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 경제학 최대의 변수는 '애정'이다, 개정판
존 러스킨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1. 다음 네 편의 논문은 1년 반 전에 ‘콘힐 매거진’에 발표되고 나서, 내가 듣기로는 그 독자들 대다수로부터 맹렬한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논문들이야말로 내가 지금까지 쓴 글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글, 다시 말하면 가장 진실하고 가장 표현이 적절하고 가장 유익한 글이라고 믿는다. 그 중에서도 마지막 논문은 특별히 공들여 쓴 글이어서, 아마 내 평생에 가장 뛰어난 명문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37면)




2. 그러므로 부에 관해 정확하고 확고부동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다음 논문들의 첫 번째 목적이었고, 두 번째 목적은 부의 획득이란 궁극적으로 사회의 어떤 도덕적 조건 아래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 조건들 가운데 첫째는 정직이 존재한다는 믿음과 실제로 정직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믿음인 것이다. (41면)




3. 즉, 정직한 인간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신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의 하나이고, 현재로서는 희귀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믿을 수 없거나 기적적인 존재는 결코 아니며, 비정상적인 존재는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정직은 경제의 궤도를 혼란시키는 불온한 힘이 아니라 일관된 지배력이다. 다른 힘에 복종하지 않고 오로지 그 힘에만 복종하면, 경제의 궤도는 계속 혼란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41면)




4. 우리나라 실업계의 거물들에게서 충분한 양의 정직성을 얻을 수 있다면 노동을 조직화하기는 쉽고, 노동 조직은 어떤 다툼이나 어려움도 없이 순조롭게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업계의 거물들에게 정직성을 얻지 못하면, 노동의 조직화란 것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43면)




5. 하지만 독자들에게 잊지 말고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바는, 인간성의 요소 같은 지극히 미묘한 요소를 다루는 학문에서는 계획의 직접적인 성공을 보증할 수 없고 다만 근본 원리들의 궁극적인 진리밖에 보증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가장 훌륭한 계획 중에서도 무엇을 당장 성취할 수 있는지는 항상 의문이고, 궁극적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48면)




6. 다양한 시대를 통해 수많은 인류의 마음을 지배해 온 갖가지 망상들 가운데 아마도 가장 기묘한 - 어쩌면 가장 명예롭지 못한 - 망상은, 사회적 행동의 규범은 사회적 애정의 작용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이 결정되는 것이 유리하다는 관념에 바탕을 두고 있는, 소위 경제학이라는 근대의 학문일 것이다. (51면)




7. 일치시킬 수 있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어떤 종류의 ‘학문’도 사람들의 의견을 일치시키려는 목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54면)




8. 이런 상호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은 한없이 다양하기 때문에, 득실의 균형에서 행동의 법칙을 연역하려는 노력은 모두 헛수고로 돌아간다. 아니, 그것은 본래 헛수고로 돌아가도록 되어 있다. 득실의 균형이 아니라 정의의 균형을 통해서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 인간을 창조한 조물주의 의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은 태초부터 득실을 확인하려는 인간의 모든 노력을 헛수고로 만들어 왔다. (56면)




9.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하인이 증기나 자력이나 중력처럼 계산할 수 있는 힘을 동력으로 삼는 기관이라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하인은 그와는 반대로 영혼을 동력으로 삼는 기관이다. 영혼이라는 이 특수한 힘은 경제학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모든 방정식 속에 하나의 미지수로 들어와, 그들의 계산 결과를 모조리 그르쳐 버린다. (58면)




10. 주인이 하인에게 최대한 많은 일을 시키려고 애쓰지 않고, 하인이 하기로 약속되어 있고 꼭 필요한 일도 하인에게 도움이 되도록 애쓰고, 또한 정당하고 건전한 방법을 모두 동원하여 하인의 이익을 늘리려고 애쓴다면, 그런 애정을 받은 하인은 궁극적으로 최대한 많은 일을 해냄으로써 주인에게 최대한 많은 도움을 주어 그 은혜에 보답할 것이다. (59, 60면)




