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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 인류의 가장 소중한 유산
오트프리트 회페 지음, 박종대 옮김 / 이제이북스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1. 우리 시대는 세계화의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것이 국제법이든 국제 법질서 및 평화 질서에 관한 것이든, 세계적인 경제질서와 사회질서 혹은 서로 다른 문화와 종교들의 공동 생활에 관한 것이든 간에, 정의는 이런 수많은 과제들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정적인 규준입니다. (한국어판 서문)
2. 파스칼(1623-1662)은 정의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갈라진다고 풍자적으로 확언한다. 왜냐하면 라인 강의 이편과 저편에 서로 다른 정의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팡세, 294) (12면)
3. 문화와 시대를 포괄하는, 여러 문화들 사이에서 인정된 정의 때문에 전체 인류는 정의 공동체라 불린다. 인류에게 공통된 것은 “같은 경우는 똑같이 다루어야 한다”는 평등의 계명에서 시작한다. 이 계명은 자의적인 것을 금지하는 것과 같은 부정적인 형태에서, 그리고 불편부당의 계명과 같은 긍정적인 모습에서, 인격을 묻지 않고 분쟁을 조정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조형예술에서는, 기본적 정의의 상징인 유스티시아 여신을 눈을 가린 모습으로 묘사한다. (12, 13면)
4. 몰락하는 서구의 도덕을 가장 날카롭게 비판한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인 니체조차도 정의에 더할 수 없을 만큼의 찬사를 바쳤다. “개인적인 상처, 조롱, 중상이 엄습할 때조차 의롭고, 올바른 눈이 가진 고귀하고 명료하면서, 깊고 부드러운 통찰력이 있는 객관성이 흐려지지 않는다면, 정의는 하나의 완성품이며 지상 최고의 걸작이다.” (도덕의 계보, 둘째논문 열한째 단락) (15, 16면)
5. 플라톤은 감각적 욕구, 의지, 이성과 같은 영혼의 세 가지 기본 능력을 아주 분명하게 구별한다. 이 세 가지 능력에 다음의 세 가지 탁월함이나 덕을 상응한다. 욕구에는 절제가, 의지에는 용기가, 이성에는 통찰이나 지혜가 상응한다. 각각의 기본 능력은 자신의 고유한 과제를 수행하며, 영혼에 올바른 질서를 세우기 위해서는 정의라는 넷째 덕을 필요로 한다. 이때부터 정의는 사주덕Kardinaltugenden에 속하며, 이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움직인다. (27면)
6. 강한 욕구를 지니되 기껏해야 절제의 덕에만 소질이 있는 사람은 수공업자, 농부 또는 상인이 된다. 강한 의지와 용기를 가진 사람은 파수꾼이 된다. 그리고 이성에 탁월한 사람만이 철인왕이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한다. 여기서도 정의는 질서를 올바르게 부여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전체 질서를 올바르게 돌본다. (28면)
7. 한 개인이 자신 안에 이성이 지배함으로써 정의롭게 되듯이, 국가는 그 안에서 이성에 의해 지배되는 시민들이 지배할 때만 정의롭게 된다는 것이다. ... “가장 뛰어나고, 가장 의롭고 동시에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장 왕답게 생각하며, 자기 자신을 왕답게 지배하는 자이다.” (28, 29면)
8. 아리스토텔레스는 묘한 착상으로 소피스트들이 도입한 구분들을 군더더기 없이 정치적 정의 안에 끌어들이는데, 이 구분은 거의 오늘날까지 서구의 법 사상과 정의 사상에 각인되어 있다. 그 구분은 자연적인 것과 법적인 것의 구분으로서(니코마코스 5장), 후에 자연법과 실정법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실정법은 합의와 질서에 의존하는 반면, 자연법은 보편성(“이것은 어디서나 똑같은 효력을 지닌다”)과 비임의성(“이러이러한 의견에 의존하지 않는다”)에 의해 구분된다. (33, 34면)
