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글쟁이들 - 대한민국 대표 작가 18인의 ‘나만의 집필 세계’
구본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1. "이거, 병원에서 의사들이 환자 차트 꽂아두는 거치대예요. 우연히 의료용품점 앞을 지나가다 보고 '이거다' 싶어 거금을 주고 바로 산 겁니다." 수백개 차트의 등에는 정 교수(정민)가 직접 쓴 제목들이 하나하나 붙어 있었다. 그런 파일이 빈 틈 없이 거치대에 빼곡히 꽂혀 있었고, 이를 빙빙 돌려가며 필요한 차트를 찾아서 꺼내 보게 되어 있다. 자료 찾기가 아주 쉬워 보였다. 정 교수도 스스로 일생 중 가장 성공한 쇼핑 사례라고 웃었다. (9면)

 

2. 정 교수는 어떻게 가장 고리타분해 보이는 전공을 가장 모던한 감각으로 무장하고 독자들을 이끌어갈 수 있을까? 여타 인문학자들과 다른 그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아니, 그 이전에 그는 왜 이렇게 열심을 책을 쓰는가? ... "그거보다 더 즐거운 게 없으니까." (11면)

 

3. "지식을 통한 창조의 욕구는 묘한 쾌감을 동반해요. 어떤 정보 하나를 찾으면 그 뒤로 연관 정보들이 줄서서 대령하고 있었던 것처럼 계속 나와요. 심지어 글 쓰다가 피곤해서 무심코 아무 책이나 집어 들어 펼쳤는데 논문과 관련된 페이지나 막힌 생각을 뚫어주는 힌트가 들어 있는 대목이 나올 때가 많아요. 그것도 생각 이상으로 자주 그래요. 그럴 때는 정말 소름이 꽉 끼쳐요." (12면)

 

4. 일단 쓴 글을 다시 매끄럽게 다듬는 방법으로 그(정민)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 '낭독'이다. 글을 쓰고 나서 무조건 세 번씩 소리 내어 읽어본다. 다시 손보고 나면 그 다음에는 아내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아내가 읽어가다 멈추는 곳이 있으면 그건 문장이 잘못된 거예요. 그런 곳들을 한 번 더 고칩니다." (14면)

 

5. 그(정민)는 글쓰기를 샘물과 펌프 물 퍼내기로 비유한다. 샘물은 퍼낼수록 고이니까 아껴 쓸 필요가 없고 쓸수록 생산적이 된다. 반면 하나를 쓰고 나면 그 다음에 뭘 써야 되나 고민하게 되는 글쓰기는 펌프 물 쓰는 것처럼 소모적인 글쓰기가 된다는 것이다. (15면)

 

6. 제(정민)가 놀란 것이 18세기 실학이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정보화인 거예요. (19면)

 

7. 그(이주헌)가 자신 있게 내세운 것은 단 한 가지. "아직 우리나라에 이런 책이 없다"는 차별성이었다. (28면)

 

8. 한동안 그(이주헌)가 집중적으로 소개한 라파엘 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인상파나 고대미술처럼 중복되어 소개된 미술 말고, 외국에서는 이미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아직 국내 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조나 작가를 대중 선호도에 맞춰 소개하는 것이다. (33면)

 

9. 그(이주헌)의 글쓰기 원칙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그의 글이 주는 매력 가운데 하나이기도 한데 '뻐기지 않는 글'이다. "절대로 현학적이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그는 늘 신경 쓴다. 그런 철학이다 보니 당연히 글이 이해하기 쉬워진다. 또한 독자지향적 글쓰기가 몸에 배여 있다. 각주를 거의 쓰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33, 34면)

 

10. 역사학자들이 일반 독자보다는 전문가 집단만의 관심사에 빠져 대중은 관심 갖지 않는 주제를 고집하거나 또는 대중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논문체 문장을 극복하지 못하는 글쓰기의 약점을 이덕일은 피해나갔다. 글쟁이로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바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글쓰기, 그리고 눈을 잡아끄는 주제에 달려 있다는 점을 스스로 확신하고 있었던 덕분이다. (42면)

 

11. 이씨 스스로도 "늘 어렵게 살았던 터여서 '라면 세 개에 소주 한 병이면 하루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했다"라며 "아마 온실에서 도전한 사람이라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47면)

