킬리우스가 하는 말대로) 모태에서 한꺼번에 갖고서 태어납니다. 최고의 영들은 당초부터 미구에 영영세세 존재할 그대로 존재하도록 되었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태어날 때 하느님 아버지께서 갖은 모양의 씨앗과 온갖 종류의 종자를 넣어주셨습니다. 각자가 심은 바가 자라날 것이고 나름대로 그 인간에게 열매를 맺어줄 것입니다. (18면)




6. 카멜레온 같이 무엇이나 될 수 있는 우리의 특전을 누가 경탄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인간 말고 다른 사물을 두고서 더 경탄할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아테네 사람 아스틀레피우스는 이 피부색을 바꾸는 카멜레온과 같은 인간의 면모와 자기 자신을 변형시키는 인간의 본성을, 밀교에 나오는 프로테우스로 상징될 만하다는 말을 했는데, 이는 억지 얘기가 아닙니다. (20, 21면)




7. 그러니 인간을 두고 경탄하지 않을 자가 누구겠습니까? 모세의 성서나 그리스도교 성서에서 인간이 온갖 육체의 이름으로, 온갖 피조물의 이름으로 호명되는 것도 까닭이 없지 않으니, 이것은 인간이 자기를 온갖 육체의 얼굴로, 모든 피조물의 자질로 조형하고 형성하고 변형하기 때문입니다. (23면)




8. 여기서 칼데아인들이 하는 ‘에노쉬 후 쉬누임 베카마 트바옷 바알 하즈’라는 말이 있는데, 뜻을 풀이하자면, “인간은 상이하고 다양하며 곡예사같은 본성을 지닌 동물이다.”라는 것입니다. (23면)




9. 하느님 아버지의 지극히 너그러우신 도량을 우리가 악용하여 그분이 우리에게 베푸신 자유 선택을 유익하게 사용하기보다 해롭게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겠습니다. 기왕이면 경건한 의욕을 가지고 어중간한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최고의 상태를 동경하며 (우리가 원하면 할 수 있으니까) 그것을 획득하기 위해서 전력을 기울여야겠습니다. (24면)




10. 거룩한 비사가 전해주는 바와 같이 스랍, 거룹, 좌품천사가 첫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만 그들에 대해서마저 우리는 자리를 양보할 줄 모르고 둘째 자리로 만족하지 못하는 이상 그들의 품위와 영광을 탐하도록 합시다. 우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그들에게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24, 25면)




11. 그런데 우리는 어디까지나 살과 피를 지닌 인간이자, 땅에 발붙이고 사는 사람인 만큼 이 모든 것을 스스로 획득하는 일은 불가하므로, 옛 교부들에게 의지해야 합니다. 그분들은 이런 사안들에 관해서 우리에게 참으로 풍부하고 확실한 믿음을 베풀어 줄 수 있습니다. (29면)




12. 우리는 지상에서부터 거룹의 삶을 지향하고 도덕적 지식으로 감정적인 충동을 절제하며 변증을 통해 이성의 어둠을 몰아내어 마치 영혼의 무지와 악덕의 때꼽을 벗겨내듯이 해야 할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감정에 함부로 휘둘리는 일이 없고 이성이 착란에 빠지는 어리석은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여 정화된 영혼에 자연 철학의 빛이 쏟도록 할 것이며, 마지막으로 신적 사물들에 관한 인식을 통해 영혼을 완성시킬 것입니다.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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