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레미 말랭그레 그림, 드니 로베르 외 인터뷰 정리 / 시대의창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 촘스키는 여기에서 “집단은 힘이 강력해질수록 그들의 이익에 동조하는 정치세력을 앞세운다”라는 간단명료한 생각들을 펼쳐 놓았다. 당시 나는 다국적 기업들이 정당들에 아낌없이 쏟아붓는 정치자금의 성격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내가 오래 전부터 파헤치며 노심초사하던 것을 촘스키는 단 한 줄로 정리해 주었던 것이다. (10면)




2. 촘스키가 우리에게 전해 준 중요한 교훈의 하나는 기존의 생각을 곧이 곧대로 믿지 말고, 말을 앞세우는 사람들을 절대 믿지 말라는 것이다. 어떤 것도 확실하고 당연한 것이라고 믿지 말라는 것이다. 확인하고 심사숙고하라는 것이다. 각자의 기준에 따라 생각하고, 기지의 사실에서 해방되라는 것이다. (11, 12면)




3. “나는 당신이 쓴 글을 혐오한다. 그러나 당신의 생각을 표현할 권리를 당신에게 보장해 주기 위해 나는 기꺼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 (볼테르) (16면)




4. 실제로 수천 년 전부터 그랬지만, 지식인의 역할은 민중을 소극적이고 순종적이며 무지한 존재, 결국 프로그램된 존재로 만드는 데 있습니다. (22면)




5. ‘동의의 조작’ (Walter Lippmann) (23면)




6. ‘인위적 욕구’를 만들어내서, 대중이 그 욕구를 맹목적으로 추구하게 만듭니다. 그 결과로 대중은 서로 소외되어 갈 뿐입니다. 이런 기업의 경영자들은 아주 실리적으로 접근합니다. “대중을 삶의 표피적인 것, 즉 소비에 몰두하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29면)




7.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진실입니다. 진실된 말은 꾸밀 필요가 없습니다. 꾸민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결국 현실을 사실대로 설명할 때 우리 모두가 진실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습니다. (37면)




8. 권력의 중심에는 부자 나라들이 있습니다. G3, 때로는 G8로 일컫는 최강대국들, 거대한 다국적 기업들, 금융기관과 국제기관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거대한 네트워크를 맺고 있습니다. (54면)




9. 다국적 기업은 이제 엄청난 힘을 과시하면서, 경제, 사회, 정치 등을 좌우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국가 정책은 민주주의 원칙을 파괴하면서까지 다국적 기업의 권한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라는 이름 아래서 말입니다. 달리 말하면 시민의 권한을 개인 기업에 양도하는 것이 신자유주의입니다. 다국적 기업은 국민 위에 군림하지만, 국민 앞에 책임지지는 않습니다. (59면)




10. 엘리트 집단은 그들의 특권과 권한을 강화하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대중이 넋을 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끊임없이 투쟁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발전이 있게 마련입니다. 실제로 지난 수백 년 동안 인권이 향상된 것은 사실입니다. 무척이나 느릿한 발전이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물론 권력층은 이런 변화를 막으려 안간힘을 다합니다. 하지만 변화의 물결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다툼은 계속될 것입니다. (62면)




11. 다만 동일한 현상에서 끌어내는 결론이 서로 다를 뿐입니다. 하지만 그 결론들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해석하는 방법의 차이, 결국 가치관이 차이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74면)




12. 베를린 장벽의 붕괴, 테크놀로지의 발달, 금융거래의 가속화 등이 자본주의의 성격을 확연히 바꿔놓았습니다. (84면)




13. 브레턴 우즈 체제는 자본의 흐름을 규제하고 악의적인 투기와 자본 유출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교환율을 조절함으로써 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의 이상을 지켜낼 방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체제가 1970년 초 붕괴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로 민간 기업, 특히 금융자본이 대대적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산업자본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금융자본의 이동은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우려했던 현상이 전세계에서 일어났습니다. 공공 서비스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졌습니다. 사회보장제도가 왜곡되고, 실질임금이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노동시간은 늘어나고 노동조건도 악화되었습니다. (85면)




