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평점 :
1. 우리의 의식을 지배했던 것이 근대화와 서구 문화였습니다.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만 우리 것에 대한 최소한의 자부심마저 허락하지 않는 불행한 문화였습니다. (16면)
2. 존재론에서 관계론으로(From Substance-centered Paradigm to Relation-centered One) (23면)
3. 유럽 근대사의 구성 원리가 근본에 있어서 ‘존재론’임에 비하여 동양의 사회 구성 원리는 ‘관계론’이라는 것이 요지입니다. (23면)
4. 차이에 주목하는 것을 부분을 확대하는 것 (27면)
5. ... 동양 사상을 특수한 것, 전근대적인 것, 그리고 때로는 저급한 것으로 규정하는 뿌리 깊은 오리엔탈리즘에 갇히게 되는 것이지요. (28면)
6. 엄격한 의미에서 대등한 비교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교나 차이는 원천적으로 비대칭적입니다. (28면)
7. 궁극적으로 차이보다는 관계에 주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요, 수많은 관계 그리고 수많은 시공으로 열려 있는 관계가 바로 관계망입니다. (29면)
8. 오늘날은 오히려 그 반대라 할 수 있습니다. 종교의 과학에 대한 억압이 문제가 아니라 과학의 급속한 발전이 오히려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과학의 압도적 우위로 말미암아 진리와 선이라는 서양 문명의 기본 구조가 와해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31면)
9. 막스 베버가 자본주의 정신이라고 하는 프로테스탄트의 금욕주의는 한마디로 적게 소비하고 많이 저축하여 자본 축적을 이루어냈으며 나아가 자본주의라는 최선의 사회 제도를 가능하게 했다는 논리입니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금욕주의가 바로 신의 소명이라는 논리입니다. ... 베버는 엄밀한 의미에서 기독교 윤리를 개진한 것이기보다는 자본 논리를 합리화하는 맥락에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동양 사상에 대해 저급한 이해의 층위를 드러냈을 뿐이지요. 다만 그처럼 예찬한 자본 축적 과정이 근대사의 전개 과정에서 과연 어떠한 비극으로 점철되고 있는가에 대하여 베버는 최소한의 전망도 가지지 못했다는 사실만은 지적되어야 할 것입니다. 동양 사상이 비종교적이며 현실주의적이라는 점은 베버가 옳게 지적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주의를 현세적 향락과 체면의 문화로 규정하고 있는 논리적 무리인 것이죠. (35면)
10. 진리가 서양에서는 형이상학적 차원의 신학적 문제임에 반하여 동양의 도는 글자 그대로 ‘길’입니다. 우리 삶의 한복판에 있는 것입니다. 도재이, 즉 도는 가까운 우리의 일상 속에 있는 것입니다. (37면)
11. 논어에 ‘덕불고 필유린’이란 글귀가 있습니다.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뜻입니다. (41면)
12. 그래서 동양적 가치는 어떤 추상적인 가치나 초월적 존재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 구하는 그런 구조입니다. 동양 사상의 핵심적 개념이라 할 수 있는 ‘인’이 바로 그러한 내용입니다. (41면)
13. 인은 기본적으로 인+인 즉 이인의 의미입니다. 즉 인간관계입니다. 인간을 인간, 즉 인과 인의 관계로 이해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혹시 여러분 중에 ‘간’에다 초점을 두는 ‘사이존재’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지 않으리라고 생각됩니다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존재에 중심을 두는 개념입니다. 동양적 구성 원리로서의 관계론에서는 ‘관계가 존재’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사이존재’와 ‘관계’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41면)
14. 인본주의적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하여 그것의 독선과 허구성을 지적하는 반체제 이데올로기가 바로 도가입니다. 유가와 도가는 이로써 서로 견제하고, 이로써 중용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지요. ... 사상이란 다른 사상과의 모순 관계에 있을 때 비로소 사상으로서의 체계가 완성된다는 원칙론의 확인이기도 합니다. (44면)
15. 광고카피는 허구입니다. 진정성을 결여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사이버 세계 역시 허상입니다. 가상공간입니다. 이처럼 여러분의 감수성을 사로잡고 있는 오늘날의 문화는 본질에 있어서 허구입니다. (53면)
16. 상품미학, 가상 세계, 교환가치 등 현대 사회가 우리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한마디로 허위의식입니다. (64면)
17.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65면)
18. 이상과 현실의 모순과 갈등은 어쩌면 인생의 영원한 주제인지도 모릅니다. (82면)
19. 나는 인간에게 두려운 것, 즉 경외의 대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89면)
20. 여담이었습니다만 자기의 능력을 키우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동양학에서는 그것보다는 먼저 자기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체의 능력은 개체 그 속에 있지 않고 개체가 발 디고 있는 처지와의 관계 속에서 생성된다고 하는 생각이 바로 ‘주역’의 사상입니다. 어떤 사물이나 어떤 사람의 길흉화복이 그 사물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주역’ 사상입니다. 이렇나 사상이 득위와 실위의 개념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것이 곧 서구의 존재론과는 다른 동양학의 관계론입니다. (102면)
21. 주역에서는 이 ‘가운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일 위에 있거나 제일 앞에 있는 것을 선호하는 경쟁 사회의 원리와는 사뭇 다릅니다. (102면)
22. 개별적 존재의 의미는 오히려 부차적일 정도로 매우 왜소합니다. 개별적 존재의 의미와 역할은 그것이 맺고 있는 관계망 속에서 상대적으로 규정되고 사후에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106면)
23. 사상이란 어느 천재의 창작인 경우는 없습니다. 어느 천재 사상가가 집대성하는 이유는있을지 모르지만 사상이란 장구한 역사적 과정의 산물입니다. ‘주역’은 글자 그대로 주나라 역사 경험의 총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7면)