 

12. 철저한 시간관리와 규칙적인 삶의 태도 역시 그(이덕일)의 힘이다. ... "언젠가 저처럼 저술로 먹고사는 공병호 박사의 글을 봤는데 '하루하루 먹고사는 문제에 긴장감을 느껴야 건강한 삶'이라고 하더군요. 그 말에 정말 공감했어요." (47면)

 

13. 이씨는 자신의 가장 큰 무기이자 밑천은 단연 "사관 그 자체"라고 잘라 말한다. (48면)

 

14. "머리를 때리는 글이 아니라 가슴을 때리는 글을 쓰자." (한비야) (55면)

 

15. "행복하자, 부자가 되자. 그런 구호들이 넘쳐나는데 한비야를 만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10만 원만 내면 대륙별로 한 사람씩을 구할 수 있다는 거죠. 내 삶이 제대로 가고 있나 불안할 때, 모호하고 불안한 삶을 되돌아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을 때 한비야의 목소리가 있다는 거예요." (57, 58면)

 

16. 그(한비야)는 '글'만이 아니라 '삶', 그리고 '태도'로 그런 수준에 올라섰다. (59면)

 

17. ... 또 어떤 책을 쓰려고 세월을 발효시키고 있는 걸까? (61면)

 

18. 실제 글쟁이들 상당수가 메모광이다. 아무리 뛰어난 머리도 잉크를 따라가지 못한다. 글쟁이에게 메모보다 좋은 무기는 없다. (63면)

 

19. "... 권력이나 명예도 저술을 위해서는 뭉개버릴 수 있다는 프라이드가 없다면 저술가가 못 돼." (김용옥) (72면)

 

20. "독서는 무지막지하게 해서는 안 돼. 그냥 책 있다고 읽어선 안 돼요. 반드시 사계의 정통한 사람에게서 배워야 해요. 옛날에 도사를 찾아가듯 일단 찾아가서 독서의 방향을 얻어야 해. 찾아가서 당신이 이해한 핵심이 무엇이냐고 말로 묻고 터득하는 게 중요합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 터득해야 관심이 생기는 거예요. 사람을 찾아 고개 숙이고 배울 생각은 안 하고 엉뚱하게 책읽고 ..., 그럼 안 돼." (75면)

 

21. 구씨(구본형)는 "내게 책을 쓴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 질문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82면)

 

22. 책을 읽으면서는 대화를 하려고 노력한다. '내(구본형)가 저자라면' 하는 생각을 수시로 하는 것이다. '내가 저자라면 이 사례를 썼을까? 이런 소제목을 달았을까?' 같은 질문들이다. 본인이 글쟁이여서가 아니라 가장 좋은 독서법이어서다. "책을 읽으면서 질문을 해봐야 처음에 몰랐던 고민들이 보여요. 깊이 읽기 방법이죠." (85면)

 

23. 일주일에 책을 한 권씩 읽는 것, 그리고 한 권을 읽을 때마다 칼럼을 쓰는 것이다. ... 연구원은 1년 동안 이 과정을 거친다. 1년 뒤에는 세 가지가 남는다. 50권의 독서, 50개의 칼럼, 그리고 자기 책의 얼개다. 남은 것은 실제 책을 쓰는 것뿐이다. 2년 안에 자기 관심사와 관련된 책을 한 권 쓰도록 도와주는 것이 연구소의 설립 목적이자 교육과정이다. ... 1기인 문요한 씨가 쓴 '굿바이 게으름'이 2007년 베스트셀러가 됐고, 역시 1기 오병곤 씨가 '대한민국 개발자 희망보고서'를 써 좋은 반응을 얻었다. (87면)

 

24. 그(이원복)의 말이 남들 배 아프게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배경에는 당연히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그가 46년 동안 만화를 그려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여전히 그는 집-학교-작업실 만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95면)

 

25. 그(이원복)가 '아스트렉스'로부터 받은 가장 큰 영향은 그림이 아니라 오히려 내용이었다. "충격적이었어요. '아니 이런 것도 만화로 그릴 수 있나' 하는 놀라움이었죠. ..." (101면)

 

26. 현지에 가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분위기'를 알기 위해서다.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분위기이다. (102면)

 