14. 1971년에는 국가 간에 거래된 자본의 90퍼센트가 실물 경제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약 10퍼센트 정도만 투기적 성격을 띠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국가 간에 거래되는 자본의 95퍼센트 이상이 투기적 성격을 띤 것으로 추정됩니다. 뒤집어 말하면 실물 경제에 관련된 자본 거래는 미미하다는 뜻입니다. 더구나 이런 투기 자본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폭발력을 갖고 있습니다. (86면)




15. 자본주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순수한 시장경제의 의미에서 자본주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용과 위험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거대한 공공 분야와, 전체주의적 성격을 띤 거대한 민간 분야가 양분하고 있는 경제 현실에 우리는 살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세상은 자본주의가 아닙니다. (87면)




16. 자유무역론은 “노동은 이동 가능하지만 자본은 이동 가능하지 않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따라서 데이비드 리카르도는 “자본은 이동하지 않는다”라는 원칙 하에 경제를 설명합니다. ... 적어도 이론을 그렇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노동은 이동하지 않습니다. 수세기 전부터 노동이 이동한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본은 마음대로 국경을 넘나듭니다. (87, 88면)




17. 존 메이너드 케인즈의 이론에 따르면, 금융시장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시장입니다. 금융시장은 집단 행동, 즉 부화뇌동적 특징을 띱니다. 그래서 케인즈는 금융시장을 미인경연대회에 비유했습니다. (91면)




18. 모두가 다른 사람들의 투자 방향을 짐작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방향으로 달려갑니다. 그 결과는 무엇입니까? 지수가 미친 듯이 널뛰기를 합니다. (93면)

19. 로빈 하넬은 ‘패닉 패스트!’에서 투자에는 두 가지 법칙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나는 “패닉은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패닉에서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93면)




20. 시장에서는 누구나 소유한 몫만큼의 권리를 행사하려 합니다. 가령 당신에게 25달러가 있다면 그 25달러만큼 시장에서 당신의 위치를 갖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시장에 없는 사람, 즉 미래 세대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내리는 결정을 결과를 짊어져야 할 사람이 바로 그들입니다. (94면)




21. 다국적 기업은 수익금을 본국에 송금할 수 있는 나라에 본사를 둘 수 있습니다. 이른바 회계의 최적화라는 명목으로 말입니다. 세금이 적은 나라를 찾아다니며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행정적 조치입니다. 합법적 탈세인 셈입니다. (102면)




22. 부패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1998년의 선거에서 당선자의 95퍼센트가 상대보다 더 많은 선거자금을 썼습니다. 이 선거자금은 거의 모두 기업계에서 나온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민간 기업이 의원의 95퍼센트를 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부패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105면)




23. 미국이 한국에게 시장을 개방하라고 압력을 가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한국의 금융시장은 완전히 미국의 지배 하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은행들이 연이어 파산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이제 미국계 금융기관들이 한국의 은행들을 떡 주무르듯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습니다. (108, 109면)




24. 공공기업의 민영화는 공공기업을 민간 기업이나 외국계 다국적 기업에 넘겨주는 속임수일 뿐입니다. 이런 민영화는 대체로 부패한 정부에서 주로 시행됩니다. (109면)




25. 법은 모두가 존중해 줄 때에야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국제법을 존중하지 않습니다. 나토 군이 코소보를 폭격했을 때 유엔 현장을 조금이라도 염두에 두었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112면)




26. 큰길가에서 일어나는 범죄보다 오히려 기업이 더 많은 희생자를 만들어내지만 기업이 기소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113면)




27. 권력자에게는 국가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세상을 지배하고 비용과 위험을 국민에게 분산시킬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런 목적을 위해 고안해낸 뛰어난 간계 중 하나가 ‘안보’입니다. (130면)




28. 유럽의 강대국들은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만을 주시하고 있을 뿐입니다. 미국과 영국을 흉내내려 하면서 사회민주주의에 근간한 사회제도를 끊임없이 뜯어고치고 있습니다. (131면)







29. 그들(리오넬 조스팽, 토니 블레어, 게르하르트 슈뢰더)은 이미 우익에 속한 정치인들입니다. (131면)




30. 시장이 인위적으로 조작된 법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요컨대 세계화는 미국식 모델을 전 지구에 심는 것입니다. 이것이 세계화의 목표이고 결론입니다. (135면)




