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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박스 세트 - 전2권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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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만 7백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독일,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지에서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한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이 작품을 설명하는데 흔히들 '빅뱅'과 '블록버스터'라 표현을 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 루브르 박물관과 각종 건축물에 대한 풍부한 지식으로 무장한 소설의 인기가 판매량을 끌어올렸고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가 결혼한 사이였으며 예수가 마리아에게 자신의 사후, 교회를 이끌어가도록 했다는 내용은 뜨거운 종교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사실을 재창조하는 문화예술 장르인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 팩션(Faction)이란 장르의 소설로 가장 대중적 인기를 누렸던 소설 [다빈치 코드].

치밀한 복선과 방대한 역사적 지식을 통해 한글 속에 숨겨둔 세종대와의 비밀코드를 타이틀로 한국형 팩션의 장을 열었던 [뿌리 깊은 나무]의 저자 이정명 [바람의 화원]한국형 팩션의 완성을 도모한다.

 

내용에 들어가기 앞서 김홍도와 신윤복에 대해 알아보자.

본관 김해(金海), 자 사능(士能), 호 단원(檀園)의 김홍도. 강세황(姜世晃)의 천거로 도화서 화원(圖畵署畵員)이 된 뒤 1781년(정조 5년)에 어진화사(御眞畵師)로 정조를 그려 도화서 최고의 영애인 어용화사가 되었다.

1790년 수원 용주사(龍珠寺) 대웅전에 [삼세여래후불탱화(三世如來後佛幀畵)]를 그렸고, 1795년(정19년) 중인의 신분으로 오를 수 있는 최고 벼슬직인 정6품 연풍현감(延豊縣監)이 되었지만 곧 사임한다. 이듬해 왕명으로 용주사의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삽화를 그렸으며, 1797년 정부에서 간행한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의 삽화를 그렸다.

산수화·인물화·신선화(神仙畵)·, 불화(佛畵), ·풍속화에 모두 능하였고, 특히 산수화와 풍속화에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며 정조의 총애를 받았던 명실상부한 조선 최고의 화인 단원 김홍도.

조선후기의 풍속화가, 김홍도 ,김득신과 더불어 조선 3대 풍속 화가로 김홍도와 쌍벽을 이루며 주로 도회지 양반의 풍류 생활과 부녀자의 풍습, 그리고 남녀 간의 애정을 풍자적인 필치로 묘사했던 혜원 신윤복이 책[바람의 화원] 속 조선의 두 천재 화원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조선 최고의 화원 김홍도에 필적한 혜원 신윤복에 대한 역사적 자료는 찾아보기 힘들다.

도화서에서 춘화를 그려 파직 되었다는 것 이외에는 그에 대한 어떠한 신뢰할만한 자료가 없는 게 실정이다. 작가의 상상력 속에 재탄생된 신윤복. 그의 성별의 모호함과, 사라쿠란 이름의 일본 화인이 혜원이라는 풍문까지 그에 대한 궁금증을 중폭 시킨다.

강한 필력으로 서민들의 삶을 담았던 단원 김홍도, 섬세한 묘사와 풍작정인 필지로 조선 최고의 화원으로 이름을 널리 펼쳤던 단원의 그림과 극과 극을 이루며 여성적인 섬세한 표현과 묘사의 새로운 화풍의 또 다른 천재화원 혜원 신윤복. 그 사라진 한 천재의 이야기가 이정명의 글을 통해 세상으로 얼굴을 드러낸다.

 

 

3대가 도화서 화원이었던 집안 신한평의 둘째로 태어나 형 신영복과 함께 도화서 화원이 된 혜원 신윤복.

철저하게 규정된 도화서 양식에서의 틀에 박힌 그림에 반항이라도 하듯 여인을 그림의 중심으로 한 춘화를 그려 도화서에서 쫓겨 날 위기에 처한다. 당시 여성은 남성의 주변 배경으로만 그려졌던 양식을 뒤집어 버린 그의 그림은 그의 천재성을 여실히 보여줬지만 사회적 인정을 받기엔 너무 앞선 그림 이었다.

