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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별을 요리하다
에드워드 권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11월
평점 :

[초특급 7성호텔 버즈 알 아랍을 점령한 에드워드 권의 성공 레시피]
며칠 전,
중국에서 열린 국제 빙상경기 연맹(ISU)시니어 그랑프리 - 컵 오브 차이나 쇼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김연아의 환상적인 공연에 넋이 나가있었다. 작은 실수 하나가 승패를 가르는 경기였던 만큼 상대 선수들의 실수를 고대하는 바보같은 바람을 갖기도 했다. 박세리와 박찬호로 시작해 박지성, 박태환, 김연아를 비롯한 많은 우리의 스포츠 스타들이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을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있다.
때론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그들을 보면서 개인의 기호가 아닌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 그들을 바라보는데, 이러한 시선이 때론 그들이 흘린 땀과 그들이 느끼는 즐거움을 부담감으로 변질시켜 버리는 것은 아닐까 싶어 안타깝기도 하다만, 그들을 통해 느끼는 자부심과 격한 감동은 무엇으로 대치되기 힘든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몇해 전 보 방송 프로그램인 [글로벌 한국인]을 통해 소개되었던 한국인 요리사가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모회사 치즈CF에 출현하게 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중동의 젊은 한국인 요리사 에드워드 권. 그가 자신의 책 [일곱개의 별을 요리하다.]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왔다.
페르시아만 끝자락 모래사막 여기저기 흩어져 살던 일곱 개의 유목 부족들이 모인 곳이지만 현재는 500여개의 최고급 호텔들이 경쟁적으로 늘어선 호텔 전시장이자 세계 오일달러가 교차하는 곳, 정치협상이 펼쳐지는 한편 비즈니스와 쇼핑으로 밤낮없이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 그곳 아랍에미리트의 중심지 두바이에 있는 초특급 7성호텔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이 현재 그가 있는 곳이다.
일례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321m의 호텔이라는 명성과 함께 202개의 모든 방이 복층구조의 스위트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장 비싼 방의 하루 숙박비가 35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금으로 장식돼 있는 호텔 내부를 구경만 하는 데도 약 7만40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하는(지금은 예약 투숙객에 한해 입장이 가능하다.) 이 호텔의 공식 등급은 5성(星)이지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다른 5성급 호텔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고객들 사이에선 세계 최고급이란 의미로 7성급 호텔로 통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호텔 옥상 헬기장에서 바다를 향해 드라이브 샷을 날렸고, 아랍 왕족과 수많은 헐리우드스타 및 세계 유명인들이 즐겨 찾는 이 호텔의 주방을 30대 한국인 요리사 에드워드 권이 점령하고 있다.

