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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 이 공약을 내건 아옌데는 대통령에 당선되었는데, 이 문제에 가장 곤란함을 느꼈던 것이 스위스의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였다는 점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다. 커피와 우유를 주품목으로 하는 네슬레에게 칠레 정부가 분유를 무상으로 공급한다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칠레에서의 성공사례가 다른 중남미 국가들로 번져갈 경우에는 더욱 큰 골칫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12면)
2. 하지만 잘 사는 서구 사람들에게 그런 끔찍한 장면은 별로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아.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소말리아인들의 참상은 우리에게 그냥 평범한 일이 되고 말았어. (27면)
3. 유엔식량농업기구(FAO)라는 조직이 있는데, 이 조직은 1999년 한 해 동안 3,000만 명 이상이 ‘심각한 기아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어. 여기에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사람들의 숫자까지 합치면 기아 인구는 8억 2,800만 명 정도가 된다는 얘기야. (31면)
4. 현재로서는 문제의 핵심은 사회구조에 있단다. 식량 자체는 풍부하게 있는데도,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그것을 확보할 경제적 수단이 없어. 그런 식으로 식량이 불공평하게 분배되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매년 수백만명의 인구가 굶어죽고 있는 거야. (37면)
5. 물론이지. 식량이 제대로 분배된다면 모든 사람이 충분히 먹고도 남게 될거야. 서구의 부자 나라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신화가 있어. 그것은 바로 자연도태설이지. 이것은 정말 가혹한 신화가 아닐 수 없어. 이성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류의 6분의 1이 기아에 희생당하는 것을 너무도 안타까워해. 하지만 일부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불행에 장점도 있다고 믿고 있단다. (38면)
6. 18세기 말 영국국교회 성직자였던 토머스 맬서스라는 사람이었어. 맬서스는 1798년 인구 법칙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어. 이 논문에서 맬서스는 세계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여 25년마다 두 배가 되지만, 식량의 증가는 산술서열을 따르므로, 가난한 가정은 자발적으로 산아제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보조나 지원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했어. 맬서스는 질병과 배고픔은 가장 아픈 일이기는 해도 이 사회에 필수적인 기능을 한다고 주장했단다. 지구상의 인구를 줄여주는 자연적인 수단이라는 얘기였지. (41, 42면)
7. 그래, FAO는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로 구분하고 있어. 대략 설명하자면 ‘경제적 기아’는 돌발적이고 급격한 일과성의 경제적 위기로 발생하는 기아를 말한단다. ... 그리고 ‘구조적 기아’는 장기간에 걸쳐 식량공급이 지체되는 경우를 말하지. 그 나라의 경제발전이 더딘 데 따른 생산력 저조, 급수설비나 도로 같은 인프라의 미정비, 혹은 주민 다수의 극도의 빈곤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단다. 이런 경우에 사람들은 비타민 결핍이나 단백질 부족에 따른 소아 영양실조 등의 다양한 질병을 앓으며 서서히 죽어가게 되지. (48, 49면)
8. 세계 곳곳에서 수백만의 빈민들이 부자들의 쓰레기로 연명하고 있지. 이런 상황을 알려주는 책들도 많이 나와 있어. (62면)
9. 1분에 250명의 아기가 이 지구상에 새로이 태어나는데, 그 중 197명이 이른바 제3세대라 불리는 122개 나라에서 태어난단다. 그리고 그들 중 많은 수가 곧 이런 ‘이름도 없는 작은 이들의 묘’에 묻히는 운명을 맞는 거야. (65면)
10. “이유는 간단해요. 여기보다는 소말리아나 수단 남부의 상태가 더 열악하거든요. 세계식량계획은 자금이 부족하고요. 그래서 로마의 지도부는 두 나라를 돕는 데 집중하기로 결정했어요.” 이런 조치는 카프카스 남부의 난민시설과 실향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지. (70면)