그리고 같은 하늘 아래 두 명의 천재를 내린 하늘의 뜻을 안 듯 그의 천재성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단원 김홍도. 그는 혼이 담겨진 혜원의 그림을 누구보다 인정 하지만 양식을 거부하고 규율을 무너뜨리며 마음이 가는대로 가는 그의 그림이 화원이 될 수 없는 그림임을 또한 알고 있었다. 화원이 되지 못한 그의 그림은 천재가 아닌 미치광이의 그림에 지나지 않았던 당시의 사회적 규약이 그들의 자유로움을 허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혜원의 섬세하면서도 정밀한 묘사와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움 화풍은 조선의 부흥기를 이끌며 예약을 사랑했던 또 한명의 천재 정조의 눈에 띄어 김홍도와 함께 어진화사를 준비하기에 이른다.

도화서의 눈엣가시 같았던 두 천재화가를 정조가 어진화사에 참여할 화원으로 뽑히게 된 또 다른 이유를 정조를 통해 듣게 된다. 10년 전 두 화원이 살해 된 사건의 재수사와 함께 뒤주에 갇혀 처참한 죽음을 당했던 정현세자의 어진을 찾는 일이 그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과 어진을 찾아가며 밝혀지는 진실, 그리고 그 속에 단원과 혜원의 갈등, 아픈 상처를 지닌 또 한명의 천재 정조, 동생을 위해 화원이 되기를 포기하며 색을 연구하는 단청쟁이 영복, 이루지 못할 사랑의 여인 예기 정향, 살해당한 김홍도의 스승 강수항과 친구 서징, 그리고 재물을 바탕으로 권세를 휘어잡은 거상 김조년, 제자로서 경쟁자로서, 그리고 한명의 인간으로서 혜원을 향했던 김홍도의 애정과 열정이 하나의 하늘아래 내려진 두 천재화원의 작품과 함께 작가 이정명의 손에 의해 긴박하게 살아난다.

 

책속에 수록된 30여 편의 신윤복과 김홍도의 작품은 책을 이끌어 가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교과서를 통해 익히 보아 왔기에 눈에 많이 익은 그들의 작품은 작가의 손에 의해 다시 그려진다. 단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서가 아닌 그들의 혼과 삶이 담겨진 반짝이는 보석으로 말이다. 같은 주제로 두 화인이 그린 극명하게 다른 두 작품을 보며 그들이 느낀 삶의 애환과 그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그들의 삶을 느낄 수 있다.

 

 

문근영이 혜원 신윤복으로, 박신양이 단원 김홍도로 분하는 드라마를 상영 중이다.

시각적 요소의 제한됨에 의해 애초에 신윤복이 여성이라는 가정이 만천하에 들어나 버려 아쉬운 감이 없진 않았다만 두 배우의 연기와 그들로 하여금 그려진 김홍도와 신윤복은 원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한 느낌이다. 그만큼 그들의 연기를 통해 다시 그려보는 그들의 삶의 모습 또한 쏠쏠한 재미를 준다.

 



 

제한 된 영상 속에서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책을 잡았다.

그리곤 단숨에 독파했다. 역사소설로서 가지기 힘든 긴박감과 탄탄한 구성, 그리고 치밀하게 계산된 스토리 전개는 읽는 이로 하여금 한 편의 영화와 같은 영상을 뇌리에 떠오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사라진 한 천재를 다시금 현실로 살려낸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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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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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와 함께 떠나는 사랑의 정의 찾아보기] 

 

사랑이란 무엇일까?

수많은 사람들 중에 그 사람을, 수많은 장소 중에 그곳에서, 수없이 긴 시간 중에 그때 만난 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운명일까?  분명한 사실은 다른 사람에게 우연일 뿐인 그 사건이 그들에겐 필연적인 운명이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믿지 않으면 허황될 뿐이지만, 믿는 사람에겐 존재의 이유가 되는 신앙과 닮아 있다. 사랑이 다가오는 것은 우연이지만 사랑을 만들어가는 것은 운명이라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랑은 운명으로 바꾸어진 우연이라 말하기도 한다.

