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를 위한 투쟁 범우문고 178
루돌프 V.예링 지음, 심윤종 옮김 / 범우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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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만 두 가지만은 독자에게 부탁하고 싶다. 첫째는 내가 ‘권리를 위한 투쟁’을 모든 종류의 분쟁에 있어서 한결같이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에 대한 공격이 동시에 인격의 경시를 포함하는 때에 한해서만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견해를 곡해함으로써 마치 하찮은 말싸움이나 분쟁, 소송이나 투쟁욕을 변호하는 사람처럼 나를 평가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양보와 화해, 관대와 인간애, 권리행사의 조정과 포기 등도 내 이론에서 정당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내 이론이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점은 다만 비겁과 태만에서 오는 불법에 대한 가치없는 인종에 있다. (18면)




2. 내가 하고 싶은 두 번째 부탁은 나의 이론에 대해 진심으로 정확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은 내 이론이 전개하고 있는 실천적 태도의 적극적인 방식에 대해 자기 쪽에서도 이와는 다른 또 하나의 적극적인 방식을 대치시키는 시도를 해 보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는 곧 어떠한 결과에 도달하게 될지를 알게 될 것이다. (18면)




3. 법의 목적은 평화며 그것을 위한 수단은 투쟁이다. 그런데 법이 불법에 의해서 공격을 받는 한 이와 같은 현상은 세상이 존속하는 동안 계속되겠지만 법은 투쟁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법의 생명이 바로 투쟁, 즉 민족과 국가권력, 계급과 개인의 투쟁에 있기 때문이다. (21면)




4. 법은 단순한 사상이 아니라 생동하는 힘이다. 그러므로 정의의 여신은 한 손에는 권리의 무게를 달 수 있는 저울판과 다른 손에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검을 쥐고 있는 것이다. 절제를 모르는 검은 하나의 폭력이며 반대로 검을 갖지 못한 절제는 법의 무력을 뜻한다. 즉 이 두 가지는 한 쌍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므로 완전한 법의 실현이란 검을 찬 정의의 여신이 검을 사용하는 힘의 저울판을 잘 조정하는 숙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21, 22면)




5. 법은 자기의 존재를 투쟁과정 속에서 획득하거나 주장해야 한다. (25면)




6. 나는 로마법적 학풍의 이론을 주동적인 그 이론의 두 대표자의 이름을 따서 간단하게 ‘법의 설립에 관한 사비니와 푸흐타 이론’이라 표시하고자 한다. 이들 두 대표자의 이론에 의하면 법의 형성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아무런 고통도 없이 마치 언어의 형성에서와 같이 소리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며, 그것은 아무런 노력도 아무런 투쟁도 필요로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탐구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무리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천천히, 그러나 확실해지는 스스로의 진리의 힘이며, 인간의 심정이 자연스럽게 계발되어 행위로써 표현되는 확신의 힘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새로운 법규도 언어의 규칙처럼 손쉽게 생겨난다. ... 이것이 내가 그 당시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수년 동안 계속해서 영향받았던 법의 성립에 관한 내 생각이었다. (26, 27면)




7. 즉 법규나 제도 자체에 의문을 던진다는 것은 이러한 이해관계에 대해 선전포고를 하는 것이며 수천 개의 발로 밀착되어 있는 해파리를 떼어내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이러한 종류의 모든 시도는 자기보존을 위한 자연적인 충동으로써 이익을 침해당하는 자들의 강한 반항을 받게 되어 결과적으로 투쟁을 야기시킨다. 그런데 여기서는 모든 종류의 싸움이 그런 것처럼 투쟁의 원인보다는 상호대립하는 여러 힘의 세력관계가 승패를 결정하는 것이다. (29면)




8. 법의 역사가 보여 주는 모든 위대한 업적, 즉 노예와 농노제도의 폐지, 토지소유권과 상업 및 신앙의 자유 등은 격렬한, 때로는 수세기 동안 계속된 투쟁을 통해서만 비로소 획득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유혈의 참사가, 또한 도처에서 유린된 권리가 법이 걸어온 발자취를 보여주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왜냐하면 “법은 자기 자식을 잡어먹는 사탄이기 때문이다. 즉 법은 스스로의 과거를 청산함으로써만 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30, 31면)




9. 형성된 모든 것은 그것이 파괴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31면)




10. 이와 같이 법은 법의 역사적 항쟁 속에서 탐구와 투쟁의 모습을, 간단히 말해서 고된 노력의 모습을 우리들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낸다. (31면)




11. ... 자신의 과거를, 즉 지배의 속성을 극복한다는 것은 최대의 적을 이기는 것이다. 그런데 목적개념으로서의 법은 인간의 여러 목적과 노력, 관심의 혼란한 상황에 휩쓸릴지라도 정당한 길을 발견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색하고 탐구해야 한다. 그래서 일단 옳은 길을 찾았을 때에는 자기의 길을 스스로 막는 적대감을 버릴 줄 아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32면)




12. 그러므로 우리는 이와 같은 의미에서 법의 발전과정을 언어나 예술의 발전과정과 유사한 차원에서 설명하는 사비니의 주장이 순식간에 일반적으로 승인되는 것을 강력히 배격해야 한다. ... 여기에 사비니의 모든 제자들이 입법에 대한 간섭을 혐오하는 이유가 있고, 또한 푸흐타의 관습법 이론에서 관습의 참된 의의가 오해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관습은 푸흐타에 의하면 법적 신념의 단순한 인식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 이것으로써 그는 다만 그 시대 유행의 조류에 보조를 맞추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32, 33면)