9. ‘수사학’에 따르면,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가 행동하듯이 크레온 왕의 금지령에 맞서 오빠 폴리네이케스를 매장한 것은 자연적인 의미에서는 옳다. (34면)
10. 한편에서는 어떤 조건들에서 정의가 요구되느냐의 질문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요구에 대한 답변들 중 어느 것이 ‘정의’를 뜻하느냐는 질문이 있다. 앞의 질문에서는 기술하는(서술하는) 적용 조건들이, 뒤의 질문에서는 규제하며(규정적이며) 척도를 제시하는(규준적인) 결정적인 요소들이 추구된다. (35면)
11. 데이비드 흄(도덕원리탐구 3장 '정의에 대하여‘)과 마찬가지로 다른 자유주의 철학자들에게 있어서는 궁핍은 정의를 적용할 수 있는 조건에 속한다. .... 실제로 정의가 풀어야 할 수많은 과제들은 자연 자원의 부족으로 생겨난다. (36면)
12. 다른 한편으로 정의의 모든 과제들이 궁핍과 관련되는 것만은 아니다. 법 앞에서의 평등이 이에 해당하는 사법과 행정의 불편부당함도, 자유주의적 인권과 국민주권, 혹은 권력분리도 궁핍과는 관계가 없다. (37면)
13. 첫째 단계에서 규범적으로 주제가 되지 않은 목표나 목적들은 실용적인 둘째 단계에서는 자신의 행복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에 의해 판단된다. 여기서 ‘좋은’은 ‘어떤 사람을 위해 좋은’을 뜻한다. 개인에 해당된다면 개인 차원에서의 실용적인 평가가 이루어지며, 집단에 해당된다면 공리주의 윤리에 상응하는 사회적 실용성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 공리주의 윤리의 원리인 최대의 집단적 공동선을 최고의 평가 규준으로 간주하는 사람은, 어떤 것이 공동선을 촉진하면서도 정의롭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다. 공리주의는 공동선의 ‘분배’에 대해 무관심하다. (39면)
14. 루만은 ‘잃어버린 범형’이라는 강연(1988)에서 도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정의의 문제와 관련된 논변을 제시한다. 현대 사회는 상대적으로 자립적인 부분 체계들에서 성립하고, 경제, 학문, 법과 같은 각각의 부분 체계들은 늘 본래적이며 특정하게 기능하는 규범성을 따르므로, 특정한 기능을 지니지 않은 규범성, 즉 도덕은 힘을 잃는다는 것이다. 도덕은 사회를 부분적으로나 전체적으로 통합할 수 없으므로, 잃어버린 범형padadigm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55면)
15. 공동선을 극대화하는 공리주의 윤리학은 처음부터 정의의 문제와 관련하여 어려움을 안고 있었다. 그 이유는 이 윤리학이 전체 선에 이바지하는 한, 기본권과 인권 같은 정당한 요구까지도 침해하는 것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침해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55면)
16. 일반적으로 공리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공리주의가 공동선을 극대화시키는 사명감에 사로잡혀, 도대체 최대의 공동선이 해당자들에게 어떻게 '분배되어야‘ 하느냐의 문제는 잊어버린다고 말한다. 이런 문제에는 무관심한 채 공리주의 자체는 노예제 사회와 계급제 사회를 허용하는데, 이 제도들은 최고의 집단적 선을 가져오는 한에서만 허용된다. (57, 58면)
17. 여기에는 ‘도덕적인 자기 왜소화’가 놓여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아무리 커다란 공동선이라도 결코 침해해서는 안 되는, 개인에게는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권리들이 있다는 요구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58면)