 - 사랑의 발견 中 -

 

사랑은 강한 동질성을 기초로 확장된다고 한다.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으며, 대답하지 않아도 동의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 그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서로의 동질성을 확인하기보다는 격랼하고 가슴 아프게 서로의 차이점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아리스토파네스의 말처럼 '원래 하나였던 반쪽을 다시 찾는 것' 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른 존재였던 둘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대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그 차이를 인정하는 것, 그런 이유로 아름다움과 함께 살을 여미는 아픔이 동반되는 것이 사랑이고 그것이 사랑의 시작이다.

 

사실 사랑이란 단어에 정의를 내린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 모른다.

사람마다 그 방식의 차이가 다르고 그 차이는 곧 그들의 삶의 방식과 살아온 환경에 의해 발생하게 된다. 상대방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그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애초에 사랑이란 무모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 무모함을 알면서도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을 무엇으로 또 정의할 수 있단 말인가. 애초에 답을 찾을 수 없는 그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 에쿠니 가오리가 책[반짝반짝 빛나는]과 함께 동참한다.

 


 

 

"그들은(은사자) 마법의 사자래. 무리를 떠나서, 어디선가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마들어 생활하는 거지. 그리고 그들은 초식성이야. 그래서, 물론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단명 한다는 거야. 원래 생명력이 약한 데다 별로 먹지도 않으니까, 다들 금방 죽어 버린다나 봐. 추위나 더위, 그런 요인들 때문에. 사자들은 바위 위에 있는데, 바람에 휘날리는 갈기는 하얗다기보다 마치 은색처럼 아름답다는 거야." P 125~6

 

책 [반짝 반짝 빛나는]는 알콜중독에 정서불안이라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쇼코와 호모 남편 무츠키, 그리고 무츠키의 동성애인인 곤. 그들, 즉 사회적으로 정상적인 범위에서 멀리 벗어난 듯 한 사람들, 즉 은사자들의 사랑이야기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이들의 사랑은 무엇보다 큰 벽을 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관계의 집합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사랑의 의미를 지키기 위해 그들의 방식으로 사랑한다. 그들의 사랑은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 볼 작은 공간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섹스 없는 부부생활의 시작과 남편의 동성 애인에 대한 질투와 시기, 남성에게 느껴야 하는 질투와 시기는 무엇보다 그녀를 무너뜨리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마저 인정해야 하는 쇼코의 아픔이 무엇보다 아련하게 다가온다. 그들의 사랑을 인정하는 것이 자신의 운명임을 받아들이고, 그곳에서 남편에 대한 애증이 에쿠니 가오리의 청량한 문체와 더불어 농도 깊게 배어 나온다.

 

지리멸렬할 수도 있고, 현실성 없는 사랑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나에겐 그 어떤 연애소설보다 현실성 있게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그들의 현실에서 벗어난 듯 한 사랑의 방식은 사랑에 대한 정의를 찾기를 오히려 거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말하는 사랑이란, ‘무츠키가 곤씨랑 헤어지면, 그러면 나도 무츠키와 헤어질 거에요 ’라는 한줄의 대화에 모든 것이 담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사랑이다.

 

에쿠니 가오리는 이 작품을 기본에 가장 충실한 연애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들의 사랑은 평범하고 기본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우리가 기본이라 칭하는 것들이 오히려 그들의 사랑의 방식을 부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동전의 앞뒤를 바꾸는 작은 노력만으로도 그들의 사랑이 가장 기본적인 사랑의 원칙에 충실한 것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청량한 문체가 어두울 수 있는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산뜻하고 따뜻한 이야기로 탈바꿈 시킨다.

코앞으로 다가온 차디찬 겨울을 맞이하며 함께 하기엔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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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별을 요리하다
에드워드 권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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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특급 7성호텔 버즈 알 아랍을 점령한 에드워드 권의 성공 레시피]

 

 

 

며칠 전,

중국에서 열린 국제 빙상경기 연맹(ISU)시니어 그랑프리 - 컵 오브 차이나 쇼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김연아의 환상적인 공연에 넋이 나가있었다. 작은 실수 하나가 승패를 가르는 경기였던 만큼 상대 선수들의 실수를 고대하는 바보같은 바람을 갖기도 했다. 박세리와 박찬호로 시작해 박지성, 박태환, 김연아를 비롯한 많은 우리의 스포츠 스타들이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을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있다.