27. 여러 가지 자료를 모아 비교하고 분석해서 단순명료하게 정리해 주는 것, 그게 그(이원복)의 힘이다. (103면)

 

28. "전 교수 일을 하는 만화가입니다." (106면)

 

29. 1990년대 초, 연구소에 다니던 30대 초반의 공씨(공병호)는 "박사학위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란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는 곧 "나 자신이라는 상품도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깨달음이었다고 한다. (112면)

 

30. 자신에 대한 투자는 독서로 해결했다. 그(공병호)의 독서 및 글쓰기 원칙 또 하나, '독서는 소비다.' 읽은 것은 반드시 글로 써서 활용해보는 것이다. (114면)

 

31. 한국에서 1인기업으로, 프리렌서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강조한다. "항상 절박해요. 내일을, 고객을 모르겠어요. 세계적인 컨설턴트 톰 피터스의 강연장에 가봤는데, 새벽 2시 30분에 일어나서 슬라이드 강연 준비를 했다더라구요. '아, 저 나이에도 유명한 저 사람도 저렇게 처절하구나' 하고 동지애를 느꼈어요." (117면)

 

32. 미지의 길에 인생을 건 그(이인식)은 고시생들이 다니는 독서실에 등록했다. (123면)

 

33. "테크놀로지는 정보 전쟁이어서 공부를 하지 않으면 교수들도 몰라요. 먼저 보고 공부해서 소개하는 것이 '장땡'입니다." (이인식) (129면)

 

34. 자료수집이란 존재하는 것들의 관계를 찾는 것이며, 자료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찾아내는 사람이 진정한 글쟁이요, 이를 잘하는 이가 천재라고 생각한다. 자료들 사이의 관계를 찾아 정보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바로 그(이인식)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요체이다. (135면)

 

35. 분야별로 파일노트를 만들어 정리하는데, 이런 노트가 30여 권에 이른다. 이렇게 시간을 두고 정리하고 발전시켜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자료들이 글이 되어 써달라고 부르는 것처럼 다가온다"고 그(이인식)는 말한다. "모든 자료는 거슬러 올라가는 뿌리가 있어요. 마지막에 최신 자료가 있을 뿐 그 뒤에는 연원과 맥락의 뿌리가 있어요. 그걸 알아내고 정리하는 게 진짜 자료수집을 하는 거예요." (135면)

 

36. 정발학연은 자료실이라기보다는 도서관이다. 책 2만여 권, 녹음테이프 2천 여개, 사진 20만 장을 이곳에 보관하고 있다. (주강현) (140면)

 

37. "자료가 공부의 반" (주강현) (141면)

 

38.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 "스스로 자료를 찾지 않으면 퇴화해요. 귀찮아도 도서관 가서 논문을 뒤지는 중에 다른 것도 알게 되고 뜻하지 않은 것도 만나게 되니까요. 찾는 게 일과이자 습관인 거죠." (141면)

 

39. 교수사회에서만 통하는 여러 가지 방어논리에 질렸다고 그(주강현)는 강하게 한국 대학의 풍토를 비판했다. "교수들은 저술가는 학자가 아니라고 몰아가고, 저서와 논문을 분리해요. 이게 교수들 자신의 안전을 위한 전략이예요. 제가 교수에 응모했을 때 겪은 일인데,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는 저서가 아니라는 거예요. 이런 제목은 학술적 저술로 인정을 못한다는 겁니다. '조기에 대한 명상'도 '조기에 대한 연구'가 아니니 안 된다더라고요. 일본 호세이 대학에서도 번역출간된 책인데 이런 책이 학술서가 아니면 뭐가 학술서겠어요?" (143, 144면)

 

40. "제(주강현)가 여타 저술가들과 다른 점은 우선 마이너리티에 대한 일관적인 관심이예요. 두 번째는 쓰인 역사보다 쓰이지 않은 역사에 대한 관심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했지만 사라져가는 것들의 최후의 기록자'가 되려고 합니다. '생활문화사의 수호자'라고 할까요?" (144, 145면)

 

41. ... 사소한 자기 생각들을 챙기는 것이 바로 저술의 시작임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147면)

 

42. 그(김세영)처럼 모든 것의 이유를 "좋으니까"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인터뷰 상대도 드물었다. 노림수나 치밀한 준비는 태생적으로 싫어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157면)

