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경영과 형법
이상돈 지음 / 신영사 / 200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윤리경영과 형법

이상돈

 

1. 윤리경영은 마디로 정의한다면 합법경영을 가리킨다고 말할 있다. 합법경영은 과거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불법경영이나 탈법경영과 대비된다. 예컨대 윤리경영은 주가조작이나 내부자거래, 불공정거래, 부당노동행위나 부당해고, 분식회계나 부실회계감사 등을 하지 않는 경영을 가리킨다. 윤리경영의 지표가 되는 이런 규범들은 모두 현행법에 이미 법제화되어 있는 법규범들인 것이다. 또한 법규범들은 모두 형법규범이기도 하다. (3)

 

2. 하지만 종래의 형법학과 형법실무는 대체로 경영에 대한 법의 우위, 경영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는 -정확히는 이론적 한계로 인해 없는 법적 정의 관념에 묶여 있다고 평가할 있다. 물론 이는 경영분야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의료(이에 관해서는 나의 의료체계와 “(2000), „치료중단과 형사책임“(2002) 참조) 교육 다른 사회체계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패러다임의 형법과 형사사법은 트릴레마에 빠지게 것이다. 법적 정의는 경영을 외면하고, 경영의 논리는 법적 정의를 외면하며(법과 경영의 상호적 무관심), 법의 경영에 대한 맹목적 우위는 -법적 정의가 실제로 완벽하게 경영영역에 관철한다면 더욱 - 경영의 합리성을 위태롭게 하며, 경제체계 전체의 위기를 축척시킬 있다(법에 의한 사회적 통합의 와해). 또한 그런 법의 우위가 확증되면 될수록 법을 경영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삼는 경향이 급증함으로써 결국 사법체계는 감당할 없는 부하에 걸리게 있다(사회에 의한 법적 통합의 와해). (6)

 

3. 여기서 내가 책을 통해 구축하려는 전문법(이에 관해 나의 법철학“ (2003) 참조)으로서 경영형법 성장필요성을 인정하게 된다. 경영형법은 경영과 형법의 합리성의 괴리를 메우고, 경영과 형법이 서로 상대방의 합리성을 높여주는 관계에 놓이게 하는 것을 기획하는 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형법은 경영에 대해 자신이 전승받은 정의의 잣대를 무분별하게 갖다대는 것을 절제해야 한다. 이는 정의의 포기가 아니다. 형법의 적용을 통해 경영영역에 어떤 -형법의 가동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장기적으로 되돌아가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그런 형법의 성찰적 태도는 현대사회에서 정의가 실질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한 토양이 된다. 반면에 경영은 형법의 정의요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특히 성찰적 형법은 경영에 요구하는 정의는 최소한의 정의요구일 뿐만 아니라 거시적으로는 경영의 합리성과 성공을 돕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런 요구를 수용하는 경영이 바로 윤리경영이고, 성공하는 경영이 된다. 이런 방향으로 형성되는 경영형법은 경영의 효율성과 형법의 정의를 내적으로 통합하는 법규범이 된다. (6)

 

4. 경영진 개인의 비도덕적 경영만이 아니라 고도의 경영판단의 잘못까지도 불법화, 범죄화되어야 한다는 공론이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 시민단체는 그런 공론형성을 이끄는 선봉대의 역할을 떠맡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형법도 기능변화의 요구에 직면하게 된다. 형법은 개개인의 권리(법익) 대한 침해를 통제하는 형법에서 경영위험을 관리하는 형법(strafrechtliche Verwaltung von Betriebsrisiken)’으로 변화하라는 압박을 받는다. (28)

 

5. 경영의 위험을 관리하는 형법은 경영행위와 경제적 이해관계를 맺는 사람들(: 채권자, 대주주, 소액주주, 하청기업 ) 집단적 이익을 보장하려는 목적을 좇는다. 그런데 집단적 이익은 매우 다양하고 개인적으로는 서로 엇갈리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집단적 이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형법은 경영행위와 관련된 사회적 하부체계(: 자본시장) 기능을 보호하는 정책을 선택하게 된다. 경영을 통제하려는 형법의 이러한 모습은 현대사회에서 형법이 겪는 변화의 모습과 대체로 같다. 사회적 하부체계의 기능을 보호함으로써 체계가 관리하는 위험의 실현을 미리 방지하려는 형법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기능변화로 인해 형법과 경찰법 사이의 경계가 흐트러지고 만다. (28, 29)