때론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그들을 보면서 개인의 기호가 아닌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 그들을 바라보는데, 이러한 시선이 때론 그들이 흘린 땀과 그들이 느끼는 즐거움을 부담감으로 변질시켜 버리는 것은 아닐까 싶어 안타깝기도 하다만, 그들을 통해 느끼는 자부심과 격한 감동은 무엇으로 대치되기 힘든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몇해 전 보 방송 프로그램인 [글로벌 한국인]을 통해 소개되었던 한국인 요리사가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모회사 치즈CF에 출현하게 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중동의 젊은 한국인 요리사 에드워드 권. 그가 자신의 책 [일곱개의 별을 요리하다.]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왔다.

 

페르시아만 끝자락 모래사막 여기저기 흩어져 살던 일곱 개의 유목 부족들이 모인 곳이지만 현재는 500여개의 최고급 호텔들이 경쟁적으로 늘어선 호텔 전시장이자 세계 오일달러가 교차하는 곳, 정치협상이 펼쳐지는 한편 비즈니스와 쇼핑으로 밤낮없이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 그곳 아랍에미리트의 중심지 두바이에 있는 초특급 7성호텔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이 현재 그가 있는 곳이다.

일례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321m의 호텔이라는 명성과 함께 202개의 모든 방이 복층구조의 스위트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장 비싼 방의 하루 숙박비가 35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금으로 장식돼 있는 호텔 내부를 구경만 하는 데도 약 7만40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하는(지금은 예약 투숙객에 한해 입장이 가능하다.) 이 호텔의 공식 등급은 5성(星)이지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다른 5성급 호텔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고객들 사이에선 세계 최고급이란 의미로 7성급 호텔로 통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호텔 옥상 헬기장에서 바다를 향해 드라이브 샷을 날렸고, 아랍 왕족과 수많은 헐리우드스타 및 세계 유명인들이 즐겨 찾는 이 호텔의 주방을 30대 한국인 요리사 에드워드 권이 점령하고 있다.

 



 

에드워드 권의 주방 입성은 묘한 우연성과 함께 한다.

신부가 되기 위해 신학대에 입학하고자 했던 그의 대학입시 스트레스는 작은 반항의 결실인 가출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로인해 먹고 살기 위한 당장의 시급함이 마련해준 레스토랑 아르바이트가 계기가 된다. 그 우연한 계기가 삶을 바꾸어 놓았고, 현재는 리츠칼튼 샌프란시스코 수석조리장, 리츠칼튼 하프문베이 수석조리장, 서울 W호텔 부 총주방장, 중국 셰라톤 그랜드 텐진 호텔 총주방장, 두바이 페어몬드 호텔 수석 총괄조리장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관광공사 명예홍보대사, 대구 가톨릭대학교 명사교수, 현대 전문학교 관광경영학부 석좌교수, 강원도 홍보대사이며 '세계유일의 7성급 호텔'이라 불리는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에서 400여 명의 요리사를 지휘하는 수석총괄조리장 에드워드 권(권영민)이 바로 그다.

그런 그의 주방입성의 우연성은 대한민국 초밥왕 안효주와 닮았다. 요리 만화 ‘미스터 초밥왕’ 한국편에 등장해 한국의 초밥왕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그는 현재 ‘스시 효’ 의 CEO로 강남, 서초, 구로에 3개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그가 되고자 했던 것은 세계챔피언의 복서였다고 한다. 안효주는 신인왕전 경기 직전에 걸린 심한 몸살로 인해 경기로 포기하게 됐고 그로인해 당장 먹고 살기 힘들어 일하게 된 일식당이 안효주의 요리 인생의 첫걸음이 된 것이다.

