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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 부키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 선진국들은 자신들이 경제 발전을 도모하던 시기에는 보호 관세와 정부 보조금을 통해 산업을 발전시켜 놓고 정작 지금에 와서는 후진국들에게 자유 무역을 채택하고, 보조금을 철폐하라고 강요한다. 과거 자신들은 여성, 빈민, 저학력자, 유색 인종에 대해서는 투표권조차 주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후진국들에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면 경제 발전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자신들은 다른 나라의 특허권과 상표권을 밥 먹듯이 침해했으면서도 이제는 후진국들에게 지적 재산권을 선진국 수준으로 보호하라고 압력을 넣는다. (8면)
2.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자유 경제 정책의 산실로 여겨지는 영국과 미국에 대한 분석이다. 리스트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들의 경제적 번영의 원동력이었던 유치산업 보호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 최초의 나라는 영국이었다. (23면)
3. 사다리를 타고 정상에 오른 사람이 그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것은 다른 이들이 그 뒤를 이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수단을 빼앗아 버리는 행위로, 매우 잘 알려진 교활한 방법이다. 바로 이 방법에 스미스의 코스모폴리티컬 독트린과 동시대 위대한 정치가 피트의 코스모폴리티컬 경향, 그리고 이후 피트의 정치적 후계자들의 비밀이 담겨 있다. 보호 관세와 항해규제를 통해 다른 국가들이 감히 경쟁에 나설 수 없을 정도로 산업과 운송업을 발전시킨 국가의 입장에서는 정작 자신이 딛고 올라온 사다리(정책, 제도)는 치워 버리고 다른 국가들에게는 자유 무역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잘못된 길을 걸어왔고 뒤늦게 자유 무역의 가치를 깨달았다고 참회하는 어조로 선언하는 것보다 더 현명한 일은 없을 것이다. (리스트) (24, 25면)
4. 그러나 불행히도 최근 20여 년 동안은 역사적 접근법과 가장 연관이 깊은 경제학의 두 분야인 개발경제학과 경제사학 분야에서마저도 역사적 접근법과 같은 귀납적 사고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주류 학파인 신고전주의적 접근법이 대세를 이루어 왔다. 따라서 현재 경제 개발 정책에 대한 논의는 눈에 띄게 몰역사적이 되었다. (28면)
5.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행히도 최근 수십 년 동안 소수의 주목할 만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제 개발에 대한 역사적 접근법을 택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책의 목적 중의 하나가 근래에 많이 논의되고 있는 ‘바람직한’ 정책과 ‘바람직한’ 관리 제도에 대한 연구를 비평하는 데 역사적 접근법을 적용함으로써 그 유용성을 재확인하고자 하는 데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29면)
6. 영국이 자유 무역 체제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은 선진화된 기술력을 지녔기 때문이며, 이런 기술력 뒤에는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된 높은 관세 장벽’이 있었다는 사실은 주목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다. (55면)
7. 미국이 19세기 초기부터 1920년대 사이 대부분의 기간 동안 가장 강력한 보호주의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동안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룬 국가임을 베어록은 지적하고 있다. (65면)
8. 19세기의 미국은 보호주의 정책의 철옹성일 뿐만 아니라 보호주의의 사상적 고향이었다. (67면)
9. 당시 상황 중에서 특히 흥미로운 사실은 ‘따라잡기 기간’ 동안의 미국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이 영국 고전주의학파가 주장한 자유 무역 이론이 미국의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68면)
10. 일단 한 국가가 다른 국가보다 앞서 나가게 되면, 자국의 정치적, 경제적 역량을 다른 국가들과의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 사용하고자 하는 충동이 자연스레 생기게 된다. 영국의 정책, 특히 18세기와 19세기의 정책이 이에 해당하는 좋은 사례이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점은 18세기와 19세기의 영국 정책이 현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과의 관계에서 사용하는 정책과 많은 부분에서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101면)
11. 영국은 (다른 현 선진국들과 함께) 공식적인 식민지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당시의 개발도상국들이 제조업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도 저지하려 하였는데, 이때 주로 사용된 방법은 19세기의 소위 ‘불평등 조약’을 통해 자유 무역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이런 조약들은 대체로 (일반적으로 5퍼센트의 균등 세율이 부과되는) 관세 상한선의 설정이나 관세 자주권의 박탈을 수반하였다. 그와 관련 매우 우려스러운 것은 이처럼 (반드시 5퍼센트 이하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낮고 균일한 관세율을 유지하라는 것이 바로 근래 자유 무역을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이 개발도상국들에게 권고하는 내용이라는 점이다. 리틀Little을 비롯한 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진 대표적 연구에 따르면 최빈국에게 적절한 보호 관세율은 최고 20퍼센트 정도이며, 그보다 발전된 개발도상국들에게는 거의 0퍼센트가 적절하다고 한다. (104, 105면)
12. 그러나 사회복지 제도들은 단순한 사회적 안전망 이상의 것이다. 신중하게 계획되고 시행된다면, 사회복지 제도를 통해 효율성과 생산성의 성장을 높일 수 있다. ... (189면)
13. 사실 독일은 사회복지 분야의 개척자적 국가이다. 비록 실업보험제도는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도입(1905년)되었지만, 독일은 산업재해보험 제도(1871년)와 의료보험 제도(1883년), 국민연금 제도(1889년)를 최초로 도입한 국가였다. (19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