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VS 유럽 - 갈등에 관한 보고서
로버트 케이건 지음, 홍수원 옮김 / 세종연구원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1. 이제 유럽과 미국이 서로 세계관이 같다거나 심지어 같은 세계에 살고 있다는 식으로 가장하는 행위는 중단할 때가 되었다. (5면)

 

2. (오늘날) 유럽과 미국이 다같이 당면한 과제는 미국이 헤게모니를 장악한 새로운 현실에 다시 적응하는 것이다. (5면)

 

3. 유럽은 파란 많은 과거를 청산하고(post-historical) 평화와 상대적 번영을 추구하는 파라다이스, 즉 칸트가 말하는 '영구평화'가 실현된 세계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은 (과거 사건의 연속체로서의) 역사 속에 계속 매몰된 채 홉스가 말하는 무질서한 세계, 즉 국제 법규에 의지할 수 없고 참된 안전 보장과 방위, 자유주의적 질서의 증진은 여전히 군사력의 보유와 활용에 좌우되는, 그런 세계에서 파워를 행사하고 있다. 오늘날 중요한 전략적, 국제적 문제에서 미국은 화성 사람이고 유럽은 금성 사람인 양 판이한 인식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양자는 서로 합치되는 부분은 거의 없는 대신, 상호 이해의 폭은 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10면)

 

4. 미국은 유엔과 같은 국제 기구를 통해 (국제 문제를) 대처하는 데 소극적이고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면서 다른 나라와 협력할 가능성이 희박하며 국제법에 대해 더욱 회의적이고 또 필요하거나 매우 유용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도 국제법의 구속을 받지 않고 행동하려는 의지를 한층 강하게 드러낸다. (12면)

 

5. 나중에 미국이 국제 무대에서 훨씬 막강한 파워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자 그 이후 세대들은 국제법상 이같은 구속력 있는 평등주의적 특성에 매력을 느끼지 않았다. 18세기와 19세기 초에 늘 이런 구속을 받지 않으려 했던 것은 바로 유럽의 열강이었다. (21면)

 

6. 두 세기가 지난 뒤 미국과 유럽은 입지(와 시각)가 뒤바뀌고 말았다. 그렇게 된 부분적인 이유는 200년 동안, 특히 지난 몇 십 년 동안에 세력 균형(power equation)이 극적인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22면)

 

7. 1차 세계대전이 유럽을 크게 약화시켰다면, 유럽의 전략 및 외교 활동의 실책으로 야기된 2차 세계대전은 글로벌 파워로서 유럽 국가들의 위세를 거의 완전히 꺾어 버렸다. (33면)

 

8. 강한 파워를 지닌 쪽은 파워가 약한 쪽과는 세계를 다르게 보기 마련이다. 또한 리스크와 위협을 평가하는 면이나 안보를 규정하는 측면에서도 인식이 다르고 불안정을 용인하는 정도도 다르다. (51면)

 

9. 유럽은 그들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파워가 국가 안보와 성패를 판가름 짓는 궁극적 요인이 되는 무질서한 홉스식 세계의 무지막지한 법칙을 평가절하하고 결국에는 폐기시키는 데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것은 (유럽을) 비판하는 말이 아니다. 태곳적부터 힘이 약한 쪽은 언제나 그런 기대를 품었다. 미국이 18세기와 19세기에 기대했던 것도 바로 그런 것이었다. (68면)

 

10. 현재 미국의 전략 부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유럽쪽이 지난 60년 동안 미국의 안보 우산 밑에서 누렸던 '무임승차'를 마냥 즐기고 있다는 냉소적인 눈길을 보낸다. 미국은 유럽을 보호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흔쾌하게 쓰고 있는 데 반해 유럽쪽은 그들의 돈을 사회 복지나 장기간의 휴가, 근무 일수 단축에 투입하고 있다. (96면)

 

11. 오늘의 유럽은 파워를 추구하는 야심이 없다. 군사적 파워에 대한 야심도 없음이 분명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유럽은 국제 관계에서 파워의 역할에 대해 전혀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다. 이런 시각은 바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겪은 독특한 역사적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럽은 지난 세기와 그 이후까지 자신들을 참담한 처지로 몰아넣은 무력 외교를 거부했다. 미국은 이런 관점에 공감하지도, 공감할 수도 없다. 대서양을 사이에 둔 양쪽의 역사적 체험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97면)

 

12. 유럽의 전략 문화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특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협상과 외교 활동, 통상 관계에 중점을 두고 또 무력 사용보다 국제법 우선, 강압보다 회유 우선, 일방주의보다 다국간 협력 우선 등에 역점을 둔다는 것이다. 오랜 역사적 상황에 비춰볼 때 이런 특성이 유럽의 전통적인 어프로치가 아님은 분명하다. 그보다는 유럽의 최근 역사적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98면)

 

13. 피셔의 핵심적인 주장, 즉 유럽이 무력 외교라는 낡은 시스템을 극복하고 국제 관계에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발견했다는 주장은 유럽 전역에서 두루 공감하는 내용이다. (100면)

 

14. 그러나 유럽의 경우 이 문제는 미국이 해결했다. 미국이 바깥에서 안전을 보장함에 따라 유럽은 안전 확보를 위한 초국가적 정부의 수립이 불필요하게 되었다. 유럽에겐 평화를 이룩하는 데 파워가 불필요하게 되었고 그 평화를 유지하는 데도 파워는 필요하지 않다. (102면)

 

15. 독일의 피셔 외무장관은 훔볼트 대학 강연을 통해 유럽의 새로운 변신을 가능하게 했던 두 가지 '역사적 결정'으로 "미국이 유럽에 잔류하기로 한 결정"과 "프랑스와 독일이 우선 경제적 유대부터 시작하는 통합의 원칙을 충실하게 따르기로 한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127, 128면)

 

16. 유럽의 새로운 칸트식 질서는 종래와 같은 홉스식 질서의 법칙을 쫓아 행사하는 미국 파워의 보호막 아래서만이 제대로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파워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믿음을 유럽이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아메리칸 파워 때문이었다. (128면)

 

17. 대부분의 유럽인은 꽤 두드러진 한 가지 역설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인식하려 하지 않는다. 즉 파란 많은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질서로 나아가는 것(post-history)이 똑같은 청산 과정을 거치지 않은 미국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이다. (129면)

 

18. 그러나 미국은 제한적인 의미에서 여전히 현실주의자인 탓으로 파워 행사의 필요성을 믿고 있다. 이 세상이 아직 완벽성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167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