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이론과 커뮤니케이션 - 커뮤니케이션북스 596, 개정판
김성재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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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러나 루만은 ‘체계합리성’만 강조한 나머지 현대 사회를 지나치게 생물학적으로(비관적으로) 관찰한다. 그 결과 사회 내부로 들어가 사회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이론 주체로서의 인간 부재로 인한 이론가의 휴머니즘 결핍은 루만적 체계이론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제로 상태의 사회 진화에서 출발한 체계이론은 수천년 간 전수되어 온 사회적, 도덕적 전통을 무시한 비역사적인 이론이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서론 9면)




2. 루만은 현대 생물학의 대가들인 마투라나와 바렐라가 펼치는 관찰자(Beobachter) 입장의 인식론과 ‘아우토포이에시스’(Autopoiesis)의 논리를 받아들여 구성의 인식론을 극단적으로 단순화시킴과 동시에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사이에 놓여 있는 높은 벽을 허물어 버린다. (3면)




3. 마투라나와 바렐라가 발견한 사실은 인간의 가장 강렬하고 높은 욕구의 하나인 반박불가능성의 확실한 인지가 우리 눈의 ‘맹점’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보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보지 않는다.”라고 표현하는 자신에 대한 무지를 인간이 갖는 공통적 특성이자 가장 큰 ‘스캔들’의 하나로 본다. (3면)




4. 그가 관찰에 사용하는 차별의 기준, 곧 이론 틀이자 ‘맹점’은 체계/환경이다. (4면)




5. 다시 말하면 한 체계는 자신의 지속적인 유지를 위하여 우선 타인의 관찰과 무관한 자기 자신에 대한 관계(Selbstreferenz)를 통해 다른 체계와 경계선을 설정해 그 안에서 폐쇄적인 작동을 전개하고, 이를 위해 외부 환경과 필요한 정보를 교환한다. 여기서 제1차 관찰자는 자신의 이원론적 차별기준에 맞춰 ‘이것’(예:체계)이라는 한 쪽 만을 지칭하고(‘이것’이 아닌 것은 이 경우 자동적으로 환경), 자신의 사용하는 이론 틀(자신이 낀 안경에 비유할 수 있음)을 보지 못한다. 이 관찰자는 자기관찰, 곧 반영의 회귀적 과정에서는 계속하여 이미 차별된 것(예:체계)에 또다시 같은 차별 기준(예:체계/환경)을 적용한다(re-entry). (4, 5면)




6. ‘차별’은 루만에게는 ‘구성’이다. (5면)




7. 이중 구조의 차별 도식을 이용한 제1차 관찰은 이 이론 틀의 맹점을 인정하고, ‘감각적 확신’을 바탕으로 하는 순진한(무비판적) 인식행위이다.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관찰자가 본 것과 그가 보지 못한 것”을 보는 제2차 관찰(Beobachtung der Beobachtung=Beobachtung zweiter Ordnung)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바로 이 제2차 관찰은 학문의 역사 이래 지금까지 끝나지 않은 인식의 객관성을 두고 벌여온 소모적 논쟁을 대체시킨다. (5면)




8. 현대사회의 특징은 루만에 의하면, 이 거절의 커무니케이션이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10년 전부터 서방세계에서 많이 논의되고 있는 신사회운동은 이러한 ‘부정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효과극대화의 전략을 보여준다. (8면)




9. 루만의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나타난 가장 주목할 사실은 커뮤니케이션이 ‘관을 통한 정보의 중계“라는 메타포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다. 종래의 많은 매스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이 범한 큰 오류 중의 하나인 이 ’정보 중계의 메타포‘는 정보와 전달의 차이, 전달자와 수신자의 상호작용이 가지는 복잡성을 무시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매번 일어나는 구조(관점)의 결합과 태도의 상호 협조를 전제로 한다. 또한 커뮤니케이션 현상은 무엇이 전달되느냐는 것보다 무엇이 수용자에게 일어나느냐는 것에 달려 있으며, 이것은 ‘중계된 정보’와는 별 관계가 없다. 매일 듣고 있는 ‘정보의 홍수’에 대한 수용자의 무관심은 이 사실을 입증한다. (8면)




10. 특정의 엘리트가 주제의 선택권을 가지고 이 주제 하에서 일어나는 커뮤니케이션을 좌우하는데, 매스커뮤니케이션은 그들만의 주의법칙인 여과장치를 통하여 대부분의 현재적 사건들을 무시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이다. (10면)




11. 정보는 현재적 선택으로서 하나의 주관적 ‘구성’이다. (11면)




