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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 소나무 / 2003년 1월
평점 :
1. 덕을 높이고 생각을 깊게 하여 학업을 추구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퇴계가 고봉에게, 17면)
2. 사단칠정론, 제가 평생 동안 깊이 의심했던 것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견해가 오히려 분명하지 못한데 어찌 감히 거짓된 주장을 펴겠습니까? 게다가 선생님께서 고치신 설을 연구해 보면 미심쩍은 것이 확 풀리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제 생각에는, 먼저 이기에 대해서 분명하게 안 뒤에야 마음․성․정의 뜻이 모두 자리를 잡게 되고 사단칠정을 쉽게 분별할 수 있을 듯합니다. (고봉이 퇴계에게, 22면)
3. 저는 늘 말하기를, “처세가 어려운 경우 나는 내 배움이 완전하지 못함을 걱정할 뿐이다. 내 배움이 만약 완전하다면 반드시 처세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했습니다. (고봉이 퇴계에게, 29면)
4. ... 그러나 어리석은 제가 헤아려 보건대, 그대의 높은 학문은 크고 넓은 점에서는 볼 만한 것이 있으나 세밀하고 오묘한 정수를 꿰뚫지는 못했으며, 마음을 두고 행동을 다스림에 있어서 사방으로 터져 자유로운 면에서는 얻은 것이 많으나 오히려 몸과 마음을 거두어 들여 굳히는 공부는 부족합니다. (퇴계가 고봉에게, 33면)
5. ... 그러므로 그대를 위한 오늘의 방도는 스스로를 너무 높이거나 세상을 일구는 데에 너무 용감하지 않는 것이며, 모든 일에 자신의 주장을 너무 지나치게 내세우지 않는 것입니다. (퇴계가 고봉에게, 34면)
6. ... 따라서 공부를 시작하는 요점을 어찌 다른 데서 구하겠습니까? 역시 하나를 오로지 하여 떠남이 없음과 삼가고 두려워함일 뿐입니다. (퇴계가 고봉에게, 36면)
7. 그러나 훌륭한 스승과 부지런한 벗이 날마다 서로 격려하는 도움이 없고, 다만 해진 책 가운데 나아가 얼마간의 깨달음이 있지만, 얻은 것이 온전하지 못해 조금 쌓은 것마저 곧 흩어져 버립니다. (퇴계가 고봉에게, 56면)
8. 일찍이 주자의 말에 “자기의 병을 알고서 고치고자 한다면, 그 고치고자 하는 마음이 바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된다.”라는 것을 들었습니다. (퇴계가 고봉에게, 58면)
9. “학문이 지극하면, 처세에 어려움이 없다.” (58면)
10. “일찍 죽거나 오래 사는 것에 개의치 않고, 덕을 닦아 죽음을 기다린다.” (퇴계가 고봉에게, 60면)
11. 게다가 무릇 남을 가르치려면 반드시 나에게 쌓인 것이 많은 다음에야 그 말에 힘이 생겨서 남을 움직일 수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자기도 남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 말로 남을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퇴계가 고봉에게, 65면)
12. 욕심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일러 주신 것은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반복해 주시면서도 엄격하고 용단 있는 것이어서, 사람으로 하여금 분발해서 다시는 기세가 꺾여 세파에 빠지는 무리가 되지 말고 작은 일에서부터 삼가라는 가르침에 따르고자 하는 뜻을 갖게 했습니다. (고봉이 퇴계에게, 72면)
13. 또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색을 멀리하고 삶을 버린 뒤에야 도를 배울 수 있다.” 했으니, 나는 이것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무릇 색을 좋아하여 덕을 잃고 생을 탐하여 의를 해치는 것은 진실로 학자들의 공통된 근심이다. 그러나 색을 멀리하고 생을 버릴 수 있는 것은 학문이 이루어진 뒤의 일이지, 처음 배우는 이들의 일은 아닌 듯하다. 만약 먼저 이 근심을 없앤 뒤에 학문을 하게 된다면, 나는 평생 학문을 할 수 있는 날이 없을까 두렵다. (고봉이 퇴계에게, 74면)
