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법문화 - 인식.구조.변화 나남신서 1148
김정오 지음 / 나남출판 / 200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문화인류학자들은 기존에 확립된 문화에 대한 접근방법으로는 이러한 현상들을 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기존에 확립된 문화의 개념이 서구중심적으로 형성되었음을 밝혀내고, 초기의 전제들을 해체시키기 시작하였다. 이제 더 이상 문화는 고정된 것, 경계지워진 것, 통합적인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산되고 경계가 없으며 경쟁적인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16, 17면)




2. 웅거에 의하면 근대 서구의 인간관은 이성과 욕구의 분열을 전제하며, 이러한 인간관은 두 도덕관의 대립으로 나타난다. 이성의 도덕관과 욕구의 도덕관이 바로 그것이다. (19면)




3. 초기 법문화 탐구를 시도한 학자들에게 가장 커다란 과제는 서구의 법체계와 한국의 전통적 문화 간의 이질적 관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헌법을 위시하여 법전 속에 쓰여 있는 무수한 법규범들은 서양 근대법체계의 내용과 형식을 그대로 담고 있는 데 반해서 그 규범들에 의해 규제, 통제받는 시민들의 행동과 의식은 여전히 한국의 전통, 즉 유교적 전통에 의해서 지배되는 상황이었다. (25면)




4. 1920, 30년대 미국의 법현실주의자들은 미국사회에서 ‘법전 속의 법’과 ‘현실 속의 법’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존재하며, 이러한 괴리의 원천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규범해석에 치우쳐 있는 기존의 법학방법론을 벗어나야 하며, 보다 정확하게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법학에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법현실주의자들의 주장이 지니는 보다 급진적 측면은 법학에서 주장되고 있는 자유, 평등의 가치들이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자유주의 법체계에서 주장되는 많은 가치들이 현실적으로 만연되어 있는 불평등과 부자유의 상황을 은폐하는 부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이들에 의해서 폭로되었다. (26면)




5. 그러나 한국에서 초기에 법문화를 탐구했던 학자들은 미국의 법지식인들과 완전히 다른 사회적 조건 속에 놓여 있었다. 이들은 경제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자신들이 배우고 가르치는 자유주의 헌법의 가치들을 유보할 것을 강요당했다. 또한 그들은 자유와 평등,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등의 가치를 실현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입장에 있지도 못하였다. 이들은 법이념과 법현실 간의 현격한 차이로 인해 거의 절망적인 상태에 놓여 있었다. (26면)




6. 근대화와 산업화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필히 그 바탕을 이루는 자유주의 법체계를 정착시켜야 할 과제가 놓여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귀중한 전통적 가치들과 제도들을 과감하게 버려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했던 것이다. 이러한 딜레마는 지속적으로 한국의 법문화를 탐구하는 법학자들에게 심리적 콤플렉스로 작용했으며, 아직도 그 효력이 완전히 소진하지 않았다. (27면)




7. 한국 법문화를 탐구하는 데 있어 함병춘 교수의 가장 특징적 관점은 한국의 법문화에 내재해 있는 문화적 논리를 찾아내는 것이었으며, 동시에 그 문화적 논리를 설명할 수 있는 고유한 언어와 방법을 창출해내는 것이었다. 한국의 문화적 전통 위에 이식된 서양의 근대법체계가 야기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고유한 문화논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러한 문화논리를 설명하는 데 서양의 법개념과 방법론이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함 교수의 출발점이다. (29면)




8. ... 과거의 한국에서 ‘헌법’이나 ‘계약’을 찾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헌법이나 계약에 버금가는 기능을 수행하는 참여자들의 상호관계 패턴을 밝히려고 한다. (함병춘) (29면)




9. 한국인들은 사실의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칸트의 정언명령과 같은 절대적인 이성의 명령이나 기준에 의해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척도에 의해서 판단한다. (33면)




10. 이처럼 한국인들의 행위를 규제하는 문화적 논리는 계산가능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그러한 판단의 근거는 상호관계적 역동성에 근거한다.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담론 그리고 그 담론 속에 담겨질 진실은 옳음/그름, 진실/비진실, 사실에의 일치/불일치 등의 이분법적 판단체계에 의해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담론이 전달될 상대방의 감정상태가 더욱 중요한 척도로 작용한다. 또한 상대방의 감정이 독립된 척도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의 관계를 통해서 척도로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척도는 다른 말로 하면 감정이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 함 교수는 이러한 감정이입을 영어로 엑스터시(ecstasy)라고 표현하는데, 그가 사용하는 엑스터시는 일반적으로 번역되는 ‘황홀경’이라기보다는 어떤 사건이나 사태에 관련된 사람들의 감정이 어느 순간 하나로 일치하는 무아의 상태를 의미한다. (34면)