 

43. 그(김세영)에게는 잘 밝히지 않는 과거가 있다. 중고등학교를 다 마치지 않았다. 학업을 그만두었음에도 그가 지금 뛰어난 작가가 된 것의 8할은 독서 덕분이다. 학교를 떠난 뒤 그는 오로지 책만 파고들었다. (157면)

 

44. "제(김세영)가 제일 잘 하는 게 '딴 생각 하기'예요. ..." (158면)

 

45. 그(김세영)가 살짝 밝히는 비법은 "사실은 거짓말처럼, 거짓말은 사실처럼" 쓰는 것이다. 여기에 "없는 일은 있는 일처럼, 있는 일은 없는 일처럼" 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160면)

 

46. 매사 꼼꼼하고 분명한 허영만 확백으로 선 김세영 작가의 게으름이 기질적으로 맞지 않았던 탓이다. "저에게 '일이 이렇게 늦어지면 만화 작업에 연관된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문제를 만드는 경제적 범죄다'라고 편지를 보내셨어요. 그래서 저도 '선생님이 책에 제 이름을 빼는 것은 살인죄 아닙니까?'라고 맞받았죠. 그러고 몇 년 지나서 '미스터Q'로 다시 시작하자고 먼저 연락을 해오셨어요." (163면)

 

47. 문제는 이 자료라는 것이 남이 모아주면 쓸모가 없다는 점이다. 자신이 직접 분류, 정리한 자료라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자료를 찾는 과정, 찾아서 평가하는 과정, 그리고 정리하고 보관하는 모든 단계가 공부이자 저술 활동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모아야 할 자료의 양에는 제한선이 없다. 그러다 보니 학자 저술가들은 자신만의 도서관을 홀로 만드는 무지막지한 작업을 하게 된다. 얼마나 많이 자료에 투자하고 관리했느냐에 따라 저술의 양과 질이 바뀌기 때문에 모으고 또 모으게 된다. (167면)

 

48. "건축 자체는 종합 학문이예요. 그래서 책을 쓰는 것도 종합적인 시각을 필요로 해요. 건축현상의 사회문화적 맥락은 물론 역사와 철학에 대한 지식을 가져야 합니다. 경제와 공학기술도 알아야 하고요. 그리고 예술적 심미안이 있어야 제대로 볼 수 있어요. 여기에 건축책은 글과 이미지를 함께 다룰 줄 알아야 쓸 수 있어요. 필자가 직접 이미지를 해결하지 못하면 글과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는 책을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임석재) (168면)

 

49. 임 교수의 자료철학은 '눈덩이론'이다. "자료는 눈덩어리 같아서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야 굴러가요. 물론 사놓고 평생 안 볼 책도 있어요. 그런데 그걸 버리면 나머지 자료들도 같이 죽어요. 경영효율로는 설명이 안 되는데 학문적으로는 그래요. 자료가 많아지면 생각이 넓어지는 효과도 있어요. 자료가 오히려 연구주제를 넓혀주기도 하는 거죠." (169면)

 

50. 특이한 점은 인용을 잘 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그(임석재)의 취향이기도 하다. 인용보다는 사전을 철저히 활용하는 편이다. (171면)

 

51. 그의 건축사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독특한 '사관'이다. 그는 건축사관을 '중층변증법'이라는 자기만의 개념으로 풀이한다. 음양이론처럼 서로 짝을 이루며 대비되는 갖가지 '쌍개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건축물을 분석하고 특성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쌍개념은 성-속, 도시성-농촌성, 남성성-여성성, 대륙성-해양성, 이상성-현실성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임 교수의 건축사책은 이런 중층층변증법으로 건축사를 재정립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건축사는 수백 가지의 쌍개념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 쌍개념들의 상호작용이 수백 겹씩 중층되는 결과로 이뤄진다는 것이 임 교수의 중층변증법이다. 특히 하나의 문명이 쇠락할 때는 쌍개념이 갈등하고 각각 독자적으로 작용하며 기존 개념을 새로 대체하기도 해 제3의 상태, 곧 정-반을 거쳐 '합'으로 나아간다고 설명한다. (172, 173면)

 