에드워드 권의 주방 입성은 묘한 우연성과 함께 한다.
신부가 되기 위해 신학대에 입학하고자 했던 그의 대학입시 스트레스는 작은 반항의 결실인 가출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로인해 먹고 살기 위한 당장의 시급함이 마련해준 레스토랑 아르바이트가 계기가 된다. 그 우연한 계기가 삶을 바꾸어 놓았고, 현재는 리츠칼튼 샌프란시스코 수석조리장, 리츠칼튼 하프문베이 수석조리장, 서울 W호텔 부 총주방장, 중국 셰라톤 그랜드 텐진 호텔 총주방장, 두바이 페어몬드 호텔 수석 총괄조리장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관광공사 명예홍보대사, 대구 가톨릭대학교 명사교수, 현대 전문학교 관광경영학부 석좌교수, 강원도 홍보대사이며 '세계유일의 7성급 호텔'이라 불리는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에서 400여 명의 요리사를 지휘하는 수석총괄조리장 에드워드 권(권영민)이 바로 그다.
그런 그의 주방입성의 우연성은 대한민국 초밥왕 안효주와 닮았다. 요리 만화 ‘미스터 초밥왕’ 한국편에 등장해 한국의 초밥왕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그는 현재 ‘스시 효’ 의 CEO로 강남, 서초, 구로에 3개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그가 되고자 했던 것은 세계챔피언의 복서였다고 한다. 안효주는 신인왕전 경기 직전에 걸린 심한 몸살로 인해 경기로 포기하게 됐고 그로인해 당장 먹고 살기 힘들어 일하게 된 일식당이 안효주의 요리 인생의 첫걸음이 된 것이다.
그들은 요리란 하나의 예술과도 같다는 의견을 함께한다.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이 아닌 오감을 만족시키는 만족감을 고객에게 전하는 종합 예술인이 바로 요리사란 직업이란다. 그 종합 예술인이 되기 위해 음식을 이루는 각 재료의 숨은 맛을 찾아내기 위한 그들의 피 땀어린 노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요리사 = 주방장’ 이라는 단순공식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셰프인 장 조지를 비롯하여 다니엘 블리, 에릭 라이퍼트, 노부, 고든 램지, 사보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세계적 셰프가 된 그의 요리를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국내 귀국은 짧은 1년간의 시간으로 마무리 된다. 미국에서 성공해 돌아온 젊은 총주방장 밑에서 일하려던 조리장이 없었다고 한다. 즉 후배 밑에선 죽어도 일할 수 없다는 이유 없는 고집과 불필요한 자존심이 외국에서 배워온 선진 요리기술과 월드와이드트렌드의 집합소이기도 했던 그의 한국귀국을 어이없는 텃새로 마무리 지어버린 것이다. 배움에 있어 자존심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디에 쓸 수 있단 말인가. 안타까운 일이다.
책[일곱개의 별을 요리하다.]은 그의 요리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한국음식이 아닌 다른 나라 음식을 요리하는 요리사로써 그가 가졌을 부담감과 한국인 요리사를 본적 없는 외국인들의 차별이 그가 걸어온 길이 잘 정돈된 아스팔트길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히려 그 고난과 난관들이 그의 요리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 가능케 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그는 한국음식의 세계화와 함께 젊은 후배들을 양성하고자 하는 자신의 큰 포부를 책을 통해 조심스럽게 건네고 있다. 현재 20명의 젊은 한국인 요리사가 버즈 알 아랍에서 근무하고 있는 중이며 앞으로도 채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단다. 그의 힘찬 발걸음을 지켜보자.






가장 자신 있는 요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난감해 하는 세계적 셰프 에드워드 권.
손님이 ‘이 음식은 무엇입니까?“ 라고 물었을 때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 한다. 어째서 이 시간에, 이 식재료로, 이 조리방법으로, 이 소스와 함께 음식을 내놓게 되었는지를 손님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요리사가 되는 것이 그가 말하는 ’의미있는 요리‘ 이며 그의 꿈이라고 한다. 그의 요리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요리사란 평생을 배움에 배움을 더하는 직업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그곳에서 배우는 자가 지녀야할 자세와 마르지 않는 열정, 피나는 노력은 필수불가결의 조건인 것이다. 이는 단연 요리사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기에 그가 요리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 열정은 많은 가르침을 선사한다.
의식주는 인간의 기본 생존조건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집이 없어도 사람은 살 수 있고, 보기 좋진 않겠지만 옷을 입지 않아도 삶에 큰 지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요리사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흔하고 일반적인 직업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곳에 김치셰프라 불리는 한 젊은 요리사가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하루 하루 매진하고 있다. 그의 힘찬 발걸음을 함께 하면서 몸속의 꿈틀거림을 느끼게 됐다. 이 즐거운 꿈틀거림이 언제까지고 사라지지 않았음 하는 작은 바람이다.
"This food is better than Sex."
그의 음식을 맛 본 마돈나가 그에게 전한 말이다. 꼭 한번 먹어봐야하지 않겠는가?
훤칠한 그의 사진과 함께 눈앞에 차려져 있을 법한 화려한 그의 요리사진이 함께하는 동안 지루함을 허락지 않는다.
공감각적인 즐거움이 함께하는 책이다.