11. 타인의 감정이 보다 흔쾌할 때 자신의 감정도 흔쾌할 수 있는 것, 한국인들은 바로 이러한 감정의 융합과 조화를 선호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 논리 위에서 거짓과 진실, 그리고 거짓과 진실의 효용성이 판단되는 것이다. (35면)




12. 한국의 역사에는 위대한 입법자나 위대한 전설적 판사가 없었다. 진정으로 위대한 관리는 사라들의 마음속에 덕을 심어 놓음으로써 법과 법정을 불필요하게 만든 행정관이다. ... 한국인들은 항상 단죄를 내리는 판사보다도 평화유지자로서의 중재자를 선호하였다. 중재자는 단죄하거나 법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사자들 스스로 자신들의 사안에 적용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내도록 조장한다. (함병춘) (36면)




13. 지난 20여 년 사이에 등장한 세계체제이론은 정치, 경제, 문화의 세계화과정을 설명하면서 인류학에서 즐겨 사용되었던 고립된 사회모델개념을 맹렬하게 비판하였으며, 그 개념의 학문적 유용성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하였다. 세계화의 분석, 문화연구의 급속한 확장, 푸코를 위시한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의 권력과 담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도출 등으로 인하여 기존의 문화개념이 거센 도전을 받았다. (53, 54면)




14. 전통적으로 미국의 법문화는 세 가지 주요 전제에 그 뿌리를 두었다. 미국사회에서의 법의 중심적 역할, 법적 과정의 중립성과 합리성, 그리고 법학의 권위이다. (78면)




15.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주류법학이 견지해온 이와 같은 전제들에 대해서 끊임없는 비판과 도전이 거세지기 시작하였다. 비판의 주요내용을 보면, 첫째, 미국사회에서 법이 사회생활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기보다는 오히려 주변적 역할을 하는 데 불과한 경우가 상당하며, 둘째, 법의 중립성 가면의 배후에는 계급과 이해관계가 끊임없이 작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비법적 힘이 법의 외관을 좌우하는 현실이 무시되어 왔다는 것이다. 셋째, 법학 그 자체가 서 있는 학문적 토대가 대단히 유약하다는 사실이 모호하게 은폐되어 왔다는 것이다. (78면)




16. 법에 대해서 체계적이고 다변학제적인 사회적 탐구를 위한 노력이 1964년 법과 사회학회의 창립을 가져왔으며, 1966년부터 Law & Society Review를 발간함으로써 ‘실제 속의 법’(law in action)에 대한 본격적 탐구가 시작되었다. (79면)




17. 1960년대 이후 미국 법문화의 변화를 갈란터 교수는 ‘결핍에서 범람’으로 특징짓는다. (80면)




18. 첫째, 법과 사회연구는 법문화의 저변으로 접근해왔다. 최상층부에 있는 정책결정자로부터 현장으로, ... 이러한 관심대상의 전환을 통해서 법과 사회연구는 협상이나 타협이 법의 세계에 깊이 침투해 왔으며, 오히려 중심을 이루고 있음을 드러내었다. (81면)




19. 둘째, 실제 속의 법에 대한 탐구는 무수한 법의 주인공들을 발굴해 내었다. 법과 사회연구는 권위적 정책입안자들뿐만 아니라 법의 이용자들과 소비자들에게도 주도적 역할을 부여하였다. .... 법과 사회연구는 다양한 법의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법정들과 규범들을 발굴해 내었다. (81면)




20. 셋째, 법과 사회연구는 왜 법규범들의 공표와 집행에는 예외 없이 간접적이고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들이 수반되는가에 대해서 보다 많은 이유들을 발견해 내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법이 고상한 상징들과 제한된 자원들이 서로 결합되어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갈란터 교수는 지적하였다. (82면)




21. 그러나 법은 직접적 실행보다는 상징체계로서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그 효과를 달성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법은 그 원리들을 실현하는 것이 항상 부분적이고 임시적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이며, 상징체계로서의 법이 현실 속에서 실제 작용하는 통제체계로서의 법보다 훨씬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82면)