그들은 요리란 하나의 예술과도 같다는 의견을 함께한다.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이 아닌 오감을 만족시키는 만족감을 고객에게 전하는 종합 예술인이 바로 요리사란 직업이란다. 그 종합 예술인이 되기 위해 음식을 이루는 각 재료의 숨은 맛을 찾아내기 위한 그들의 피 땀어린 노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요리사 = 주방장’ 이라는 단순공식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셰프 장 조지를 비롯하여 다니엘 블리, 에릭 라이퍼트, 노부, 고든 램지, 사보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세계적 셰프가 된 그의 요리를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국내 귀국은 짧은 1년간의 시간으로 마무리 된다. 미국에서 성공해 돌아온 젊은 총주방장 밑에서 일하려던 조리장이 없었다고 한다. 즉 후배 밑에선 죽어도 일할 수 없다는 이유 없는 고집과 불필요한 자존심이 외국에서 배워온 선진 요리기술과 월드와이드트렌드의 집합소이기도 했던 그의 한국귀국을 어이없는 텃새로 마무리 지어버린 것이다. 배움에 있어 자존심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디에 쓸 수 있단 말인가. 안타까운 일이다.

 

책[일곱개의 별을 요리하다.]은 그의 요리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한국음식이 아닌 다른 나라 음식을 요리하는 요리사로써 그가 가졌을 부담감과 한국인 요리사를 본적 없는 외국인들의 차별이 그가 걸어온 길이 잘 정돈된 아스팔트길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히려 그 고난과 난관들이 그의 요리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 가능케 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그는 한국음식의 세계화와 함께 젊은 후배들을 양성하고자 하는 자신의 큰 포부를 책을 통해 조심스럽게 건네고 있다. 현재 20명의 젊은 한국인 요리사가 버즈 알 아랍에서 근무하고 있는 중이며 앞으로도 채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단다. 그의 힘찬 발걸음을 지켜보자.

 



 



 



 



 



 



 

 

가장 자신 있는 요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난감해 하는 세계적 셰프 에드워드 권.

손님이 ‘이 음식은 무엇입니까?“ 라고 물었을 때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 한다. 어째서 이 시간에, 이 식재료로, 이 조리방법으로, 이 소스와 함께 음식을 내놓게 되었는지를 손님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요리사가 되는 것이 그가 말하는 ’의미있는 요리‘ 이며 그의 꿈이라고 한다. 그의 요리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요리사란 평생을 배움에 배움을 더하는 직업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그곳에서 배우는 자가 지녀야할 자세와 마르지 않는 열정, 피나는 노력은 필수불가결의 조건인 것이다. 이는 단연 요리사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기에 그가 요리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 열정은 많은 가르침을 선사한다.

 

의식주인간의 기본 생존조건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집이 없어도 사람은 살 수 있고, 보기 좋진 않겠지만 옷을 입지 않아도 삶에 큰 지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요리사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흔하고 일반적인 직업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곳에 김치셰프라 불리는 한 젊은 요리사가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하루 하루 매진하고 있다. 그의 힘찬 발걸음을 함께 하면서 몸속의 꿈틀거림을 느끼게 됐다. 이 즐거운 꿈틀거림이 언제까지고 사라지지 않았음 하는 작은 바람이다.

 

"This food is better than Sex."

그의 음식을 맛 본 마돈나가 그에게 전한 말이다. 꼭 한번 먹어봐야하지 않겠는가?

훤칠한 그의 사진과 함께 눈앞에 차려져 있을 법한 화려한 그의 요리사진이 함께하는 동안 지루함을 허락지 않는다. 

공감각적인 즐거움이 함께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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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책읽기 - 지식을 경영하는
스티브 레빈 지음, 송승하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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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어서, 바빠서 책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까?

상당히 입에 베여있는 아주 근사한 변명이다. 책을 읽고 그곳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할 일 없는 사람들이 하는 소일거리가 독서란 말인가?

 

한 포털사이트에 가보면 매일 베스트 리뷰를 뽑고, 리뷰어들에게 소정의 상금을 주고 있다.