11. 미국 시카고의 미시간 호숫가에는 위압적인 건물이 솟아 있어. 바로 시카고 곡물거래소야. 세계의 주요 농산물이 거래되는 곳이지. 이곳에서는 몇몇 금융자본가들이 좌지우지하고 있어. 사실 거래는 몇 안 되는 거물급 곡물상의 손에서 결정돼. 그들은 몇 사람 안 되지만 엄청난 권력을 행사하고 있지. 앙드레 S.A (스위스), 컨티넨텔 그레인(미국), 카길 인터내셔널(미국), 루이 드레퓌스(프랑스) 등이야. 그들의 상업함대가 세계의 바다를 누비며 전세계 곡물의 매매가를 결정하고 있단다. 토마스 상카라는 그들 곡물 메이저를 ‘화이트칼라 강도들’이라고 부르기도 했지. (74면)
12. 그(조슈에 데 카스트로)의 설명은 무척 흥미로워. 사람들이 기아의 실태를 아는 것을 대단히 부끄럽게 여긴다는 거야. 그래서 그 지식 위에 침묵의 외투를 걸친다는 거야. (82면)
13. 결국 유엔의 이런 식량지원이 대량학살(제노사이드)를 주도한 후투족 체제파가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한 셈이 되었던 거야. 그 결과 구호품도 이들이 관리했으므로 이들은 피난민들을 수하에 둘 수 있었어. (91면)
14. 1995년부터 현재까지 북한에서는 200만 명 이상이 굶어죽었어. 대부분이 아이들이었고, 그 외에도 수백만 명이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허덕이고 있지. (92면)
15. 더 심한 경우도 있단다. 바로 굶주림을 국가 테러의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지. 북한 이야기를 다시 해보자구나. (103면)
16. 그들을 도울 능력이 없음을 절감한 유엔은 그들을 ‘환경난민’이라고 부르게 되었어. 그런데 문제는 정치난민과 달라서, 그들은 국제사회가 정한 ‘난민조약’(1951년)에 규정된 난민으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거야. (117면)
17. 당시 부르키나파소에는 공무원 수가 3만 8,000명에 달했어. 턱없이 많은 인원이었지. 더구나 대개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었어. 그들은 종래의 지연, 혈연 등으로 똘똘 뭉쳐 있었지. (144면)
18. 무엇보다도 인간을 인간으로서 대하지 못하게 된 살인적인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뒤엎어야 해. 인간의 얼굴을 버린 채 사회윤리를 벗어난 시장원리주의 경제(신자유주의), 폭력적인 금융자본 등이 세계를 불평등하고 비참하게 만들고 있어. 그래서 결국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나라를 바로세우고, 자립적인 경제를 가꾸려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거야. (153면)
19. 1996년 1월 당시 독일 연방은행 총재 한스 티트마이어는 비판적인 어조로 “대부분의 정치가들은 그들이 얼마나 금융시장의 통제를 받고 있고, 또 얼마나 그것에 지배당하고 있는지를 여전히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고위관리들을 꾸짖었다. (158면)
20. 다국적성과 독점성에 대한 충동은 처음부터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에 존재했다. 하지만 그 충동은 양극구도(냉전체제)가 무너진 뒤에야 비로소 전성기를 맞을 수 있었다. 거기에 내재하는 논리에 따라 자본은 단기간에 지구를 정복했다. (159면)
21. 금융자본은 결코 가치를 창조하지 않는다. (160면)
22. 1919년에 막스 베버는 “부란 일하는 사람들이 산출한 가치가 이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말은 오늘날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오늘날 부, 즉 경제력은 다혈질적인 투기꾼들이 벌이는 카지노 게임의 산물이다. (161면)
23. 오늘날 개인들은 국가보다 더 부유하다. 세계 15대 부호들의 총자산은 남아프리카를 제외한 사하라 이남의 모든 아프리카 나라들의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선다. (162면)
24. 브레히트는 “분노하는 것은 고통이다”고 했다. 제네바의 은행가들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를 필요로 한다. 이 이데올로기가 바로 신자유주의(시장원리주의)라는 것이다. 이 이데올로기는 특히 위험하다. ... (163면)
25. 이 모든 조치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세계 여론이 동원되어야 하며, 현재의 경제 지배자들의 각성과 연대의식이 있어야 한다. (168면)
26. 그러나 인도적인 도움은 절대적인 중립, 보편성, 독립성을 요구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고통받는 인간의 필요를 겨냥한 것이어야지, 결코 한 국가의 필요에 따른 것이어서는 안 된다. (180면)
27.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일찍이 “선거용지가 고픈 배를 불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식량권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인권으로서, (망명자의 피보호권처럼) 새로운 국제 법규로서 시급히 도입되어야 한다. (18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