22. 일반적으로 법은 힘의 사용에 의해서 작동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보의 전달, 예상되는 것, 금지되는 것, 허용되는 것, 특정한 행위가 가져올 결과 등에 관한 의사소통을 통해서 작동하는 것이다. (82면)




23. 이러한 법현상들에 대해서 법과 사회연구가 갖고 있는 우선적인 장점은 해명력에 있다고 갈란터 교수는 지적한다. 법과 사회연구가 일차적 형태의 법지식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이유 중 하나는 법원리의 해명력에 도전하는 것이다. 발생한 사건은 법전 속의 법에 알려지지 않은 요인들에 의해서 설명되어야 한다. (83면)




24. 갈란터 교수의 낙관적 진단과는 대조적으로 트루벡 교수는 법과 사회 내에서 위기적 징표들이 나타났다고 진단한다. 첫째, 법과 사회운동이 지적 활력을 상실했다는 두려움이 내부적으로 팽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 둘째, 그러한 우려 속에는 정치적 관심도 들어 있는데, 어떤 이는 법과 사회연구가 그 정치적 발판을 상실하였으며, 정책입안자들의 보조적 역할을 하는 데 불과하다고 지적하였다. ... 세 번째 불안의 원천은 그 운동의 지지기반이 허약하다는 점이다. (83, 84면)




25. 비판법사회학을 촉구하는 그룹은 1982년 이래 매사추세츠 주의 암허스트대학을 중심으로 형성된 일련의 사회과학자들로 구성되었다. (86면)




26. 그(트루벡)은 초기 법과 사회연구가 전제했던 세 가지 기본이념을 결정론(determinism), 보편적 과학주의(universal scientism) 그리고 점진적 개혁주의(untroubled reformism)로 규정한다. (88면)




27. 특히 실베이는 법과 사회연구가 법과 사회와의 관계를 인식해온 전통적 방식에 대해서 세 가지를 비판하고 있다. 첫째, 법과 사회연구는 개별적 법원리들과 그 원리들이 구성되고 적용되는 구체적 상황들을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범주로 다루었다는 것이다. 둘째, 법과 사회연구는 법이념 그 자체를 문제시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법의 경계는 현존하는 법원리와 제도들로 한정되었다. 셋째, 법과 사회연구는 그 연구과제를 법적 효과의 문제에 제한함으로써 그 탐구영역을 문제가 있는 사안들로 한정시켰다는 것이다. 법이 비효과적으로 나타나는 사안들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법체계가 지닌 사회적 의미를 왜곡하게 표상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법과 사회연구는 법체계를 마치 사회질서를 영구적으로 장악하기 위한 투쟁으로 채색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엄청난 합법성의 실체를 희석시켰으며, 현존하는 사회관계와 실천들을 재생산하고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법의 역할을 연구 프로젝트로부터 배제하였다. (89, 90면)




28. ‘이데올로기’나 ‘실천’ 혹은 ‘과정’ 등의 개념들을 사용하는 해석적 행위론은 사회학적 법연구의 새로운 관념을 산출한다. 첫째, 법과 사회 전통은 법을 너무 협소하게 정의하였지만, 이데올로기는 어떤 의미에서 주체들을 구성하는 가치, 관점, 평가적 기준들로 구성된 포괄적 망이다. ... 둘째, 해석적 행위론은 법의 비효과적 측면으로부터 효과적 측면으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 셋째, 해석적 행위론은 법과 사회전통이 중시해온 보편주의로부터 법의 역사성으로의 전환을 촉구한다. (91, 92면)




29. 이러한 형식주의적 분쟁패러다임과는 달리 암허스트 그룹에 참여하는 인류학자들과 다른 학자들은 분쟁연구에 해석적 행위론을 적용하면서 분쟁연구에 중요한 역사적 차원을 수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분쟁과 분쟁해결제도를 사회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분쟁이 발생하고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새로운 분쟁패러다임이 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95면)




30. 우리의 접근에서 근본적 전제는 분쟁이란 단지 ‘발생하는’ 정적 사건이 아니라 분쟁, 다툼 그리고 공격의 구조는 시대에 따른 변화나 변형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95면)




31. 트루벡 교수는 암허스트의 프로젝트가 갖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평가하였다. 첫째, 이들의 연구가 이데올로기나 과정과 같은 개념들을 밝히고 분쟁패러다임을 재구성함으로써 법과 사회의 전통에 결정적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둘째, 이러한 전환은 그 전통이 확립되었던 본래의 명제 중 두 가지, 즉 도구주의와 결정론에 이의를 제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셋째, 비록 초기 법과 사회인식의 중심축이었던 두 명제에 대해서 기꺼이 도전하고 있지만, 암허스트 참여자들은 여전히 사회과학이 세계에 대한 권위적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100면)