11. 나는 여기서 애정을 완전히 하나의 동력으로 생각하고 있고, 애정 그 자체를 바람직하거나 고귀한 것, 또는 추상적으로 좋은 것으로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나는 애정을 단순히 하나의 변칙적인 힘, 평범한 경제학자의 계산을 모조리 만들어버리는 이상한 힘으로 보고 있다. (60, 61면)




12. 따라서 고용주가 고용인들을 정당하게 다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아들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고용인이 되었을 경우 그 아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생각해 보고, 지금 고용인들을 그렇게 다루고 있는지 엄숙하게 자문해 보는 것이다. (80면)




13. 강한 의지와 성실한 마음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은 우리 대다수가 배운 경제 원칙을 단호히 거부하고 경멸한다. (81, 82면)




14. 1기니가 가진 힘의 정도는 그 돈에 대한 이웃사람의 필요나 욕망에 정확하게 좌우된다. 따라서 보통의 상업적 경제학자가 말하는 부자 되는 기술은 필연적으로 여러분의 이웃을 계속 가난 속에 방치해 두는 기술인 것이다. (87면)




15. 정치적 경제학 - 국가의 경제학 또는 시민의 경제학 -은 단순히 유용하거나 쾌락을 줄 수 있는 사물을 가장 적당한 때에 장소에서 생산하고 보존하고 분배하는 것이다. (87면)




16.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상업적 경제학 - 메르케스즉 보수의 경제학 -은 타인의 노동에 대한 법률적 또는 도덕적 청구권이나 지배력을 개인의 수중에 축적하는 것을 의미한다. (88면)




17. ‘부’라는 명목 하에 사람들이 실제로 욕심내는 것은 본질적으로 타인에 대한 지배력이다. (90면)




18. 그리고 이 부의 힘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가 지배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가난에 정비례하고, 또한 우리만큼 부자이고 공급이 제한되어 있는 물품에 대해 우리와 동등한 대가를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에 반비례한다. (90면)




19. 신체에서 병든 부분에 혈액이 편향되면 필연적으로 온몸의 건강이 쇠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가 병적으로 일부에만 편향되면 결국 국가 전체의 자원이 쇠퇴하게 된다. (94면)




20. 그 부의 진정한 가치는 거기에 붙어 있는 도덕적 기호에 달려 있다. (100면)




21. ‘가장 값싼 시장에서 사고, 가장 비싼 시장에서 팔라’는 -또는 어느 상황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근대 사상 만큼 인간의 지성에 수치스러운 사상은 내가 아는 한 역사에 한 번도 기록된 적이 없다. (103면)




22. 그리고 빈자는 부자의 재산을 침해할 권리가 없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주지되고 공언되어 왔지만, 동시에 부자 역시 빈자의 재산을 침해할 권리가 없다는 사실도 주지되고 공언되기를 나는 간절히 바란다. (144면)




23. 그(존 스튜어트 밀)가 많은 경제학자들 가운데서 특히 존경을 받는 까닭은 그가 무심결에 자기가 말하고 있는 원칙을 포기하고 자신의 학문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고 스스로 공언하고 있는 도덕적 고찰을 암암리에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저서 내용은 대부분 진리이고 귀중하다. 다만 그의 결론 가운데 내가 반박해야 하는 것은 그의 전제에서 당연히 나오는 결론뿐이다. (153면)




24. 밀의 생각에 따르면 유용성과 쾌락성은 교환가치의 근저에 있고, 어떤 물건이 그 두 가지 성질을 갖추고 있는 것이 확인되어야만 비로소 그 물건을 부의 물체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런데 물건의 경제적 유용성은 물건 자체의 성질만이 아니라 그 물건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과 사용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의 수에도 달려 있는 것이다. ... 따라서 모든 물질의 유용성은 하나하나가 그것과 상대적인 인간의 능력에 달려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물건의 쾌적성이란 것도 그 물건을 사람들이 좋아하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의 수에도 달려 있다. (155면)




25. 즉, 그들도 이미 잘 알고 있는 ‘발로렘valrorem’(‘가치’라는 뜻의 라틴어)이라는 낱말의 주격은 ‘발로르valor’이고, 따라서 이 말도 그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발로르는 ‘발레레valere’에서 나온 말인데, 건강한 것 또는 강한 것 -(만약 인간이라면) 생명 안에서 강한 것, 즉 용기 있는 것, (만약 물건이라면) 생명을 위해 강한 것, 즉 가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가치 있는’ 것은 ‘생명에 유익한’ 것이다. 진실로 가치 있는, 즉 유익한 것은 생명을 향해 온 힘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161면)




