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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탐구 - 내 삶의 지적 연대기
칼 포퍼 지음, 박중서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1. 나는 단순히 언어를 잘못 사용함으로써 생겨난 수수께끼가 아닌, 진정한 철학적 문제가 이 세상에 분명히 있으리라고 오래전부터 믿어 왔다. (29면)
2. 내 지적 발달에 있어 결정적인 것이 된, 난생 최초의 철학적 논제에 관한 첫 번째 토론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이 논제는 이른바 말과 그 의미에 중요성을 부여하는 입장을 내가 거부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었다. (32면)
3. 당시 내가 미래에 대해 품고 있었던 생각이라면, 언젠가는 학교를 하나 세워서 젊은이들이 지루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그리고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함으로써 자극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68면)
4. 나는 칸트의 첫 번째 비판을 반복해서 읽고 있었다. 곧이어 나는 그의 중심 사고는 과학적 이론은 인간이 만든 것이며, 우리는 그것을 이 세계에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우리의 지성은 자연으로부터 법칙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법칙을 자연에 부과하는 것이다.” (98면)
5. 나는 바흐와 베토벤이 각자의 작품에 대해 지닌 두가지 상이한 태도를 구별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객관적’과 ‘주관적’이라는 용어를 도입했다. 물론 아주 적절하게 선택한 용어는 아니며... 하지만 나는 1905년에 이미 알베르트 슈베이처가 쓴 바흐에 대한 뛰어난 저서의 서두에서 그 용어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고 기뻐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무엇보다도 한 작곡자와 그의 작품과의 관계에서 객관적이고 주관적인 접근방식, 또는 태도의 상이함은 결정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곧 인식론에 대한 내 시각에도 영향을 주었다. (101면)
6. ‘합리적’이라는 말의 동의어로 ‘비판적’이란 말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 (141면)
7. ‘열린 사회’의 주요 논증 가운데 하나는 도덕적 상대주의에 대한 반대로 제시한 것이었다. (191면)
8. 내가 보기에 그 ‘철학적 수수께기’라는 표현은 곧 비트겐슈타인의 공식화를 가리키는 것이며, 그 배후에는 철학에는 진정한 문제란 것이 없으며 오로지 언어학적 수수께끼가 있을 뿐이라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논제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 논제는 내가 무엇보다도 혐오스러워하는 것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에, 나는 ‘철학적 문제란 존재하는가’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하기로 작정했다. (201면)
9. 길버트 라일: “인간의 합리성은 원칙의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법이 없다는 데 존재할 것이다. 즉 정평이 난 원리에 집착하는 데 있지 않고,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 데 있는 것이다.” (206면)
10. 설명은 항상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즉 우리는 항상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왜라는 질문은 단지 예전의 질문을 ‘설명’할 뿐만 아니라 예전의 이론을 바로잡는 새로운 이론에까지 도달할 수 있다. (216면)
11. 근래의 내 연구 가운데 상당 부분은 객관성을 옹호하여 주관주의적 입장을 공격하거나 반격하는 것이었다. (229면)
12. 내가 읽어본 바 정말로 훌륭하고 충격적인 작품들은 플라톤의 ‘소크라데스의 변론’, 칸트의 저술 가운데 일부, 특히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 그리고 칸트의 엄숙주의를 재치있게 비판한 프리드리히 실러의 만가풍 대구 정도였다. 여기다 하나 더하자면 쇼펜하우어의 ‘윤리학의 두가지 문제’ 정도일까. (315면)
13. 책은 끝났으되 탐구는 끝나지 않았노라. (3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