12. 금세기 지성들의 가장 매혹적인 업적은 ‘관찰자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푀어스터는 관찰자 입장에서 마투라나 등과 일리노이 대학의 ‘생물학 컴퓨터 실험실’에서 제2차 사이버네틱 이론을 발전시켰다. 제2차 사이버네틱의 핵심은 관찰자의 관찰, 곧 관찰하는 체계(Observing System, 1981년 푀어스터의 저서 명)의 관찰이다. (23면)




13. 제2차의 관찰(관찰의 관찰)의 차원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사안이 항상 한 관찰자를 위한 사안이라는 것을 알아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관찰자는 보지 않는 것을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4면)




14. 단 한번으로 끝나는 관찰, 곧 관찰의 중지는 모순(Paradoxie)로 남는다. 여기서 모순이란 더 이상의 작동(Operation)을 위한 연계가능성의 상실을 의미한다(Luhmann, 1984, S. 59). 이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스펜서 브라운은 ‘재등장(re-entry)'이라는 구상을 시도한다. 한번 차별된 것(예;체계)에 다시 한번 차별 기준(예:체계/환경)이 회귀적(재귀적)으로 적용됨으로써 차후 활동을 위한 내부적 연계가능성이 회복된다는 것이다(Luhmann, Die Wissenschaft der Gesellschaft. S. 82-85). 이로써 관찰자 발견에 대한 세 번째 답변이 나온다. 푀어스터의 제2차 관찰, 마투라나의 아우토포이에시스 개념 그리고 스펜서 브라운의 차별이론은 구성주의의 세 기둥이 된다. (24면)




15. 마투라나와 그의 동료들이 색의 인지에 대한 연구(1959년)에서 확인한 사실은 외부 세계의 사건과 신경의 상태 사이에는 어떠한 안정된 상관관계도 창출될 수 없고, 신경체계들 내부에서만 안정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신경체계는 기능적으로 닫힌 체계이고, 살아 있는 체계는 물질적, 에너지적으로는 열려 있으며, 이들은 환경 및 다른 살아 있는 체계들과 상호작용을 한다. (25면)




16. 첫 번째 패러다임 전환으로서 전통적인(존재론적) 체계이론에서 통용되는 전체와 부분의(선도) 차별 기준을 체계와 환경의 차별 기준으로 대체한다. 이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대두된 중요한 문제는 자기관계적 체계이다. (26면)




17. 관찰된 것을 표시하는 이 차이 아니면 저 차이(예:체계 아니면 환경 혹은 선 아니면 악)의 선택은 결코 환경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고 체계의 고유한 구성에 의해 이루어진다. (26면)




18. 두 번째 패러다임 전환은 바로 자기관계적 체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동일성과 차이(Identitaet und Differenz)의 차별 기준을 도입하는 것이다. 자기관계는 자신이 자신으로서 동일시되고 다른 것에 대해서는 차이가 나야만 현재적 활동에서 실현될 수 있다. (27면)




19. 체계는 환경에 대해 차이를 만들고 유지함으로써 자신을 구성하여 유지하고, 자신의 경계를 이 차이를 만들고 이 차이를 조절하기 위해 사용한다. (28면)




20. 이 선택의 강요는 ‘우연성(Kontingenz)', 곧 “다르게도 역시 가능하다.”를 뜻하고 동시에 모험을 의미한다(Luhmann, 1984, S. 47). 선택의 강요와 선택의 조건지움을 통해 유사한 단위들에서부터 다양한 체계 형성의 설명이 가능하다. 곧, 복합성의 축소와 이 축소의 선택적 조건 지우기를 통해 세계의 복잡성과 체계 형성의 복잡성이 발생한다. 이때 체계/환경의 차별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데, 그 이유는 모든 체계의 환경이 체계보다 더 복잡하기 때문이다. (28면)




21. 이 아우토포이에시스적 체계이론의 중요성은 비슷한 행위의 반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연계능력(Anschlussfaehigkeit)'에 있다. (30면)




22. 루만의 체계이론의 주축을 이루는 개념 중의 또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다룬 자기관계적 아우토포이에시스 이외에 ‘시간’의 개념으로서 이는 복잡한 체계에 있어서 ‘선택의 강요’에 대한 원인이다(Luhmann, 1984, S. 70-83). 어떤 특정한 것이 일어나고 또 다른 것이 일어날 때 이것은 모두 시간 때문이다. (31면)




23. 예를 들면 인간은 종교와 보험에서처럼 현재에 해결할 수 없는 영생과 안정을 미래에 보장받으려는 시도를 함으로써, 곧 미래의 시간을 현재로 앞당겨 사안을 복잡하게 만든다. (32면)