52. 글쟁이로 모드를 바꾸면서 그(노성두)가 전범으로 삼은 '글 스승'은 두 명이다. 첫 번째는 고은 시인이었다. "땀 냄새가 나는 현장감이 일품"인 고은 시인의 시를 음미하며 곱씹었다. 또 다른 글쓰기 모델은 바둑 전문 기사 박치문 씨였다. "흰 돌 검은 돌 두 개만 가지고 우주처럼 써대는 수사"에 감탄해 글쓰기 방식을 들여다봤다. (180면)

 

53. 정 교수(정재승)는 가장 즐기는 책 읽기와 영화 보기가 실제로는 자기 연구와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뇌를 연구하는 학자는 학제간 공동연구가 필수적인데 다른 분야 연구자들과 두루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가 된다는 것이다. "미래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은 결국 한 우물만 파는 게 아니라 우물을 두세 곳 파고, 그 우물 사이에 지류를 내는 사람일 겁니다. 그런 사람이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책 읽기라고 생각합니다." (192면)

 

54. "... 상대성원리를 설명하는데 교향곡 이야기에서 설명할 수 있다는, 이렇게 연관 없어 보이는 것들이 실은 잘 묶인다는 것을 알았을 때 느끼는 기쁨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거죠." (194면)

 

55. 새벽 1시 전에는 퇴근하는 법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하루를 쪼개 쓰면서 연구와 글쓰기를 병행한다. 그(정재승)는 이를 "즐거운 사명감"이라고 부른다. (194면)

 

56. 그러나 글쟁이로서 조씨(조용헌)의 '실탄'은 역시 대학에서 배운 이론보다는 찾아다니고 취재하고 만나서 보고 들은 것들이다. (201면)

 

57. "얼마나 쓰셨는데요?" "집 한 채 값은 되죠." ... "대신 이야기를 얻으셨네요. 그래도 재미있었겠어요." (202면)

 

58. 학야논재기중 '공부를 하면 녹이 그 안에 있다' (204면)

 

59. 팩트는 이야기가 될 때 팔린다. 이게 바로 기자는 돈을 못 벌고 작가는 돈을 버는 이유다. 미국 사람들이 하는 말 그대로 "Facts tell, stories sell"이다. 팩트라는 구슬을 꿰는 것, 그걸 잘하는 게 저술가다. (207면)

 

60. "이야기꾼은 삐딱혀야 혀. 평범한 사람들 만나면 상상력이 줄어요. 문필업은 반항적 기질이 있어야 해요." (208면)

 

61. "... 문화현상이라는 것은 굉장히 다양한데, 주변 요소들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거죠. 백과사전 작업을 하면서 사물을 여러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 더 절실해졌어요." (허균) (214면)

 

62. 특히 가장 책을 많이 쓸 법한 인문학 교수 글쟁이는 더욱 적었다. ... 책을 별로 읽지 않아서가 아니다. 당신이 읽을 만한 책을 지식인들이 쓰지 않기 때문이다. (221면)

 

63. ... 인문학 전체의 위기가 아니라 인문학 교수들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지금 위기가 아니라 기회를 맞고 있다. 인문학적 상상력의 가치와 중요성이 지금처럼 높이 평가받고 요구되는 때는 없었다. (222면)

 

64.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전공에서 연구성과를 꾸준히 내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기가 연구하는 학문세계와 대중을 이어주는 책을 쓰는 것이다. 한 가지가 더 있다면 다른 문화권의 중요한 지식을 번역해 소개하는 일이다. (224면)

 

65. 스승 라종일 교수가 다른 학자에게 들었다며 자신(주경철)에게 들려 준 "가장 좋은 공부는 바로 서평"이라는 말로 그 이유를 설명한다. "서평을 쓰려면 책을 비판적으로 읽고 생각해야 해요. 읽고, 생각하고, 써보게 되는 가장 기본적인 공부인 거죠." (229면)

 

66. "책을 일종의 부산물이죠. 교수의 임무인 연구와 교육은 따로 놀아서는 안 됩니다. 연구에서 나온 것을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고 피드백을 얻고, 또 오히려 학생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 거죠." (229면)

 

67. 그(표정훈)가 다른 책벌레들과 조금 다른 점은 단순히 지식을 게걸스럽게 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정리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온 데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독후감을 쓰고 책을 분류하는 것을 습관처럼 이어온 것이다. (233, 2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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