 

6. 여기서 형법이 경영진의 개인적인 불법을 처벌하는 것을 넘어서, 고도의 경영판단의 실패까지 통제하는 식으로 시장에 깊숙이 개입하게 되면, 형법은 민주적 법치국가가 전제하는 시장체제로부터 그만큼 멀어지게 되는 것임을 있다. (29)

 

7. 만일 그런 개념정의를 이용하여 경영실패라는 범죄구성요건을 만든다면, 구성요건은 포괄구성요건(Auffangstatbestand) 되고, 명확성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입법이 것이다. 그러므로 경영실패를 형법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형법이 금지하는 경영실패의 행위를 세밀하게 분석적으로 유형화하는 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30)

 

8.  둘째, 그러한 통시적 책임귀속은 법적 책임귀속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책임귀속이다. 사회적 책임귀속의 요청은 IMF체제와 같은 경제위기의 사회적 맥락에서 급격히 강화된다. 그런 위기상황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의 감정은 위기의 사회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행위를 범죄화하는 사회적 의사소통의 기반이 된다 (이점에 관해서는 Hassemer, Theorie und Soziologie des Verbrechens, 1973, 130 아래: 하쎄머는 범죄화의 의사소통적 요소로서 어떤 일탈행위에 의해 침해되는 재화의 결핍정도, 일탈행위의 발생빈도수, 그리고 행위에 대해 시민들이 느끼는 두려움의 감정(Bedrohungsgefühl) 들고 있다. 이를 위험사회의 형법현상에 적용한 이상돈, 형법의 근대성과 대화이론, 1994, 37-46 참조) 이와 같이 범죄화하는 의사소통은 위기의 원인을 사회체계의 구조 속에서 찾지 않고, 개인의 인격적 결함에서 찾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IMF 체제엣 모럴헤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라는 말이 유행한 것은 이러한 의사소통의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그런 의사소통의 흐름은 법적 의미의 책임귀속, 엄격한 개인적 책임귀속 완화시키는 것이다. … 이러한 책임귀속을 전통적인 법적 책임의 귀속과 구별하여 사회적 책임의 귀속이라고 있다. (36)

 

9. 셋째, 이런 통시적이며 사회적인 책임귀속은 아울러 윤리적 책임귀속의 성격을 띤다. (38)

 

10. 만일 형법이 경영실패에 이르는 모럴헤저드를 남김없이 통제하려고 한다면, 형법은 그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여기서 경영실패를 형법적으로 통제하려는 기획을 포기하든가 아니면 형법의 도덕적 구조를 변화시키든가 하는 양자택일적 상황이 등장한다. (44)

 

11. 이를테면 자본시장체계의 기능을 위태화하는 행위도 다양한 법률들(: 외부감사법, 증권거래법, 공정거래법, 여신전문금융업법 ) 의해 범죄로 처벌되고 있다. 이런 형법들은 체계 기능의 보호라는 목적에 맞추어 형법의 전통적인 구성원리도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관해서 형법의 과제가 법익보호에서 위험예방으로 변질되고 있음을 비판한 이상돈, 형법의 근대성과 대화이론, 1994, 47-51 참조) „기능화된 형법이라 부를 있고, 기능이 각종 체계의 위험을 예방하는데 있다는 점에서 위험형법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기능적인 위험형법은 경영상의 모럴헤저드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예컨대 비밀스런 경영이나 불공정한 경영 전략적 행위 또는 소비자권리를 침해하는 경영상의 모럴헤저드를 진압한다. 하지만 이런 현대 형법만으로도, 경영실패로 인한 경제위기의 초래를 사전에 방지할 만큼, 경영행위의 다양한 모럴헤저드를 남김없이 통제하고, 경영실패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없다. 1997년말의 경제위기와 IMF체제의 등장은 점을 역사적으로 증명해 준다. (44, 45)

 

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