32. 암허스트 그룹이 한국의 법문화를 연구하는 데 주는 교훈은 법의 미시적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세부적 움직임들에 대한 지식이 우리의 경직된 법지식과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데 있다. 또한 이 그룹의 학자들이 제시하는 분쟁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한국사회에서 일어나는 법문화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이다. (101면)




33. 웅거는 근대 심리구조의 핵심이 이성과 욕구의 분열에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이러한 이원론적 인간관이 서구의 근대문화를 지배해온 가장 중요한 전제였으며, 나아가서 정치이론의 전제들과 심층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것이다. (106면)




34. 그러나 실제로 진리의 추구는 욕구를 보다 효과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게 해주는, 즉 의지가 이미 선택한 목표를 보다 손쉽게 해주는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107면)




35. 사람들이 서로 다른 것은 이들이 세계를 다르게 이해하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것을 욕구하기 때문이다. 개인적 정체성의 기초는 사람들이 취하는 선택, 즉 선택하는 목적들이다. (108면)




36. 웅거는 이러한 두 대립적 도덕의 형태가 바로 근대윤리학의 역사에 나타난 전통과 거의 일치한다고 지적한다. 첫 번째 전통은 가치가 욕망의 반영이라고 하는 홉스의 가치관념에서 시작하여 도덕감정의 논리를 추구했던 스코틀랜드 도덕론자들에게 이어졌으며, 벤담에 의해서 공리주의로 재구성되었다. 두 번째 전통은 17세기 합리주의자들에서 그 형태를 취하기 시작하였으며, 칸트와 그의 제자들에 의해서 완성되었다. (111면)




37. 욕구의 도덕론은 어떤 욕구들을 다른 욕구들보다 우선해야 할 어떠한 기준도 마련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은 선택의 정당화나 비판의 토대로서 기여하지 못한다. ... 그러므로 욕구의 도덕론은 전혀 윤리적이지 않은 윤리라고 비난받는다. (112면)




38. 이타주의는 가치의 주관성을 거부한다. (120면)




39. 그러나 현대사회에는 형식과 실질의 대립적이고 모순적인 구성요소들이(개인주의-엄격한 규범, 이타주의-기준) 서로 뒤엉켜서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던컨 케네디의 핵심적 지적이다. (121면)




40. 전통적 규범체계를 논의하는 데 있어 가장 커다란 난점은 그것이 과거 우리 사회의 통치근간으로 활용되었던 규범체계의 형태로 존속하고 있지 않으며, 다만 사회구성원들의 의식 속에서 존재한다는 점이다. (125면)




41. 전통규범체계의 장에서는 모든 개인이 항상 타자의 존재를 의식해야 하며, 자신의 행위가 타자에게 미치는 외면적 결과뿐만 아니라 그것에 대한 내면적 평가에 대해서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127면)




42. 최대권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전통적 농촌의 경우 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는 법보다는 관습이나 체면 등에 의해서 분쟁이나 갈등이 통제되고 해소되는 데 반해서 마을 간에는 이러한 규범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138면)




43. 우리의 전통적 규범체계는 인간적 관계가 탄탄하게 짜여진 공동체 내에서 가능한 것이었으나, 이러한 공동체의 경계를 넘어섰을 때에는 대단히 배타적 성격을 갖게 되는 한계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점이 바로 우리 사회의 규범문화가 보편성을 갖고 성장할 수 없었던 가장 커다란 장애였다고 할 수 있다. (139면)




44. 전통적 규범공동체가 갖고 있었던 한계로서, 첫째, 그 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는 구성원들 개개인의 자율성이 상당한 정도로 제약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것은 그 공동체가 갖고 있는 행위규범뿐만 아니라 가치관까지도 동질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자신의 동료들과 다른 행위를 하거나 이질적 가치관을 갖는 것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둘째, 공동체적 규범의 규범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전통공동체가 형성해온 규범은 그 공동체의 일원이 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지, 다른 공동체에 속한 사람에게까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141면)




45. 적어도 사적 영역에서 우리 사회구성원들은 행위의 기준으로서 전통적 규범체계보다는 자유주의 규범체계에 의거해 행동하는 경향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일반시민들이 훨씬 빠른 속도로 전통의 가치과이나 규범질서의 틀로부터 벗어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149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