그곳에 가보면 매일 매일 자신의 이름을 게시판에 올리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 책들도 1~2시간 만에 볼 수 있는 가벼운 책들이 아니며, 그 리뷰들은 한권의 또 따른 책과 같다. 이렇듯 방대하다 못해 엄청난 양의 독서가들이 주변에 즐비하다. 그 포털사이트에서 주는 상금으로 그들이 먹고 살기에 그 상금이란 것이 단돈 1000원이라는 소정의 책값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 그들이 직업이 없는 일명 백수. 백조라는 망극한 생각은 하지 못한다. 이들이 이토록 많은 양의 책을 탐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이 남아서? 직업이 없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현 미국 국립도서재단 이사로 있는 저자 스티브 레빈은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는 방법, 주어진 시간 내에 더 많은 책을 읽은 방법, 같은 책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방법 등 책 읽기에 관한 다양한 지식들을 알려주고자 함이 집필이 이유다. 문구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레빈저’를 열고 ‘책벌레들을 위한 필수품’을 판매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문구가 아닌 책 읽은 시간임을 알게 된다.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책들 속에서 진정 자신이 원하는 책을 고르고 합리적으로 독서하는 법을 알리기 위한 저자의 노력이 가히 눈물겹다. 진정한 독서의 중요성을 알리는 페이지는 앞의 서두 부분 뿐 이다. 볼 것도 할 것도 많은 현 시대의 우리들을 위한 합리적으로, 전략적으로 책을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고마운 책이다.

 


 

우리 집의 서재에는 수많은 책들이 읽어주기를 기다리며 얼굴을 빼꼼이 내밀고 있다.

컴퓨터 위에는 항상 새로 입주한 책들이 서재에 꽂아 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모두 형이 사다둔 책들이다. 나의 독서습관을 만들어 준 사람도 다름 아닌 형이다. 책을 읽고 자신의 발자국을 지독할 만큼 남겨두는 습관만 보더라도 진정으로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책에서 말하는 원문보호자들을 이해 못하는 축에 속하는 사람이리라. 책에 자신의 의견을 남김으로써 독자가 저자에게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존경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나에겐 책을 따로 골라볼 필요가 없다. 그의 발자국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레 터득한 독서법이 이미 몸에 베여버린 탓이다. 책을 고르는데 수많은 실수가 뒤따르게 되고 그로인해 독서에 대한 취미마저 상실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은가. 시간을 벌었다는 것 이외에도 누군가에게 먼저 읽혀진 양서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큰 행운이다. 하지만 책을 고르는 능력이 부족한 내겐 무엇이든 끝까지 봐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시간을 낭비할때가 있다. 이해력이 부족하거나 관심사가 아닌 이유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내게 이 책은 또다른 독서 안내자 노릇을 톡톡히 해주었다.

 

[전략적 책읽기]를 보게 되면서 독서, 책의 중요성을 다시금 각인 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중간 중간에 소개된 위대한 독서가들의 명언은 꿀맛같이 느껴졌다. 내게 독서는 취미생활을 벗어나 자아형성을 위한 장이다. 독서라는 곳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저자와의 만남에서 자못 흐뭇함 마저 느낄 수 있었다.

 

당신은 책을 좋아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또한 당신의 생활은 부질없는 야심과 쾌락을 추구하는데 바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그 세계는 책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 볼테르 -

 

독서의 중요성을 이보다 더 멋지게 표현한 글이 있을까?

그 광범위한 세계로의 초대가 바로 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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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최규석 지음 / 길찾기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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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19일 오후 2시 30분

부천시민이 보는 가운데 아기공룡 [둘리]에게 부천시 명예시민증 전달식 및 명예시민증이 전달됐다. 830422-1185600 이라는 주민번호가 부여된 것은 그 뒤의 일인가 보다.

영원한 만화 주인공으로서가 아닌 의인화된 둘리는 순간 83년생이라는 청년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기공룡 둘리는 청년 둘리로 불려야 할지 모른다. 나이 들지 않을 것 같던 천진난만했던 둘리도 20대 중반을 넘겨버린 청년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그로부터 얼마뒤..

실력있는 신인들을 '인디존'이라는 코너를 통해 발굴하던 주간 만화잡지 [영점프]의 2003년 5월 1일자 단편만화에서 '둘리'는 전혀 다른 모습의 둘리로 그려졌다. 이름부터 앞의 [아기]는 빠져버린 공료 둘리로 말이다.