14. 나이는 세월과 함께 쏜살같이 빨리 가고 병은 늙어감에 따라 더욱 심해져서, 지기와 정력이 사그라져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이 학문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퇴계가 고봉에게, 93면)
15. “우리들의 잘못은 바로 진실한 공부는 하지 않고 한갓 말로만 서로 경쟁하는 데 있으니, 이 병의 원인을 알고 돌이켜 노력한다면, 헛되지는 않을 것이다.” (고봉이 퇴계에게, 98면)
16. 말재주만으로 경쟁하다시피 하는 것은 참으로 무익하고, 진실한 공부는 매번 하다가 말다가 하는 것이 괴롭습니다. (퇴계가 고봉에게, 102면)
17. ... 이야말로 이른바 “군자는 사람을 덕으로 사랑하되, 형편에 따라 자기가 편한 대로 대하지 않는다.”라는 마음이고, 또한 증자는 “남을 위해 일을 꾀할 때 충성스럽게 한다.”라는 뜻이니, 깊이 감명받았습니다. (퇴계가 고봉에게, 109면)
18. 평소 일을 대하고 사물을 접할 때에 반드시 안과 밖 또는 이것과 저것을 자세히 헤아려, 서로 부합하여 막힘이 없게 된 뒤에야 순서를 따라 행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감히 멋대로 생각하거나 분수를 넘어 억지로 행하지 않습니다. (고봉이 퇴계에게, 114면)
19. 구석지고 적막한 시골에 있으면서 하는 일이 없으므로, 때때로 전에 배운 학문을 익히고 연구하다 보니 자못 한두 가지 터득한 것이 있어서 스스로 즐기기에 넉넉합니다. 그래도 스승과 벗이 함께 갈고 닦는 도움이 없으니, 분명하지 않은 곳이 많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멀리 계시는 선생님을 생각하고,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괴로워질 뿐입니다. (고봉이 퇴계에게, 153면)
20. 학문을 닦지 못하는 근심이 오죽하겠습니까? (퇴계가 고봉에게, 163면)
21. 지난번 바쁜 일들을 다 떨쳐 버리고 저를 찾아 주어, 하룻밤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 십 년 동안 책을 읽는 것보다 더욱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퇴계가 고봉에게, 191면)
22. 큰 어리석음, 심한 병, 헛된 명성, 그리고 과분한 은혜의 네 가지 번거로움이 제 몸에 모두 모여있으니 그것들이 간섭하고 모순되어 함께 저를 방해합니다. (퇴계가 고봉에게, 199면)
23. 제가 이토록 낭패하여 구차히 여러 가지 일에 묶여 있으면서, 벗어나려 해도 벗어나지 못하고 밤낮으로 근심하고 두려워하게 된 까닭은 오로지 헛된 이름이란 두 글자 때문입니다. (퇴계가 고봉에게, 240면)
24. 간절히 바라건대 지금부터 온갖 잡다한 일들을 끊어 버리십시오. 문을 닫고 마당을 쓸고 나서 옛 학문을 익히고 다스리십시오. 생각은 매우 깊게 하고 몸가짐은 애써 바로 잡으십시오. “말은 충실하고 믿음있게 하고 행동은 돈독하고 공경스럽게 해야 하니, 서있을 때는 바로 앞에 같이 있는 듯, 수레를 탈 때는 채 끝 횡목에 기대고 있는 듯, 그런 행실을 몸에서 떼지 말아야 합니다.” (퇴계가 고봉에게, 305면)
25. 무릇 의리의 학문이란 지극히 정밀하고 미묘한 것입니다. 모름지기 마음을 크게 먹고 눈을 높게 둔 다음 절대로 먼저 한 가지 이론에 얽매이지 말고, 마음을 비우고 편안한 기분으로 속깊은 뜻을 차근차근 살펴야 합니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른 점이 있음을 알아야 하고, 다른 것을 보더라도 같은 점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둘로 나누더라도 나누기 전의 본래 뜻을 해치지 않아야 하며, 하나로 합치더라도 서로 제멋대로 섞이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치우침 없이 두루 알게 되는 것입니다. (퇴계가 고봉에게, 36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