31.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풍요로운 나라입니다. 비교할 나라가 없습니다. 그런데 임금은 유럽에 비해 낮고, 노동시간은 모든 산업국가 중에서 가장 깁니다. 일본의 노동시간마저 추월했습니다. 게다가 유급 휴가가 없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139면)




32. ‘제3의 길’을 주장하는 지배 계급은 체제순응적인 지식인들을 동원해서 이 이념을 멋지게 색칠하고 있습니다. (144면)




33. 민주주의는 ‘국민이 당사자가 아니라 방관자에 머무는 체제’입니다. 일정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국민은 투표권을 행사하며 그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지시해 줄 지도자를 선택합니다. 이런 권리를 행사한 후에는 집에 얌전히 틀어박혀 있어야 합니다. 주어진 일에 열중하고 벌어들인 돈을 소비하고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요리나 하면서 지내야 합니다. 국가를 성가시게 굴어서는 안 됩니다. 바로 이런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149면)




34. 이론적으로 가능한 해석입니다. 하지만 실제 세계에서 프랑스는 불평등이 만연된 나라 중 하나입니다. 믿고 싶지 않겠지만 평등을 강조하는 구호는 거짓말일 뿐입니다. (153면)




35. 자본주의 윤리에 따라 사람들에게 평등주의라는 환상을 내던지고 자신부터 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세뇌시키는 데 수백 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엘리트 계급의 정책이 바로 그것입니다. (154면)




36. 사회가 자유로워질수록 지배계급이 공포심을 조장하고 선전에 열을 올리기 때문입니다. (155면)




37. 요컨대 녹색당이 앞으로 취할 방향은 궁극적으로는 시민의 감시에 달려 있습니다. (162면)




38. 노동조합은 민주주의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습니다. 노동조합은 가난한 사람들이 단결할 수 있고 집단으로 행동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기업과 언론이 앞장서서 노동조합을 매도하는 것입니다. (162면)




39. 우리 사회는 줄곳 변해 왔습니다. 하지만 사회에 관련된 개념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달리 말하면 사회구조와 계급구조는 변했지만 특정집단의 이해 관계, 지배 관계, 사회의 계층 구조, 의사 결정의 단계 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런 모순이 계급간의 갈등을 낳는다고 생각합니다. (163면)




40. 한 사람의 이름이 붙여진 것은 무조건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마르크스주의나 프로이드주의처럼 사람의 이름이 붙여진 학설은 일종의 종교로 미화되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학설이 그 인물을 신격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이 문제의 학설에 접근하는 순간부터 대단한 내용이 있을 것이란 선입견에 사로잡히게 마련입니다. (163면)




41. 예컨대 여론조사에 응한 미국인 대다수가 정부는 국민이 아니라 소수집단의 이익을 대변할 뿐이라고 대답합니다. ... 언론은 민간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일 뿐입니다. (168면)




42. 혁명까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가령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당신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칩시다. 당신의 동료들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겠지만, 당신은 절대 그 열매를 즐길 수 없습니다. 오히려 당신은 끊임없이 회유와 협박에 시달려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요컨대 행동하기 위해서는 그 대가를 기꺼이 치르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특권을 누리는 지식인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169면)




43. 행동하고 싶다면 주변의 소리에 귀를 막아야 합니다. 주변의 소리를 무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자유롭게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나는 어떠냐고요? 나야 괜챦습니다. 특권층이니까요. 하지만 아무런 특권을 누리지 못하는 노동자는 그 대가를 호되게 치러야 합니다. (171면)




44. 워터게이트는 언론과 지식인의 원칙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입니다. 권력층은 비난하지 않는다! 이것이 그들의 원칙입니다. 그렇습니다. 가난한 흑인은 암살해도 상관없지만 권력을 움겨쥔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됩니다. (191면)




45. 정보Information은 적절한 말이 아닙니다. 대개의 경우 정보라 표현하는 것은 ‘왜곡된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198면)




46. 비판정신이 실종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속도 경쟁 때문이 아닙니다. 깊이가 없는 커뮤니케이션 탓입니다. (199면)




47. 내 생각에, 현재의 인식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속도가 아닙니다. 깊이의 상실입니다. 피상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기억을 지워 없애려고 고안된 것입니다. (2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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