13. 그러나 오늘날에는 경건했다고 생각되는 이 시대가 정반대로 조잡, 잔인, 냉혹, 교활이라는 특징으로 지배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대가 그 후 어느 시대보다는 손쉽게 법을 획득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은 실로 믿기 어렵다. (34, 35면)




14. 신은 그가 사랑하는 민족에게 그 민족이 필요로 하는 것을 내려주지도 않고 그 민족이 목적을 위해 바치는 노력을 감해주지도 않았다. 오히려 신은 이것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을 주저치 않았다. 즉 탄생을 위해 법이 요구하는 투쟁은 저주가 아니고 축복이라고 말이다. (36면)




15. 나는 지금부터 주관적인 또는 구체적인 법을 위한 투쟁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투쟁은 주관적인 법이나 구체적인 법이 침해당하거나 유보될 때 일어나는 것이다. ... 이 투쟁은 아래로는 사법이라는 낮은 차원에서부터 위로는 국법이나 국제법이라는 고차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되풀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37면)




16. 내면의 소리는 그에게 속삭인다. “너는 뒤로 물러서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치없는 투쟁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인격과 명예, 법감정이며 자기존중이기 때문이다”고. 요약하면 그 소송은 그에게는 단순한 이해의 문제로부터 인격문제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인격의 주장이냐 포기냐가 문제시된다. (44, 45면)




17. 그와 같은 저항은 권리자의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다. 그 저항은 도덕적인 자기보존의 명령이며 사회에 대한 의무다. 왜냐하면 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저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46면)




18. 자기존재의 주장은 살아있는 모든 피조물의 최고법칙이다. 모든 생물은 자기보존의 본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한 육체적 생존뿐만 아니라 동시에 정신적 생존인 것이며, 정신적인 생존조건 중의 하나가 바로 권리의 주장이다. 권리 속에서 인간은 그의 정신적인 생존조건을 보유하고 방어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권리가 없다면 인간의 존엄성은 동물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47면)




19. 왜냐하면 이 문제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볼 때 결코 이해관계의 문제가 아니고 상처받은 법감정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관계에서 당사자를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당사자가 믿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악의의 추측이다. 만약 이 추측을 배제시킬 수 있다면 당사자는 저항력을 약화시키고 이해의 관점에서 사건을 관찰하게 되어 화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당사자가 선입견 때문에 이러한 모든 화해 시도에 대해 매우 완강히 저항한다는 것은 실제문제에 관여하는 법률가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51면)




20. 요약하면 국가나 개인으로부터 발생하는 법감정의 반응은 그들의 특수한 생존조건이 직접 위협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곳에서 가장 강렬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63면)




21. 이 이상주의는 법감정의 건전성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하여 인간을 오로지 이기주의와 이해타산의 낮은 영역으로 인도하는 권리는 다시 이상의 높은 영역으로 승화된다. (73면)




22. 권리란 인격의 정신적 존재조건이며, 권리주장이란 인격 자체의 정신적인 자기보존이다. 법감정이 자기에게 가해진 침해에 대해 반응하는 격렬성이나 지속성은 그 법감정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시금석이다. (75면)




23. 법감정의 병리학 ... (76면)




24. 지금까지의 내 논술을 나는 다음과 같은 동일한 원칙으로 끝내고자 한다. 즉 침해받은 권리에 대한 주장은 인격의 자기보존을 위한 행위이며 바로 그 때문에 그것은 권리자의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라고. (80면)




25. 나는 지금까지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원칙 중 첫째 원칙, 즉 권리를 위한 투쟁은 권리자의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라는 것을 논술했다. 다음에는 두 번째 원칙, 즉 권리 주장은 사회공동체에 대한 의무라는 원칙을 논술해 보고자 한다. (81면)




26. 구체적 권리는 법으로부터 생명과 힘을 받을 뿐만이 아니라, 추상적 법률에게 동일한 것을 되돌려 준다. (82면)




27. 독일어가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는 소위 사법살인(Justiz Mord)은 법이 받아야 할 최대의 죄악이다. 법규 수호자와 파수꾼이 그 법규 살인자로 변하는 것이다. (102면)




28. 법감정은 국가를 하나의 나무라 가정할 때 나무 전체를 받드는 뿌리다. (112면)




29. 그러나 전제정치는 나무를 넘어뜨리기 위해서는 어디서부터 작업을 시작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 즉 우선 잎사귀에는 손을 대지 않고 먼저 뿌리를 파괴시킨다. (113면)




30. 아무리 건전한 법감정이라 할지라도 오랜 기간 동안 악법을 이겨 낼 수는 없어서, 그것은 둔감해지고 위축된다. 왜냐하면 이미 수 차례에 걸쳐 언급한 바와 같이 법의 본질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공기와 불꽃과의 관계는 행위의 자유와 법감정과의 관계와 같다. 즉 법감정에 대해 행위의 자유를 금한다든지 또는 방해한다는 것은 그것의 목을 조른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116, 1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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