24. 주역 사상을 계사전에서는 단 세 마디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역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가 그것입니다. “역이란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진리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30면)
25. 논의가 불필요하게 확대되는 감이 없지 않습니다만 우리의 삶이란 기본적으로 우리가 조직한 ‘관계망’에 지나지 않습니다. 선택된 여러 부분이 자기를 중심으로 하여 조직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과학 이론도 다르지 않습니다. 객관세계의 극히 일부분을 선별적으로 추출하여 구성한 세계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삶은 천지인을 망라한다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기 중심의 주관적 공간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은 매트릭스의 세계에 갇혀 있는 것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131면)
26. ‘주역’ 독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절제와 겸손이란 것이 곧 관계론의 대단히 높은 차원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러 가지 사정을 배려하는 겸손함 그것이 바로 관계론의 최고 형태라는 것이지요. (132면)
27. 어쨌든 ‘학이시습지’의 ‘습’은 실천의 의미로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시’의 의미도 ‘때때로’가 아니라 여러 조건이 성숙한 ‘적절한 시기’의 의미로 읽어야 합니다. 그 실천의 시점이 적절한 때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는 often이 아니라 timely의 의미입니다. (144, 145면)
28. 君子不器 ... 이 구절은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를 논하면서 바로 이 ‘논어’ 구를 부정적으로 읽음으로써 널리 알려진 구절입니다. 베버의 경우 기器는 한마디로 전문성입니다. 베버가 강조하는 직업윤리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 전문성에 대한 거부가 동양 사회의 비합리성으로 통한다는 것이 베버의 논리입니다. (150, 151면)
29. 어떤 대상에 대한 인식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과의 차이에 대한 인식입니다. 정체성 역시 결과적으로는 타자와의 차이를 부각함으로써 비로소 드러나는 것입니다. (161면)
30. 따라서 ‘군자화이부동’의 의미는 군자는 자기와 타자의 차이를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타자를 지배하거나 자기와 동일한 것으로 흡수하려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어야 합니다. 반대로 ‘소인동이불화’의 의미는 소인은 타인을 용납하지 않으며 지배하고 흡수하여 동화한다는 의미로 읽어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163면)
31. “극좌와 극우는 통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 나는 극좌와 극우가 다 같이 同의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64면)
32. 배려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 자기가 맺고 있는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168면)
33.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사람이 ‘팔기 위해서’ 진력하고 있는 사회입니다. 모든 것을 파는 사회이며 팔리지 않는 것은 가차없이 폐기되고 오로지 팔리는 것에만 몰두하는 사회입니다. 상품 가치와 자본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입니다. 이러한 체제에서 추구하는 지식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는 한 점의 인연도 없습니다. (175면)
34. ‘학이불사즉망’의 의미는 현실적 조건이 사상된 보편주의적 이론은 현실에 어둡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사이불학즉태’는 특수한 경험적 지식을 보편화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뜻이 됩니다. 학교 연구실에서 학문에만 몰두하는 교수가 현실에 어두운 것이 사실입니다. 반대로 자기 경험을 유일한 잣대로 삼거나 보편적인 것으로 전제하고 일을 처리하면 위험한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자신의 경험에서 이론을 이끌어내는 사람들, 즉 대부분의 현장 활동가들은 대단히 완고합니다. 자기 경험만을 고집합니다. (181면)
35.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지, 호, 낙의 차이입니다.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도 언급되어 있는 구절입니다. 지란 진리의 존재를 파악한 상태이고, 호가 그 진리를 아직 자기 것으로 삼지 못한 상태임에 비하여 낙은 그것을 완전히 터득하여 자기 것으로 삼아서 생활화하고 있는 경지로 풀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199, 200면)
36. 여민락은 백생들과 함께 즐긴다는 뜻입니다. 맹자의 민본사상이 표명되어 있는 장입니다. (216면)
37. 측은해하는 마음은 인의 싹이요, 부끄러워 하는 마음은 의의 싹이며, 사양하는 마음은 예의 싹이고, 시비를 가리는 마음은 지의 싹이다. 사람에게 이 네 가지 싹이 있음은 마치 사람에게 사지가 있는 것과 같다. (225면)
38. 맹자가 공자의 인을 사회화했다 ... (229면)
39. 지속성이 있어야 만남이 있고, 만남이 일회적이지 않고 지속적일 때 부끄러움이라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입니다. 지속적 관계가 전제될 때 비로소 서로 양보하게 되며 스스로 삼가게 되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남에게 모질게 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지속적인 인간관계가 없는 상태에서는 어떠한 사회적 가치도 세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242면)
40. 중국 사상은 지배담론인 유가 사상과 비판담론인 노장 사상이 두 개의 축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유가 사상은 서구 사상과 마찬가지로 進의 사상입니다. ... 그에 비하여 노자 사상의 핵심은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25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