18. 자연은 우리가 논리적 오류 추리, 이른바 존재와 당위의 오류(자연주의적 오류)를 범하는 값을 치르더라도, 그것에서부터 초실정(법)적인 규범들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존재이다. (65면)
19. 절차에서는 직접적인 내용이나 결과가 아니라, 상태, 과정, 형식들이 중시된다. 물론 이것들이 목적 자체는 아니다. 이것들은 내용과 결과에 이바지하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이바지함으로써 정당화되므로 ... (69면)
20. “법의 규정은 이렇다. 명예롭게 살며, 남을 해하지 말며, 각자에게 각자의 것을 주어라.” (75면)
21. 형평은 최고의 법이 최고의 불의로 변질되지 않게 하기 위해, 하찮은 세밀함과 지나친 엄밀성으로부터 법을 보호해 준다. (89면)
22. 형평은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과는 달리, 판단력을 요구한다. (90면)
23. 토마스 홉스(리바이어던, 특히 13-18장)과 존 로크(정부에 관한 두 개의 논문)로부터 장 자크 루소(사회계약론)와 칸트를 거쳐 다시 새롭게 부활하기까지 사회계약은 정치적 정의를 합법화하려는 목적에 다가가기 위한 하나의 사고실험이었다. (97면)
24. 형법은 인권을 구성하는 최초의 초석을 지니고 있으며, 이 초석은 거의 모든 문화에서 인간의 존엄성에 따르는 적극적 권리들을 보호한다. (111면)
25. 사회 정의를 지지하는 여타의 근거들은 교환으로서의 정의를 보완하는 보상적(시정적) 정의에서부터 생겨난다. 첫째 논증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세상에 태어나 타인에게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절실한 상황, 즉 책임이 있는 연장자가 돌보아야만 벗어날 수 있는 곤경에 처한 신생아의 절박함을 상기시킨다. (137면)
26. 헌법에 따르면 독일은 “사회복지” 국가이다. 이와 같은 간결한 선언은 다음의 네 가지 과제를 거치면서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규정된다. 1) 최소한의 생존에 대한 보증, 2) 더 많은 평등의 정립(원칙적으로 재정적 측면을 의미한다), 3) 더 많은 안전의 보장, 4) 복지 향상과 그것에의 참여 확대가 그 과제이다. 과제 1)과 3)은 간략하게 제시된 논증에서 비교적 쉽게 드러나는 반면, 2)와 4)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139면)
27. 사회 정의는 흔히 연대성과 더불어 언급된다. 실제로 연대성은 더 이상 갚을 의무가 없는 정의와 자발적인 인간사랑 사이에서 규범적인 중간 위치를 차지한다. (143면)
28. 적극적 관용을 베푸는 인간은 내적인 자유로부터 폭력으로의 전환이나 적대자를 극복하는 데 집착하는 삶이 아니라, 오히려 동등함과 상호간의 이해를 토대로 삼는 관계를 추구한다. 인간의 관용은 정당화의 토대가 손상되는 곳, 즉 인권에서 드러나는 모든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이 손상되는 곳에서 비로소 소멸한다. (150면)
29. 유일하게 정당한 불복종은 1) 도덕적, 정치적인 동기를 지니고 있으며, 2) 공개적으로 드러나 있고, 3) 폭력적이지 않으며, 4) 균형 잡힌 수단들을 사용하여 일어난다. 이런 불복종은 5) 유효한 법을 침해하기는 하지만, 6) 완고한 다수에게 호소하여 결정된 정책들을 재고하도록 하는 비상권(예외법)으로서 소수에게 기여하는데, 7) 재고해야 할 결정들은 인권과 시민권 같은 정의의 기본 원리들을 위태롭게 하는 것들이다. ... 8) 모든 형태의 법적인 항의와 반대는 이미 다 사용되었어야 하며, 9) 최소한 간접적으로나마 도덕적, 정치적인 정직함을 증명하기 위해 사람들은 거래에서의 불이득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성공적인 불복종이 입법자에게 개혁의 필요성을 납득시킨 상황에서 다음의 마지막 관점이 생겨난다. 10) 국가가 개혁되는 정도만큼 시민 불복종은 자체의 권리를 상실한다. (18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