한창 주민등록증 발급이니, ‘둘리의 거리 제정’ 이니 호들갑을 떨 때 난데없이 한 켠에서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둘리의 아버지인 만화가 김수정씨는[공룡 둘리]를 본 후 “아니, 둘리, 둘리가...누가 이렇게 만들어 놨어?” 만화를 보는 순간 숨이 막혀 현기증이 났단다. 그도 그럴 것이 신인 작가에게 그려진 공룡 둘리는 이미 그의 둘리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모습이었으니까. 어쩌면 주민등록번호를 받았으니 당연할 법도 하다. 둘리도 나이는 먹을테니. 

 

김수정씨는 그에게 둘리 그리는 것을 순수히 허락한다.

이제 막 만화를 시작하는 최규석(저자)의 상상력과 용기만으로도 충분히 자격이 있다 판단했기 때문이란다. 다음에 또 누가 둘리를 그겠다고 하면 단호히 거절한단 말과 함께. 최규석의 [공룡둘리]는 그 단 한번의 예외다

   

주민등록 번호가 주어진 뒤 아기라는 이름을 잃고 얼마나 많은 고생과 시련을 겪은 것일까?

웃음으로 대표되는 둘리의 얼굴은 소주병을 들고 구부정한 허리로 세상을 원망하는 듯 쳐다보는 둘리의 모습으로 변해있다. '호이 호잇~'하며 천방지축 뒤흔들며 우리의 영원한 히어로 아기공룡 둘리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는 상태로 변해 있었다.

 


 

동네 싸움꾼 양아치가 되버린 희동이, 사고를 친 희동이 때문에 도우너를 외계인 연구소에 팔아버리는 철수, 동물원 타조우리에 갇혀서 몸을 파는 또치, 뽀글뽀글한 머리 까만 얼굴 그 모습 그대로 어른이 되어버린 밤무대 가수 마이콜. 늙은 타임코스머스를 팔아버리고, 고길동에게 사기를 친 도우너, 그리고 갑자기 어른이 되어버린 탓인지 할 일을 찾지 못해서 인지 일용직 노동자 된 둘리.

  


 


 


산업재해로 ‘호이 호잇~’을 외치던 손가락을 잃어 둘리의 트레이드마크인 요술이 온나 간데 없이 사라져 버린 둘리는 또치를 찾아가지만 또치에게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대답만을 듣게 된다. 무슨 일이든 함께 하던 그들의 우정과 모험은 아주 머나먼 깐따삐야 별에 두고 온 옛 이야기가 되버린지 오래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때 둘리와 소주 한잔 기울이고 싶을 만큼 처절함이 가득하다.

그렇다. 이젠 둘리와 소주를 한잔이 가능할 나이들이 되어 버렸다. 작가는 국가 대표급 명랑만화의 캐릭들을 처절하고 남루한 현실로 끌고 들어옴으로써 만들어지는 극한을 보여줌과 동시에 우리의 어두운 그림자와 동심으로의 회유를 느끼게 해준다. 그들에게 또다른 옷을 입힌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을 여실히 드러나는 수작이다.

 








 

 

이 밖에도...

사회적 약자 위에서 군림하는 강자들을 꼬집는 단편 [콜라맨],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그려낸[리바이어던], 선택을 통한 삶의 재발견 [선택]등. 사회적 모순에 대한 실랄한 비판한 놀랄만한 그의 현실적 접근이 돋보이는 단편들이 둘리와 함께 자리잡고 있다. 깔끔한 그림과 사고의 전환이 보는 이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지 못한게 한다.

 


 


 


 

둘리의 나이들어감을 보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곧 지금의 내 모습을 부정하는 꼴이 될지도 모르지만, 영원한 기억의 저편속에 아이처럼 남아있던 둘리를 저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버린 작가가 밉다.

하지만 그를 통해 만난 둘리는 비록 손가락이 없어 예전처럼 요술을 부리던 멋진 모습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의 손에 의해 더욱 현실감 있는 친구의 모습으로 그려져 간만의 친구를 만난 호사를 누린 기분을 충분히 만들어줬다.

 

나 또한 그만큼 변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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