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1. “고객이 옷을 맞추려고 재봉사에게 왔다고 상상해 보세요. 옷을 이것 저것 입어보게 해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곧 고객의 요구가 무엇인지 알아내지 않고 제대로 된 옷을 만들 수 있겠어요? 고객의 의견과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면 재봉사의 자존심이 상해요? 아니죠. 그러면, 수요자의 요구에 맞추어서 수요자에게 필요한 지식을 수요자에게 편리한 형태로 공급해야 할 국가 공무원인 우리가 재봉사와 뭐가 다르죠? 똑같은 봉사직인데, 우리가 왜 유달리 자존심을 내세워야 합니까?” (36면)




2. 그러나 노르웨이인들의 영어실력이 ‘학비 안 드는’ 공립학교, 국비 해외 수학여행, 직장인의 해외 휴식을 가능하게 하는 4주 이상의 필수적 휴가와 같은 ‘사회민주주의’ 제도를 통해 키워졌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전혀 역설적으로 들리지 않을 것이다. (42면)




3.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은 베버의 이론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으로 보인다. 베버는 자본가와 고급 관료층의 ‘합리성’을 극구 찬양했지만, 베블런은 “상류층의 소비구조를 분석해 보자”고 제안했다. ... 베블런이 유한계층으로 규정한 상류층의 주요 특징은 합리성의 정반대인 ‘과시적 소비’, 즉 낭비다. (47면)




4. 베블런의 고국인 노르웨이에서는 좌파가 장기 집권한 결과, 법 제도가 약자에게 유리하게 바뀌는 등 자본주의의 약탈적 본질을 개량해 왔다. (49면)




5. 그러나 개인 소비에서는 ‘군살 도려내기’를 즐기는 노르웨이 ‘자린고비들’이 국제 원조에는 오히려 적극적이다. (53면)




6. 노르웨이에 와서 나는 데모가 너무나 일상적이라는 점과, 그것이 보여주는 합리성과 교육적인 효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56, 57면)




7. 사실 사좌당의 자기 차별화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것도 지역 차원이다. ‘사회 정의’, ‘복지정책 확대’ 등의 거대 표어는 언뜻 보기에 노동당과 비슷하지만, 보수화된 노동당보다 지역 주민의 고충을 훨씬 더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61면)




8. 사좌당의 또 한가지 주요 공약과 활동으로는 사회적 약자인 대학생들의 복지 관련 정책을 꼽을 수 있다. (62면)




9. 스칸디나비아 감옥 중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것으로는 덴마크의 ‘렌베크’와 같은 이른바 ‘열린 감옥’을 들 수 있다. (79면)




10. 보통 역사에 대해 만족해하고 긍정 일변도의 자세를 취하는 사회나 집단이면, 발전과는 거리가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발전이 있으려면 일단 그 발전을 촉진하는 불만이 있어야 하고, 그 불만의 구체적인 표출로 역사에 대한 비판적 재평가가 있어야 한다. 결국 새로운 가치 건설은 옛 가치에 대한 철저한 재검토 없이는 불가능하다. (89면)




11. 현 노르웨이 국어사전에 들어 있는 단어 가운데 약 40%가 독일어에서 차용한 말이라는 사실은 몇백년 전 노르웨이 식자층의 대독관을 잘 보여준다. (96면)




12. 제1세계의 ‘선진성’은 제3세계의 파탄을 기반으로 한다. (109면)




13. 거의 600년 동안이나 덴마크와 합방돼 있던(사실상 덴마크의 식민지에 불과했던) 노르웨이는 1814년에 덴마크의 패전을 기회삼아 독립을 선언하고 민주헌법을 채택했다. 하지만 유럽 강대국 회의의 결정으로 곧바로 스웨덴과 합방해야만 했다. ... 끈질긴 노력 끝에 1905년에 노르웨이는 국민투표를 통해 평화적으로 독립을 이룰 수 있었다. (139, 140면)




14. 다만 확실한 것은, ‘깨침’을 얻은 사람은 행동거지가 본격적으로 달라진다는 점이다. 삶에 대한 의식이 지금까지와는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한 ‘깨침’을 경험함으로써 인간 모양을 한 하루살이가 진정한 의미에서 인간이 되는 셈이다. 예술이나 문학의 걸작들도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깨침’의 계기가 될 수 있다. (165면)




15. 18세기 ... 인권이라는 용어를 대량으로 유포한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은 서구 역사상 최초로 철저한 징병제를 실시함으로써 커다란 아이러니를 남기고 만다. (191면)




16.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의 사관에는 ‘도전과 응전’이라는 도식이 중심에 놓여 있다. 각 문명권은 역사의 전환기에 내부적 모순이나 외부 세력의 ‘도전’을 받게 돼 있고, ‘도전’의 형태, 심도, 규모와 자신의 능력에 따라 ‘응답’을 제시한다는 논리다. (19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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