24. 의미의 진행과정은 한 의도의 대상뿐만이 아니라 의미를 구성하는 현재성과 가능성의 차이를 항상 새로운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의미는 “가능성들의 지속적인 현재화”이다(Luhmann, 1984. S. 100) 이때 현재화는 거기서 연계될 수 있는 가능성들의 잠재화를 낳는다. 의미는 따라서 현재화와 잠재화의 한 단위이다. (32면)




25. 루만은 이 의미를 다시 세 가지 차원으로 분해한다(Luhmann, 1984, S. 112-135). 사물, 시간 그리고 사회 차원이 그것이다. (32면)




26. 커뮤니케이션은 ‘이중의 우연성(doppelte Kontingenz)', 곧 두 개의 암흑상자(black boxes)에 비유될 수 있는 사회적 행위의 양 당사자가 자기관계적 결정 때문에 가지고 있는 불투명한 태도 위에서만 가능하다. 이 개념의 창시자인 파슨스는 “어떻게 사회적 질서가 가능한가?”란 질문을 제기함으로써 이 이중의 우연성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결국은 ’4 기능도식‘과 관련된 규범적 정향(일반적으로 수긍되어 있다고 보는 기대감)을 통한 합의 형성을 불가피하게 본다. 그러나 루만에게는 이 문제가 사회적 체계 형성의 기본조건이며, 스스로 해결된다. (33, 34면)




27.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중의 우연성의 문제가 자기접촉반응(체계 형성)의 촉매(Katalysator)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34면)




28. 우리가 ‘의미’의 개념에서부터 출발할 때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선택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곧, 커뮤니케이션은 스스로 구성한 현재적 지시지평으로부터 어떤 것을 끄집어내고 다른 것은 제쳐둔다. (36면)




29. 이 중 돈과 권력은 사회의 합리화 과정에서 합의의 매체로서 없어서는 안될 언어를 대체하여 목적합리적 행위를 조종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동일한 상징 매체가 루만의 커뮤니케이션 이론으로 도입되면서 그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돈과 권력뿐만이 아니라 진리, 사랑, 종교적 믿음, 예술, 문명적으로 표준화된 ‘기본가치’ 등이 이 매체에 속하게 되고, 그 중심 역할이 커뮤니케이션의 선택을 조건 지움과 동시에 동기유발 수단이 됨으로써,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오늘날 바로 이러한 매체를 통해 이루어진다(Luhmann, 1984, S. 222).




30. 원인귀속행위(Attributionsvorgang)를 기준으로 하여 위험과 위해의 개념차이를 밝힌다. 어떤 피해가 자기원인귀속(Selbstzurechnung)일 경우에는 위험(본문에서는 ‘모험’)이고, 타자원인귀속(Fremdzurechnung)일 경우에는 위해(본문에서는 ‘위험’)이다. (44면)




31. 이러한 분석의 차원에서 볼 때 지식의 증대와 테크놀로지 발달을 통한 결정가능성의 확대는 문제들을 위해영역(본문에서는 ‘위험영역’)에서 위험영역(본문에서는 ‘모험영역’)으로 전가시킨다. 이로써 생기는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사회적 규범화이다. 위험을 예상한 모험영역에서의 합리성(이성적 행위) 요구가 그것이다. (44면)




32. 사회는 자신의 환경과(mit/with)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보처리 능력에 따라 단지 환경에 대해(ueber/about)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할 뿐이다. (51면)




33. 복잡성은 선택의 강요이며, 선택의 강요는 우연성이요, 우연성은 위험(본문에서는 ‘모험’)이다(Luhmann, 1984, S. 47) (59면)




34. 모든 발언은 다른 가능성으로부터의 선택을 실현시키며, 다음 발언의 선택을 제공하는 새로운 연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이렇게 커뮤니케이션 사건은 우연성을 감소시킴과 동시에 다음에 나타날 커뮤니케이션의 진행을 재생산한다. (70면)




35. 이해는 커뮤니케이션이 중단될 필요 없이 다양한 가치에서부터 시작해 완전한 오해까지 수용할 수 있는 변수로서 파악한다. (73면)




36. 커뮤니케이션의 구조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더 이상 과거 역사에 침전물이나, 문화적으로 전수된 가치나 가치의 내면화와 같은 사회화 과정에 소급해서 찾을 수 없다(Luhmnan, 1984, S. 150). 그 답은 이제 커뮤니케이션 내부 시각으로부터 발전되어야 한다. 주어진 질서의 보장에 근거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은 그 구조를 진행 과정에서 함께 창조해야 한다. 곧 그 구조는 스스로 획득된다. (7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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