26. 독자들은 소유, 즉 ‘가지고 있다’는 것이 결코 절대적인 힘이 아니라 단계적인 힘이라는 것, 그리고 그 힘은 그 소유되는 물건의 분량이나 성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소유한 사람에 대한 적합성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활력에도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165면)




27. 부는 단순히 ‘가진다’는 사실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사실에도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66면)




28. 따라서 어떤 물건이 유용할 수 있으려면, 물건 자체가 유용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의 손에 있어야 한다. 즉, 정확히 말하면 유용성이란 용기 있는 사람의 손에 있는 가치인 것이다. (168면)




29. 그러므로 부는 ‘용기있는 자에 의한 가치 있는 것의 소유’이고, 부를 한 나라 안에 존재하는 힘으로 고찰할 때는 물건의 가치와 그 소유자의 용기라는 두 가지 요소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168면)




30. 확실히, 칭찬받을 만한 자격을 가진 자들 가운데 재산을 모으는 자보다 파산하는 자가 더 많다. (170면)




31. 교환에 관해 먼저 주의해야 할 점은, 교환에는 ‘이윤profit’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윤 - 영어 ‘profit’은 ‘앞서 만드는 것’ 또는 ‘...을 위해 만드는 것’이라는 뜻의 라틴어 ‘proficio’에서 나왔다-은 오로지 노동에만 존재할 수 있다. 교환에는 단지 이익이 존재할 뿐이다. 이익은 교환 당사자에게 편의나 힘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172면)




32. 이윤, 즉 물질적 이득은 건설과 발견에 의해서만 얻을 수 있고 교환에 의해서는 얻을 수 없다. 교환으로 물질적 이득을 얻는 경우에는 언제나 그 ‘플러스’에 대해 정확히 똑같은 양의 ‘마이너스’가 반드시 존재한다. (173면)




33. 게다가 현명한 소비는 사실 현명한 생산보다 훨씬 어려운 기술이다.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스무 명이라면 돈을 쓸 수 있는 사람은 한 명 뿐이다. 개인이나 국가에 중요한 문제는 결코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느냐?’가 아니라 ‘그 돈을 어떤 목적에 쓰느냐?’인 것이다. (185면)




34. 부자는 빈자에게 식량만 거절하고 있는 게 아니다. 지혜도 거절하고 미덕도 거절하고 구원도 거절하고 있다. (201면)




35. 먹고살 권리도 주장해야 하지만, 그보다 큰 소리로 주장해야 할 것은 거룩하고 완전하고 순수할 권리인 것이다. (201면)




36. 우리에게 필요한 인물의 본보기는, 세상에서 출세하고 안 하고는 하늘에 맡긴 채, 자기는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기로 작정하고, 더 많은 부보다는 더 소박한 쾌락을, 더 높은 지위보다는 더 깊은 행복을 추구하기로 마음먹고, 마음의 평정을 제일 중요한 재산으로 삼아, 평화로운 생활에 대해 무해한 자부심과 평온한 추구에서 명예심을 느끼는 사람들인 것이다. (209, 210면)




37. 돈을 더 많이 모으는 데 신경 쓰지 말고, 돈을 유용하게 쓰는 데 마음을 써야 한다. 그리고 명백하고 피할 수 없는 중요한 사실 - 모든 경제의 규칙이자 근본 -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즉, 한 사람이 무언가를 소유하면 다른 사람은 그것을 소유할 수 없다는 것, 어떤 종류의 물건이든 사용되거나 소비된 물건에는 꼭 그만큼의 인간의 생명이 소비되었다는 것, 그렇게 사람의 생명을 소비한 결과 현재의 생명을 구하거나 더 많은 생명을 얻게 되면 그것은 좋게 소비된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그만큼 생명을 방해하거나 죽인 결과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211, 212면)




38. 대담하게 베일을 벗고 빛을 똑바로 보라. (214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